‘고교 살린 최초 전형’ 의미 너머 보완 통해 ‘미래 경쟁력 살려야’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보완책을 고교현장이 제시해 눈길을 끈다. 현장 교사들은 학종 존폐논란에 대해 고교를 살린 최초 전형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데 이어 현장에서 느끼는 학종의 보완점을 담아 대학과 정부를 향해 학종 ‘실효성 담보’의 숙제를 던졌다. 교사들은 학종에 대해 ‘고교교육을 살리는 입시’ ‘교육본질은 반영한 최초의 입시’라 평가하며 학종에 당위를 싣는 한편, 제대로 운영된 지 3년 차에 불과한 학종의 단점을 메울 보완책을 제시했다. 크게 평가 주체인 대학 사정관의 질 담보와 신분안정, 대학 정보제공의 두 축이다. 학종의 양적 확대로 인해 고교사회가 그 필요성을 절감한 상황으로, 이제는 평가주체인 대학이나 평가대상인 학생을 품고 있는 고교가 함께 질적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현장제언이다.

지난 봄 총선과 맞물려 정치적 이슈로까지 등장한 학종 존폐논란은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 의해 ‘금수저 전형’ ‘음서제 전형’ 등 경제적 상위계층에 유리한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폐지논란을 촉발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총선이 여소야대의 결과로 마무리되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출렁이는 대입제도를 목도해온 교사들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교육본질을 꿰고 고교교육을 살려내고 있는 최초의 전형인 학종이 대선 선거구호로 활용되면서 어쩌면 정말 폐지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다. 학종논란이 뜨겁던 지난달 7일 인창고에서 진행된 1차 포럼이 일반고를 중심으로 학종이 가져온 긍정사례에 주력했다면, 이달 11일 국회의사당 내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차 포럼에선 학종의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급작스럽게 진행된 1차 포럼이 나흘간 연휴의 와중이었음에도 전국에서 100여 명의 교사들이 모였던 데 이어 11일 주말에 진행된 2차 포럼 역시 논란열기가 한 차례 가라앉았음에도 불구, 역시 100여 명의 교사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그만큼 고교사회의 학종에 대한 지지와 관심을 방증한다 하겠다.

포럼은 교사들의 협의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사)한국진로진학정보원(이사장 정천수)이 주관하고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수석대표 안연근)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회장 박정근)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화(회장 김겸훈) 한국진로교육학회(회장 송병국)가 공동주최했다. 대입 전문가로 교사사회에서 주목 받는 인물인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이 1부 좌장으로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 현장 교사들이 11일 국회의원회관에 결집, 장에서 느끼는 학종의 보완점을 담아 대학과 정부를 향해 학종 ‘실효성 담보’의 숙제를 던졌다. /사진=한진원 제공

 

 

<학종 문제 분명 있어.. 정부-대학-고교 연계해야>
포럼내용 중 주목할 것은 교사들 역시 학종의 단점을 인정한다는 사실이다. 현장교사들은 학종이 가져온 고교변화만으로도 학종운영의 당위는 분명하다는 입장이지만, 시행 3년 차에 불과한 학종이 좀더 완결성을 갖기 위해선 보완할 것이 많다고 제언한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건 평가주체인 대학의 입학사정관이다.

정부의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을 통해 현재 학종은 확대일로다. 2014학년 대입부터 기존 입학사정관전형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평가내용 역시 기존 학교 밖 스펙에서 학교 안 학생부로 건너왔다. 2014학년 대입이 준비 없이 학종으로 넘어온 측면으로 봤을 때 학종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한 건 2015학년 대입이다. 2014년에 고교현장에 변화가 일었고 이를 반영한 대입이 이뤄진 건 2015학년으로, 실제 운영된 건 2015학년과 2016학년 대입에서다. 올해 치르는 2017학년 대입으로 학종은 고작 3년 차를 맞은 셈이다.

3년 차에 불과한 학종은 평가주체인 입학사정관부터 이해가 없는 경우가 있다는 데 가장 큰 문제다. 2000년부터 학종과 비슷한 전형방식을 준비, 2002학년부터 선발을 시작해 2012학년부터 수시 전체를 학종으로 선발, 최근 3년간 모집인원의 75% 가량을 학종으로 선발하고 있는 서울대의 경우 학종을 선도하는 대학이다. 26명의 입학업무 전담의 전임입학사정관과 110여 명의 교수로 구성된 위촉입학사정관의 위용으로, 서류평가와 면접에 이르는 과정에 한 수험생에 대해 다수의 평가자가 다단계 교차평가를 실시함으로써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는 서울대의 경우 학종 선발에 대한 이해를 학교 내에서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경우다. 정량평가를 벗어난 정성평가라는 데서 평가지침을 수치화할 수 없지만, 어떤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지 학생부 어떤 항목에 주력하고 종합해 어떻게 학생을 평가해낼 수 있는지 각자의 주관을 배제한 인재상과 평가방침에 같은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반면 지방권으로 내려갈수록 일부 문제가 발생하는 현실이다. 포럼에 참여한 모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우리대학은 작년에 처음 학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고, 또 다른 입학사정관은 “어떤 대학의 경우 입학사정관들이 아직도 외부스펙을 허용하고 일부 정량평가가 가능한 것처럼 학종을 잘못 인지하는 경우도 있어 세미나 등을 통해 꾸준히 교육시키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일부 입학사정관들의 수준 및 함량 미달의 사례는 전임입학사정관들의 처우문제에서부터 문제근원을 꼽기도 한다. 현재 학종은 고교정상화사업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미래사회를 이끌 인재를 선발하는 데 있어 기존 정량평가를 통해 문제 하나 맞히고 틀리고를 따지던 데서 벗어나 해외 입학사정관제를 도입,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 인성을 더 살피되 우리의 현실에 맞춰 학생부 중심의 학종으로 개편한 학종은 정부에 의해 본격 도입되어 각 대학이 잘 운영되도록 지원금을 내리고 있다. 매년 고교정상화사업을 통해 각 대학의 전형내용을 분석하고 전형운영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원금을 내리는 형태인데, 이 지원금을 통해 각 대학 전임입학사정관들의 급여를 해결하는 대학이 대부분이다. 다만 전임입학사정관들의 신분은 보장하지 않고 있다. 모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한 대학에 사정관이 오래 근무할 경우, 입시비리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조치로 알고 있다”며 “한 입학사정관이 이 대학에 있다가 다음 해엔 경쟁대학으로 가기도 해서 ‘고급정보’는 사정관과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입학처 운영에 갑갑함을 느낄 때가 많다”고 전한 바 있다. 신분보장을 해주지도 못하고, 정보를 공유하지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채용기준에 의해 사정관 대부분이 석박사 출신의 고급인력임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경우 평가와 관련한 업무보다는 행정 홍보 등 잡무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으며, 이 같은 배경으로 평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포럼에서 안연근 진협 수석대표가 발표(교육부, 2015년 7월 기준)한 데 의하면 서울대의 경우 26명 전임사정관 가운데 20명에 정년보장 무기계약, 6명에 비정규 채용을 통해 전임사정관 신분보장이 가장 잘 돼 있다는 평가다. 비정규직 비율이 절반을 넘긴 대학은 조사대학 48개 대학 가운데 12개 대학, 절반에 근접한 대학까지 더하면 19개 대학이다. 비정규직 비율을 떠나 전임사정관 인원 자체가 매우 적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명을 넘긴 대학은 서울대 경희대 2개교에 불과하다. 중앙대 단국대 숭실대 한국외대의 4개 대학이 15명, 건국대 이화여대 조선대의 3개 대학이 14명, 동아대 동의대 서울시립대 인하대 성신여대 한양대 고려대 동국대의 8개 대학이 13명에 불과하다. 연세대는 비정규직은 단 1명이지만 전임사정관 전체 수가 8명에 불과하다. 대학 규모에 비해, 업무량에 비해 전임사정관의 수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의 배경이다.

고교 한 관계자는 “전임사정관 외에 교수로 구성되는 위촉사정관의 성의에도 문제가 있다”며 “대학 입장에선 강의와 연구에 전념하는 교수들을 전형에 참여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겠지만, 면접 등 학과별 특성이 중시된 경우 위촉사정관들의 역량이 학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위촉사정관의 양적 질적 수준 담보(전형에 대한 이해와 노력)를 촉구했다.

고교현장에선 “정보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문제제기한다. 최근 ‘수백 만원짜리 R&E’ 소동에서도 알 수 있듯, 교육수요자들은 학종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는 얘기다. 박현숙 동대부여고 교장(서울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장)은 “학부모 학생들이 R&E로 대표되는 과도한 활동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진학에 도움이 된다는 막연한 기대, 화려한 스펙이 필요하다는 검증되지 않은 일부의 목소리에 현혹된 것”이라며 “부작용의 기저에는 학종에 대한 정확한 정보부족의 문제가 있다. 대학들이 좀더 상세한 평가의 지침을 마련하거나 실제 사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과거 입학사정관제 당시 일반적이지 않은 예외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합격사례를 소개해 학생 학부모가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장은 “학종이 이미 고교교육과정 운영의 틀에서 학생선발을 하는 정책이라는 점과 서울대와 고려대가 ‘R&E보다 학교 교과활동을 우선하는 게 좋고 소논문은 전형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공식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좀더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대학에 요구했다.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지낸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는 교사의 업무경감을 제기했다. 진 이사는 “학종에서는 비교과보다는 교과를 중시하고 활동은 창체활동만이 아닌 교과학습활동이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며 “교사 업무부담은 비교과활동지도에서 오는 것이기보다는 교과지도와 평가에서 오는 업무부담이어야 하고, 이런 부담을 경감하는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비교과활동이 과열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행정업무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담을 담당해줄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인력충원 없이 조직만 바꾼다고 업무가 경감되지 않는다. 교사 1인당 학기별 담당학생 수를 줄이려는 노력과 서술평가의 합리적 기록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정부 차원의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사과의 씨는 셀 수 있어도 사과 씨의 사과는 셀 수 없다’>
학종의 당위와 관련, 1부 좌장으로 자리한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사과의 씨는 셀 수 있어도 사과 씨의 사과는 셀 수 없다”며 “학종이 그렇다. 아이들이라는 씨앗 속의 무한한 잠재력을 인정하는 전형으로 학종은 의미 있다”고 포럼의 포문을 열었다. 학종의 당위가 한마디로 정리된다. 학종은 학교교육의 가치를 인정하고 활성화는 또는 활성화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기제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학종은 이제 막 출발에 그친 시기임에도, 학종이 몰고 온 여파는 고교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정보취득이 빠르고 기민하게 대응 가능한 고교일수록 고교유형을 막론하고 학교수업과 비교과활동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박현숙 동대부여고 교장은 기존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중심 수업에서 이제는 학생중심의 토론수업으로, 교사간 협력을 통해 융합수업으로 바뀌었다고 증언한다. 비교과활동 역시 학생중심으로 자치적으로 움직이면서 교사들은 조력하는 방향이다. 학생부 기재내용이 강조되면서 교사들은 학생들을 이끄는 대신 학생들을 관찰하고 개개인의 특성과 변화에 좀더 관심을 가지는 변화가 일었다. 학생들 역시 스스로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 수업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커지고 교과 외에 비교과 역시 학교생활의 한 축으로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학종으로 인한 변화는 1차 포럼에서 임병욱 인창고 교감이 구체적으로 사례를 든 바 있다. 임 교감에 의하면 국어 영어 수학 등에 밀려 사장되다시피 했던 예체능수업이 일반고에서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수능시대 자습만 하던 체육시간은 사라졌다. 오히려 축구 배구 등 운동부 학생들조차 착실히 수업을 받고 독서기록 수행평가를 제출한다. 소위 3번으로 줄을 세우고 시험시간에는 잠을 자던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고3 동아리조차 자습을 하지 않는다. 1인1악기, 밴드보컬 교육은 인성발달에 최고의 시간이 되고 있다. 감성과 문/예/체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국어 영어 수학도 중요한 과목이지만 보다 다양한 여러 교과의 시상제도 열리고 있다. 논술 한자 제2외국어 경제 등 모두 중요한 교과며 자기개발의 기회기 때문이다. 소수 희망교과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인창고에도 과학거점학교 역사교육연구거점학교가 주말 방학 방과후에 교사들의 노고를 발판 삼아 이뤄진다. 학생중심의 동아리 역시 정규동아리 40개, 자율동아리 40개, R&E동아리 60개가 살아 움직인다. 전체 교사가 ‘burn out’의 비명을 지를 지경이다.”

학종으로 인해 대입성과도 전에 없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굳이 서울대가 아니더라도 서울시내 상위권 대학에 예전 수능성적으론 가당치 않았던 실적이 학종으로 나고 있다는 것이다. 2차 포럼에 자리한 한 고교 관계자는 “학종은 문제 하나를 더 맞추고 덜 맞추는 것보다 인재의 가치를 가능성과 잠재력에 두고 학교생활의 적극성과 활동을 통한 문제해결력을 스스로 갖춰가는 방향으로 교육의 목표를 이동시키고 있다”며 “한두 명의 학생이 아닌, 학교 시스템을 갖춰가면서 전체 학생들의 고교생활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한다는 데서 교사들의 격무는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종은 지금껏 대한민국 입시를 좌우해온 정량평가의 틀을 벗어난 정성평가라는 측면에서 앞서가는 입시로 평가 받는다. 꾸준히 모집인원의 75% 이상을 전형으로 삼아오며 선도해온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까지 2018학년부터 학종위주의 수시선발로 입시의 축을 가져가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현 고2가 대입을 치르는 2018학년(전형계획 기준, 예체능실기 제외 고른기회 사회통합 포함), 서울대가 정시포함 전체 모집인원의 78.46%(2491명, 수시전체)를 학종으로 선발하며 여전한 선도대학으로 자리하고 있다. 고려대가 2017학년 14.20%(543명)에서 2018학년 62%(2357명)로 학종비중을 크게 옮겼다. 서강대 역시 2017학년 40.53%(653명)에서 2017학년 55.37%(887명)로 절반이상을 학종으로 선발한다. 성균관대가 2017학년 37.71%(1257명)에서 2018학년 48.33%(1733명), 동국대가 21.19%(572명)에서 두 배 이상 늘린 47.24%(1273명), 건국대가 39.63%(1295명)에서 44.44%(1467명), 경희대가 40.05%(1925명)에서 43.28%(2083명)로 확대한다. 한양대가(37.51%(1071명)→38.93%(1096명)) 중앙대(31.11%(1360명)→31.16%(1364명))가 소폭 확대한 가운데 성균관대와 함께 학종 대척점에 서 있던 이화여대(22.11%(665명)→29.74%(895명))와 연세대(14.29%(487명→23.56%(805명))까지 학종확대의 시류에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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