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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영재학교’ 서울과고 ‘의대행’ 23.8%이상 ‘전환이래 최대’.. ‘의대 전형부터 손질해야’‘지원/혜택 누린 후 의대행’.. 교육부 대책 실효성 없어
  • 강태연 기자
  • 승인 2019.10.0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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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강태연 기자] ‘대표 영재학교’인 서울과고가 올해 영재학교로 전환 이후 의대진학 인원인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2월 고교 입학관계자들을 통한 베리타스알파 자체조사 결과(이후 추가됐을 수 있음), 영재학교에서 가장 많은 의대진학자를 배출한 곳은 서울과고였다. 조사된 것만 130명의 졸업자 가운데 31명이 의대로 진학해 23.8%를 차지했으며, 실제 수치는 그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해영(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공받은 ‘2016~2019 외고/국제고/과고/영재학교 대학 진학현황’자료를 보면, 영재학교 의학계열 진학률이 2019년 기준 영재학교 8.1%인 점이 확인되면서 연초의 조사결과보다 많은 의대 진학자가 나온 것으로 역산되기 때문이다. 영재학교 전환 이후 서울과고의 2012학년부터 2019학년까지 누적 의대진학자 수는 197명으로, 다른 영재학교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다. 서울과고의 의대진학 급증은 2019학년 의대 모집인원이 정점을 찍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표학교인 서울과고가 가장 심각하지만 한국영재를 제외한 대부분 영재학교에서 의대진학자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보면 그동안 교육부의 대책이 전혀 먹혀 들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학교들이 입학설명회와 요강을 통해 불이익을 명시했지만, 실효성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2017년 교육부가 칼을 빼들어 의대 진학 시 추천서 작성 거부, 과고/영재학교에서 지원받은 장학금/지원금 회수 등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대책이 나올 당시부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고교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며, 의대 입학제도와 이공계특성화대학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추천서 없이 갈 수 있는 의대가 많을뿐더러 정부정책인 학종간소화조치 방안으로 추천서 폐지가 추진되고 있어 의대진학의 길이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공계열 인식 개선은, ‘과학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로 운영하는 과고/영재학교에 입학해 좋은 혜택을 받은 뒤, 진로선택 시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여겨지는 의대로 방향을 트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이라는 것이다. 학생/학부모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진로가 확정되지 않은 학생들의 진로변경이 문제냐는 이의 제기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의대로 희망 진로가 변경됐다면 혜택을 포기하고 자퇴한 다음 다시 의대를 준비하는 방법과 의전원 진학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과학인재 양성’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과고/영재학교에서 국가로부터 혜택은 혜택대로 받고 의대행을 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입학 전부터 아예 일반고나 자사고를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다른 학생의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는 책임의식이라도 느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과고/영재학교를 졸업한 인재들이 의대로 유출되는 문제는 미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설립취지와 정부지원의 목적인 이공계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취지에도 어긋나는 문제다. 2017년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학교들이 입학설명회와 요강을 통해 불이익을 명시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과고/영재학교 의대진학.. 여전해>
김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공받은 ‘2016~2019 외고/국제고/과고/영재학교 대학 진학현황’ 자료를 보면, 영재학교 의학계열 진학률이 2019년 기준 8.1%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 제공자료의 의학계열 진학률은 2월15일 베리타스알파의 자체 조사 결과인 7.5%보다 0.6p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학교별 의대진학자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서울과고의 기록은 23.8%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대표 영재학교’ 서울과고의 ‘의대행’ 최대기록은 향후 다른 영재학교는 물론 과고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심각한 사안이다. 2위 경기과고를 보더라도 2016학년 12.6% 이후 감소하던 의대진학률이 지난해 다시 상승한 8.3%를 기록했다. 영재학교의 원조로 불리는 한국영재가 2015년 이후 의대진학자가 한 명도 없던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영재학교는 2016년 9.3%, 2017년 8.8%, 2018 6.9%, 2019 8.1%로 2018년 잠시 하락했던 비율이 다시 8%대로 돌아왔다. 2019년 졸업인원이 808명으로 비율을 통해 역산하면 65명이 의대에 진학했다고 말할 수 있다. 영재학교도 과고와 동일하게 재수를 통해 의대를 진학하는 인원이 있어 그 이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김 의원 자료의 비율과 졸업자 수를 통해 역산한 값을 보면 2016년 46명, 2017년 59명, 2018년 52명으로 의대진학실적은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월 기준 서울과고의 경우 졸업자의 23.8%인 31명이 의대로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학년 26명, 2017학년 25명, 2016학년 24명, 2015학년 25명, 2014학년 18명, 2013학년 27명, 2012학년 21명으로 2014학년을 제외하고 매해 20명이 넘는다. 서울과고 다음으로는 경기과고 10명(8.3%), 대전과고 6명(6.9%), 광주과고 5명(5.4%), 인천영재 4명(5.3%), 세종영재 3명(3.4%), 대구과고 2명(2.1%) 순으로 많았다.

한 교육전문가는 “서울과고의 경우 2019학년 의대진학자 수가 영재학교 전환 이후 최대인 이유는, 의대 모집인원이 2019학년 2927명으로 전년 대비 394명이나 늘어나 정점을 찍은 데서 찾을 수 있다”며 “2017년 교육부의 대책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의대에서 입학전형을 개선하는 것 밖에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의대진학, 설립취지/국가지원목적 모두 거스르는 ‘이기적인 선택’>
과고는 전국 20개교, 영재학교는 전국 8개교가 모두 국공립으로 운영되며 이공계인재 육성을 위한 국가지원을 받는 학교들이다. 과고/영재학교는 이공계열 인재육성이라는 목표아래 주어지는 특혜가 상당하다. 다른 고교 유형보다 재정지원이 풍부한 데다 교육과정 편성권한도 주어진다. 선발권 측면에서도 영재학교는 ‘특차’ 성격으로 교육부 제재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전형을 설계할 수 있다. 과고/영재학교에서 의대행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이유다.

한국영재는 과기정통부 주관으로 인건비 포함 연간 150억원가량의 예산지원을 받는다. 나머지 영재학교에는 인건비를 제외하고 서울과고 24억원, 세종영재 20억원, 대구과고 36억원, 인천영재 30억원에서 40억원, 광주과고 40억원 수준의 예산지원이 이뤄진다.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영재학교에서 좋은 교육여건에 더해 장학금 등 혜택을 전부 누린 후 의대를 택하는 것은 ‘이기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다.

의대에 진학하더라도 생명과학 등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대진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도 있지만, 기초의학을 선택하는 인원은 ‘천연기념물’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수가 적다. 한 교육전문가는 “의대에 진학하더라도 과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말은 궤변에 불과하다. 2013년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의 이진석 교수팀이 전국 의대/의전원 학생 1만27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초의학 선택 희망자는 겨우 2%에 불과했다. 기초의학 학과 중 병리과는 0.8%, 기초의학계열은 0.7%, 예방의학은 0.4%로 매우 낮았다. 대부분 임상의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과학발전 기여를 논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학부모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진로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의대진학이 문제가 되지 않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주장하지만,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과학인재 양성’이라는 목적을 위해 국가에서 지원하는 과고/영재학교를 진학한 것이 문제이기도 하고, 이공계열 진학 이후 의학계열 진학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의전원의 수가 최초 도입 시보다는 확연히 줄었지만, 강원대 건국대(글로컬캠) 차의과대는 아직 의전원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애초에 과학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과고/영재학교에 진로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로 진학해 대입 시 의대로 지원서를 넣는다는 것은, 진정으로 이공계열 진학을 꿈꾸는 다른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학교도 말리는 의대행.. 의대 입학제도 개선 필요>
과고/영재학교 졸업생이 의대를 진학하는 것을 제재하는 조치가 없는 것이 아니다. 2017년 교육부가 꺼내든 의대진학 제재방안은 ‘의학계열 진학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의대진학 시 ▲추천서 작성 거부 ▲장학금/지원금 회수 등을 학칙과 모집요강에 명시하는 조치다. 영재학교들은 표현은 다소 상이하지만 모집요강에서부터 의대 진학에 대한 주의조치를 명시하기 시작했다. 한국영재는 “이공계 수학/과학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됐으며 국가 지원을 받는 영재학교이므로 의/약학 계열 진로 희망자는 본교 진학에 부적합함”이란 문구를 요강에 명시했으며, 서울과고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과학영재학교로 의/치/한의학계열 대학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본교 지원이 적합하지 않으며, 해당계열 대학에 지원할 경우 불이익이 있음(재학 중 받은 장학금 등을 반납해야 하며, 본교 교원의 추천서를 받을 수 없음)”으로 좀 더 구체화된 내용을 실었다. 과고도 이에 동참했다. 올해 가장 많은 의대 진학자가 나온 세종과고도 서울과고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요강에 탑재했다. 추천서 작성 불가와 장학금 회수 내용이 명시됐으며, 입학원서 작성 시 이같은 방안에 동의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제는 조치가 과고/영재학교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던 조치로서 실효성이 낮다는 점이다. 의대 진학 시 장학금/지원금 회수가 명시된 것은 분명 진일보한 대책이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법령에 의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성이 낮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원금/장학금을 반환하고 의대로 진학하는 경우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경찰대학에서도 의무복무를 마치지 않는 경우 5000여 만원의 반환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매년 의무복무 미이행 사례가 나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추천서 작성 거부‘ 항목도 사실상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의대 정시는 물론 논술, 학생부교과 등의 전형에서는 사실상 추천서를 요구하는 대학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종/특기자에서 추천서를 요구하는 대학들이 있지만, 많지 않다. 추천서가 없이도 갈 수 있는 의대는 많기 때문에 과고/영재학교 졸업생들이 의대로 진학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학종간소화조치 방안으로 추천서 폐지가 추진되면서 추천서 없이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져 의대진학을 부추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고교에서의 해결방법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봤을 때, 교육 전문가들은 의대가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이 높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교육부의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으로 어학특기자 전형이 대폭 축소되면서 외고 선호도가 떨어진 선례처럼, 영재학교의 조치만으로 역부족이 드러난 상황이라면 의대의 전형에서 수학/과학특기자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손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영재학교는 제대로 정시 준비를 할 수 없는 교과전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의대로 진학하는 경우 대부분 수시 전형의 수학/과학 특기자를 통해 진학한다. 대학들이 영재학교 학생이 쉽게 의대로 진학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비난받는 이유다. 결국 대학별 수학/과학 특기자 전형을 축소하거나 영재학교 학생들이 지원할 수 없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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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연 기자  kangty@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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