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한양대 ERICA 입학처장 (응용수학과 교수)

-실생활 상황/문제 통해 학생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PBL 주목
최근 국내에서 가장 핫한 사회적 용어는 융합과 소통일 것이다. 지식과 기술의 발전에 더해 축적된 다양한 지식과 발전된 기술을 서로 잘 융합하고 이를 위한 소통이 중요한 시대가 된 때문이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통의 개념은 인간과 인간뿐 아니라, 인간과 기계, 기계와 기계와의 연결로 확장되고 가상과 현실의 연결까지 포괄한다. 소통과 융합의 패러다임은 인공지능(알파고), 빅 데이터, 정치적 이슈 등 요인으로 인해 일반인에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됐다.

이미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는 2000년 들어서면서 과학과 공학 간의 융합뿐만 아니라 산업과 과학 간의 융복합이 진행되기 시작했고, 2010년 전후부터는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문화예술 간의 융합과 소통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져왔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교육에서도 융합과 소통을 기반으로 한 창의성 융합성 문제해결능력을 강조하는 교육혁신이 주요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존 교육시스템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역량을 갖춘 미래사회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2010년부터 과학콘서트 융합카페 등의 문화활동으로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과 소통의 장이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학문간 융합을 위해 학과간 연계와 통합은 사실상 꽤 오래 전부터 이루어져 왔다. 최근에는 유사성이 거의 없다고 여겨졌던 학과간의 연계까지 이뤄진다는 점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과거 학문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학과간 연계와 통합을 꾀했다면 이제는 인문학과 공학,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등 서로 다른 패러다임을 갖는 학문들이 서로 융합되고 있다. 융합의 시대적 요구가 반영됨에 따라 2015개정교과과정에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편안이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을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의 양성을 위해 마련됐다. 앞으로 미래의 대학생들에게 학문간 융합은 더욱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김대경 한양대 ERICA 입학처장

물론 대학에서 이뤄진 학문간 융합이 성공적이지만은 않았다. 근본 이유는 소통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융합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도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이 막히거나 원활하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적인 요소들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결국 대학은 구성원들의 자발적 소통과 자기 주도적인 융합을 유도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연구해야 한다. 즉, 하드웨어적 정책과 함께 소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소프트웨어적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

최근 교육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교육시스템이 문제중심학습(PBL, Problem Based Learning) 또는 프로젝트중심학습(PBL, Project Based Learning)을 기반으로 한 교육방식이다. 2016년 8월 말부터 3개월 간 EBS에서 21세기 교육 패러다임으로 손꼽히는 학습법인 PBL을 다룬 ‘21세기 교육 패러다임, 세계의 PBL’ 20부작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다큐멘터리는 PBL 교육의 탄생부터 이를 기반으로 한 주요 선진국의 교육혁신의 장을 소개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우리나라의 교육계에 교육혁신의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PBL은 제시된 문제나 상황을 통해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이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학습이 이뤄지게 하는 학습자 중심의 학습을 의미한다. 교사의 일방적인 주입식 암기식으로 정형화된 기존 수업방식을 깨고, 실생활의 상황 또는 문제를 통해 학생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이해하고 협동하며 풀어가는 수업방식이 특징이다. PBL을 통해 얻어지는 중요한 교육 역량은 창의력, 융합과 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PBL의 장점을 인식한 국내 의학계에서 이미 1990년대부터 임상의학 교육에 PBL 학습 방법을 도입하고 있고, 최근 일부 특목고와 대학에서도 PBL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있다. 2015개정교과과정은 최근 PBL이 새로운 교과과정의 중심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배경 가운데 하나이다. 2018학년도 고등학생부터 창의융합능력, 협업과 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하는 새로운 교과과정으로 교육받게 될 것이다. 결국 2021학년도부터는 대학도 본격적으로 새로운 교과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한양대 ERICA는 이런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상당한 효과가 증명된 프로그램들로 대학교육의 혁신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양대 ERICA는 국내 최초로 시작한 산학협력을 통한 학/연/산 클러스터의 축적된 기술과 프라임사업에 힘입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로 하는 소통 역량을 갖춘 창의융합형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혁신에 First Mover로 나선 셈이다. 한양대 ERICA의 가장 큰 교육혁신은 2017학년 전 학년에 걸친 PBL 교육과정의 도입이다. 

‘ERICA-PBL’은 학생들에게 제시된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한 후, 개별학습과 협동학습을 통해 공동 해결안을 마련하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 모형으로,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협동과 창의융합능력, 소통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한양대 ERICA는 다학제적 지식을 기반으로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통섭형 인재 육성을 위해 ‘ERICA-PBL 교육과정’을 전 대학 졸업요건으로 지정하고 있다. 학생의 수강신청에 전공제한을 두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PBL 교육과정이 다양한 학문분야의 팀원과 협력을 통해 인문학적 기반의 융합적 사고력을 배양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학년 교육과정에는 학생에게 다양한 기초학문(기초필수/교양/전공)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PBL을 병행해 문제해결 중심의 학습과 팀 기반 융합교육을 통해 전공 흥미를 유발시킨다. 고학년 교육과정에서는 전공을 심화하면서 PBL을 통한 이론과 실습의 통합 및 협동과 토론 등 문제해결 능력, 현장실무 및 산학연계 능력을 함양시킨다. PBL 교육센터를 신설해 전공별 PBL 교과목을 기획하고 교과목 운영을 위한 튜터 교육을 실시한다. 대학원생(조교)과 학부선배가 후배의 학습을 도와주는 ‘또래 튜터링’ 프로그램을 통해 보조 튜터를 지원한다.

PBL을 기반으로 한 교육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역량, 문제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 협업과 소통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 학교의 목표다. 산업 현장에서 부딪칠 문제의 해결을 통해 학생들이 간접적으로 현장 체험을 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다가오는 미래에 맞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 대학들은 교육 방법의 변화와 혁신에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만 한다. 초/중/고에서도 시험성적, 대학입시만을 위한 교육방법이 아닌 융합과 소통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단순히 성적에만 맞추어 대학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과 혜안을 가지고 변화와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대학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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