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만든 도공에 깃든 노동과 예술의 정신'

‘이성적 인간(wise man)’을 의미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용어가 사용된 이래, 인간을 규정하는 다양한 표현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놀이를 인간의 본성으로 보는 호모 루덴스, 언어를 쓰는 존재로 인간을 규정하는 호모 로퀜스, 경제 활동에 초점을 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있습니다. 노동을 인간의 중요한 본성으로 볼 때는 호모 라보란스(Homo Laborans)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삶을 이어가므로 충분히 설득력 있는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와 사상에 따라 노동을 보는 관점 또한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고대 노예제 사회에서 노동은 노예들이나 하는 천한 것이었습니다. 귀족이 여가를 즐기는 동안 노동은 노예의 몫이었지요. 하지만 개신교에서는 노동을 신이 인간에게 내린 소명으로 봅니다. 노동을 가치를 창출 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으로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노동은 천하기는커녕 인간을 존엄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수단이며 아름다움과 즐거움, 즉 예술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이 관점을 대표하는 인물이 영국의 작가이자 사업가인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입니다. 19세기 영국에서 공예 디자이너이자 화가, 시인, 소설가, 사업가로 활동했던 그는 『노동과 미학』에서 “예술이란 훨씬 더 큰 범위로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인간의 노동에서 나온 아름다움,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주변 환경을 포함한 인간의 삶 속에서 그 사람이 취하는 관심의 표현, 즉 삶의 기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예술이란 단지 회화, 조각, 건축 등 이른바 ‘예술작품’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평생을 부지런하게 노동하며 예술작품을 생산했던 그는 노동이란 “인간의 자존감을 높이고 삶에 존엄을 더하는 것”이며 장인 정신의 구현으로 삶의 기쁨을 주는 예술과 분리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사금파리 한 조각』원서와 국내 번역본 표지.
『사금파리 한 조각』원서와 국내 번역본 표지.

한국계 미국인 작가 린다 수 박(Linda Sue Park)이 고려 시대 고아 소년 목이를 주인공으로 해서 쓴 소설 『사금파리 한 조각(A Single Shard)』은 바로 이 모리스의 노동과 예술관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기 때 부모를 잃고 다리 밑에서 살고 있던 두루미 아저씨에게 내맡겨진 목이는 먹고살기 위해 늘 일을 해야 했습니다. 도공 민 영감의 도자기를 보면서 아름다운 도자기를 굽고 싶어진 목이는 민 영감에게서 배우며 도공으로 성장해갑니다. 소설은 목이가 두루미 아저씨와 민 영감에게서 노동과 예술에 대한 올바른 관점과 태도를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그 관점이란 노동이 인간을 존엄하게 만들고 예술작품이란 장인 정신의 구현이라는 바로 모리스의 노동관입니다.

이 소설의 무대는 고려청자의 생산지 부안 줄포입니다. 작가는 소설 후기에서 독특하고 뛰어난 예술성을 자랑하는 고려청자가 오랜 세월 무시 받아온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는데 그런 마음이 이 소설을 쓴 동기로 읽힙니다. 민 영감이 고아 목이를 양자로 맞으며 형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일제 치하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낸 전형필 선생에 대한 존경을 담은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 대중문화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이 작품이 나온 이십 년 전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제법 있던 시절입니다. 한국문화를 알리려는 노력을 담은 이 소설이 2002년 뉴베리 대상까지 수상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노동은 사람을 품위 있게 만든다” 

주인공 목이의 이름은 죽은 나무나 낙엽 속에서 자라는 목이버섯에서 따온 것입니다. 두루미 아저씨 말대로 고아에게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이지요. 두루미 아저씨는 다리를 못 쓰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습니다. 두루미 아저씨 가족은 모두 아팠고 치료에 온 재산을 쓰는 바람에 다리 밑 생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목이와 두루미 아저씨 모두 뼈 빠지게 일을 해야 겨우 한 끼니를 때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고되고 비참한 삶 가운데서도 두루미 아저씨는 목이에게 노동의 가치를 가르칩니다.

이 소설은 초입부터 정직하고 성실한 노동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목이는 가마니가 부실해 쌀을 흘리며 가는 농부를 발견하고 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나 고민합니다. 좀 더 기다리면 더 많은 쌀을 주울 수 있겠지만 왠지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목이는 결국 농부에게 쌀이 새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농부는 자신이 가마니를 촘촘하게 짜도록 “진득하게 참고 일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목이에게 쌀을 주워가도록 허락합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게 마련입니다. 농부는 인내심을 갖고 성실하고 꼼꼼하게 가마니를 짜지 못한 대가를 치러야 했고, 쌀이 새고 있다는 것을 알린 목이는 정직함의 대가로 쌀을 줍도록 허락받았습니다. 쌀 한 톨 한 톨을 줍는 노력의 대가로 목이는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목이는 도공 민 영감의 작품에 매료돼 넋을 잃고 보다가 그만 작품을 깨트리고 맙니다. 그 대가로 아흐레 동안 민 영감의 집에서 일해야 했습니다. 그 노동은 너무도 힘들었지만, 목이는 꾹 참아냅니다. 아흐레가 지나 일을 더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던 목이는 계속 일을 하게 해달라고 민 영감에게 간청하여 허락을 받습니다. 품삯 대신 민 영감 집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을 권리를 얻게 됩니다. 이제 목이의 노동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의 대가가 아닙니다. 자유롭게 선택한 노동의 대가로 받게 된 조촐한 점심이 임금님의 잔칫상 부럽지 않은 이유입니다.

목이는 젓가락을 집어 들고 잠깐 빤히 들여다 봤다.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왕궁에서 먹는 잔칫상도 지금 자기 앞에 놓인 이 조촐한 음식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직접 일해서 번 것이었기 때문이다.

Tree-ear picked up the chopsticks and stared for a moment. Of one thing he was certain: The feast-day banquets in the palace of the King could never better the modest meal before him, for he had earned. it. 

목이는 자신이 받은 호의나 은혜를 반드시 자신의 노동으로 갚았습니다. 목이는 민 영감 부인에게서 받는 점심 바가지를 반만 먹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집에 가져가서 두루미 아저씨께 드리기 위해서지요. 이를 안 민 영감 부인은 목이가 숨겨둔 바가지에 매번 밥을 가득 채워줍니다. 덕분에 목이와 두루미 아저씨는 매일 푸짐한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신세만 지고 있을 수 없는 목이는 일이 끝나고 매일 물통을 길어다 놓습니다. 자신의 노동으로 대가는 반드시 지불하겠다는 목이의 정직함과 자존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목이의 성품과 노동에 대한 자세는 두루미 아저씨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목이는 일찍이 두루미 아저씨한테서 가르침을 받은 것이 있었다. 숲과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가을날 땅바닥에 떨어진 낟알을 줍는 것은 시간과 노동을 들여서 하는 떳떳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훔치고 구걸하는 일은 사람을 개나 다름없이 만든다고 배웠다. “노동은 사람을 품위 있게 만들지만, 도둑질은 사람에게서 품위를 빼앗아 가는 거야.” 두루미 아저씨는 종종 이렇게 말했다.

Tree-ear had learned from Crane-man’s example. Foraging in the woods and rubbish heaps, gathering fallen grain-heads in the autumn – these were honorable ways to garner a meal, requiring time and work. But stealing and begging, Crane-man said, made a man no better than a dog. “Work gives a man dignity, stealing takes it away,” he often said. 

“사람을 품위 있게 만드는” 노동은 바로 윌리엄 모리스가 주장한 “인간에게 자존감을 주는 노동”입니다.

사금파리 한 조각에 남은 빛나는 장인 정신

두루미 아저씨에게서 정직하고 성실한 노동의 가치를 배운 목이는 도공 민 영감에게서 예술적 완벽을 추구하는 노동을 익힙니다. 무서울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집중력과 노동을 통해 민 영감은 보통사람은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섬세한 차이를 잡아냅니다. 민 영감은 꽃병 하나 만드는 데 두 달을 공들이고도 만족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도자기를 깨뜨려 버립니다.

민 영감은 늘 자기가 빚은 첫 번째 작품에 퇴짜를 놓았다. 그러고는 모든 과정을 되풀이하곤 했다. 오늘도 목이는 민 영감이 마침내 만족하기까지, 진흙 도자기가 네 개나 들렸다 내던져지는 걸 보았다. 목이 눈엔 네 작품이 다 똑같아 보였지만, 민 영감은 네 번째 작품의 뭔가를 보고서야 만족했다. 기다란 실을 솜씨 있게 도자기 밑으로 집어넣어 물레에서 떼어내고는 물기를 말리기 위해 조심스레 쟁반 위로 옮겨 놓았다.

Min never failed to reject his first attempt. Then he would repeat the whole process. This day Tree-ear was able to watch the clay rise and fall four times before Min was satisfied. Each of the four efforts had looked identical to Tree-ear, but something about the fourth pleased Min. He took a length of twine and slipped it deftly under the vase to release it from the wheel, then placed the vase carefully on a tray to dry. 

사람들은 민 영감을 “거북이 같은 장인”이라고 말합니다. 민 영감은 젊은 시절부터 인정받는 도공이었지만 완벽한 작품만을 고집했기 때문에 제작 속도가 매우 느렸지요. 그래서 큰돈을 주는 주문도 많이 놓쳤습니다. 손님은 해마다 줄고 수익도 얼마 되지 않았지요. 이윤추구를 위해 날림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모리스가 생각나는 지점입니다.

작품에 혼신을 불어넣는 예술가 민 영감을 작가는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왕실에 도자기를 납품하는 것이 꿈인 민 영감이 왕실 감도관에게 내놓을 작품 제작에 몰입하는 광경입니다.

민 영감은 마치 신들린 사람 같았다. 조금 먹고 조금 잤으며, 햇빛 속에서 일하건 등잔 불빛 아래에서 일하건 언제나 눈빛이 무섭게 이글거렸다. 처마 아래 작업장의 허공도 불안한 속삭임들과 쉿 소리들로 술렁거리는 듯했다. 왕실 감도관이 돌아올 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Min was like a man with a demon inside him. He ate little, slept less, and whether he worked by daylight or lamplight, his eyes always seemed to glitter with ferocity. Tree-ear felt that the very air in the workspace under the eaves was alive with whispers and hisses of anxiety; the emissary would be returning very soon. 

민 영감이라는 열정적인 장인의 아우라가 잘 표현된 구절입니다. 또 다른 도공 강 영감은 민 영감의 장인 정신과 대비되는 인물입니다. 강 영감도 감도관의 주목을 끌어 결국 그해 왕실 납품을 따낼 정도로 실력 있는 도공입니다. 그러나 강 영감은 장인으로 불리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국화.
수십 송이 국화. 꽃이 활짝 핀 술잔과 물 주전자와 꽃병과 사발 등 모든 그릇에서, 꽃잎 여덟 장의 단순한 꽃들이 눈길을 끌었으며, 결코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릇이 지닌 자잘한 결점들은 순백색 꽃에서 퍼져 나온 광채 속에 묻혔다.

Chrysanthemums. 
Dozens of them. On every vessel – blooming from wine cups and jugs and vases and bowls – the simple eight-petaled flowers caught one’s attention and seized it as if they would never let go. The slight imperfections of Kang’s vessels disappeared in the light that seemed to blaze from the pure-white blossoms. 

그는 민 영감처럼 끈질기게 완벽을 추구하는 대신 화려한 기술로 결점을 가립니다. 빠르게 물건을 만들고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감도관이 느끼듯 뭔가 부족합니다.

이에 반하여, 장인 정신으로 빚어진 민 영감의 오리 주전자에는 살아서 꽥꽥 소리를 낼 것만 같은 섬세함과 정교함이 살아 있는 것과 대비됩니다. 민 영감이 빚은 청자 매병의 아름다움을 소설에서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목이는 민 영감의 물레가 빚어내는 매화 꽃병의 균형미를 좋아했다. 민 영감과 함께 지내기 시작한 초창기 봄날에, 민 영감이 완성한 꽃병에다 매화나무 가지 꽂는 걸 본 적이 있었다. 서로 잘 어울리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꽃병의 부드러운 곡선과 신비로운 초록빛. 매화나무 잔가지의 날카로움과 가벼운 흰 꽃 무리 속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검은 빛. 그것은 한 인간의 작품이자, 땅의 진흙과 하늘의 매화 가지가 어우러진 자연의 작품이었다. 어떤 평화로운 느낌이 목이의 몸과 마음에 퍼져 나갔다. 꽃병과 꽃병에 꽂힌 나뭇가지를 바라볼 때면, 이 세상에 잘못될 일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Tree-ear loved the symmetry of the prunus vases that grew on Min’s wheel. Once, back in the spring during his early days with Min, he had watched the potter place a plum branch in a finished vase to judge the effect. 
The gentle curves of the vase, its mysterious green color. The sharp angles of the plum twigs, their blackness stark amid the airy white blossoms. The work of a human, this work of nature; clay from the earth, a branch from the sky. A kind of peace spread through Tree-ear, body and mind, as if while he looked at the vase and its branch, nothing could ever go wrong in the world. 

단지 인간의 손재주만이 아니라, 인간의 기술이 자연과 조화할 때, 우리는 그것을 진정한 예술작품이라 칭합니다. 민 영감의 매병은 바로 이런 진정한 예술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목이는 이 청자 매병을 송도에 있는 감도관에게 가져다주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도중에 도적을 만나 그만 청자가 깨지고, 목이는 그 깨어진 매병의 사금파리 한 조각을 들고 왕실로 갑니다. 민 영감의 청자 매병은 사금파리 한 조각만으로도 “비색 광채와 물처럼 투명한 빛깔(Radiance of jade and clarity of water)”을 알아차릴 만큼 신비한 아름다움을 뽐낼 정도입니다.

“하루에 마을 하나씩, 이게 네가 송도까지 갈 방법이야”

두루미 아저씨는 고아가 된 목이의 목숨을 살려주었을 뿐 아니라,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성장을 이끌어주었습니다. 목이가 고통스러운 굶주림 속에서도 정직하고 성실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두루미 아저씨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두루미 아저씨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식과 노동의 가치를 가르쳤을 뿐 아니라, 인간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도 가르쳤습니다. 그 결실로 목이는 민 영감네에서 점심 도시락을 다 먹은 자신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두루미 아저씨가 목이에게 해준 여러 조언 중에서, 송도로 길을 떠나는 목이에게 해주는 조언은 특히 인상 깊습니다.

“네 마음은 네가 송도까지 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하지만 네 몸한테는 그 사실을 알려주면 안 돼. 언덕 하나, 골짜기 하나, 하루에 하나씩, 이처럼 한 번에 하나만을 생각하게 만들어야 해. 그러면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마음이 지치는 일은 없을 거야. 하루에 마을 하나씩. 목이야. 이게 네가 송도까지 갈 방법이야.”

“Your mind knows that you are going to Songdo. But you must not tell your body. It must think one hill, one valley, one day at a time. In that way, your spirit will not grow weary before you have even begun to walk. 
“One day, one village. That is how you will go, my friend.”

두루미 아저씨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지만, 아저씨의 가르침은 목이에게 어떻게 도공의 길을 가야 하는지도 가르쳐줍니다.

그런 꽃병에 적합한 무늬를 새기는 솜씨를 갖추기까지는 과연 얼마큼의 시간이 걸리게 될까? 언덕 하나, 골짜기 하나… 하루에 하나씩, 그런 방식으로 여러 해 여행하다 보면 마침내 완벽한 무늬를 새기게 될 거야.

How long would it be before he had skill enough to create a design worthy of such a vase? One hill, one valley. . . One day at a time, he would journey through the years until he came upon the perfect design. 

『사금파리 한 조각』은 청자상감구름학무늬매병에 대한 소개로 마무리됩니다.

이 꽃병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복잡한 상감 무늬이다. 가장 대표적인 매화 꽃병은 원형 음각 무늬가 마흔여섯 개 있는데, 제각각 바깥쪽의 흰색 동그라미와 안쪽의 검정 동그라미로 이루어졌다. 먼저 무늬를 새긴 다음 뛰어난 솜씨로 상감 세공을 한 것인데, 동그라미들 속에 우아하게 비상하는 학이 들어 있다. 원형 음각 무늬 사이로는 구름이 떠가고 있으며, 구름 속엔 동그라미 속보다 더 많은 학이 날아다니고 있다. 바탕 빛깔은 옅은 농도의 청자색이다.
이 작품은 “청자상감구름학무늬매병”으로 불린다. 꽃병을 만든 이는 누군지 알려져 있지않다.
 

The vase’s most remarkable feature is its intricate inlay work. Each of the forty-six round medallions is formed by a white outer ring and a black ring. Within every circle, carved and then inlaid with great skill, there is a crane in graceful flight. Clouds drift between the medallions, with more cranes soaring the clouds. And the glaze is a delicate shade of grayish green.
It is called the “Thousand Cranes Vase.” Its maker is unknown. 

여기서 학은 순우리말로 두루미입니다. 매병에 새겨진 아름다운 구름 위를 날아다니고 있는 두루미는 두루미 아저씨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름이 알려져 있지않은 이 매병의 도공은 아마도 도공으로 성장한 목이가 아닐까요? 두루미 아저씨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감사의 마음을 담아 아름다운 청자 매병을 만들어내는 목이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 다음 편 예정
다음에 다룰 영어 원서는 위티 이히마에라(Witi Ihimaera)의 『웨일 라이더(The Whale Rider)』입니다. 뉴질랜드 마오리족 출신 작가가 쓴 이 소설은 마오리족의 신화와 현실이 씨줄과 날줄처럼 짜인 멋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함종선 mysstar@naver.com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에모리(Emory)대 박사후 연구과정을 수료한 후 서울대, 방송통신대 강사를 거쳐 민사고와 하나고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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