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 클리닉]

“‘흐른다’는 뜻의 동사 ‘rhein’을 어원으로 하는 그리스어 ‘rhythmos’에서 유래한 말이다. 넓은 뜻의 리듬은 시간예술·공간예술을 불문하고 신체적 운동, 심리적·생리적 작용과 연관되어 있다.”
- 두산백과 ‘리듬’의 정의 중에서

백과사전의 리듬 설명에서 리듬이 심리적, 생리적 작용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 정의를 보고 놀랐다. 환자들의 생활리듬과 건강이 연관되어 있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사전적 정의에서조차 생명활동과 리듬의 연관성을 설명하고 있다니...

리듬은 건강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음악에서도 리듬이 중요하지만 건강을 유지하려면 리듬을 타야 한다. 인체는 스위치를 누르면 언제나 똑같이 작동하는 기계가 아니다. 여러 악기의 음이 조화를 이루듯 각 장기들이 서로 협응하고, 리듬을 유지해야 건강이 확보될 수 있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급격하게 변하고, 식사시간이 들쭉날쭉해지면 생체의 리듬이 흔들린다.
 

한뜸한의원 황치혁 원장

생체리듬이 깨지면 건강은 당연히 나빠지게 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하루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소화기도 식사시간 전에 미리 소화액을 분비해 음식물이 들어올 것에 대비한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하면 소화기에 무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식습관이 불규칙해지면 자율신경계가 혼란에 빠진다. 소화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음식이 안 들어온다. 반면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데 음식이 들어오는 일이 반복된다. 이렇게 아무 때나 음식이 들어오는 일이 계속되면 결국 자율신경의 리듬은 사라진다. 들어올 때에 적절히 반응하는 체제로 바뀌고 결국 소화기능은 저하되게 된다. 계획성이 부족한 상사가 일의 우선순위도 정해주지 않으면서 수시로 일을 던져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규칙적인 생활을 이야기하면 어떤 생활이 가장 이상적이냐는 질문이 나온다. 정답은 “자연의 리듬에 따르라”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가장 중시하는 양생법이다. 병이 나지 않게 미리 막고 천수를 누리게 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변화에 맞춘 생활을 하는 것이다. 한의학 책 중에 가장 오래된 ‘황제내경’에 여름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며, 겨울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고 씌어 있다. 계절별로 잠자는 시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해가 뜨면 양기가 충만해져 활동하는 데 알맞고, 해가 떨어지면 음기가 강해져 몸의 움직임을 줄이고 휴식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계절별 수면리듬의 변화는 전깃불이란 문명의 혜택을 받기 전엔 너무 자연스런 것이었다. 해지고 두세 시간 정도 있으면 자고, 먼동이 틀 때 즈음에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런 생활리듬이었다.

하루의 리듬을 결정하는 것도 수면시간, 구체적으로 말하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다. 인류학자들은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지 2백만년 이상 되었다고 본다. 인간은 그 동안 해가 떨어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생활을 해왔다. 어두운 밤에 돌아다니면 맹수의 먹이가 되기 십상이었고 사고의 위험도 높으니 밤은 잠자는 시간이었다. 60년대 후반까지도 전기는 도시에만 공급돼 지금과 같은 야간 활동은 상상을 하기 어려웠다. 어릴 적 할아버지 댁에 가서 등잔불 밑에서 사촌 형들과 노닥거리다 보면 10시 전에 “석유 닳는다. 일찍 자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들을 정도였다. 이렇게 오랫동안 인간의 수면시간은 올빼미형이 아닌 ‘주간형’이었다. 그 동안 유전자 내에 주간형 리듬이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인체내의 프로그램 즉 리듬은 서양의학적으로도 잘 밝혀져 있다. 많은 논문에서 성장호르몬이 밤10시부터 새벽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나오고 이 시간에 피로회복도 가장 잘된다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새벽 4시부터 오전 9시정도까지 단기기억력이 가장 좋은 이유도 우리가 휴식을 취한 뒤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10시면 잠자리에 들고 4시면 일어나는 스님들의 생활이 생체리듬에 가장 적합한 생활일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 ‘아침형 인간’이 성공을 한다는 책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 건강에도 좋고 효율적이란 설명이다.

요즘 학교와 학원을 다니면서 학생들이 어떻게 10시에 잘 수 있느냐고 말씀하신다면 늦어도 12시엔 잠자리에 들게 만들라고 권하고 싶다. 피로가 가장 잘 회복되는 시간을 피해 잠을 자고, 일의 효율이 가장 좋은 아침시간을 몽롱하게 보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리듬이 수면이라면 그 다음엔 식사와 배변이 있다. 예부터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면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소화기도 규칙적인 것을 좋아한다. 식습관이 불규칙한 젊은 여성들이 결혼을 하면 건강이 좋아지는 이유는 뻔하다. 자기 혼자서는 불규칙한 식사습관을 가지고 있었지만 남편이나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다 보면 식습관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화장실을 가는 것도 중요한 건강의 리듬이다. 아침의 쾌변을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건강은 차이가 난다. 한의학에서 여성의 건강을 측정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월경을 보는 이유도 다름 아닌 리듬 때문이다. 생리주기가 바뀌거나 생리를 거른다면 분명히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도 된다.

이렇게 생활리듬을 강조하면 삶이 단조롭게 되고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면 너무 뻔하지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평균수명은 80 넘게 늘어나 살아야 할 기간이 길어졌는데 건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규칙적인 삶이 생체리듬을 유지해 건강한 삶을 사세요. 건강을 잃으면 삶은 고통의 연속입니다.”
학생들의 공부도 규칙적인 습관이 중요하지만,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도 바로 생활리듬을 일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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