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의 조건

여러분은 아주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을 갑자기 잃은 적이 있나요? 예를 들어, 정전으로 TV나 냉장고를 쓰지 못하거나 물 공급이 끊겨 수도를 쓸 수 없다거나 버스나 전철 등 교통수단이 마비되어 원하는 곳에 갈 수 없었던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요? 이런 것들은 우리 생활에서 너무 익숙하고 당연해서 그 소중함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만약 그것들이 갑자기 멈추거나 사라지면 큰 혼란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태어나고 생활하는 공간인 가정을 아주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만약 가정에 큰 변화가 생긴다면 삶은 큰 혼란을 겪겠지요. 인간은 아주 연약하게 태어나기 때문에 가정에서 오랜 시간 보호자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가정은 단지 우리의 신체적 생존을 위해 필요한 공간만은 아닙니다. 가정은 한 개인이 사회와 접하는 창구이기도 합니다. 가정에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갖는 기본 감정을 형성하고 도덕감을 기르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갑니다. 가정이 불안정할 때 자아가 흔들리고 사회생활도 불안정해지는 이유입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How to steal a dog)』(2007년)의 주인공 조지나 헤이즈는 어느 날 갑자기 가정에 큰 변화를 맞습니다. 아빠가 집을 나가버린 것이죠. 집세를 낼 수 없는 엄마는 조지나와 동생 토비를 데리고 차에서 생활합니다. 당연히 모든 것이 불편합니다. 상점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자동차 뒷좌석에서 구부려 잔 탓에 구겨진 옷을 입은 채 학교에 가야 합니다. 학교생활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조지나가 무엇보다도 두려워한 것은 이런 자신의 상황이 친구들에게 알려지는 것입니다. 물론 이 사실을 숨길 방법은 없지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원서와 국내 번역본 표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원서와 국내 번역본 표지.

이 소설은 가정이 위기에 처한 조지나가 친구들에게서 점차 소외돼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조지나가 겪는 고통을 호소력 있게 전달합니다. 거리로 내몰린 제 가정을 구하겠다고 결심한 야무진 소녀 조지나는 결국 집을 얻는 것이 가정을 회복하는 길이라 믿고 집을 얻을 돈 오백 달러를 구하기 위해 개를 훔칠 결심을 합니다. 개를 잃어버린 주인이 현상금 오백 달러를 걸면 훔쳤던 개를 돌려주고 현상금을 받아 집을 얻겠다는 계획이지요. 가정이 행복하려면 집이라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집을 얻으려면 돈이 있어야 하지요. 개를 훔쳐서 돈을 벌어 집을 얻겠다는 조지나의 계획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요?

작가 바바라 오코너(Barbara O’Connor)는 조지나 같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여러 작품을 썼으며, 전미도서관협회 주관 ALA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합니다. 오코너는 미국 도시를 배경으로 현실적 고민에 부닥치고 양심의 갈등을 겪으면서 도덕적으로 성숙해가는 청소년들의 성장을 주로 그려냈습니다. 이 소설에서도 작가는 가정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조지나가 성장하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보여줍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제작해 2014년 소개된 바 있습니다.

1. “제발 리자한테 자동차에서 산다고 말하지 말아줘”

조지나 또래의 청소년들에게 가정은 생활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자아를 대변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불안한 가정생활을 겪는 아이들은 자아 형성에 심각한 위협을 겪게 되지요. 어느 날 갑자기 집을 잃고 노숙자처럼 차로 길거리를 떠돌며 생활하는 상황에 놓인 조지나가 가장 심각하게 느낀 위협은 바로 사회적 자아에 관련된 것입니다.

소설의 서두에서 조지나가 밝히듯 집을 구하기 위해 개를 훔치기로 결심한 이유는 차에서 생활하기 불편해서가 아니라 가장 친한 친구인 루앤에게 자신의 처지를 들켰기 때문입니다. 루앤에게 들킨 순간 “땅이 갈라져서 날 집어 삼켜주었으면” 하고 바랄 만큼 조지나는 수치심을 느낍니다. 애써 별일 없는 척 지내왔던 조지나가 자신의 처지를 어쩔 수 없이 실토하자, 절친이었던 두 소녀의 심리적인 거리는 우주의 양 끝만큼이나 멀어져 버립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둘 다 자기 발끝을 바라보며 그곳에 서 있을 뿐이었다. 루앤과 나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영원한 친구였던 루앤 고드프리가 나와는 반대편 우주 끝에 멀리 떨어져 서 있는 것 같았다.

And then we both just stood there, looking at our feet. I could feel the distance between us grow and grow until it seemed like Luanne Godfrey, who had been my friend forever, was standing clear on the other side of the universe from me.

조지나가 느끼는 이 거리는 단지 조지나 혼자 갖는 자격지심이 아닙니다. 실제로 루앤은 점점 더 조지나를 멀리하지요. 새로운 친구 리자와 함께 다니기 시작한 루앤에게 조지나는 전전긍긍하며 자신의 처지를 비밀로 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루앤에게 집에 놀러 가도 되냐고 물어보지만 거절당한 후, 학교 식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장면은 친구들 속에서 조지나가 느끼는 소외감을 담담하지만 절실하게 묘사합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스파게티 가락만 계속 돌렸다. 여기 학교 식당 테이블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점점 커졌다. 이대로 두둥실 떠올라 천장을 뚫고 푸른 하늘로 날아갈 수 있다면. 나는 얘네들과 어울리지 않아. 나는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모두들 팔목에 하나씩 두른 팔찌도 나는 살 수 없어. 얘네들이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동안, 나는 월그린 할인매장 화장실에서 내 속옷을 빨고 있었다.

I kept on twirling my spaghetti and feeling more and more like I didn’t want to be there at the lunch table. I wanted to float right up through the ceiling and out into the blue sky. I didn’t belong there with those girls. I hadn’t seen that movie. I couldn’t buy those bracelets they all wore. They had been over at the mall while I’d been washing my underwear in the bathroom sink at Walgreens.

조지나가 느끼는 소외와 두려움은 “정상(normal)”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정상 가족’이란 조지나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 중국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즐겁게 걸어 나오는 그런 가족입니다. 가족을 부양하는 아빠,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 그리고 행복한 아이 둘로 구성된 “진짜 가족(real family)”입니다. 조지나가 엄마를 비난하는 지점도 정상 가정의 엄마 모습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엄마면 엄마답게 행동할 수도 있잖아요,” 나는 말했다. 
엄마는 급브레이크를 밟더니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았다.
“대체 그게 무슨 뜻이니?”
“엄마면 자식들을 돌봐야 하는 거잖아요. 자기 애들을 끔찍한 낡은 집에서 재우고 맥도날드 화장실에서 씻게 만드는 게 아니고.” 나는 말했다.

“Maybe you could act like a mother,” I said. 
Mama slammed on the brakes and whipped around to glare at me. 
“Just what is that supposed to mean?” she said. 
“Mothers are supposed to take care of their kids,” I said. “Not let them sleep in creepy old houses and wash up in the bathroom at McDonnald’s.”

여기서 “Mothers are supposed to”는 “엄마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는 뜻을 지닌 표현입니다. 이 소설에서 조지나는 ‘be supposed to’ 표현을 많이 쓰고 있는데요, 이는 조지나 또래의 청소년들이 사회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라는 점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부르는 사회적 규준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 시기 청소년들의 자아 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조지나는 보여줍니다.

나는 맥도날드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꼼꼼히 뜯어보았다. 기름기로 떡 진 앞머리가 이마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잔뜩 구겨진 옷더미 위에서 잤더니 아직도 얼굴에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나는 흐르는 물에 손을 씻고 젖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런 다음 휴지로 얼굴과 팔을 닦았다. 까끌까끌한 연갈색 종이가 피부를 긁어 빨갛게 생채기를 내었다.

I studied myself in the mirror of the bathroom at McDonald’s. My hair hung in greasy clumps on my forehead. Creases from the crumpled-up clothes I had slept on were still etched in the side of my face. I rubbed my hands together under the water and ran my wet fingers through my hair. Then I used paper towels to scrub my face and arms. The rough brown paper left my skin red and scratched.

이 장면은 조지나의 낮아진 자존감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조지나의 얼굴에 빨갛게 생채기가 난 이유는 단지 휴지가 거칠어서만은 아닐 겁니다. 아마도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지우고 싶은 마음에, 거친 휴지로 자신의 얼굴을 심하게 문질렀기 때문이 아닐까요? 피부에 난 빨간 생채기만큼이나, 조지나의 마음도 생채기가 났을 겁니다. 청소년의 성장에는 건강한 가족이 중요합니다. 물론 ‘정상’ 가족이 반드시 건강한 것은 아니고, ‘정상’이라는 개념이 ‘비정상’이라는 배제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도 확실합니다. 하지만 조지나처럼 불우한 가정의 청소년이 일반적으로 겪는 고통이 분명한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2. 절망하는 엄마의 모습이 더 슬퍼
 
조지나가 개를 훔치기로 처음 결심한 것은 루앤에게 들켰을 때이지만 그 결심을 확실하게 다지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절망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를 잃은 엄마는 얼굴이 빨개지도록 울면서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아”라며 절망합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겨우 얻은 끔찍하게 낡은 집에 도착했을 때, 집 문에는 “사유지이니 들어오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쓰인 판자로 못이 박혀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의 좌절에 엄마는 오히려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엄마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지만, 엄마의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화가 난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아무것도 없었다. 엄마는 일어서서 흩어진 담요며 이것저것을 주어 모았다.

Mama turned her head slowly and looked at me and her face didn’t show anything. Not mad. Not sad. Not anything. Then she stood up and gathered the rest of the blankets and stuff.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는 텅 빈 얼굴, 완전히 무너진 듯한 엄마의 모습에 개를 훔치겠다는 조지나의 결심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차창 밖으로 무심히 지나가는 세상을 노려보며, 나는 마음을 먹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개를 훔치고 말리라. (I stared out at the world passing by my window and I made up my mind. I was definitely gonna steal that dog.)”

조지나는 개를 훔치는 것이 나쁜 짓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개를 훔치려는 계획을 세울 때부터 조지나의 자아는 둘로 쪼개집니다. “개를 훔치는 것은 완전 나쁜 짓이야”라고 말하는 조지나와 “넌 나쁜 상황에 빠졌어. 거기서 빠져나오려면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해”라고 말하는 조지나가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하지만 엄마가 무너질 때,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낄 때, 그때마다 개를 훔치겠다는 자아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집니다. 물론 개를 훔쳐서 조지나의 처지가 나아질 리는 없습니다. 조지나에게 개를 훔친다는 것은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적 도피의 의미가 강합니다.

나는 이 차가 싫었다. 구석구석 다 지겨웠다. 핸들에 두 손을 얹고 운전하는 척 해보았다. 운전을 하고 또 하는 내내, 모든 것이 지겹다며 우리가 차에 살도록 내버려 두고 떠난 아빠를 나는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나는 다비를 벗어나, 노스캐롤라이나를 벗어나 계속해서 운전해 나아갔다, 내가 갈 수 있는 곳까지.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이 홀가분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 작은 강아지, 윌리를 훔쳐야만 한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I hated every inch of that car. I put both hands on the steering wheel and pretended like I was driving. I drove and I drove, the whole time sending bad thoughts to my daddy for getting tired of it all and making us live in a car. 
And as I drove along, out of Darby, out of North Carolina, on and on and on, as far as I could go, I felt better about what I had to do. I had to steal that little dog, Willy. No matter what. 

물론 조지나가 진짜로 운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상 속에서 차를 몰고 이 현실을 벗어나고픈 마음을 표현한 것이지요. 차를 몰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는 조지나에게 개를 훔치는 것은 현실을 벗어나고픈 바람의 표현입니다.

3. “뒤에 남긴 발자국이 앞에 놓인 길보다 중요한 때도 있단다”

조지나는 자신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엄마의 영향이 큽니다. 엄마는 매일 밤 간절히 돈을 벌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립니다. 매일 녹초가 되도록 두 가지 일을 해도 당장 모텔에 들어가 아이들과 하룻밤 편하게 지낼 돈도 벌지 못하는 엄마에게 돈은 가장 갈구하는 기적입니다. 이런 엄마를 볼 때마다 조지나는 개를 훔치겠다는 결심을 다지지요.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돈이 없으면 살 집도, 먹을 음식도 구할 수 없으니까요. 돈만 있으면 행복한 가정이 저절로 꾸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정을 꾸리려면, 아니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생존하려면 돈은 필수입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도덕적 성장을 뒷받침해야 할 가정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아이들은 자칫 나쁜 일을 저지르도록 방치되거나 내몰리는 이유이지요. 조지나 또한 가족을 위해 나쁜 일을 하는 상황에 빠집니다. 나쁜 상황에서 나쁜 선택을 한 조지나는 내면에서 들리는 양심의 소리로 괴롭습니다. 조지나가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조지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준 사람은 바로 무키 아저씨입니다. 무키 아저씨는 독특한 인생관으로 조지나에게 자신의 상황을 되돌아보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줍니다. 돈과 집을 절실하게 원하는 엄마와 달리, 무키 아저씨는 길에서 살면서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아갑니다. 집을 가지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애쓰지 않고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떠돌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며 사는 사람입니다.

무키 아저씨는 조지나가 훔쳐 온 윌리를 보살펴주고, 고장 난 엄마 차도 고쳐주지만, 무엇보다도 삶의 지혜와 조언으로 조지나를 돕습니다. 이 소설을 대표하는 문장으로 “때로는 네가 뒤에 남긴 발자국이 앞에 놓인 길보다 중요한 때도 있단다. (Sometimes the trail you leave behind you is more important than the path ahead of you.)”가 종종 인용됩니다. 무키 아저씨가 조지나에게 주는 조언입니다. 미래의 목표 혹은 목적보다는 지금 선택하는 방법, 혹은 과정이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한다 해도, 뒤돌아보았을 때 제 발자국이 어지럽다면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집을 구한다는 목적을 위해 개를 훔친 조지나가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지요. 잘못 휘저어놓은 것은 더 잘못되기 전에 제자리로 돌려놓으라는 충고도 조지나가 개를 돌려주고 용서를 비는 용기를 내도록 이끄는 조언입니다.

무키 아저씨가 살아가는 모든 방식이 다 옳은 것만은 아닐 겁니다. 모든 사람이 길을 떠돌며 살고, 돈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살며 살아갈 수는 없겠지요. 우리는 돈을 갈구하는 조지나의 엄마를 비난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은 가정을 이루며 정착해서 살아갑니다. 일해서 돈을 벌어 집을 구하고 자녀를 양육하지요. 이런 평범한 인간의 삶의 방식이 이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무키 아저씨의 독특한 삶과 생각은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개를 훔치기까지 한 조지나에게 자신을 뒤돌아볼 기회를 줍니다.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선택을 하며 사는 것입니다. 비록 집이 없어서 차에서 살고 있지만, 집을 구한다는 이유로 남의 가족인 윌리를 훔친 조지나의 행동은 잘못된 것입니다.

4. 반성할 줄 아는 태도야말로 성장의 원동력 

조지나는 비록 가족을 위해 개를 훔치는 나쁜 짓을 했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엄마가 직장을 잃고, 겨우 구한 낡은 집에서도 쫓겨 난 날에 꾼 조지나의 꿈은 가족에게 무엇이 진짜로 중요한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날 밤 나는 토비가 개로 나오는 꿈을 꾸었다. 녀석은 자동차 뒷자리 내 옆에 앉아 고개를 창밖으로 내밀고 있었다. 녀석의 두 귀가 바람에 펄럭였다. 자동차는 달리고 또 달려서 마침내 길고 구불구불한 길 어귀에 들어섰다. 그 길은 성으로 이어져 있었다. 엄마는 거대한 성문 앞에 차를 세우고는 말했다. “여기가 우리의 새집이란다!”
개 토비는 울음을 터뜨리며 원래 자신이 살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That night, I dreamed Toby was a dog. He sat on the backseat beside me with his head stuck out the window, his ears flapping in the wind. We drove and drove and drove and then we pulled into a long, winding road that led to a castle. Mama stopped the car in front of the giant front door of the castle and said, “Here’s our new house!”
Toby the dog started crying and saying how he wanted to go back home where he belonged.

꿈은 상징적인 방식으로 진실을 말합니다. 조지나 가족에게 최악의 상황이 닥치고, 조지나가 개를 훔치리라 단단히 결심한 날 꿈을 통해 드러난 조지나의 무의식은 으리으리한 성처럼 좋은 집보다 사랑하는 가족이 모여 사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우는 개 토비는 앞으로 자신이 훔칠 윌리를 상징하지요. 아무리 좋은 곳으로 간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해야 한다면 그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없을 겁니다.

결국 조지나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반성하고 윌리를 카멜라 아주머니에게 돌려줍니다. 허물어져가는 낡은 집에서 고생하는 윌리와 가족인 윌리를 잃고 슬퍼하는 카멜라 아주머니의 모습에 조지나는 양심의 가책을 받았지요. 카멜라 아주머니는 조지나가 기대했던 그런 부자가 아니었습니다. 조지나가 카멜라 아주머니에게서 본 것은 돈이 아니라 가족을 잃은 슬픔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조금씩 조지나 가족도 상황이 나아졌습니다. 혼자 아기를 키우는 루이즈 아주머니 집에서 집세를 나누어 내고 아기도 돌보면서 같이 살기로 한 것이죠. 온전한 자기 집이 아니고 자기 방도 갖지 못했지만 조지나는 이제 혼자 쓰는 침대가 생겼습니다. 남편과 아빠가 없는 두 가정이 한집에서 서로 돕고 살기로 한 것입니다. 아빠, 엄마, 아이로 구성된 ‘정상’ 가족이 아니더라도 서로 도우며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죠.

자칫 우울하게 만들 주제이지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을 줍니다. 주인공 조지나가 능동적인 아이여서일 겁니다. 조지나는 어려운 처지에도 좌절하지 않고 상황을 타개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아이입니다. 엄마에게 대들고 동생을 구박하지만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지요. 또 잘못을 알고 나서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숨기지 않고 용서를 비는 모습은 용기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무엇보다도 조지나는 자신에게 질문할 줄 아는 아이입니다. 자신에게 스스로 질문을 한다는 것은 바로 도덕적 양심을 지녔음을 말합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너는 지금 무얼 하고 있니?”라는 질문을 통해, 조지나는 성찰하고 도덕적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그래서 가정을 이루는 정말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무키 아저씨의 존재도 이 소설에서 중요합니다. ‘정상’ 혹은 ‘상식’이라는 개념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가치이지만 때로 그것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돈, 집과 같은 물질적 가치에서 한걸음 비켜나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무키 아저씨는 조지나에게 그토록 커다란 문제였던 돈과 집을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줍니다. 자칫 가족을 위해 나쁜 선택의 길로 빠져들 뻔했던 조지나는 아저씨의 조언에 따라 자신이 뒤에 남긴 발자국을 돌아보고 얼른 올바른 발걸음으로 길을 바꾸었습니다.

우리는 때로 조지나처럼 가족을 위해, 혹은 다른 무엇을 위해 나쁜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앞에 놓인 길보다는 네가 뒤에 남긴 발자국을 보라는 무키 아저씨의 조언은 늘 가슴에 새겨야 할 삶의 지혜입니다.

- 다음 편 예정
다음 편에서는 한국계 미국인인 린다 수 박(Linda Sue Park)의 작품으로 2002년 뉴베리상을 수상한 『사금파리 한 조각(A Single Shard)』을 다룰 예정입니다.

 

함종선 mysstar@naver.com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에모리(Emory)대 박사후 연구과정을 수료한 후 서울대, 방송통신대 강사를 거쳐 민사고와 하나고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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