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정시 57%, 이월 포함시 더 늘어..'의사선발 신중해야'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의대 전형방법 개편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됐다. 의대 본과 4학년생 3명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해 결국 3명 모두 실형을 받았던 2011년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 중 1명이 성균관대 의대에 정시를 통해 입학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나머지 가해자 중 1명도 옥중에서 수능 준비를 해 지방 소재 의대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범죄 가해자의 의대 입학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의대 입시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성적 위주의 전형방법을 고수하는 이상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시에 쏠려있는 선발비중을 수시로 옮겨 전형구조 자체를 개편하고, 수시에서는 다중미니면접 또는 인성면접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정시에서도 면접을 필수로 병행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미 최고의대인 서울대 의대가 진행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의대 입시 전반을 개편해야한다는 얘기다. 

▲ 성범죄 가해자의 의대 입학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의대 입시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성적 위주의 전형방법을 고수하는 이상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수시에서는 다중미니면접 또는 인성면접을 도입하며, 정시에서는 면접을 도입하는 등 궁극적으로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의대 입시를 변화시켜 나가는 방안이 대안으로 대두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최근 교육계의 관심은 성균관대 의대 재학생인 박씨에게로 쏠렸다. 박씨가 2011년 고려대 의대 성추행사건의 가해 당사자 중 1명이기 때문이다. 당시 실형을 선고받았던 박씨는 이후 정시를 통해 성균관대 의대에 입학했으나 수능 성적을 중심으로 학생부 성적이 부가되는 정시를 통해 입학했기 때문에 과거 이력이 드러나지 않았다.

‘2011년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은 고려대 의대 본과 4학년 남학생 3명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해 물의를 빚었던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 부모 가운데 일부는 피해자의 평소 사생활/사이코패스 여부/심성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피해자에게 인격장애가 있는 것처럼 허위문서를 꾸며 배포하는 등 적반하장식 행태를 보여 더욱 공분을 사기도 했다. 사건에 가담했던 3명은 1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2심에서도 전원 실형을 선고받았다. 가해자 중 1명은 상고를 포기해 2심판결이 확정됐으나, 2명은 상고해 대법원까지 재판이 이어졌고, 결국 2013년6월 전원 실형이 확정됐다.

고려대는 가해자들을 사건이 벌어진 지 4개월만인 2011년9월 전격 출교조치했다. 출교는 대학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제재로 그간 대학에 다닌 기록이 삭제돼 아무런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조치다. 퇴학 처분의 경우 추후 재입학 심사를 받아 자신이 다니던 학년 또는 1학년으로 다시금 입학할 수 있으나, 출교 처분 시에는 재입학이 허용되지 않는다. 의사 국가고시를 보기 위해서는 의대 졸업이 전제돼야 하므로 가해자들은 타 대학에 입학하지 않는 이상 의사가 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이후 실형을 살고 나온 가해자중 2명이 의대에 입학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성균관대 의대 본과1학년에 진학한 박씨가 논란의 중심축이 됐다. 의대는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하긴 하나 의사 자격증 획득이라는 특수성을 전제하고 있고,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에 요구되는 높은 윤리의식을 고려하면, 성범죄 이력이 있는 경우까지 포용할 수 있느냐는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죗값’을 치른 상태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도의적인 문제 때문에 제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성대 의대 학생회와 학생들도 법적 제재는 불가능하지만 다른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성대가 박씨에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전무하다. 정시를 통해 입학했기 때문이다. 수능을 중심으로 학생부를 부가해 치러진 성대 정시입시 구조상 특별한 문제 없이 입시 경쟁을 이겨내고 입학한 박씨를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시가 치러졌거나, 면접이 포함된 정시였다면 입학취소 처분까지도 고려할 수 있으나, 수능중심의 정시 입학생에게는 불가능한 방법이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동일한 사건이 우리 대학에서 일어났다 하더라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학생부종합전형 내지는 서울대가 실시하고 있는 면접이 포함된 정시라면 제재 가능하다. 면접에서 과거 이력을 묻는 것은 가능하며, 지원자가 해당사실을 숨긴 경우 입학취소 처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의대 입시에 대대적인 개편이 가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입시 구조처럼 수능 중심의 의대 입시가 계속된다면 박씨와 같은 사례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어렵다면, 교육부에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018학년이 학종시대로 불릴만큼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수시 역시 계속해서 확대돼 올해 전체 4년제 대학 수시/정시 선발인원 가운데 69.9%를 수시로 선발하고 있는 상태지만, 의대 입시는 여전히 정시 중심으로 진행된다. 아직 전형별 모집인원이 확정되지 않은 의대의 경우 지난해 입시 인원을 대입해 계산하면 올해 전국 38개 의대는 56.9%를 수시, 43.1%를 정시로 선발한다. 지역 인재 배려성격인 통칭 지역인재전형을 배제하고 일반전형만을 기준으로 보면 수시 50.3%, 정시 49.7%로 더욱 정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전체 대학들만 보면 10명 중 3명만이 정시로 선발된다고 보이겠으나, 실제 의대 일반전형의 절반은 정시 선발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성대에서 발생한 논란이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는 구조다.

교육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전검증 장치가 없는 정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교육계는 전면 정시폐지가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현재 일부 의대가 시행 중인 다중미니면접을 수시에 전면 도입하고, 정시에서는 인성면접 등을 도입함으로써 생명을 다루는 의사 선발에 신중함을 보다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다중미니면접은 의대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꼽혔다. 다수의 면접실을 두고 면접 대상자가 각 면접실을 순차적으로 돌며, 다양한 상황과 제시문을 통해 진행되는 다중미니면접은 지식보다 인성에 중점이 맞춰진 면접으로 ‘의사’라는 직업의 특수성과 관련해 가장 효과적인 평가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의대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정시 중심의 의대 입시구조를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축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대안을 제기했다. 최소한의 ‘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선발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부를 주 평가요소로 두고, 면접이 부가되는 형태의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서는 성대 의대와 같은 논란을 방지할 수 있으며, 추후 사실이 드러났을 때 제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은 부가적인 효과다.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이 낸 2017 대입 자료집에 따르면, 2017학년 의대 수시는 전체 선발인원 대비 57%에 달할 만큼 규모가 크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17%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는 학생부교과전형 26%, 논술 11%, 특기자전형 2% 등이다. 2018학년 서울대 78%, 고려대 61%, 서강대 55%, 성균관대 49% 경희대 43% 한양대 39% 중앙대 31% 이화여대 30%, 연세대 24% 등 서울 상위권 대학들이 2018학년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을 크게 늘린 것과 비교하면 의대는 아직 학생부종합전형 확대에 미온적인 상황이다. 의대의 정시 비중이 높은 점을 두고 한 대학 관계자는 자연계 최상위 선호도라는 의대의 특수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기형적인 의대 선호현상으로 인해 자연계열 최상위권은 의대로 몰리고 있다. 비리 등으로 전국 의대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을 받지 못했으며, 폐과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모대학 의대조차도 여전히 높은 점수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방대 뿐만 아니라 서울 소재 대학들조차도 의대 합격생들의 정시 성적이 제일 높다보니 대학 전체의 합격생 성적 평균을 끌어올릴 수 있을 만큼 성적이 좋은 자원들이 정시를 통해 입학한다. 몇몇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모집단위에 의대를 포함시키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의대 입시의 중심이 정시에 있는 이유다. 현 상황에서 정시가 중심축이 되는 전형방법을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바꾸리라고는 보기 어렵다.”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교교육정상화 사업을 비롯한 국가재정지원 사업들과 연계해 의대의 전형방법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라이센스가 제공되며 자연계열 최상위 입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주도 차원에서 변화를 유도할 당위성은 충분하다”며, “환자와 직접 접촉하는 등 높은 윤리성이 요구되는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의대 입시만큼은 면접 등을 통해 사전검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지금부터라도 교육부가 앞장서서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는 등 의대 입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 전국 38개 의대 선발구조 개괄
구분 수시 정시
일반전형 994 50.30% 982 49.70% 1976
지역인재전형 412 16.70% 82 3.30% 494
전체 1406 56.9% 1064 43.1% 2470
*기초자료=대성학원 제공

2017 전국 38개 의대 선발구조
구분 수시 정시
일반 지역인재 일반 지역인재
대학 인원 비율 인원 비율 인원 비율 인원 비율
서울대 70 73.7% 0 0.0% 25 26.3% 0 0.0% 95
연세대 55 71.4% 0 0.0% 22 28.6% 0 0.0% 77
울산대 20 50.0% 4 10.0% 16 40.0% 0 0.0% 40
성균관대 15 37.5% 0 0.0% 25 62.5% 0 0.0% 40
가톨릭대 40 61.5% 0 0.0% 25 38.5% 0 0.0% 65
고려대 81 76.4% 0 0.0% 25 23.6% 0 0.0% 106
한양대 40 36.0% 0 0.0% 71 64.0% 0 0.0% 111
한림대 10 13.2% 12 15.8% 54 71.1% 0 0.0% 76
중앙대 56 65.1% 0 0.0% 30 34.9% 0 0.0% 86
경희대 54 70.1% 0 0.0% 23 29.9% 0 0.0% 77
이화여대* 25 47.2% 0 0.0% 28 52.8% 0 0.0% 53
아주대 28 70.0% 0 0.0% 12 30.0% 0 0.0% 40
인제대 35 37.6% 28 30.1% 30 32.3% 0 0.0% 93
순천향대 25 26.9% 25 26.9% 43 46.2% 0 0.0% 93
연세대(원주) 69 73.4% 14 14.9% 11 11.7% 0 0.0% 94
부산대* 20 22.7% 40 45.5% 28 31.8% 0 0.0% 88
을지대 10 25.0% 8 20.0% 22 55.0% 0 0.0% 40
전남대** 40 32.0% 30 24.0% 47 37.6% 8 6.4% 125
영남대 18 23.7% 20 26.3% 38 50.0% 0 0.0% 76
동아대 0 0.0% 14 28.6% 20 40.8% 15 30.6% 49
계명대 20 26.3% 20 26.3% 36 47.4% 0 0.0% 76
고신대 40 52.6% 10 13.2% 26 34.2% 0 0.0% 76
가톨릭관동대 22 44.9% 7 14.3% 20 40.8% 0 0.0% 49
충북대 10 20.4% 17 34.7% 22 44.9% 0 0.0% 49
원광대* 10 13.2% 29 38.2% 37 48.7% 0 0.0% 76
대구가톨릭대 5 12.5% 10 25.0% 25 62.5% 0 0.0% 40
건양대 15 30.6% 16 32.7% 9 18.4% 9 18.4% 49
조선대 26 29.5% 26 29.5% 16 18.2% 20 22.7% 88
경북대 25 32.5% 24 31.2% 28 36.4% 0 0.0% 77
전북대 10 13.0% 39 50.6% 28 36.4% 0 0.0% 77
충남대 43 55.8% 0 0.0% 10 13.0% 24 31.2% 77
경상대 9 17.0% 11 20.8% 25 47.2% 8 15.1% 53
인하대 25 73.5% 0 0.0% 9 26.5% 0 0.0% 34
가천대 15 53.6% 0 0.0% 13 46.4% 0 0.0% 28
단국대 0 0.0% 0 0.0% 40 100.0% 0 0.0% 40
서남대 16 32.0% 15 30.0% 19 38.0% 0 0.0% 50
제주대* 0 0.0% 6 30.0% 14 70.0% 0 0.0% 20
동국대(경주) 0 0.0% 0 0.0% 24 100.0% 0 0.0% 24
전체 994 40.2% 412 16.7% 982 39.8% 82 3.3% 2470
※기초자료=대성학원 제공. 2017 전형계획 기준
*표시된 대학은 2017 모집인원 미확정으로 2016 요강 기준
 
**전남대=2017전형계획은 정원88명이지만, 실제 125명
(전형별 인원은 2016 선발비율 적용한 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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