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3학년 3~4등급,수상 3개도 합격 '활동 깊이 중요'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학종시대를 앞두고 불안감에 휩싸인 일반고 현장은 최근 발간된 서울대 웹진 아로리를 주목해야 하겠다. 서울대가 4일 아로리 4호를 발간하며 공개한 2016 서울대 수시 합격생 9명의 서류는 일반고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학종시대에 적응할 수 있을지 실자료를 토대로 안내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로리의 참여마당>나도 입학사정관 코너에 공개된 합격생 9명은 인문계열 3명, 지구환경과학부 3명, 전기정보공학부 3명으로 모두 일반고 출신이다. 공개된 서류내용을 종합하면, 내신은 반드시 1등급이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3학년 국영수사과에서 모두 1.00등급을 받은 학생도 있지만, 3학년 때도 국어3.00 영어4.00 수학2.00 사회2.00 과학2.00등급을 받은 학생도 있다. 최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서울대 합격의 조건'으로 내건 '교내상 48개'는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적게는 수상실적 3개에 불과했고, 많아야 8개였다. 나머지 6명 합격생의 수상실적 역시 4~6개에 불과했다. 9명 합격생의 도서목록 중 겹치는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9명 합격생 총 27권 중 세간에 필독서로 불리는 책은 '엔트로피' 한 권에 지나지 않았고 모두 학생 각자의 개성과 학습여정이 드러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서울대 합격생들이 읽은 책'이라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 마치 이 책 정도는 읽어야 할 것처럼 주장한 종로하늘의 주장은 잘못된 입시준비를 조장할 가능성이 컸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서울대가 강조하는 '활동'의 의미는 비교과 스펙이 아닌, 고교교육과정 내 '학습활동'이었다. 내신이 얼마인가, 수상실적이 몇 개인가 등 정량적 잣대보다는 자기소개서 문항인 '학업노력 및 학습경험' '의미있는 활동' 상에서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 교과학습을 넘어선 각자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가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기술된 공통점도 갖고 있었다. 학교생활 사례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문제해결능력이 돋보였다. 각 출신고교가 일반고임에도 다양한 학습경험을 가능케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통점 역시 눈길을 끈다. 최근 학종시대를 향한 일반고 위축 우려의 시선이 가득하지만, 서울대 합격사례를 통해 '일반고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신감과 함께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 방법을 고안해볼 수 있는 것이다.

 

 

▲ 서울대 입학본부가 아로리 4호를 발간하며 서류를 공개한 합격생 9명은 모두 일반고 출신이다. 일반고 체제에서 할 수 있는 교육과정 내에서 학생들은 얼마든지 지적 갈증을 풀어내는 학교생활을 해낸 공통점이다. /사진=서울대 아로리 캡처

 

 

<내신, 반드시 1등급 아니어도 합격 가능.. 4등급도 합격>
일반고 출신 9명 합격생의 서류를 종합한 결과, 서울대에 합격하려면 반드시 1등급이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교과에 따라 2등급인 경우도 있었으며, 심지어 4등급까지도 있었다. 내신은 분명 고교활동의 큰 축인 학습활동이라는 데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1등급이어야 한다'는 절대적 잣대는 아닌 셈이다.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는 이번 합격사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모집단위다. 충남출신 C학생의 내신이 4.00까지 있기 때문이다. C학생은 전체(1~3학년) 기준, 국4.00(과목수5) 영3.62(5) 수1.55(6) 사3.60(3) 과1.87(10) 생3.17(18)이었다. 수학과 과학에서 1.00대로 이과학생으로 당연해 보이지만, 아무리 이과생이라 하더라도 국영사에서 3~4등급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국어는 1학년4.00 2학년4.50 3학년3.00이다. 영어는 1학년3.50 2학년3.50 3학년4.00이다. 사회는 1학년4.00 3학년2.00이다. 이수 143단위, 평균재적 166명의 배경이다. 경기출신 B학생 역시 서울대 합격내신은 당연히 1등급이어야 한다는 오해를 풀만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국1.61(5) 영1.66(5) 수1.00(6) 사2.00(6) 과1.13(7) 생2.08(12)이다. 수학은 계속 1.00을 유지했지만, 국어와 영어는 1학년때 각 1.50 1.00이었던 것이 3학년 때 공히 2.00으로 밀려난 측면이다. 이수 128단위, 평균재적 279명의 배경이다.

자연과학대학 지구환경과학부 합격생 3명의 내신은 전체 기준 1.00~1.50이 대부분이지만 영어에서 2.00도 나왔다. 서울출신 A학생은 국1.59(5) 영1.23(5) 수1.46(7) 사1.00(4) 과1.48(15) 생1.64(15)이었다. 국어와 영어의 경우 3학년 때 성적이 각 2.00으로 떨어진 케이스다. 이수 140단위, 평균재적 284명의 배경이다. 인문대학 인문계열 합격생 3명의 내신은 전체 기준, 1.50을 넘지 않았다. 충남출신 A학생은 국1.20(5) 영1.21(5) 수1.18(5) 사1.40(1) 과1.11(3) 생1.00(19)이었다. 이수 132단위, 평균재적 227명의 배경이다. 전체적으로 1.00대를 유지했지만 3학년 때 영2.00 과2.00을 기록했다. 문과학생으로 과학은 이해되지만 영어가 2.00이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학교내 지식의 확장' 가능성 보여준 독서활동>
9명 합격생들이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책 27권은 '필독서'라 불리는 흔한 책을 찾기 어려웠다. 지구환경 B학생이 기재한 '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를 제외, 26권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험생의 지적 호기심의 스펙트럼과 깊이를 알 수 있는 책들이었다. 문이과 성향이 드러나거나 지원학과와 관련 있는 책들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각 3권의 책은 굳이 문이과로 구분되지 않으며 반드시 지원학과와 관련한 책으로 억지연결하지 않은 특징도 있다. 학습활동을 통해 책을 읽게 되고, 책을 통해 학습활동을 하게 되는 특징 역시 부각된다.

학교내 학습활동과 독서활동이 연결된 사례가 가장 먼저 들어온다. 인문A학생(충남)의 경우 학교 학습활동과 연계된 독서활동을 펼친 대표 사례다. 세 권 모두 학교내 학습동아리와 수업시간과 연계된 특징이다. 독서이후 또 다시 학습활동으로 이어진 특징도 있다. 학습동아리 활동과정에서 읽은 '소수의견(손아람)'을 통해선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끈기와 인내를 배우고 타인에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 관련해 용산참사가 떠올라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서 사회문제에 둔감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한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또다른 학습동아리의 논술수업을 통해 소수자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읽은 '팔로미나의 기적(마틴 식스미스)'은 미혼모나 동성애자 등 소수자의 얘기를 통해 포용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며 책을 읽은 후 자료를 더 조사해 소논문을 작성하게 한 계기도 됐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빈센트 반 고흐)'는 미술시간을 통해 접한 고흐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읽게 된 책이다. 이후 친구들과 함께 클림트 모네 등 친구들이 선택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작품도 제작하는 등 학교활동과 책을 연결한 과정 중심의 서술이 두드러진다.

책에서 생긴 궁금증을 또 다른 책으로 풀어낸 경우도 주목할만하다. 인문B학생(경기)은 영문학사에 대한 책을 읽다 생긴 궁금증을 '하이브리드 시대의 문학(김성곤)'을 읽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영문학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워나간 사례다. 인문C학생(부산)은 우연히 알게 된 황병승 시인의 시에 흥미를 느껴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황병승)'를 찾아 읽다 해석 부분에 막히자 수전 손택의 메타 비평 '해석에 반대한다'를 읽으며 지식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마찬가지로 교과서 안에서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을 독서활동을 통해 풀어낸 지식의 확장 가능성 역시 두드러진다. 평소 일기예보에 관심이 있던 지구환경A학생(서울)은 세부과정이 다뤄지지 않은 교과서에서 채우지 못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일기예보를 믿을 수 있을까?(로베르 사두르니)'를 읽으며 진로를 결정하기에 이른다. 지구환경C학생(경기) 역시 지구과학 교과 수업에서 채우지 못한 갈증을 책을 통해 풀었다. '지구온난화에 속지마라(프레드 싱거 외)'는 지구과학 교사가 알려준 회의적 시각의 과학자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펼치게 된 책이다. 전기정보A학생(서울) 역시 물리교과서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물리학 클래식(이종필)'을 읽으며 어떻게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었는지 과정을 설명했다. 수학의 개념이 다양한 부분에 쓰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반드시 알아야 할 50 위대한 수학(토니 크릴리)'을 통해 책의 내용이 수업과 연결되며 느낀 희열을 설명했다. 전기정보B학생(경기)도 계산 위주의 물리수업에 지칠 때 읽은 '한 권의 물리학(클리퍼드 A. 픽오버)'을, 전기정보C학생(충남) 역시 과학시간을 통해 접한 개념을 확장시키기 위한 과정으로 '반도체 제대로 배우기(강구창)'을 읽은 과정과 책을 통해 알게 된 내용, 즉 자신의 변화지점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수상 개수보다는 학교내 학습활동 중심>
수상 개수보다는 학교 내 학습활동을 통해 지식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이 더 부각되는 특징이다. 9명 학생들은 대부분 4~6개의 수상실적이다. 종로하늘이 최근 '서울대 합격의 조건'이라며 내건 '교내상 48개'가 터무니없을 정도다. 심지어 3개의 수상실적인 학생도 있었고, 많아야 8개에 불과했다. 수상실적은 같은 종목에 해를 거듭하며 경쟁력을 발휘한 측면도 있었다. 다방면의 실적이 아닌, 한두 개 종목의 실적이 해마다 나오는 식이다. 고교들은 대회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는 수업방식을 다양화하고 학생주도적으로 학습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 체제 마련이 더 중요해보인다. 9명 모두 일반고 출신임에도, 일반고 내에서 실현 가능한 학습활동은 다양했다. 활동을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여 자기화했는지 역량이 자소서에 고스란히 기재됐다.

문제풀이 중심의 수업보다는 토론과 발표 등의 수업이 학생들의 역량을 입증하는 배경이 됐다. 인문A학생은 연설을 암송하는 영어수업을 준비하던 중 자신만의 'Address Mini Book'을 만들어 인상 깊은 구절을 적고 감상을 영어로 썼다. 자연스럽게 듣기 말하기 훈련이 됐고, 3학년 때도 지속해나갔다. 교과서 속 시를 영어로 번역하는 선택과제를 하다가, 반대로 영시를 한국어로 번역해 영어교사로부터 문법상 오류를 고쳐나가고 감상과 관련한 조언을 받으며 수동적 학습이 아닌 상호교류하는 학습으로 발전시켜갔다.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소논문 작성은 고교 활동만으로도 가능했다. 대학교수와 연계해 진행한 아니라 다양한 학교내 학습활동을 접목시키면서 학생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특징이다. 인문B학생은 클러스터 심화영어독해독서 수업을 신청해 들으면서 신화탐구 동아리에서 습득한 지식을 접목시켜 발표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었고, 이를 영화 미술작품 등과 연결시켜 스스로 소논문을 구상해 작성해냈다. 이 학생은 교과서 밖에서 많은 교재를 활용했다. 영화 책 미술작품 외에도 TED MOOC 등을 통해 교과에서 더욱 확장된 지식의 자기화를 기한 측면이 돋보인다.

학교 안에서 돗자리만 펴지면, 아이들은 얼마든지 행복한 활동을 이어나간 측면도 눈에 띈다. 합격생들은 학교 내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활동'을 만들어 의미 있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인문C학생은 학교내 독서방송을 통해 자신의 문학비평을 학교내 학생들과 공부했다. 3학년 때 주말 기상시간 인증제를 실시할 것을 학급회의에 건의, 반의 단체 채팅방에서 주말 기상시간을 사진으로 찍어올려 인증함으로써 불규칙한 수면습관을 가졌던 친구들과 함께 좋지 않은 습관을 고쳐나간 사례를도 돋보인다. 지구환경A학생은 보통의 과학실험 동아리가 아닌, '실험봉사' 동아리를 통해 어린 학생들에 원리를 설명할 방법을 고민했다. 지구환경C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209일의 기적'이라는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서로 도와가는 즐거움을 알아갔다. 물론 요즘엔 일반고에도 흔해진 멘토-멘티활동 축제 동아리활동 등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나가고, 방과후 심화과정을 선택하거나 또는 교내 미개설 과목 수강을 위해 거점학교를 이용하는 등 스스로 발전해나간 과정 중심의 기술이 서류의 공통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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