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Best)보다 최초(First) 또는 유일한(Only)”
‘정부의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 KAIST.. 10년내 ‘세계톱10’ 겨냥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신성철 KAIST(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은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과학자로서 리더로서 차고 넘치는 이력을 알고 보면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2012년 수상한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이 순수한 학문적 업적을 기리는 상이라면 2007년 수훈한 과학기술훈장 창조장(1등급)은 국내 과학기술계를 세계무대로 끌어올린 신 총장을 다른 과학자들과 다르게 만드는 리더십의 근거다. KAIST 물리학 교수로서 연구업적을 쌓는 걸 기본으로, 원내에서는 학생부처장 국제협력실장 기획처장의 보직에 더해 KAIST 고등과학원 설립추진단장, KAIST 스핀정보물질창의연구단장, KAIST 나노과학기술연구소 초대소장, KAIST 부총장의 직까지 올랐다. 원외에서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을 기본으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국제협력부장, 미국물리학회 석학회원, 한국자기학회 회장, 국제자성학술대회 의장, 한국물리학회 회장, 국가기술자문회의 미래전략분과의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등 정력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과학자로서, 또 과학계 원로로서 품었던 꿈을 DGIST 초대총장 및 제2대총장을 지내면서 융복합 교육혁신으로 선보였고, 2017년 KAIST로 돌아와 제16대 총장을 지내며 올해 4년째 교육혁신에 연구혁신 기술사업화혁신을 일구고 있다. 신 총장이 4년도 안 된 KAIST 총장 재임기간 다진 국내 과학계 발전을 위한 여러 초석은 제대로 밀어붙이기만 하면 대한민국 과학계가 세계적 반열로 올라설 기제가 될 것임에 분명한 단서들이다. 그만한 포부와 실행력을 가진 과학자가 바로 신 총장이다. 신 총장의 발언엔 전반적으로 “단순히 최고(Best)가 아닌 최초(First) 또는 유일한(Only)”이라는 신념이 함께 흐른다.

신성철 KAIST 총장/사진=최병준 기자
신성철 KAIST 총장/사진=최병준 기자

<신성철이 키우는 이공계인재>
신 총장이 키우는 이공계인재는 “인류번영과 행복증진에 기여하는 인재”다. 신 총장이 말하는 KAIST는 “국민들께 희망과 자부심을 드릴 때 존재가치가 있다”. 반 세기 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600만불 차관을 갖고 세운 KAIST는 그만한 돈을 빌려줄 가치가 있는지 검증하는 ‘터만 보고서’에 ‘KAIST는 30년이 지나면 국제적 명성의 기관이 될 것이고 한국인의 자존감을 높여줄 기관이 될 것이다’라는 문장이 미래완료시점으로 적혀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프레드릭 터만은 ‘실리콘 밸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탠포드대 교수다. 스탠포드대에서 세계일류의 연구학풍을 세우고 실리콘 밸리의 형성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된다. 터만 교수의 미래완료시점 표현은 이미 KAIST가 현실로 입증했다.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서 있는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반도체기업의 박사급 인력 25%가 KAIST출신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대표적인 CEO와 CTO가 모두 KAIST 졸업생이다. 국내 이공계 대학교수의 약20%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소 박사급 인력의 약25%가 KAIST출신이다. KAIST출신 벤처기업가들의 수가 5000명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KAIST 창업기업으로 네이버 넥슨 등 IT업체뿐 아니라 인바디 등 제조 벤처업체들까지 포진해 있다. 1224개 KAIST 동문 창업기업의 고용창출성과는 4만5000여 명이며 총 연매출액은 18조5000억원, 총 자산은 31조9000억원 규모다. 우리나라 산업화 태동기에 국내최초의 연구중심대학원으로 1971년 개교, 1984년에 학사과정 개설 이후 배출한 박사 1만2750명 포함 총 6만6676명(올 2월기준)의 졸업생들이 일군 성과의 단면이다. 정부가 KAIST에 2019년 2038억원, 2020년 2167억원 수준의 출연금을 댔고, 지난 49년간 KAIST에 총 3조5000여 억원을 지원한 것을 감안하면, 창업분야만 하더라도 KAIST에 대한 정부의 투자자본수익률은 약5배에 달한다. KAIST를 정부의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배경이다.

내년 2월이면 정부의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로 꼽히는 KAIST가 설립50주년을 맞는다. 신 총장은 “반 세기라는 상징적 의미도 있겠지만, KAIST가 임무수행대학으로서 소임을 다한 이상 이제는 시대변화에 맞춰 세계적인 대학을 넘어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수립했다. 국가와 인류의 번영과 행복 증진에 기여하는 대학으로 나아가겠다는 제2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포부를 내놓는다. 신 총장이 제시한 KAIST 미래비전의 핵심은 ‘비전 2031’이라는 이름으로 교육 연구 기술사업화 국제화 미래전략의 다섯 가지 분야별 혁신과제를 추진해 4차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고 국가와 인류의 번영과 행복 증진에 기여하는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신 총장의 비전은 미래사회를 꿰는 통찰에서 시작한다. 신 총장은 무엇보다 “미래사회의 발전을 위해 이공계인재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4차산업혁명시대 인류는 초지능 초연결 초융합의 메가트렌드로 인해 기존의 선형적인 변화가 아닌 기하급수적인 과학기술 발전을 경험하며 새로운 문명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각 산업혁명엔 핵심 동인 기술이 있는데, 1차산업혁명은 스팀엔진, 2차산업혁명은 전기, 3차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이라 본다. AI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한 미래사회의 변화를 선도하고 승자독식 체제의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AI를 전공한 이공계인재를 선도적으로 양성하는 일이 급선무다. AI관련 논문 한 편 이상, 특허 한 개라도 낸 ‘전문인력’의 수가 국내에는 미국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제특허는 미국의 10% 정도를 냈다. 인력에 비하면 연구성과가 잘 나온 것이다. 결국 인재양성이 길이다.”

신 총장 재임 중에 이미 AI연구는 KAIST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신 총장은 “4차산업혁명시대 미래사회 변화를 이끌 AI인재는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단계는 AI를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다. 2단계는 AI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이다. 3단계는 AI알고리즘 개발인력 및 난제를 해결할 AI사이언스 인력”이라며 “KAIST는 작년 8월 설립한 ‘AI대학원’과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AI연구원’을 통해 2~3단계에 초점을 맞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연구와 AI인재양성을 계획했다. AI대학원 교수들의 수준은 아시아권에선 톱, 세계권에선 10~12위로 매우 높다. 결과적으로 AI인재들은 미래산업 혁신의 주역이 될 것이다. 올해 초 미국에서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행사를 참관하면서 참가기업 대다수가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적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AI기술을 구현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여념이 없었음을 확인하며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AI플랫폼을 지배하는 자가 궁극적인 승자가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AI인재들은 이러한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자신했다.

KAIST는 이미 대한민국 최초의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1995년에 시작한 KAIST의 AI연구는 현재 AI를 전공한 교수가 30여 명, AI연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이는 교수가 전체 전임직 교원의 약20%인 120여 명 수준의 인력이 연구를 수행중에 있다. 신 총장은 ‘AI연구원’ 설립의 준비와 함께 학부신입생을 대상으로 AI기초과목을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AI대학원’과 학부와 ‘AI연구원’으로 구성된 독립된 ‘AI College’의 설립까지 계획, 준비해갈 방침이다. “AI분야 인적자원과 교육 및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KAIST를 세계 최고(Best) 최초(First) 유일한(Only) AI융합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이공계인재 양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게 하고자 한다”는 신 총장 포부다. 지금껏 포부가 실행되어진 이력을 돌이켜봤을 때, 신 총장의 포부가 곧 실현가능한 KAIST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로 읽힌다. KAIST의 인재양성에서 시작, 인류번영과 행복증진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격 말이다.

<이공계인재 양성, 의료융합의 파격>
신 총장에 의하면 국가미래, 아니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들이 이공계인재들이라는데, 이 땅에는 ‘이공계기피현상’이라는 용어가 있다. 신 총장은 “대단한 오해의 소지”라며 일축했다. “대입수능에서 이공계비율이 가장 낮았던 2002년 27%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개선되어 2020학년도 고3은 인문계열54% 자연계열46%의 비중이다. 통계가 증명하듯 ‘이공계기피현상’은 오늘날 우리사회에 존재하지 않으며, 향후 이공계를 선택하는 학생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신 총장의 전망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AI기술의 중요성 확대추세라는 현재의 상황에 있다. 신 총장은 “AI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되어 고부가가치 창출을 가능하게 하며, 의료 법률 투자 등 비이공계 분야로 여겨지던 전문분야에서도 필수적인 기초기술이 되고 있다”며 “AI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AI친화형 이공계인재는 4차산업혁명시대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고도화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다. “과학기술계에 몸담은 과거 기성세대들은 대부분 특정 전공 분야에 관한 연구를 통해 대학교수와 연구소의 연구원 및 기업임원으로 성장하는 목표를 추구해왔지만 현재 KAIST학생들은 이공계전공을 배경삼아 다양한 분야로 성공적 진출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20여 년 전 KAIST 전산학과 재학시절 창업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갖고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창업했다. 당시 그가 창업에 전념하도록 2년 가까이 휴학을 허락했으며, 이후 중퇴를 하고 여러 벤처기업에서 성공을 거둬 지금은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지역 초기 벤처기업 투자를 총괄하고 있다. 그가 창업분야에서 쌓아온 역량과 사회에 대한 영향은 과학기술계 학자들의 연구역량과 성과 못지않게 크다. 이준표 대표의 사례는 이공계인재들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직업군을 탐색하며 진로를 설계하고 그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이공계인재 양성의 걸림돌로 등장한 게 ‘의대쏠림현상’이다. 2022학년을 기점으로 의대정원이 늘어날 전망에 약대 학부과정전환까지 겹치는 ‘악재’가 학령인구감소와 함께 이공계를 흔드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신 총장 역시 “최상위권의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개성과 꿈을 무시하고 의대입학을 선택한다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큰 손실이 될 것”이라 우려했다. “의사의 95%이상은 임상의학자, 즉 알려져 있는 의학적 지식을 잘 소화하고 이를 환자의 상태에 맞춰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식노동자다. 따라서, 난치병의 치료제나 바이러스 백신 등 인류를 위한 임팩트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발견을 하며 연구의 희열을 원하는 인재에게 의사는 다소 지루한 직업일 수 있다. 또한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의료서비스 제공은 AI를 장착한 로봇이 인간보다 더 잘 수행할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단순히 의대진학을 목표로 할 게 아니라 시대흐름을 읽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AI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기술과 바이오 의료 기술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연21%, 의료 빅데이터 분야는 연27%, 의료AI 분야는 연48%의 괄목할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신약개발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AI와 약학을 전공한 연구자의 협업이 필요한 것처럼 규모와 기술변화의 속도 측면에서 타 산업분야를 압도하고 있는 바이오/의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이공계와 의학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연구를 수행할 인재가 필요하다.”

이공계와 의학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연구는 이미 KAIST에서 진행되고 있다. KAIST 바이오뇌공학과 예종철 교수 연구팀이 건국대 의대 영상의학과 문원진 교수팀 등과 함께 MRI에서 재촬영 없이도 누락된 강조영상을 얻을 수 있는 AI기술을 개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KAIST는 작년 국립암센터와 MOU를 체결하고 AI전공 교수들과 국립암센터의 암 예방/진단/치료 분야 전공 교수들의 협력연구를 통해 4차산업혁명시대 헬스케어 혁신을 위한 협업의 롤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신 총장은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 의학계와 과학계의 협업이 굉장히 중요함을 재차 알았다”며 “마스크 방호복 진단키트 등과 관련해 의료현장에서 일어난 문제를 풀 사람은 과학계에 있다. 생명과학자들이 백신을 개발하고, 재료공학자들이 마스크를 개발한다. 열화상카메라도 과기원 출신들이 만들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굳이 개발하지 않아도 이미 만들어진 걸 몰라서 사용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가 말하기엔 방호복을 입고 청진기 소리를 듣기 어렵다 하는데, 과학자가 듣기엔 이미 상용되고 있는 블루투스 하나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KAIST 생명과학기술대학 산하의 생명과학과와 의과학대학원, 공과대학 산하의 바이오및뇌공학과와 생명화학공학과 등에 소속된 150여 명의 교수들이 바이오/의학 분야 첨단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 역시 KAIST가 바이오/의학 분야의 국가적 중요성을 얼마나 크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근거다. 신 총장은 “타 과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바이오/의학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계신 교수들을 포함할 경우 KAIST 전체 교원의 약 절반이 바이오/의학 분야의 연구에 관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KAIST 바이오/의학 분야 학과에서는 1000여 명의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들이 연구에 매진하며 바이오/의학 분야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결국 바이오/의료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바이오/의학 등 첨단 바이오/의료 분야를 전공하려는 인재들에게는 관련 교육과 연구 및 협업의 인프라를 갖춘 KAIST가 최선의 선택이다.” 신 총장이 전하는 KAIST의 바이오/의학 연구상황은 단순진료를 넘어서는 미래 의학계의 발전상을 전개하는 것으로, 의대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이 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할 학문분야의 신세계다.

KAIST가 지닌 의학과의 융복합연구는 가장 최근 팬데믹 코로나19에 대응하는 KAIST의 자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신 총장은 “핵무기는 가공할만한 위협이지만 국소적이고, 기후온난화는 전 세계적 위협이지만 진행속도가 완만하다. 반면 이번 코로나19사태를 통해 바이러스는 빠른 감염속도로 단기간 내에 전 세계로 퍼지며 인류 전체에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을 줄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KAIST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제적 준비를 위해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을 마련하고 있다. 4월7일 개최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과학기술계 기관장 간담회’에서 처음 제안한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의 목표는 KAIST가 보유한 첨단 과학기술과 연구역량을 활용해 ▲재난적 감염병과 일상 안전/위생위험 극복을 위한 예방보호 응급대응 치료복구의 3단계 통합솔루션을 개발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최초형 스마트모빌리티 기반의 건강질병관리 신산업을 창출하며 ▲‘Super Clean, Smart Mobile’을 국가 간판 과학기술로 브랜드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바이오/의료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고 경제를 회복시키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이를 국가차원으로 격상해 추진한다면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위기 극복을 가능하게 한 美 뉴딜정책,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경제부흥을 이끌었던 마셜플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신성장동력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과감히 확대했던 美 국가혁신전략에 버금가는 전 지구적 위기극복의 성공사례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다양한 배경의 교수 50명가량이 과제를 도출했고, 신 총장은 관련해 추경예산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작년 8월 일본이 우리나라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조치를 접한 직후 KAIST가 이를 국난(國難)으로 여기고 과학기술적 해법제시를 위해 ‘KAIST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을 출범, 이것이 전국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일본의 수출규제로 영향을 받게 된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노력에 동참토록 하는 도화선이 되었던 것처럼, 신 총장이 주장하는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은 다시 한 번 KAIST가 국민에게 위기극복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국가차원의 이공계인재 양성>
신 총장은 카리스마가 무색할 만큼 섬세하다. 과기원 수장으로서의 리더십 이면엔 교육자 연구자다운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대학 총장 가운데 신 총장만큼 학부교육에 해박한 인물도 없을 듯하다. DGIST 초대총장으로서 과기원을 설계하며 학생선발부터 ‘최전선’에 나섰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신 총장이 KAIST에 총장으로서 돌아오며 선보인 여러 ‘혁신’ 가운데 우선 교육혁신이 돋보인다. 신 총장 취임 이후 2년간의 준비를 거쳐 2019년 9월 기초과학과 공학 인문학 기업가정신과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창의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융합기초학부’를 공식적으로 설치했다. 융합기초학부는 과학기술 전문가로서의 역량뿐 아니라 초학제적 사고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을 목표하고 있다. 학생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진로와 관심 분야에 따라 개인맞춤형 전공 교과목을 교수의 1대1 지도를 바탕으로 직접 설계해 공부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새로운 발견과 발명은 세부학문의 경계를 초월하고, 나아가 물리, 사이버, 바이오 시스템간 경계를 초월해 이뤄질 것이므로, 미래교육혁신은 융합형 인재양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신 총장의 신념에서 출발했다.

연구혁신 사례에선 과학계 원로로서 염원하던 걸 이뤄냈다. 신 총장 취임 이듬해 2월에 도입해 운영 중인 ‘초세대 협업연구실’은 시니어교수와 주니어교수가 팀을 이뤄 주니어교수는 연구비와 초기 실험실 구축 걱정을 없애고 시니어교수의 업적을 계승/발전시키도록 운영하는 제도로 현재 6개 팀이 운영 중이다. “원로 과학자가 은퇴하면서 30여 년 간 쌓아온 연구업적과 실험실노하우가 하루아침에 사장되는 것을 방지하고 훌륭한 과학자산을 후배과학자들이 이어갈 수 있도록” 한 신 총장의 아이디어다. “주니어교수가 시니어교수에 예속되지 않고 학문발전을 이룰 것”을 강조하는 세심함도 선보인다. 작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글로벌 특이점 연구과제’는 미래사회를 위해 중요한 문제 해결에 기여할 뿐 아니라 과학기술과 산업발전에 파급효과가 큰 신기술과 신산업 창출을 선도하기 위해 운영하는 것으로 연10억원 규모로 최장10년간 연구활동을 지원한다. 역시 신 총장 아이디어다. ‘글로벌 특이점 연구과제’의 예산확보 과정이 인상적이다. 신 총장의 평소 신념인 ‘단순히 최고(Best)가 아닌 최초(First) 또는 유일한(Only)’ 학제간 융합연구를 지향하는 것인데, 신 총장이 정부를 설득했고, 정부가 신 총장의 설득을 받아들여 블럭펀딩 형태의 연구비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블럭펀딩으로 받은 연구비는 ‘신뢰의 연구비’라 할 수 있다. 보통 과제심사를 받아 해당 과제에 대한 예산을 받는 식인데, 이번 KAIST의 예산확보는 ‘단순히 최고(Best)가 아닌 최초(First) 또는 유일한(Only)’이라는 신념을 믿고 해당 과제라면 KAIST가 알아서 예산을 쓰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블럭펀딩 형태의 연구비를 지원한 것은 이번이 최초사례다.

경기고-서울대-KAIST-美노스웨스턴대를 거쳐 KAIST 물리학과 교수로서 순수학문을 중심으로 공부해온 신 총장은 학문의 성과를 연구소 안에서만 또는 학계 내에서만 머물게 하지 않았다. 여러 이력 중 헌재 자문위원회 위원까지 하고 있는 걸 보면, 사회와 국가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남달라 보인다. 이같은 인물이 이공계 인재양성에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우선 “탁월한 교원 유치를 위해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예산 지원을 확대하는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학과 기업들은 자국뿐 아니라 해외에서 우수한 이공계 인재 모집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KAIST의 경우 우수교원 유치를 위해 MIT 하버드 등 유수의 해외대학과 경쟁하고 있는데, KAIST가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대학운영의 자율성과 재원의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KAIST의 젊은 교수 한 분의 국제학술대회 발표에 깊은 인상을 받은 미국 명문 Y대학 학과장이 그를 만나 현장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하고 KAIST 연봉의 2배와 정착연구비 1백만달러를 제안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총장도 학장도 아닌 학과장이 이런 권한을 부여받는데, 이 같은 사례는 KAIST를 포함해 국내대학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대학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예산 문제도 심각하다. KAIST의 경우 세계 선도대학과 비교하면, 교수의 수와 예산이 여전히 취약한 실정이다. MIT와 비교하면 교수는 60%, 예산은 20% 수준이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와 비교하면 교수는 50%, 예산은 27% 수준이다. KAIST가 세계 선도대학 반열에 진입하고 지속가능한 우수 이공계 인재양성 체계를 갖추기 위해 교수 1000명, 예산은 2조원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한다. 많은 국내 대학들이 인건비 때문에 우수교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KAIST의 경우 이미 제도화하긴 했지만, 정부가 교수들에 대학과 산업체에 겸직을 할 수 있게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활성화해준다면 이러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예산이 없어 우수인재를 빼앗기고(다행히도 KAIST의 사례에선 해당 교수가 KAIST에 남기로 했다), 인건비를 감당해줄 산업체 겸직을 막아 대학이 구인난과 예산난에 허덕이고, 심지어 KAIST예산의 25%가량만이 정부지원일 뿐 나머지 75%는 교수들의 수주 연구비, 등록금, 기부금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난양공대의 경우 대학예산 70% 정부 지원, 대학 운영 자율성, 총장 10년 임기라는 장기적 리더십을 갖춘 데 비해서 우리는 구조적 제도적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신 총장에게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겠다. 신 총장은 숙원인 ‘글로벌 전략 연구소’를 올초 세웠다. 정권을 초월하는 과학기술계 싱크탱크그룹이다. 세계경제포럼 브루크린연구소 IBM MS 삼성 등 관계자를 포함 1만7000여 접속의 원격 창립포럼을 실시하며 국제사회에 KAIST를 선보였다. 글로벌기업 IBM은 깊은 인상을 받아 KAIST와 공동연구를 제안하기도 했다. 인재양성에 있어서도 역시 세계적 눈높이다. 신 총장은 “교육에 ‘가치창출’이라는 개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 가치가 단순히 잘 먹고 잘 살고 부자 되는 가치지향적으로 가선 곤란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학자는 학문적 가치창출을 할 것이다. 학문을 진작시키고 인류가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 지적 수준을 높여가는 거라 설명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로 인류에 편익을 주면 기술적 가치창출이다. 새로운 지식을 지식에서 끝나지 않고 경제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면 경제적 가치창출이 될 것이다. 세계적 명문대학은 모두 같은 시각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MIT는 과학기술에 앞서가는 대학으로 알려져 있지만 근저에는 ‘21세기 국가와 인류의 발전을 위해 인력을 양성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의료분야로 유명한 록펠러대학도 좋은 사례다. 교수 80여 명 규모인데, 그간 노벨상수상자를 20여 명 배출한 대학이다. 이 대학의 비전은 ‘인류의 번영을 위한 과학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다음 세대에 강조해야 할 가치다.” 신 총장 취임 이후 KAIST의 비전은 ‘글로벌 가치창출 세계선도 대학(Global Value-Creative World-Leading Universit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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