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여론 급등..'정부주도 비율 자체가 부적절'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학종/수능 비율은 공론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진경 대입제도 개편특위 위원장이 학종/수능 비율을 정하는 것이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내린 데 이어, 32개 교육단체가 속한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가 “수시/정시 비율 문제를 공론화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23일 내놨다. 교육계에서는 실효성을 차치하고서, 정부가 주도해 비율을 정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부나 국가교육회의가 나서서 일괄적으로 수시와 정시의 비율을 정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교육정책 패러다임 자체를 흔드는 문제다. 대입정책의 주체가 대교협이 아닌 교육부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대학 자율권 침해 문제로 연결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입 정책을 이끌어 가는 주체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다. 한 교육 전문가는 “오랫동안 대입을 지탱해온 3불정책은 3불(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대학의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었다. 교육부는 정책의 큰 틀만 미리 제시하고 운용은 자율기구인 대교협의 몫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논의를 보면 대입 자율권은 아예 없었던 것처럼 교육부가 주체로 나선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대학마다 여건이 전부 다른데 특정 전형의 적정 비율을 어떻게 만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럴 거면 정부에서 선발해 대학들에 학생들을 강제배정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대교협을 없애고 교육부가 전형계획/요강을 모두 만들겠다는 얘긴가”라며 반문했다. 

수시/정시 비율을 둘러싼 갑론을박에서 ‘고교교육 정상화’의 취지를 다시 되새겨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현재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는 ‘사교육 유발’ ‘공정성’의 문제는 학종 수능 모두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고교교육 정상화’의 측면에서 보면, 수능은 고교교육 정상화와 배치되는 전형이라 결론이 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로 5년차를 맞이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고교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한 ‘착한 입시’로의 개선을 유도해온 취지를 떠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나서서 강제하기 힘든 사안을 개편안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 ‘선거를 의식한 조치’라는 평가도 팽배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정부가 강제로 수시/정시 비율을 정하는 것이 교육계 전반에 얼마나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인지 모를 리 없다. 다만 정시 확대의 여론이 감지되자 은근슬쩍 개편안에 정시 확대 의중을 끼워 넣어 일단 선거 때까지 여론을 잠재우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2022대입개편안을 두고 수시/정시 비율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입 자율권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대학마다 다른 여건을 고려했을 때 일괄적인 비율 적용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32개 교육단체 “수시/정시 비율, 공론화 제외해야”.. ‘대학 자율성 침해’>
23일 혁신연대는 성명을 내고 수시/정시 비율 문제를 공론화로 정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율을 일률적으로 국가교육회의에서 정해 대학에 강제한다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의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며, 자칫 잘못하면 비수도권 대학을 고사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수시/정시비율은 공론화를 통해 국민합의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혁신연대는 “수시/정시 비율을 정하자는 주장은 애초 일부의 정시확대 요구 때문에 대두된 것으로, 학부모간에도 계층별/지역별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시/정시 비율 문제는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 대신 별도로 일선교사/대학관계자/교육정책연구가/학부모가 참여하는 ‘수도권대학 대입전형 적정화 협의회’를 구성하고 ▲‘수도권대학 대입전형 적정화 협의회’는 심사숙고해 그 결과를 대학에 권고하고 ▲대학은 이 권고안을 존중하는 방안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율을 정하는 사안이 중대함에도 비율 문제가 교육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일반시민으로 구성되는 시민참여단이 짧은 기간 안에 결정하기에는 고도로 복잡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혁신연대는 “현재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향후 2022년에 전면 도입될 고교학점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쳐, 미래교육의 방향마저 흔들리게 할 복잡한 사안이며, 자칫 잘못하면 지금까지 조금씩 쌓아 온 학교교육 정상화와 교육혁신의 공든 탑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진경 대입특위 위원장 “비율 실효성 없어”>
공론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논란만 가중되는 양상이다. 17일에는 김진경 대입특위 위원장이 “학종-수능은 일률적인 비율을 제시하기 어렵다”며 “적정비율을 정해도 실효성이 없다”고 말해 교육계가 들썩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지적대로 수능-학종 비율 조정 문제는 최초 교육부가 ‘2022 대입개편 이송안’을 발표한 이후부터 현실성이 없다는 교육계의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대학별로 처한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전형비율을 강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대학 자율권을 침해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일률적인 비율이 제시될 경우 지방대/전문대의 피해가 클 것이라 봤다. 김 위원장은 “지방대나 전문대는 수능 선발인원이 매우 적다”며 “일괄적인 비율을 정할 시 학생선발에 있어 곤란한 측면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연대가 “자칫 잘못하면 비수도권 대학을 고사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현재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의 전형비율 양상은 큰 차이가 있다. 지역별 전형구성 차이가 큰 것은 대학마다 처한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9학년 기준 전체 대학의 전형비중은 교과가 41.5%로 가장 많고, 학종 24.4%, 수능 20.7% 순으로 이어진다. 반면 수도권 대학만 놓고 보면 학종이 33.4%로 최대 전형이며 수능 24.7%, 교과 21.7% 순이다. 지방대학의 경우 교과의 비중이 53.1%로 압도적으로 높다. 학종 19.2%, 수능 18.4% 순으로 자리했다. 

대학별로 전형 구성이 크게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인 전형비율을 강제할 경우 극심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입 전문가는 “만일 학종의 적정 비중을 30%로 제시한다고 치면, 어떤 대학은 현재보다 50%p 이상 학종을 축소해야 하는 반면, 어떤 대학은 20%p 이상 학종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비율을 제시하더라도 이를 현실화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교육부가 정한 비율을 대학이 거부하는 경우 이를 규제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원사업을 통해 전형변화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교육부가 대학들의 전형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수단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업지원 대상이 아닌 대학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사업에 선정되는 대학 수는 2016년 60개, 2017년 62개, 2018년 68개에 그치고 있다. 전국 대학이 200여 개 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다수 대학은 교육부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김 위원장은 ‘부분적인 정책’을 언급했다. 일률적 비율 제시는 불가능하므로 수험생들에게 영향력이 큰 수도권 상위대학을 중심으로 전형 비율을 따져 전적비율을 권고한다는 것이다. 대교협 등의 기관이 상위대학 입학처장과 수요자들의 만남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얘기도 거론됐다. 하지만 이 방안을 실행하기에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 상위대학을 전부 통제할 방법이 없을뿐더러, 어느 대학까지를 권고 대상으로 삼을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가가 나서서 대학의 서열을 나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4차례 공청회.. 학종-수능 이견만 확인>
2022 대입개편안 마련을 두고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기 위해 ‘국민제안 열린마당’을 4차례 실시했지만 학종-수능 적정비율을 둘러싼 극명한 대립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여전히 줄세우기 식 수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이미 학교 현장에서 실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 대입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며 “개편할 제도가 적용될 학생들은 현재 중2학년 이하 학생들이다. 자유학기제 등을 통해 학교 수업과 평가방식이 바뀌고 있는데 수능을 확대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능 문제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한 고등학생은 “수능수학에서 29~31번 문제는 변별력 문항이라고 한다”며 “나머지 문제는 모두 쉬운 문제로 출제해 쉬운 문제 중 하나라도 실수하면 무조건 재수를 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두가 풀 수 있는 문제와 모두가 풀기 힘든 3문제를 두는 것이 정당한지 모르겠다”면서 “수능 난이도 조정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수능의 공정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 성남에서 온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는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어떤 교육제도를 도입해도 학종처럼 좋은 취지가 왜곡될 것”이라며 “수능이 완벽한 체제는 아니지만 지금 현실에선 상당기간 유지돼야 하고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또 다른 학부모는 “학종은 내신성적이 취상위권인 학생에게 유리한 선발제도”라며 “아무리 성실한 학생도 결코 합격을 담보할 수 없다. 고액 컨설팅까지 받아 지원한다고 해서 선발될지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반면 학종을 중심으로 수시모집의 장점을 강조하는 의견도 잇따라 제기됐다. 공청회에 참석한 대학생은 “모든 사람이 ‘앞으로의 교육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합의한 부분”이라며 “수능은 출제유형이 획일화돼 있어 자금력이나 정보력이 높을수록 유리하다”고 비판했다. 박정근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은 “학종이 금수저전형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객관적인 통계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주관적이고 잘못된 생각”이라며 “학종은 고교와 지역균형에도 기여하는 전형이며 새 교육과정 취지에도 적합한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수능 평가방법만 공론화로 논의해야”>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요청한 사안은 핵심 논의사항과 추가 논의사항으로 구분된다. 핵심적으로 논의해달라고 요청한 사안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수능 간 적정비율 ▲수시/정시 통합 여부 ▲수능 평가방법이다. 혁신연대는 이 중 공론화 범위를 수능 평가방법으로 한정할 것을 제안했다. 혁신연대는 “공론화위원회가 짧은 기간 동안 공론화를 통해 안을 성안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해 대입안을 결정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공론화 범위는 가급적 좁고 단일한 것이 좋다”며 “대입개편특위는 2022대입제도 개편과 관련된 여러 난제 중 굳이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항은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해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능 평가방법 의제는 1안 전과목 절대평가, 2안 절대평가 과목 일부 확대로 제안했다. ‘절대평가 과목 일부 확대’ 방안의 경우 어떤 과목을 절대평가 할 것인지 공론화위원회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정해야 한다고 봤다. 

수시/정시 통합 문제는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하고 국가교육회의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봤다. 수능의 성격이 규정돼야 논의할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혁신연대는 “수시/정시 통합문제는 3학년2학기의 수업파행을 방지하자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지만 수능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수능 영향력이 확대되지 않는 범위에서 수시/정시 통합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수시/정시 통합 문제가 3학년2학기 수업 파행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면 공론화해 결정할 것이 아니라 교육부가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수시/정시 통합 여부의 경우 김진경 위원장이 기자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회의적인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수시와 정시를 통합선발하면 전형 간 칸막이가 허물어져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전형 간 칸막이가 허물어진다는 것은 수시/정시 통합선발 시 등장할 수 있는 ‘통합전형’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능 이후 대입이 진행되면, 학생부 전반에 더해 수능까지 모두 평가요소로 삼는 전형이 나올 수 있고, 이 경우 학생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비춰, 향후 이어질 공론화 과정에서 해당 논의가 제외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공론화 범위 관건.. 공론 방식 의문 여전>
공론화 범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대입 관련 이슈를 전부 공론화 테이블에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핵심 논의사항으로 넘긴 이송안 외에도, 추가 논의사항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2022학년 수능 구조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제고 방안 ▲수시 수능최저 ▲대학별고사 개선 ▲EBS 연계율 개선 등이다. 여기에 중/장기 대입 개편 방향도 추가된다. 교육부는 “논/서술형 수능 도입과 고교학점제 기반 성취평가제, 학생부전형 등의 중/장기 방안도 함께 공론화하도록 국가교육회의에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혁신연대는 EBS 연계는 폐지해야 한다고 봤다. 혁신연대는 “현행 수능은 EBS 교재와의 연계로 학교교육을 문제풀이 수업으로 퇴행시켰다”며 “국가교육회의는 EBS 교재와의 연계를 없애고 수능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교육부에 권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종 공정성 제고 방안 역시 공론화로 논의할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교육부가 정책숙려제를 통한 숙의과정을 통해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혁신연대는 “학종이 ‘깜깜이 전형’이 된 이유는 대입 평가기준 및 선발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하는 대신 교육부가 대입 평가 기준 및 선발 결과 공개, 대입 전형별로 지원자 및 신입생의 고교 유형별/지역별 정보 공개, 입학사정관 평가제 의무화, 평가 전 입학 사정관 회피 제척 의무화, 대입 정보 격차 해소 지원을 통해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론화 범위도 문제지만, 대입개편을 국민참여형 공론방식으로 결정하는 것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방향 없이 나열한 개편안을 두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정책결정방식이라고 설명했지만, 대입개편은 원전 공론화와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찬반으로만 나뉘는 원전 공론화와 달리, 입시제도는 쟁점별로 찬반을 가릴 사안이 아닌데다, 주요 쟁점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유기적 사안이기 때문이다. 공론화가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 수시정시를 통합하느냐 마느냐 등 모형별로 달라지는 수험생 간 유불리를 따져야 하는데, 일반 시민들에게선 이 같은 복잡한 ‘입시 셈법’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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