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인 대학평가/엄격한 사업비 운용 규제/재정난

[베리타스알파=강태연 기자] 161개대학 총장들에게서 서명을 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이 '대학기본역량진단 개편'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운용 방식 개편' '국가장학금Ⅱ유형 참여 조건 완화'의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교육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기본역량진단과 혁신지원사업비 운용 방식에 대한 내용은 각 대학평가에 획일적인 평가 기준에 대한 개편, 사업비 운용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내용이었다. 교내장학금Ⅱ유형에 대해서는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원을 받기 위해선 교내장학금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2일 기준 161개대학의 총장들이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르면 3일 공문을 교육부로 발송할 계획이다.

대교협이 각 대학 총장의 동의서를 받아 특정 정책에 대한 의견을 집단으로 건의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개선을 요구하는 규제를 살펴보면 대학의 생존과 효율적 운용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아, 그만큼 대학들의 상황이 어렵다고도 볼 수 있다. 2021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에서는 충원율 등에 대한 획일적인 평가로 중소/후발 대학 등이 평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업비 운용에 대해서는 규제가 엄격한 부분 등의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인 부분에서는 10년 넘게 동결된 등록금과 단계적인 폐지가 진행 중인 입학금으로 인해 재정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입학금의 경우 2023년 완전 폐지된다.

161개대학에서 서명을 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이 대학기본역량진단 개편,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운용 방식 개편, 국가장학금Ⅱ유형 참여 조건 완화의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교육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2일 기준 161개대학의 총장들이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르면 3일 공문을 교육부로 발송할 계획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161개대학에서 서명을 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이 대학기본역량진단 개편,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운용 방식 개편, 국가장학금Ⅱ유형 참여 조건 완화의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교육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2일 기준 161개대학의 총장들이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르면 3일 공문을 교육부로 발송할 계획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대학기본역량진단.. 획일적 기준/충원율 강조, 기준 개편 요구>
대학기본역량진단 개편과 관련해서는, 폐교를 유도하는 방향이 아닌 대학의 지역사회 활동 등을 통해 운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개편을 요구했다. 대교협은 현재 교육부가 시행하는 다양한 규제들은 특수한 학교 상황을 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획일적인 기준에 의한 상대평가로 일정 수의 대학은 무조건 탈락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특성화 대학이나 재정이 건실한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기준미달로 탈락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1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에는 정원조정은 대학자율에 맡기지만, 적정 규모화 노력을 반영하기 위해 대학 정원 대비 실제 모집 인원 비율인 충원율의 평가비중은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교협은 충원율 지표가 강화돼, 충원율이 높은 일부 학과가 있어도 평균 충원율이 낮다는 것만으로도 기준에 탈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중소/후발 대학 등이 절대 불리한 구조”라며 “교육부는 대학을 없애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대학을 활용해서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비.. 대학 자율성 요구>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운용 방식 개편의 경우, 대학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개편을 요구할 예정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대학의 기본 역량 제고를 위한 3년 단위의 ‘일반지원사업비’ 명목과 달리 용도 제한, 사업비 집행 여부심사, 연차 평가를 통한 사업비 삭감/재분배 등의 엄격한 제도로 일반 지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엄격한 제도로 인해 사업비 문서 작성을 위한 행정력 소비가 막대하다는 입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너무 엄격한 규정으로 사업비를 사용하는 대학의 자율성 발휘에 한계가 있고 사업비 용도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어서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각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한 대교협은 사업비 운용 규제를 풀어도 대학의 회계규정으로 인해 비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대학 회계 규정을 어기면 감사하는 견제 장치가 있다”며 “교육부가 대학을 조금 더 신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금Ⅱ유형..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
국가장학금Ⅱ유형 참여 조건 완화와 관련해서는, 교내장학금이 등록금 수입의 15%이상의 대학에 한해 장학금을 늘리지 않아도 국가와 연계할 수 있도록 참여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장Ⅱ유형은 대학의 등록금 부담 완화 참여를 위해 대학 자체 노력과 연계해 지원하는 국가 장학금이다. 대학 자체 노력은 매년 교내 장학금 비중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대교협은 10년이 넘는 등록금 동결로 인해 대학들의 재정적인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7년 사립대 교내장학금 비중이 전체 등록금 수입의 19.5%에 달하는 상황으로, 대학의 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등록금 동결과 더불어 단계적인 폐지가 진행되고 2023년 폐지되는 입학금으로 대학의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예산을 편성할 때 국가장학금Ⅱ유형을 받기 위해 장학금부터 우선 책정한다”며 “정작 중요한 실험실습비 등 교육 과정에 필요한 예산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부총장은 “11년 동안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일부 학교를 제외하면 대학 재정이 한계에 달해 대학들이 이번 공동 요구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 등 재정 악화로 학생별 맞춤형 교재 제공조차 어려운 것이 대학의 현주소”라며 “진정한 대학의 변화는 교육 과정이 변화할 때 생기기 때문에 교육부가 규제 강화가 아닌 교실 현장의 발전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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