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반대 성명발표 '집단행동 본격화'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민사고 등 5개 전국단위 자사고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23개 서울 자사고교장연합회도 성명을 발표했다. 학부모반발에서 동문결집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집단행동이 구체화될 조짐이다. 21일 오전11시 자사고교장단은 이화여고 백주념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진영 논리로 추진되는 자사고 폐지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는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자사고 교장들은 현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각을 세우며 법적 검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8일 예정된 경문고 장훈고 세화여고 등 3개 자사고의 재지정 평가 결과가 진영 논리에 따른 결론일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음과 동시에 그간의 자사고들의 노력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부분 자사고의 재지정평가가 현 교육감 임기를 벗어난 2019년 이후라는 점을 지적하며 교육감 임기 안에 폐지 정책을 공식화한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장들은 “새 정부는 이십년 동안 안정적으로 정착된 자사고 정책을 하루아침에 폐지하려고 한다”며 지난 정권 때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국정교과서 정책의 결말을 상기했다. 자사고들이 그간 질 높은 교육을 위해 학교마다 수백억원의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정권 변화에 따라 진영 논리에 따라 교육제도를 뒤집는다면 의지를 가진 건전한 사학재단은 모두 몰락해 버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사고 등 5개 전국단위 자사고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23개 서울 자사고교장연합회도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2014년 보신각에서 열린 자사고 폐지 반대집회의 모습.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장단은 결기에 찬 호소에도 불구 대화의 여지를 놓치지 않았다. “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조희연 교육감은 단 한 차례도 당사자들과 논의를 한 적이 없다. 민주적 해결과 대화 노력을 거부한 측은 언제나 진보교육감측”이었다며 “우리도 새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교육의 미래를 위해 모든 당사자들이 모여 대화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길 촉구한다. 서울 24개 자사고들은 교육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댈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교장단은 자사고 폐지 방침의 의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자사고를 없애면 일반고 수준이 향상되고 학교 서열화가 사라지는가”라고 되묻고 싶다며 “자사고 폐지 정책은 표를 얻기 위한 선거 구호이자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사고 정책은 평준화의 폐해를 막기 위해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된 제도다. 정부가 자사고를 없애겠다고 발표하자마자 하향평준화 논란, 강남 학군의 부활 등 고교 획일화 정책의 문제가 즉각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장단은 자사고 폐지 움직임이 ‘인민재판’처럼 진행되고 있다며 폐지추진 근거를 들며 논박했다. 자사고가 대입 준비기관으로 전락해 사교육을 부추기며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주장에 대해 자사고 입시를 모르고 한 소리라며 반박했다. “무작위 추첨과 인성면접만으로 이루어지는 자사고 입시를 위해 학원을 다니는 학생은 거의 없다”며 “자사고들의 좋은 대입성과가 입시 교육 때문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자사고들은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수월성 교육프로그램과 교사들의 열정적 지도를 빼어난 진학 결과를 거두고 있을 뿐이다”고 항변했다. 

서울지역 자사고의 경우 지방 자사고들과 달리 추첨제를 실시한다. 1단계에서 내신성적에 관계없이 추첨으로 정원의 1.5배수를 면접대상자로 선발한다. 지원율이 1.5배를 넘지 않을 경우 각 학교 기준에 따라 추첨이나 면접 중 하나를 생략할 수 있다. 2단계 면접 실시여부는 지원자 수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입시에선 전국단위 자사고인 하나고를 제외한 22개 학교 중 추첨과 면접을 동시에 진행한 학교는 12곳에 불과했다. 경희 대광 동성 신일 등 4개교는 지원율이 기준을 넘지 못해 추첨만 실시했으며 숭문은 지원율 미달로 전원 합격처리했다. 재지정 대상이 된 경문과 장훈은 추첨으로만 합격자를 기리기로 했으나, 장훈을 경쟁률 미달로 지원자를 모두 합격시켰고 경문은 추첨선발을 진행했다. 대성 선덕 휘문 등 3개교는 지원율이 기준을 넘지 못해 면접으로만 합격자를 결정했다. 자사고 입시는 자기주도학습전형에 따라 면접에선 지필평가나 교과지식에 대한 질문을 금지하고 있어 사교육이 끼어들 틈이 적다는 것이 현장의 분석이다.

입시가 끝나면 입학전형에 대한 사교육 영향평가를 실시해 사교육 침범 요소를 차단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교육부가 매년 자사고 지원자들에게 실시하는 영향평가가 입증하듯 서울 자사고 전형에는 사교육 유발 요소가 전혀 없다”며 일축했다. 교장단은 조 교육감에 여러 번 면담요청을 시도했으나 한 번도 성사된 적이 없다면서 교육감과의 면담을 촉구하기도 했다.

13일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2019년 2020년 재지정평가를 통해 경기지역 외고 자사고의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14일 서울교육청에서도 폐지 방침이 흘러나왔다. 당선 초부터 자사고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온 조 교육감은 20일 서울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외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방침을 시사하며 교육부의 법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다만 자사고학부모연합의 면담요청과 26일 예정된 대규모집회, 교장단의 반발을 의식한 탓인지 다소 물러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28일 재지정평가는 현행 패러다임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개선의 경로와 시간대는 섬세하게 배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방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결과를 ‘폐지’로 정해두고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신입생 모집시기나 방법을 제한해 자사고가 우수학생을 선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교장단의 성명에 이어 22일은 학부모연합이 성명을 발표한다. 26일은 종로구 보신각에서 대규모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앞서 학부모연합은 서울교육청을 방문해 조 교육감과의 면담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비교적 신중하게 추이를 지켜보던 외고 교장단도 움직임에 나섰다. 19일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을 중심으로 외고폐지불가 서명운동을 진행한 데 이어 전국 31개 외고교장협의회가 긴급회동을 갖고 공동행동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고 총동문회에서도 모교와 함께 집단행동에 동참해 달라는 호소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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