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 260호 餘滴 - 기자 방담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결국은 엄마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정부의 자사고 폐지정책에 엄마들이 피켓 들고 항의시위를 벌인 것이죠. 3년 전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자사고 폐지정책을 밝혔을 때 서울지역 광역단위 자사고 엄마들만 모인 것과는 달리, 이번엔 전국단위 자사고 광역단위 자사고 할 것 없이 전국적으로 항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전국단위 자사고와 광역단위 자사고의 교장들이 대책마련을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자사고 엄마들이 거리로 나오고, 자사고 교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데 대해 따가운 시선도 당연히 있을 겁니다. 자사고 한 관계자는 “언론 노출 등에 의해 자사고만 살겠다고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이 생길까 우려된다”며 “자사고 폐지정책은 그간 자사고들이 정부지원 없이 각고의 노력 끝에 키워온 교육경쟁력, 즉 학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더 노력해서 한 데 대해 적폐세력으로 몰고 간 데 대한 배신감을 들게 한다. 우리나라 교육이 가야 할 길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데 반론을 내놓은 것”이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관계자의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 학교가 바로 민사고입니다.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는 민사고는 파스퇴르유업 최명재 전 회장이 전국의 영재들을 선발, 퇴색돼가는 민족혼을 살리고 미래조국을 이끌어갈 ‘대한국인’을 양성하겠다는 염원으로 설립했습니다. “기업이윤을 혈족이나 연고자에게 물려주지 않고 전액을 민족 주체성 교육과 선진 문명의 한국화에 투자해 전 생애를 교육에 바치겠다”는 선언도 했습니다. 강원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에 38만5000평의 터를 잡아 96년 개교한 민사는 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에 모기업 파스퇴르유업이 부도를 맞으며 학교재정에 큰 타격이 생겼지만, 애초의 교육방침은 흔들지 않았습니다. 개교부터 교과교실제를 운영,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개설하고 교과를 직접 선택하게 하는 등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환경을 마련한 덕분에 교육의 결과가 대입성과로 이어졌고, 민사고의 교육은 전국에 롤 모델로 자리하며 벤치마킹 대상이 됐습니다. 교사수업 중심 획일화돼있던 고교교실들이 민사고를 따라 학생중심 다양화를 이끈 것이지요.

혹시라도 새정부의 자사고 폐지정책이 현실화해 민사고가 일반고가 될 경우, 민사고는 문을 닫게 됩니다. 학교주변은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 산 속에 자리한 민사고로 진학할 학생은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과정의 자율권을 얻기 위해 정부의 재정결함보조금도 마다하고 갖은 시련을 이겨내며 쌓아온 민사고의 20년 노력이 허사가 되는 것은 비단 한 학교가 문을 닫고 마는 게 아닐 겁니다. 과연 누가 적폐인지 다시 생각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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