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5개대 중 가장 빠른 행보..'18P에서 322P로'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성균관대가 수요자 중심의 ‘착한 대학’을 향한 행보에 적극 나섰다. 올해 선행학습 영향 평가 보고서를 상위대학 15개 가운데 가장 이른 29일 공개했다. 올해 2년차에 접어든 평가보고서 공개는 교육 수요자들 입장에서 대학별고사의 기출 문제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영향평가 보고서의 양과 질도 바뀌었다. 지난해 18P짜리 부실했던 보고서가 올해 322P로 대학별 고사를 충실하게 분석/평가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미 2018 전형계획을 통해 특기자 폐지, 학생부종합 확대 등 수요자 중심의 파격적인 입시안을 내놓은 성대의 차후 행보에 교육계의 관심이 쏠린다.

성균관대는 서울 상위 대학 가운데 가장 이른 29일 ‘2016학년 선행학습영향평가결과 보고서’(영향평가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서울 상위권 대학들 가운데 가장 빠른 행보다. 서울대를 비롯해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시립대 이화여대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 숙명여대 등 서울 상위 15개대 가운데 30일까지도 영향평가 보고서를 공개한 곳은 없었다.

▲ 성균관대가 ‘착한 대학’을 향한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통상적으로 교육 수요자들의 시각에서 기출 문제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선행학습영향평가결과 보고서를 타 대학보다 이른 29일 공개했기 때문이다. 영향평가 보고서의 내용도 지난해 부실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충실하게 대학별 고사를 분석/평가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선행학습 영향평가결과 보고서는 전년도 실시된 교과 관련 논술 면접 등 대학별 고사가 고교교육과정을 벗어났는지 여부를 대학이 자체적으로 평가해 공개하는 보고서다. 대학들은 통상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공교육정상화법 시행령은 “영향평가 결과 및 다음 연도 입학전형에의 반영 계획을 매년 3월 31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해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문의 내용이 31일‘까지’인 탓에 보다 빠르게 공개해도 무방하지만, 대학들은 다음연도 전형계획과 당해연도 수시 모집요강 수립시기와 공개시기가 겹치는 점 등을 들어 통상 31일 공개한다. 영향평가 보고서의 의무 게재는 본래 대학들의 대학별 고사가 고교교육 과정 내에 있는지를 평가하고, 잘못된 부분은 다음 년도에 수정/반영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됐다. 선행학습 관련 사교육 수요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교육 수요자들에게 있어 보고서는 가장 먼저 전년도 기출문제가 공개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전년도 논술/면접 등의 기출문제뿐만 아니라 출제의도/출제범위/채점(평가)기준/예시답안 등이 함께 공개되기 때문에 논술전형 또는 면접이 포함된 학생부종합전형 등을 준비하려면 꼭 참고해야 할 보고서인 때문이다. 성대의 빠른 보고서 공개가 대학의 수요자 배려로 비춰질 수 있는 이유다.

성대의 보고서는 발표시기가 앞당겨진 것 뿐만 아니라 내용의 충실함을 꾀했다는 미덕도 지녔다. 지난해 성대가 발표한 보고서는 불과 18페이지에 불과했다. 표지 1페이지와 운영지침 2페이지를 제외하면 15페이지 수준으로 타 대학들과 비교해도 부실한 편이었다. 성균관대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 서강대는 31페이지, 중앙대는 42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과 대조됐다. 한양대는 27페이지를 내는 데 그쳤으나 기출문제를 따로 홈페이지에 탑재했다. 보고서의 ‘양’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긴 하나 성대가 내놓은 실질 15페이지의 보고서는 기출문제만 담기에도 부족했다.

올해 성대의 보고서는 무려 322페이지에 달한다. 논술우수전형, 과학인재전형 등 논술고사 문제들과 글로벌인재전형(스포츠과학)의 면접/구술고사 문제 등이 전면 공개됐다. 재외국민전형에서의 국어 영어(인문계) 수학(자연계) 필답고사문제와 의예과에 한정해 실시된 면접문제 등도 공개범주였으며, 기출문제의 제시문과 문항, 배점, 출전, 출제범위부터 시작해 적용 교육과정까지 낱낱이 공개대상이 됐다. 자문위원들이 문제를 두고 평가한 내용들도 고스란히 보고서에 수록됐다.

물론, 성대의 충실한 보고서의 배경으로는 올해 초 교육부와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이 펼친 물밑 노력이 존재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선행학습영향평가 보고서가 공개된 결과, 대학별로 선행학습영향평가 보고서의 분량부터 공개범위까지 전부 제각각인 탓에 보고서의 실효성까지 문제되자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산하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이 대학들을 대상으로 보고서 개선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예방연구실은 지난해 9월 대학들을 상대로 세미나(워크숍)을 개최해 보고서에 담길 통일 항목들을 안내함으로써 최소한의 보고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대학들이 의문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2월에는 2차 세미나를 열고 대학들의 보고서 작성을 돕고 작성방법을 안내하기도 했다.

교육부와 예방연구실의 물밑 노력이 상당부분 작용했다고는 하나, 성대가 신속한 보고서 공개를 결정한 점은 ‘착한 대학’을 향해 가는 행보의 연장선상이 아니겠느냐는 평가다. 동일한 세미나 참석 대학들 중에서도 가장 빠른 공개로 수요자 친화적인 대학을 향해 한 발 더 다가가는 모습인 까닭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2018 입시안을 통해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진 성대가 영향평가결과 보고서까지 빠르게 공개하고, 내용의 충실도까지 높이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성대가 지금의 행보를 이어 나간다면 수요자들에게 친화적인 ‘착한 대학’으로 빠른 시일 내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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