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대화방식'..'사교육대신 깊이 있는 학교수업'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시민단체에서 '가짜학종'의 혐의를 받았던 서울대 구술의 진면목을 일반전형 합격생들이 증언했다. 2016 서울대 일반전형 합격생들은 "서울대 구술준비에 사교육은 필요없다" "정답이 필요없고 과정을 중시해 학교내 수업을 깊이있게 공부한게 결정적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아 증언했다. 충남 일반고 출신 D학생(경제학부)의 "풀이를 완벽하게 한 건 아니었다. 교수와의 '대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사고방식을 평가한 것 같다"는 의견이 공통분모였다. 정답을 내는지 못 내는지를 보는 게 아니라, 정답을 내기 위한 사고과정을 면접관이 끌고 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면접을 '대화'라 표현한 데는 서울대만의 특별한 면접환경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서울대 구술면접은 교수와 학생의 책상이 분리되어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는 일반적인 면접환경과 달랐다. 책상 하나에 교수와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대화'를 한다.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을 교수가 학생과 머리를 맞대고 같이하는 느낌이다. 풀이과정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며 막히는 부분에 힌트를 주며 사고의 확장을 돕는다. 풀이과정을 설명하는 학생의 논리를 살핀다. D학생은 "서울대가 일방적 면접이 아닌 소통을 중시하는 면접을 추구하는 차이"를 후배들에 강조했다.

한마디로 서울대 면접은 정답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방식 대신 과정상 사고방식과 학업능력을 파악하는 면접. 이를 대비하기 위해선 선행학습이나 문제풀이훈련보다는 교육과정 내에서 학습의 깊이를 더하고 학교생활을 통해 소통능력을 배양하는 것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진짜 교육의 본질과 필요성을 합격생들이 증언하고 있었다. 서울대 구술고사의 본질은 EBS 교재를 교과서화하면서 문제풀이 암기 중심으로 치닫던 고교교육에 대해 독서 토론 발표 등 다양한 수업활동으로써 학습의 깊이를 더하고 소통능력까지 배양할 것을 요구한다는 데서 고교교육정상화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서울대가 모집인원의 75% 이상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면서 현재 서울대 방식을 따라 바뀌는 고교현장은 "교육을 연계한 최초의 입시"라며 서울대 학종을 반기는 상황. 최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서울대 학종을 향한 '가짜학종' 비난이 무색해지는 근거들을, 서울대는 아로리 합격사례를 통해 반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교육걱정은 서울대가 구술고사를 실시한다는 이유만으로 '가짜학종' 낙인을 찍었지만, 구술고사는 학종 운영과 관련한 가이드라인 상에서도 허용하고 있는데다 서울대 학종은 출제범위가 고교 교육과정 내라는 점, 여기에 학교교육을 패턴화된 암기 위주의 수능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배운 지식을 확장해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교육의 본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체제를 갖추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진화한 입시체제라 할 수 있다.

4일 오픈한 서울대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에는 14명의 2016 일반전형 합격생들의 구술대비법이 제시되어 있다. 고고미술학과 인류학과 경영학과 경제학부 자유전공학부 통계학과 물리천문학부 화학부 생명과학부 자연환경과학부 식품영양학과 산림과학부 간호학과의 13개 전공 14명 합격생들은 모두 일반고 출신을 제시함으로써 특목자사고가 유리하다는 편견을 깨고 일반고도 충분히 할수있음을 강조했다는 느낌이다. 서울 경기 인천 대전 광주 충남 소재 일반고 출신인 이들 14명 합격생들의 증언은 아로리의 학생생활>서울대 줌인 코너에 소개돼 있다.

 

 

▲ 4일 오픈한 서울대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에는 14명의 2016 합격생들의 구술대비법이 제시되어 있다. 모두 일반고 출신이다. 합격생들에 의하면 서울대 구술면접은 학교내 교육만으로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다. 사교육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사진=서울대 아로리 캡처

 

 

<구술의 본질, 정답 찾기 아니다.. '대화'로 사고의 깊이 학업능력 파악>
서울대는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이하 지균) 일반전형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Ⅰ(기균Ⅰ), 정시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Ⅱ(기균Ⅱ)에 대해 면접 또는 면접 및 구술고사를 실시한다. 정시 일반전형을 제외하곤 모두 면접 또는 면접 및 구술고사를 실시하는 셈이다.

- 지균 기균은 구술 없이 면접만 실시
수시에선 면접만 치르느냐, 면접과 구술고사를 같이 치르느냐로 나뉜다. 지균과 기균Ⅰ의 지원자 전원과 기균Ⅱ의 1단계 합격자에는 서류기반의 면접만 실시한다. 기본적인 학업소양을 평가하기 위한 면접이다.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제출한 서류(학생부 자기소개서 등)의 내용에 대한 정돈 정도가 필요하다. 서울대측은 "답변하는 기술과 태도를 측정하는 면접이 아니므로 말투나 태도를 단기간 연습하기보다는 평소 학교생활을 충실히 해 깊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 평소 학교에서 토론이나 발표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이야기하는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방향을 제시한다. 면접은 서류와 함께 유기적으로 평가되므로, 서류에 기재된 내용 역시 평가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10분 내외 시간 동안 복수의 면접위원 앞에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 일반전형만 면접 및 구술고사 실시.. 모집단위별 교과 상이
일반전형 1단계 합격자에는 면접 및 구술고사를 실시, 지원자의 전공적성과 학업능력을 평가한다. 제시문과 문항이 제공되고 학생들에겐 모집단위별로 30~45분의 답변준비시간, 15~45분 가량의 면접시간이 주어진다. 모집단위별로 활용하는 분야나 과목이 다르다. 인문대학의 경우 인문학 사회과학 관련 제시문을, 산림과학부의 경우 화학 생명과학 관련 제시문을 활용하는 식이다. 모든 문항은 고교 정규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된다. 관련 기출문제와 해당 출제근거를 서울대는 아로리 자료창고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서울대측은 "정답 여부보다는 답변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사고력 논리력 등 전반적인 학업소양에 중점을 둬 평가를 진행한다" "정답 여부보다는 지원자가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고교 교육과정에서 이수한 교과지식 깊이 사고력 응용력 등을 평가하며 모집단위에서 필요한 소양을 확인하고자 한다"며 "답변을 바로 못하거나 정답에서 벗어났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도 당황하지 말고 그 동안 공부해왔던 지식을 바탕으로 침착하게 답변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구술고사에 대해 서울대측은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충분한 학습경험을 통해 학업역량을 길러온 학업소양을 평가하고자 한다"고 강조하며 대비법으로 "각 교과 수업을 통해 해당 과목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소화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학습과정 속에서 관련 도서를 찾아 읽고, 토론 탐구 과제 등 학습활동을 하면서 깊이 있는 학습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다. 인문학 사회과학 관련 모집단위에 대해선 "다소 깊이 있는 제시문을 활용하기 때문에 평소에 독서활동을 성실히 하면 도움이 된다"며 "단기간의 준비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독서와 각 교과의 깊이 있는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우수한 학업소양이 드러나게 된다"고 강조한다. 자연과학 분야에 대해선 "역시 각 과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평소 단순 문제풀이 위주의 학습에서 벗어나 사고력을 많이 요구하는 문제를 다뤄보거나 관련 이론 등에 대한 이해와 응용 연습을 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학교수업 내에서 깊은 생각이 필요한 문항을 만들어 친구들과 토론 학습을 해보는 경험, 자연과학 이론이나 관심 주제에 대해 문제를 설정하고 고교생 수준에서 과제를 해결해보고 발표하는 활동 등도 각 교과에 대한 지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모집단위에 따라 실기평가 또는 적성/인성면접이 포함될 수 있다. 예체능계열의 실기, 교직 적인성면접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현 고3 학생이 입시를 치르는 2017학년의 수시 전형별 모집인원은 지균 735명, 일반전형 1672명, 기균Ⅰ 164명이다. 지균의 경우 국수영탐 중 3개 2등급 이내의 수능최저를 요구한다. 음악대학의 경우 작곡과는 3개 2등급, 성악과 기악과는 2개 3등급 이내의 수능최저다. 과탐은 서로 다른 분야의 Ⅰ+Ⅱ 또는 Ⅱ+Ⅱ의 조합이어야 한다.

<2016 합격생 14명의 증언.. 정답보다 사고과정, 학원보다 학교>
서울대 입학본부의 주장보다는 실제 합격생들의 사례가 더 설득적일 수밖에 없다. 일반고 출신 14명의 2016 수시 일반전형 합격생들은 서울대 구술고사에 대해 "정답 여부가 아닌 사고과정에 주목"하는 성격을 강조하며 후배들에게 "사교육은 필요 없다. 학교 안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방법으로 "인문학 사회과학의 경우 특히 독서와 토론이 큰 도움이 되고, 수학은 풀이과정에 과학은 기본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서울대만의 독특한 면접장 현장도 전했다. 서울대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의 학교생활>서울대 줌인에 공개된 합격사례 해당학생은 A학생(고고미술사학과, 경기출신) B학생(인류학과, 광주) C학생(경영학과 서울) D학생(경제학부, 충남) E학생(자유전공학부, 광주) F학생(통계학과, 서울) G학생(물리천문학부, 서울) H학생(화학부, 대전) I학생(생명과학부, 인천) J학생(지구환경과학부, 서울) K학생(식품영양학과, 경기) L학생(산림과학부, 서울) M학생(자유전공학부, 서울) N학생(간호학과, 서울)의 14명으로 모두 일반고 출신이다.

- 정답 여부 아닌, 사고과정 본다.. '교수와의 대화'
2016 합격생들은 구술고사에서 정답 여부가 아닌, 해결과정을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이해했다. E학생(자유전공, 광주)은 "시사이슈에 대한 내용을 잘 아는지보다는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내는지를 보시는 것 같았다. 이슈엔 정답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상황을 던져놓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를 물으시는 것 같았다. 물음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고과정을 거치는지, 사회과학이나 수학이나 모두 사고의 흐름을 보고 싶어하는 문제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F학생(통계, 서울)은 "정답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사고를 할 수 있는가' '어떻게 생각을 하는가' 등 생각의 방향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은 확실히 받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J학생(지구환경, 서울)은 "문항간 소문제들이 연결이 되어 있었다. 일단 1번부터 차례대로 제가 다 설명을 해드리고 그 다음에 교수님께서 추가적인 질문을 하셨다. 교수님의 질문은 생각을 이끌기 위한 질문인 듯했다"고 말했다.

답을 완벽하게 내지 못했어도 합격한 사례도 있다. 정답 여부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셈이다. D학생(경제, 충남)은 "사회과학 문제를 풀 때 일관된 논리로 설명해보려 노력했지만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간과한 부분에 대해 뒤늦게 생각하게 됐고, 앞서 진술했던 내용을 일부 수정했지만 전혀 감점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은 듯하다. 수학 문제는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했지만 풀어낸 곳까지 교수님께 설명을 드린 후 이후로는 어떻게 풀 계획인지 말씀 드렸다"며 "서울대 면접에서는 교수님과의 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학생의 사고방식을 평가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과도 다르지 않았다. G학생(물리천문, 서울)은 "면접관들이 정답을 물어보기보다는 어떤 식으로 해결했는지를 물어보셨고, 나도 어떤 식으로 풀었는지 풀이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구술면접은 일방적으로 문제를 어떻게 풀었다고 설명하는 자리가 아닌, '교수와의 대화'라 느낄 정도로 소통 측면이 강했다. 특히 D학생이 전한 면접실 상황이 인상 깊다. "서울대 면접의 특징은 면접할 때 교수님과 학생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는 점이다. 다른 대학의 경우 보통 교수님과 학생이 사용하는 책상이 분리되어 있고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는 반면, 서울대는 하나의 책상에 교수님과 학생이 마주 앉아 면접을 진행한다. 서울대가 일방적인 면접이 아닌 소통을 중시하는 면접을 추구함으로써 생긴 차이점이 아닌가 싶다. 특히 내가 핵심개념이라 생각되는 단어들과 수식을 말씀드릴 때 교수님께서 고개를 끄덕여 주셨는데, 스스로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지 못했더라도 나중에 교수님과의 대화 속에서 문제의 핵심을 찾아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 깊은 사고, 교육과정에서 가능 '손도 못댈 정도는 아니야'
서울대 구술고사는 분명 수능과는 다른 깊이를 요구했지만, '손도 못댈 수준'은 아니었다. E학생(자유전공, 광주)은 "수능보다는 확실히 생각의 폭이 넓은 것 같았다. 이렇게도 접근해볼 수도, 저렇게도 접근해볼 수도 있는 문제로 패턴화된 수능과 다르다"며 차별성을 언급했다. F학생(통계, 서울) 역시 "수능준비를 하면서 했던 수학은 거의 도움이 안 됐다"고 밝혔다. G학생(물리천문, 서울)은 "면접 때 크게 당황스럽진 않았다.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질문도 있었고, 생각할만한 질문도 있었다. 어느 수준에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던 질문이었다"며 "손도 못댈 문제가 아니었다. 생각하면 해결방법이 나올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고 전한다.

구술문제는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됐다. 영재학교 과고 지원자가 즐비한 이과 역시 일반고 학생들도 충분히 풀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증언이다. H학생(화학, 대전)은 "자연대는 영재학교 과고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편이라 고교 밖 범위에서 어렵게 나올 줄 알았는데, 일반고 출신인 내가 공부했던 고교 화학Ⅰ 화학Ⅱ 범위 내에서 출제됐다"며 "나중에 들었더니 과고 출신인데도 불합격한 경우도 있었다. 결국 면접은 단순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보다는 그것을 얼마나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본 사람이 잘 풀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교과서 개념으로 현장을 해결한 사례도 나왔다. L학생(산림과학, 서울)은 "생명과학 제시문에서 '어떤 점을 알아내기 위해 실험 방법을 고안하라'는 문제가 나왔는데, 문제에 대해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교과서에서 봤던 내용이 퍼뜩 떠올라 답변할 수 있었다. 교과서 개념이 이런 식으로 쓰일 줄은 몰랐는데, 교과서로 준비했던 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실제 면접을 치르고 보니, 고교교과과정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도 있다. E학생(자유전공, 광주)은 "기출문제들을 보면서 준비할 땐 순수하게 고교과정을 배운다고 해서 사고력이 증진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실제 면접을 접해서는 '아! 이건 할 수 있겠네' 하고 문제를 풀었다"며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푸는 방식과 패턴이나 학원교육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방식이 다른 것 같다. 내가 문제를 평가할 입장은 아니지만 2016 문제도 어렵기는 했지만 문제가 잘 출제된 것 같다. 사고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구술준비를 하며 학습의 희열을 느낀 사례들도 눈에 띈다. N학생(간호, 서울)은 "내신과 수능만 준비했을 때는 공부를 그냥 단편적으로 했다. 교과서가 있으면 이것저것 외워야 하는 식으로 공부했다. 그런데 구술고사를 공부하면서 굉장히 크게 느낀 점이 최대한 호기심을 가지려고 노력해서 다른 과목 내용도 끌어오고 하다 보면 사고 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재미있어서 공부하게 되는 게 정말 좋았던 것 같다. 그냥 억지로 암기 하려고 하면 잘 안 되는데, 왜 그런지 이유를 자꾸 찾으려다 보니까 억지로 안 외워도 원리가 이해됐다"고 전했다.

- 사교육 오히려 '독'.. 학교 안에서 충분
합격생들 가운데 사교육이 도움이 된 경우는 없었다. 혼자 준비하거나 학교의 도움을 받는 정도였다. 사교육을 받은 경우, 별 도움이 안 됐다는 얘기도 있다.

D학생(경제, 충남)은 "주변에서는 수능 마친 후 일주일 동안 면접 준비 학원을 가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는 수학이 일주일 만에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서울에 있는 학원까지 오가려면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 시간에 혼자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만 잃지 않으려고 그냥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J학생(지구환경, 서울)은 "1차 합격하고 나서 많은 친구들이 학원에 가는 걸 봤는데, 나는 학원에는 가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지구과학을 공부해서 그 지식을 토대로 말을 하면 되는 것이고 자신감 있게 말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학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교과서와 참고서로 공부했다"고 밝혔다. F학생(통계, 서울)은 "학원 면접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심화된 문제의 소스들이 주어지면 자신만의 사고를 하고, 또 사고의 과정을 쌓아갈 수 있다. 옆에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선생님만 계시다면 학원은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N학생(간호, 서울)은 구술대비 사교육을 받은 케이스다. 경험자로서 사교육을 통한 준비에 회의적이다. "학원에서는 고교과정 내의 과학이 아니라 대학과정 내용을 짜깁기해서 조금씩 알려주는 강의를 했다. 선생님이 질문을 던지면 거기에 대해서 생각하는 훈련을 시켰는데, 답변은 뻔한 답변일 수 있었다. 남들 다 가는데 안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학원에 갔는데, 크게 도움은 안 됐다"고 밝혔다.

<어떤 준비가 도움 됐나.. '기본에 충실하고 말로 풀어보라'> 
합격생들은 학원보다는 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이 합격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풀이 위주의 패턴화된 학습에 익숙해지기보다는 개념 위주로 학습하고 관련 사례를 떠올리고 책도 읽어보면서 친구들과 토론하거나 서로 가르쳐본 경험이 실질적 서울대 구술준비였다는 얘기들이다.

이과의 경우 암기로 치우칠 게 아니라 개념 원리에 대한 이해와 예시를 떠올려보는 공부가 도움이 됐다. H학생(화학, 대전)은 "수능은 '빨리 풀기'라는 느낌이어서 서울대 면접과는 굉장한 거리가 있다고 본다"며 "화학공부를 할 때는 원리를 갖고 예시를 다양하게 생각해보는 공부가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보다 이해가 부족한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이해를 쉽게 시킬 수 있을지 가정하고 생각해보면, 다양한 예시가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 방법을 조언했다. I학생(생명과학, 인천)은 "아무래도 생명과학 특성상 보고 암기만 하는 경향들이 있는데 면접에서는 암기만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다"며 "공부할 때 어떤 원리가 나오면 이게 왜 이렇게 나왔는지 과정을 평소에 생각해 보는 노력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내 경우 생명과학 공부를 할 때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에 대해서 그 과정 대해 의문을 갖고 관련 책을 읽고, 친구들과 의견을 서로 교환해 보고, 선생님께서 조언을 구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F학생(통계, 서울) 역시 "하나에 대해 오랜 시간을 들여 생각해보고 깨달음을 얻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과의 경우 특히 자신의 풀이과정을 급우들 앞에서 설명하는 과정이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F학생(통계, 서울)은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선생님들께서 문제를 친구들 앞에서 풀게 하셨는데, 그때 이 상황이 구술면접이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으로 준비해었다"고 말했다. D학생(경제, 충남) 역시 "친구들이 모르는 문제를 물으러 왔을 때 성의 있게 답변을 해주곤 했는데 내 머릿속에서 아는 것과 그것을 남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은 많이 달랐다.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주는 노력을 하면서 별도의 면접 준비 없이도 합격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술회했다. J학생(지구환경, 서울)은 "학교에서는 진도나가다 보면 시간을 빼서 실험을 하기 어려운데, 자율동아리에서 실험도 하다 보니 더 이해도 잘 됐다. 우리학교는 면접하기 한 달 전부터 선생님들과 문제를 가지고 면접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그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문과의 경우 독서토론의 경험이 힘을 발휘했다. A학생(고고미술, 경기)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경험은 첫째로 다양한 독서"라고 강조한다. A학생은 "폭넓게 독서를 했다. 문학 역사 철학 과학 식으로 분야를 나눈 다음 분야별로 책을 몇 권씩 골라서 읽고 독후감을 작성하고 독서퀴즈대회에도 나가면서 내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그것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했던 것이 면접에서 문제를 보고 답을 유추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B학생(인류, 광주)도 마찬가지였다. B학생은 "책을 많이 읽었다. 학교냐 독서토론동아리와 NIE를 고3 때까지 놓지 않았다. 꾸준하게 내 생각을 계속 글로 써 보고, 교내토론대회나 논술대회에도 꼬박꼬박 참가했다. 3년간 스스로 말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써보는 활동을 많이 찾아 한 것이 구술면접에 도움이 된 듯하다"며 "혼자 책 읽는 것은 힘들지만, 교내토론대회나 논술대회 신청을 해놓으면 기한 때문에라도 틈틈이 책을 읽게 된다"고 조언했다. C학생(경영, 서울)도 토론 위주의 교내 프로그램을 충분히 활용했다. C학생은 "고등학교 때 인문사회심화과정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좀 더 심화된 인문적, 사회적인 이슈들, 그리고 책의 내용, 철학 분야 등에 대한 발표하는 수업을 했었다. 과목별로 수행평가과제로 PPT 발표를 종종 했다"며 "이를 토대로 면접을 준비할 것이란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구술면접에 대해서는 크게 두려움이 없었다"고 전했다.

<합격생들의 면접실 시뮬레이션, 대기실 준비실 면접실의 과정>
합격생들은 후배들을 위해 대기실 준비실 면접실에 이르는 현장을 전하기도 했다. H학생(화학, 대전)은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각 조로 나뉘어서 각자 한 명씩 조에서 불려서 나가는 형식이었다. 작은 강의실(면접실)이 네 개가 있었고 각 강의실 바로 앞에 책상과 의자(준비실)가 있었다. 그 의자에 앉아서 화학 제시문을 읽고 면접실에 들어가는 형식이었는데 제시문과 연습지 2장을 가지고 필기구와 가방은 옆에 내려놓고, 30분 준비 후에 제시문과 연습지만 들고 들어가는 형식이었다. 안에는 칠판이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현장상황을 전했다.

대기실에선 평소 풀던 문제집을 풀 수 있다. C학생(경영, 서울)은 "내 면접순서가 1번이어서 대기실 긴장감을 느낄 시간도 없었다. 10분간 기다리는데, 마침 아침이어서 머리를 깨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쉬운 기출문제를 가져가서 계속 풀었다. 머리를 좀 깨웠다고 생각한 후에 준비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L학생(산림과학, 서울) 역시 "대기실에 아마 제일 먼저 도착했었는데, 수능공부하면서 봤던 프린트와 기출문제와 괜찮다고 생각하는 한두 문제 등을 가져가서 해당 개념을 말하는 연습을 했다"고 전했다.

준비실에서 제시문과 연습지(A4용지)를 받는다. F학생(통계, 서울)은 "준비실에서 30분 안에 답변을 준비하다가 진행요원이 시간이 되었다고 안내하면 문제를 푸는 데 썼던 연습지를 들고 차례로 면접을 보는 방식이었다"고 전한다. I학생(생명과학, 인천)은 "준비실에선 제시문에는 손을 댈 수 없고 연습지에 답변할 내용을 적을 수 있다"고 전한다.

면접실에선 '교수와의 대화'가 준비되어 있다. M학생(자유전공, 서울)은 "다른 대학은 면접관하고의 거리가 먼데, 서울대는 테이블 하나를 두고 마주봐서 일방적인 면접이라기보다는 약간 소통의 느낌이 강조되었던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내용 역시 면접이라기보다는 역시 대화의 접근이다. F학생(통계, 서울)은 "교수님들 앞에서 처음부터 문제풀이를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교수님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앉아서 바로 가까이에서 풀이과정을 설명하면 교수님들이 틀린 부분에 대해 질문하시고 다시 풀고 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L학생(산림과학, 서울)은 "면접실에 들어가서 긴장한 상태에서 조금 떨고 있었는데, 면접관들이 편한 말로 조금 분위기를 풀어 주셨다"고 전했다.

설명이 잘 안 되는 부분이라도 최대한 과정을 설명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는 조언들이다. 특히 L학생(산림과학, 서울)은 "아는 개념 몇 문제는 잘 설명했지만, 설명이 어렵던 부분은 '일단은 여기까지는 생각을 했다'고 말씀드렸다. 잘은 모르지만 가능한 당당히 대답을 하려 노력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J학생(지구환경, 서울) 역시 "고등학교 때 거의 수능 수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경험이 부족해 구술이 두려웠지만 경험하고 보니 현장에서 별로 긴장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자기생각을 자신감 있게 말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