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자] 반복되는 자사고 학비 논란.. 교육투자 빠진 ‘일방적 낙인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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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자] 반복되는 자사고 학비 논란.. 교육투자 빠진 ‘일방적 낙인찍기’
  • 손수람 기자
  • 승인 2019.10.08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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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체제 특성 고려해야’.. 사교육 차단 ‘비용절감 효과’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다수의 언론을 통해 자사고의 학비가 지나치다는 보도가 또다시 쏟아지고 있다. 기사 내용의 출처는 국회 교육위원회 여영국(정의) 의원이 6일 배포한 ‘자사고 학비, 최고 2671만원’ 보도자료다. 여 의원에 의하면 민사고와 하나고를 비롯한 자사고 9개교는 연간 학비가 1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사고는 2671만원으로 자사고 가운데서도 학비가 가장 ‘비싼 학교’였다. 여 의원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1년 임금보다 많은 액수”라며 “노동자, 서민 가정은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영어유치원 사립초 국제중 외고/자사고 상위대학으로 이어지는 그들만의 리그에 자사고도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 공정하고 평등한 대한민국을 이루려면 자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조치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교육계에선 여 의원이 편향된 시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자사고들이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투자한 비용은 제외한 채 학비의 액수만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기숙사비나 급식비 등이 포함되는 수익자부담경비를 고려할 경우 여 의원이 강조하는 것처럼 자사고가 ‘교육 양극화’를 유발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 교육전문가는 “과거 교육당국은 외고 과고가 사교육의 조기과열로 치닫자 일반고 가운데 자사고를 늘려 견제하는 방향으로 고입을 개편했다. 자사고 입시에서 이전처럼 사교육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여러 조치도 병행했다. 결과적으로 고교체제는 비교육특구의 활성화와 사교육의 축소로 움직여왔다. 여 의원이 말하는 근본적인 조치가 자사고폐지라면 과고 외고시절보다도 교육특구와 사교육이 과열됐던 평준화시기로 돌아가자는 얘기”라며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 대부분 기숙사체제다. 주말마다 외출이 가능한 학교도 일부 있지만 하나고 등은 주말외출도 자제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민사고의 경우 사교육의 접근 자체가 어렵다. 자사고의 사교육차단효과에 공감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이유다. 이들 학교가 없어질 경우 우수자원들의 대부분은 해외유학을 준비하거나 교육특구 학교로 진학할 것이다. 우수한 자원을 바탕으로 사교육의 영향력이 확대될 여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현재의 상황에선 자사고폐지가 교육특구 중심 일반고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도 크다. 오히려 ‘일반고 서열화’가 공고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수의 언론을 통해 자사고의 학비가 지나치다는 보도가 또다시 쏟아지고 있다. 교육계에선 여 의원이 편향된 시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자사고들이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투자한 비용은 제외한 채 학비의 액수만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1년치 월급보다 비싼’ 자사고 학비?.. ‘교육비 투자도 고려해야’>
여 의원은 2018년 회계 기준 전국 자사고 42개교를 분석한 결과 1인당 학부모부담금의 평균이 886만4000원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사고의 학비가 2671만원에 달한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1년치 임금보다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 의원은 “학비 가장 높은 곳은 민사고로, 2671만8000원이었다. 2018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임금총액 164만4000원을 1년으로 환산한 1972만8000원보다 많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1년치 임금으로는 자사고 학비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비가 가장 저렴한 자사고였던 광양제철고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의 3.5개월치 임금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자사고의 높은 학비가 일반적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접근을 막아 교육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 셈이다.

현장에선 여 의원의 분석이 이전에도 반복됐던 자사고에 대한 ‘낙인찍기’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높게 느껴지는 학비만 거론하며 자사고를 “그들만의 리그”로 몰아붙이는 논리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상 수요자들은 학비뿐만 아니라 교육투자의 규모, 특색 프로그램, 대입실적 등을 종합해 특목자사 가운데 학교유형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고교들이 학생교육에 투자하는 ‘교육비’를 함께 판단해야 보다 합리적인 주장이 가능한 것이다. 교육비는 학교가 교육활동 전반에 투자하는 비용을 말한다. 세부적으로 인적자원운용 학생복지/교육격차해소 기본적교육활동 선택적교육활동 교육활동지원 일반운영 학교시설확충 등에 쓰이는 비용이다. 

통상 학비가 높다고 알려진 자사고 국제고 외고 등은 그 이상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투자하고 있다. 여 의원이 학비가 가장 비싸다고 지목한 민사고도 마찬가지였다. 민사고의 교육비(2019년 기준, 학교알리미 2019년 5월 사립학교 교비회계 예결산서 근거)는 3036만원에 달했다. 전국자사고 10개교의 평균인 1747만원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금액을 학생교육에 투자했다. 주요 세목을 살펴보면 민사고의 교육비는 인적자원 운용에 투자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교사 대 학생 비율이 1대6 정도에 불과, 대부분의 수업이 교사의 연구실에서 15명 이내 소규모로 이뤄지는 만큼 최상위 교수진에 투자하는 비용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여 의원은 교육비와 관련된 분석은 생략해 자사고가 근거 없이 학비를 높게 받는 것처럼 오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교육적 의미에서 그다지 관련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를 기준으로 삼아 상황을 과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비의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비와 함께 봐야 한다. 교육투자의 규모를 통해 학비가 과도한 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전에도 국감 등에서 의원들이 제기했던 자사고 학비논란은 적절하지 못한 번번이 비교잣대로 지적받았다. 여 의원은 그 중에서도 가장 적합하지 않은 기준으로 분석했다고 여겨진다. 수요자들의 실제 인식과 괴리될 뿐 아니라, 최소한으로 판단할 동등한 잣대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사고의 학비를 단순히 비정규 근로자의 1년치 임금과 양적으로만 비교한 것은 정치적인 주장을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숙사 운영’ 학비 1000만원이상 9개교.. ‘실질적인 부담 낮아져’>
전문가들은 수업료 이외에도 평균적으로 높은 편인 수익자부담경비를 면밀하게 따지면 자사고 입학의 실질적인 부담이 낮아진다고 설명한다. 수익자부담경비에는 급식비 기숙사비 방과후학교활동비 현장체험학습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자사고를 다니지 않는 경우와 엄밀하게 비교를 위해선 사교육비나 학생의 식비처럼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 의원은 단순히 전국 자사고 42개교의 학비로 이해되는 ‘학생 1인당 학부모부담금’ 현황만 공개했다. 항목별 내용에 대해선 전체 평균 수준만 밝혔다. 입학금 7만6000원, 수업료 418만1000원, 학교운영지원비 131만9000원, 수익자부담경비 328만8000원이었다. 여 의원이 재구성한 자료를 통해선 개별 학교의 학비가 왜 비싼지를 알 수 없는 셈이다.

학비가 높은 학교들은 대부분 수익자부담경비의 비중이 상당하다. 수익자부담경비는 기숙사 운영여부에 따라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실제 여 의원이 자사고 가운데 학비가 1000만원이 넘었다고 지적한 9개교 가운데 8곳은 기숙사체제를 갖춘 전국자사고였다. 광역자사고 가운데 유일하게 포함된 동성고 역시 기숙사를 운영한다. 기숙사는 단순히 시설을 유지하는 비용만 드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생활과 관련된 전반적인 비용이 모두 계산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학교알리미 2019년 5월 사립학교 교비회계 예결산서 기준으로 학생 1인당 수익자부담경비가 가장 많은 전국자사고는 하나고였다. 총 946만원 가운데 급식비 494만원과 기숙사비 267만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두 번째로 많았던 민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수익자부담경비 794만원 중 급식비가 408만원, 기숙사비가 12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학생들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상당부분 반영되면서 자사고들의 학비가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 의원이 “경제력 없으면 머나먼 학교, 부모 영향력 없으면 어려운 학교들”이라고 비판한 것과 달리 기숙사체제를 갖춘 고교의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비용절감 때문이다. 기숙형학교에선 숙식을 학교에서 해결할 뿐만 아니라 계획적인 생활도 가능하다. 교내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학원비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뚜렷한 장점도 가졌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자사고 가운데 가장 ‘비싼 학교’로 꼽힌 민사고는 강원횡성 산골에 자리잡아 근처에 하숙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경기용인 처인면에 자리한 외대부고 역시 학생들이 기숙사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서울은평 한복판에 자리한 하나고는 전원 기숙사체제다. 주택단지에 자리한 전북전주 소재 상산고도 대부분 기숙사생활을 하게 된다”며 “기숙사체제는 이들 자사고의 주요한 선호요인이다. 학비를 지불하는 것만으로 사실상 학습부터 생활관리는 물론 예체능 활동까지 학교가 책임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결국 전국모집 자사고는 재정구조상 학비가 높을 수 있지만, 실질적인 학부모들의 부담은 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들이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으로 귀결되는 여 의원의 분석은 보다 엄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수익자부담경비의 기숙사비와 급식비는 자사고에 보내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자사고의 학비엔 학생의 생활관련 비용이 전반적으로 반영된다”며 “특히 일반고를 다니면서 사교육을 받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일반고 학생들의 1인당 평균 학비에 사교육비와 기타 생활비를 모두 더한다면 자사고의 학비보다 많을 수도 있다. 자사고를 선택하는 수요자 역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고 생각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자사고가 특정한 상위 계층이 독점하고 있다는 여 의원의 분석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빗나간’ 사회통합전형 선발비율 지적.. ‘자사고 대부분이 정원 못 채워’>
민사고와 상산고를 겨냥해 사회통합 선발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교육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학교로 지적한 것 역시 무리한 비판으로 보인다. 여 의원은 “사회통합전형으로 한 명도 뽑지 않는 민사고 학비가 가장 비싸고, 사회통합전형 비율이 3%도 되지 않는 상산고는 학비가 다섯 번째”라며 “경제력 없으면 머나먼 곳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사회통합 모집을 실시하는 자사고들도 대부분 미달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의무도 없는 민사고와 상산고를 문제 삼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정원의 20%로 규정한 사회통합 모집인원 자체부터 문제가 많다는 시각까지 나온다.

여 의원의 비판은 방향부터 잘못됐다. 민사고와 상산고는 모두 자립형으로 출발한 자사고로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부칙 제5조 1항에 따라 사회통합대상자를 선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민사고처럼 사회통합전형을 운영하지 않아도 법적인 의무가 없는 것이다. 교육부 역시 상산고에 대한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요청을 부동의하면서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이 상산고를 포함한 구(舊) 자립형 사립고에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 적용을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그동안 시/도교육청이 사회통합 선발비율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던 만큼 두 학교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오히려 자사고와 특목고가 사회통합으로 정원의 20%를 선발해야 하는 현행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당국이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 비율을 20%로 정해 놓으면서 매년 미달사태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지역 광역자사고 21개교는 모두 사회통합전형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상당수 고교에서 지원자가 조금씩 늘면서 전년대비 경쟁률이 소폭 상승했음에도 대부분의 고교에서 미달 수준이 심각한 양상이었다. 실제로 경쟁률이 상승한 12개교 가운데 가장 높았던 배재고도 91명 모집에 48명이 지원해 0.53대1에 불과했다. 세화고의 경우 전년보다 경쟁률이 올랐음에도 0.07대1(모집84명/지원6명)로 거의 지원자가 없는 수준이었다. 비서울지역 광역자사고 11개교 가운데선 대전대신고와 대성고(대전)만 1대1을 넘겼다.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은 남성고를 나머지 8개교는 모두 미달했다. 전국자사고의 경우 상산고 외대부고 광양제철고 김천고 북일고의 5개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포항제철고는 2019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근 3년간 사회통합 미달을 누적해온 만큼 지난해도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계에선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사회통합전형 운영의 당위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의무선발 비율 20% 충원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매년 미달이 누적되면서 자사고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자사고 한 관계자는 “사회통합 선발비율 20%는 학교 인근의 학생들로 채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학교에서도 1억원 가량을 들여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득 8분위 이하인 사회통합 대상자의 기준을 충족할 만한 학생들이 입학정원의 20%를 채울 만큼 학교 주변에 충분하지 않다. 다른 학교들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대부분의 자사고들이 사회통합전형에서 미달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달리 방법이 없다. 현실적인 수준으로 선발비율을 반드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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