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교육과정 '첫 수능', 2021 수능 대응 전략

[베리타스알파=김경화 기자] 현 고1 학생들은 2015개정교육과정을 적용받는 첫 학생들인 데 반해 수능은 이전 교육과정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혼란이 있는 상황이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의 김병진 소장이 지난 2월 확정된 2021학년 수능출제범위에 기반해 2021학년 수능 대응전략을 전한다.

<2021 수능 출제 범위 확정>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1학년 학생들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라는 공통과목을 새로 배우게 된다. 과학Ⅱ 과목이 진로 선택과목으로 이동함으로써 탐구 영역의 출제 범위 및 신설된 과목들의 수능 출제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와 관련한 부분은 이미 지난해 8월, 수능 개편안 유예 발표 때 '기존 수능과 동일'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따라서 지난 2월에 발표된 2021학년도 수능 출제 범위발표의 핵심은 3, 4, 5교시의 영어와 탐구, 제2외국어/한문 영역이 아니라 1, 2교시의 국어와 수학 영역의 범위였다.

수능 출제 범위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5개정교육과정에 대한 파악이 선돼어야 한다. 수능 출제 범위의 변화가 발생한 까닭은 2021학년 수능을 치르는 현 고1 학생들부터 개정된 교육과정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2015개정교육과정 도입에 따른 완전한 수능 개편안은 2022학년부터 적용될 예정으로, 2021학년는 현행 수능과 동일한 체제를 유지하되 수능 범위가 변경됐다.

영어와 탐구 영역의 출제 범위는 동일하다. 영어와 사탐은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과목 구조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과탐의 경우 과학Ⅱ 과목들이 진로 선택과목으로 변경돼 통합과학 과목을 이수한 후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하는 체제로 바뀌게 됐지만, 이로 인한 수능 출제 범위의 변화는 2022학년 이후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어 영역도 사실상 동일한 범위로 출제된다. 국어는 기존 '독서와 문법' 과목이 '독서' '언어와 매체'로 분리됐다. 이 중 '문법'에 해당하는 '언어' 부분만 출제되기 때문에 과목명이 변경됐다고 해도 사실상 기존 수능과 같은 범위에서 출제되는 것이다.

2021학년 수능 출제 범위 발표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수학 영역에서의 변화다. 우선 수학(가)에서는 진로 선택과목군에 포함된 '기하'가 출제에서 배제된다. 지난 수능에서 변별력을 담당하는 문항으로 공간도형이나 벡터 관련 문제가 출제됐는데, 이제는 출제하지 않는 것이다. 큰 틀에서 볼 때 학습 부담이 다소 경감됐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다만 통합된 '미적분' 과목이 수능 출제 범위에 포함되면서, 해당 과목의 문제 비중이 증가할 수도 있다. 2015개정교육과정에서는 '미적분Ⅰ'과 '미적분Ⅱ'가 '미적분'이라는 과목으로 통합됐는데, 이 중 몇몇 개념과 단원들이 '수Ⅰ/'수Ⅱ' 과목으로 이동했다. 예를 들면 기존 '미적분Ⅰ['의 단원이었던 함수의 극한 등은 '수Ⅱ'로 이동한 것이다. 기존 '미적분Ⅱ'의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부분은 '수Ⅰ' 과목으로 이동했다.

표2는 2015개정교육과정의 수Ⅰ/수Ⅱ/ 미적분의 대단원과 그 세부 내용 중 특기할만한 개념들이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었는가를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굵은 글씨로 표시된 부분은 모두 현행 수능에서는 출제되지 않으며, 2021학년 수능의 수학영역부터 새롭게 추가되는 내용들이다. 평면곡선과 평면벡터 중에서는 '속도와 거리' 개념이 '미적분' 과목으로 이동했다.

<수능 출제 범위 변화에 따른 쟁점과 대응 방안>
2021수능에서는 수(가)와 수(나)의 출제 범위 격차가 축소되면서 '문/이과 통합 교육안'이라는 근본 취지를 실현하고자 했다. 이로 인해 수(가)의 출제 범위는 소폭 줄어든 반면, 수(나)의 학습부담은 다소 늘었다. 하지만 바뀐 과목명만 보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해당 부분의 개념이 다른 과목으로 이동했다 해도, 그 개념 전체를 배우기보다는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게 주요한 내용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교육부는 변화된 수학 출제 범위를 통해 '융합 인재 양성'이라는 기본 방향에 맞춰 인문계열 학생에게 요구되는 '필수적인' 수학적 개념들이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인문 학생에게 '수학'의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수학에 대한 학습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한 풍선효과도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18수능은 영어 절대평가와 맞물려 학생들의 영어 학습량 감소가 사탐 학습량 증가를 동반했고 사탐 각 과목의 평균 점수와 만점자 수가 상승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단순히 출제 범위가 늘어났다고 해서 학습량을 무조건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각 영역별로 균형 잡힌 학습량을 설정하고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와 반대로 수(가)를 응시하게 될 자연 학생들은 수학에 대한 학습 부담은 다소 경감됐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기하'를 포함한 진로 선택과목들의 학습을 외면해도 된다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이공계열의 필수 과목으로 여겨지는 '기하' 과목의 경우 그 과목의 이수와 성적 여부가 학생부 평가 단계에서 학업 역량 및 전공적합성 등의 판단에 주요하게 활용될 여지가 있고, 모집단위에 따라 논술이나 구술면접 등 대학별고사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수학에서의 문제뿐 아니라 다른 모든 영역에서 마찬가지다. 수능의 출제범위는 공통과목과 일반 선택과목으로 이뤄진다. 그 기초 위에 진로 선택과목으로 본인의 진로에 대한 관심과 역량을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적인 소양 위에 본인의 진로와 관심에 따른 개성적인 커리큘럼을 각자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2015개정교육과정의 목표이기도 하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건축학과에 지원하려는 학생이라면 '기하'를, 경영/경제학과에 지원하려는 학생이라면 '경제수학'을, 자연과학부에 지원하려는 학생이라면 '과학사'나 과학Ⅱ 과목을, 영문과에 지원하려는 학생이라면 '영미 문학 읽기'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합당하며, 이는 수능 출제범위 포함 여부와 상관없이 학종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결국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우선 '공통과목'과 '일반 선택과목'을 중심으로 하는 학습계획을 통해 '창의 융합형 인재'의 기본적인 소양을 닦고, '진로 선택과목'으로 본인만의 개성과 역량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략적으로 수능 출제 범위에 따른 학습계획은 그것대로 수립하되, 그것에만 매몰돼 '수능 출제범위가 아니니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사고하는 것은 금물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