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Ⅱ 극소수, 혼란없어.. '수험생 부담감소 초점'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최근 서울대가 발표한 전형안내를 두고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비판이 일었다. 서울대가 지난해 적용했던 정시의 과탐 Ⅱ+Ⅱ 가산점을 2018학년 폐지한 데 따른 비판이다. 대다수 언론은 서울대의 가산점 폐지 발표가 다소 늦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선에 그쳤지만, 중앙일보는 유독 비난의 날을 세웠다. 서울대 지망자 대다수가 Ⅱ+Ⅱ조합을 준비 중이며, 의대 경쟁률이 다소 낮았던 것도 Ⅱ+Ⅱ 가산점 때문이라는 자사고와 일반고 진학부장들의 발언을 인용하며, 서울대의 이번 조치가 현장에 대단한 혼란을 안겨다 줄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까지 했다. 과연 중앙일보의 비난처럼 서울대의 이번 가산점 폐지가 현장 혼란을 초래할 일일까.

교육 전문가들은 서울대의 가산점 폐지 관련 공지가 다소 늦었다는 점을 아쉬워하면서도 수험생들에게 별다른 불이익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과탐 Ⅱ 응시자조차 점차 감소 추세인 상황에서 Ⅱ+Ⅱ 응시자는 소수에 불과한데다, 가산점 규모도 크지 않았던 상황 때문이다. 수시확대 기조를 선보이며 정시를 점차 축소해나가는 서울대 입시기조까지 고려하면 실제 Ⅱ+Ⅱ 응시자들 가운데  가산점 폐지로 인해 불의의 피해를 입을 인원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교육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번 서울대 과탐 Ⅱ+Ⅱ 가산점 폐지의 유일한 문제는 공지시점이 다소 늦었다는 데 있다. 이미 수험생들이 과탐 선택지를 대부분 결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3월 이전 변경내용이 공지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면서도, “그럼에도 이번 가산점 폐지 조치로 현장 혼란이 발생한다거나 수험생 대부분이 불이익을 입을 것처럼 호들갑 떠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특히 서울대 지망자 대다수가 Ⅱ+Ⅱ조합을 준비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정보다. 아마 Ⅱ 1과목필수를 오해한 지적일 것으로 본다.  1점이 아쉬운 정시에서 Ⅱ+Ⅱ 가산점은 무시할 존재가 아니긴 했다. 다만, 가산점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Ⅱ+Ⅱ 조합 시도 시 Ⅰ+Ⅱ 조합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만점을 받더라도 백분위가 94에 그쳤던 2016학년의 물리Ⅱ 사례도 고려해야 했다. 실제 수험생들에게 Ⅱ+Ⅱ는 도전하기 쉽지 않은 가산점이었던 셈이다. 이번 서울대의 가산점 폐지는 실익을 찾아보기 힘든 Ⅱ+Ⅱ조합을 공식적으로 폐지함으로써 오히려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준 조치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대가 발표한 정시에서의 과탐 Ⅱ+Ⅱ 가산점 폐지를 두고 언론의 비난이 거세다. 과연 언론의 비난처럼 서울대의 이번 가산점 폐지가 현장 혼란을 초래할 일일까.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18 서울대, 정시 과탐 Ⅱ+Ⅱ 가산점 폐지>
서울대는 최근 발표한 전형안내를 통해 지난해 적용했던 과탐 Ⅱ+Ⅱ조합 가산점 폐지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발표됐던 전형안내, 모집요강 등에 기재됐던 Ⅱ+Ⅱ 조합 가산점 관련내용을 올해 전형안내에서 삭제함으로써 더 이상 가산점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과탐 Ⅱ+Ⅱ 가산점을 폐지한 것이 맞다. 정시에서 Ⅱ+Ⅱ 응시자에게 더 이상 가산점은 주어지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심화과목인 Ⅱ를 2과목 응시했다는 점은 서류평가 등에서 감안할 생각이다. 입시를 떠나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Ⅱ+Ⅱ 조합을 선택한다는 것은 학업역량 고취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서울대가 폐지한 Ⅱ+Ⅱ 가산점은 2014 입시가 치러진 2013년부터 준비, 지난해 처음 적용했던 제도다. 서울대는 2013년 과탐Ⅱ+Ⅱ 가산점을 향후 적용하겠다고 발표, 이후 2017학년을 적용 시점으로 공지했다. 지난해 서울대는 대입 주요사항 관련 보도자료를 내면서 “2013년부터 예고한 바대로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 탐구영역 과목을 ‘Ⅱ+Ⅱ’로 응시한 학생에게 모집단위별 수능 성적 1배수 점수 폭의 3%를 가산점으로 부여한다”고 발표, 기존 예고내용을 현실화했다.  

현재 수능에서 과탐은 8과목으로 구성돼있다.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4개과목이 각각 Ⅰ과 Ⅱ로 구분돼 있어 Ⅰ과목이 4개, Ⅱ과목이 4개다. 과탐Ⅱ는 Ⅰ과목에 비해 범위가 넓고 난이도도 높다. 일종의 심화과목인 것이다. 서울대가 Ⅱ+Ⅱ 가산점 제도를 신설한 것은 심화과목인 과탐Ⅱ 응시를 권장하기 위해서였다. 고교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과탐Ⅱ를 어렵다는 이유로 수험생들이 기피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판단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대입에 대한 열망이 큰 사회구조 상 대입과 연계되지 않은 과목들은 수험생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곤 한다. 때문에 서울대는 Ⅱ+Ⅱ 가산점을 적용한 2017학년 이전부터 일관되게 과탐Ⅱ 응시를 권장해왔다. 일례로 서울대 수능최저를 충족해야 하는 지균에서 과탐을 선택한 수험생이나, 서울대 정시에서 과탐을 선택한 수험생들은 서로 다른 분야의 Ⅰ+Ⅱ, Ⅱ+Ⅱ 조합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지원 가능했다. 이는 올해 치러질 2018학년 입시에서도 마찬가지다. Ⅰ+Ⅰ 조합인 수험생은 서울대에 지원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서울대는 1개 과목에만 몰입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동일 분야의 Ⅰ+Ⅱ도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화학Ⅰ+물리Ⅱ, 생명과학Ⅱ+지구과학Ⅱ와 같은 조합은 인정되나, 물리Ⅰ+물리Ⅱ와 같은 조합으론 지원할 수 없다. 

<비난의 목소리 높인 중앙일보.. 서울대 지망자 대다수가 Ⅱ+Ⅱ 준비중?>
서울대의 과탐 Ⅱ+Ⅱ 가산점 폐지를 두고 언론들은 비판에 나섰다. 가장 큰 비판을 불러모은 것은 가산점 폐지가 너무 늦게 발표됐다는 점이다. 동아일보와 뉴스1은 사전예고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도 언론의 지적은 일부 타당한 면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 통상 3월이 끝날 무렵은 수험생들이 과탐 조합을 결정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심화과목인 과탐Ⅱ를 2과목 준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대 입시기조에 맞춰 대입을 준비해온 학생들이 불의의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존재했다. 

다만, 서울대는 일정 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가산점 제도는 예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학생부담 완화 차원에서 행해진 것이기 때문”이라며 “일정 상 공지하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다. 지난해 주요사항 발표 당시에는 2017 입시조차 치르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Ⅱ+Ⅱ 가산점 폐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정시가 모두 마무리된 2월 중순 이후 지난달 말 전형안내 발표까지는 가산점 폐지에 대해 공지할만한 계기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앙일보였다. 중앙일보는 서울대의 가산점 폐지 발표 시점을 지적하는 데 더해 이번 가산점 폐지가 현장의 혼란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예고없는 가산점 폐지로 논란이 일고 있다며 “서울대 지망자 대다수가 지난 겨울방학부터 학원을 다니는 등 과학탐구 두과목 모두 ‘Ⅱ’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예고 없는 변경에 혼란을 겪게 됐다”는 서울지역 한 자사고 진학부장 교사의 발언을 인용, 비난의 날을 세웠다. 강남의 한 일반고 진학부장이 “서울대 의대의 경우 Ⅱ+Ⅱ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제도로 타 학교에 비해 경쟁률이 낮은 면이 있었다. Ⅰ+Ⅱ로 준비한 학생들의 지원이 몰리면 대학을 믿고 어렵게 준비한 학생만 손해 볼 수 있다”는 발언도 더했다. 

<과탐 Ⅱ+Ⅱ 가산점 폐지.. 과연 현장 혼란 초래할까>
교육계에서는 사전예고가 없고, 발표가 다소 늦었다는 지적에 수긍한 것과 달리 중앙일보의 보도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했다. 실제 현장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현재 과탐Ⅱ 응시자는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학습부담이 큰 Ⅱ+Ⅱ 조합을 선택하는 수험생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적용됐던 Ⅱ+Ⅱ 가산점도 실제 규모가 크지 않아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아니었다. 이러한 현장 상황과 중앙일보의 보도는 앞뒤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 바닥 보이는 과탐Ⅱ 응시자.. 매년 감소 추세
실제 과탐Ⅱ 응시자는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2학년 수능만 하더라도 과탐Ⅱ를 1개 과목이라도 응시한 인원은 전체 수능 응시인원 대비 23.5%(15만2597명) 수준이었으나, 2013학년 25%(15만5627명), 2014학년 10.9%(6만6076명), 2015학년 8.3%(4만9237명), 2016학년 7%(4만1263명)로 계속 감소했고, 급기야 가장 최근 치러진 2017학년 수능에서는 5.6%(3만872명)까지 떨어졌다. 과탐Ⅱ 1개과목 응시자와 2개과목 응시자에 대한 구분이 없기 때문에 실제 인원은 이보다 더 줄어든다. 

과탐Ⅱ 응시자 감소는 수험생들의 관심저하에 기인한 것은 아니었다. 과탐Ⅰ까지 포함해 과탐Ⅰ과 과탐Ⅱ 중 1개 과목이라도 응시한 인원은 일시적인 감소를 제외하면 확연한 확대 추세다. 전체 수능응시인원 대비 과탐을 1개 과목이라도 응시한 인원 비율은 2012학년 36.6%(23만7589명)에서 2013학년 38.9%(24만1790명), 2014학년 38.9%(23만5946명), 2015학년 38.7%(23만377명), 2016학년 39.4%(23만729명), 2017학년 44.2%(24만3857명)이었다. 일시적으로 0.2%p의 비율 감소를 보인 2015학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과탐 응시비율이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취업난이 계속되며 이공계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과탐 응시인원 비율은 점차 높아져 갔지만 그 중 과탐Ⅱ 응시인원은 확연한 감소 추세를 보인 것이다. 

과탐Ⅱ 감소 추세는 여러 요인이 복합작용한 결과다. 먼저 과탐Ⅱ를 필수반영하는 대학이 서울대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과탐Ⅱ 응시를 요구하는 대학들은 대부분 과탐Ⅱ 응시 없이도 지원 가능하도록 규정한 상황에서 과탐Ⅱ 응시 시 가산점을 일부 부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대 외에는 과탐Ⅱ 미응시 시 지원 불가능한 상위대학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탐Ⅱ는 과탐Ⅰ 대비 학습부담도 크다. 심화과목인 만큼 학습범위가 넓은 때문이다. 더하여 과탐Ⅱ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응시자가 줄어들면서 백분위/등급/표점에서 불리함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아 더욱 과탐Ⅱ를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평가원이 한해 전 사례를 고려해 심혈을 기울인 2017 수능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2016 수능에서는 과탐 Ⅱ 응시자들의 불이익이 뚜렷했다. 물리Ⅱ의 경우 만점을 받아도 백분위가 94에 불과했으며, 지구과학Ⅱ도 만점자 백분위가 96에 그쳤다. 물리는 2등급이 사라지는 현상까지 발생 1문제라도 틀리면 3등급을 받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가뜩이나 요구되는 학습량이 많은 상황에서 만점을 받더라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까지 감내할 수험생은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과탐Ⅱ 응시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탐 Ⅱ+Ⅱ 인원도 많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평가원이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수는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연계열 최상위 N수생들이 모여 있는 대성학원을 통해 Ⅱ+Ⅱ 조합생을 추산해 볼 수 있다. 올해 치러진 3월 모의고사에서 대성의 Ⅱ+Ⅱ 조합 수험생들은 극소수였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지난해 서울대 의대 합격생의 절반 가량이 대성학원 수험생일 만큼 상위권 수험생들이 많이 몰려있지만, Ⅱ+Ⅱ 조합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3월 대성 모의고사를 치른 자연계열 수험생은 5648명, 그 중 Ⅱ+Ⅱ조합은 17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응시인원이 많지 않은만큼 실제 서울대 합격자 중에서도 과탐 Ⅱ+Ⅱ 조합은 극히 일부였다. 서울대 관계자는 “2017학년 Ⅱ+Ⅱ 조합 합격생 수를 정확히 밝히긴 어렵지만, 매우 적다는 점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조차도 가산점이 있는 정시에서 입학한 사례보다 수시에서 합격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일반적인 수험생이 Ⅱ+Ⅱ 조합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과고나 영재학교를 나와 N수에 뛰어든 경우라거나 과탐에 극도의 자신감이 있는 극소수 수험생이 아니고서야 Ⅱ+Ⅱ에 응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을 더했다. 

결국 과탐Ⅱ 응시인원의 감소,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 Ⅱ+Ⅱ조합 수험생, 소수에 불과한 합격사례 등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서울대 지망자가 Ⅱ+Ⅱ조합을 준비한다는 중앙일보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먼 침소 봉대인 셈이다.  

- 실제 가산점 규모 어땠나.. 당락 영향 미미
가산점 폐지로 Ⅱ+Ⅱ를 준비해온 수험생들이 반발한다는 주장도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가산점 규모가 결코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올해 폐지함으로써 2017학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결론난 Ⅱ+Ⅱ가산점은 실질적으로 합/불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란 것이 교육계의 평가다. 유일하게 Ⅱ+Ⅱ 조합 가산점이 적용된 2017학년의 사례를 들어보면 주장의 실질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서울대가 적용한 가산점의 범위는 ‘모집단위별 수능성적 1배수 점수 폭의 3%’였다. 여기서 말하는 모집단위별 수능성적 1배수 점수 폭은 모집단위별 최초 합격자 기준 1등과 꼴등의 점수 차이를 의미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지원자 중 1등과 최초합 커트라인과의 점수 차이로 보면 된다. 

2017학년 서울대 의대 합격자 25명의 점수를 기준으로 보면 1등은 서울대식 542.28점, 커트라인은 535.59점을 각각 취득했다. 둘의 점수차이는 6.69점으로 3%의 가산점 규모는 0.2007점이 된다. 커트라인에 걸친 점수인 경우라면 일부 의미를 가질 수 있겠지만 많지 않은 사례일 뿐이다. 과탐Ⅱ+Ⅱ 조합이 많은 상황이라면 유의미할 수 있겠으나, 드문 사례란 점을 고려하면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2017 서울대 의대 합격자 25명 중에서도 Ⅱ+Ⅱ조합은 단 1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2017학년 수능의 경우 예년 대비 변별력을 갖췄기에 가산점이 다소 과하게 산정된 측면마저 존재한다. 수능이 쉽게 출제될수록 지원자 점수가 촘촘하게 배치돼 가산점의 규모는 더욱 작아지게 된다. 수험생들로부터 ‘6년만의 불수능’이란 평을 받고 있는 2017학년만을 기준으로 가산점 규모를 따지는 것은 통상의 사례에서 벗어나있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이전 2~3년간의 수능 대비 난이도가 높았다고 평가받는 2016학년처럼 수능이 출제되기만 하더라도 의대 지원자가 받을 수 있는 가산점은 0.12점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가산점 폐지로 인한 영향은 극히 적다고 봐야 한다. 언론의 반응처럼 현장혼란, 수험생반발로 이어질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 의대 경쟁률.. Ⅱ+Ⅱ 가산점 때문? 
Ⅱ+Ⅱ가산점의 존재 때문에 서울대 의대의 경쟁률이 낮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줄을 이뤘다. 물론 서울대 의대 정시 경쟁률이 지난해 하락한 것은 맞다. 2016학년 3.8대 1(모집 25명/지원95명)이던 서울대 의대 경쟁률은 2017학년 3.48대 1(25명/87명)로 하락했다. 다만, 서울대 의대 경쟁률 하락을 Ⅱ+Ⅱ에서만 찾는 것은 개연성이 낮았다. 2015학년 의대 경쟁률은 4대 1(30명/120명)이었다. 과탐 Ⅱ+Ⅱ가산점이 없던 시절에도 경쟁률 하락은 이미 이뤄지고 있었다. 서울대 의대가 전국 38개 의대 중 단연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최고의대로 수험생들이 쉽사리 지원할 수 없는 곳이란 데서 경쟁률 하락 요인을 찾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이었다. 

Ⅰ+Ⅱ 조합 학생들이 몰리면서 Ⅱ+Ⅱ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도 가산점 폐지와는 무관한 사안이었다. 2017학년 서울대 의대 합격생 전원이 Ⅰ+Ⅱ조합이란 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기존에도 Ⅰ+Ⅱ 조합 수험생이 대다수였던 때문이다. Ⅱ+Ⅱ 수험생이 지원 시 지난해 대비 불이익을 받을 수는 있겠으나, 비난의 근거로 쓰이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셈이다. 

<가산점 폐지, 수험생 부담축소 장점 부각>
결국 서울대의 이번 가산점 폐지는 수험생 부담축소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탐Ⅱ 응시를 권장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하지만, 현실적인 면을 고려하면 Ⅱ+Ⅱ 조합에 가산점을 계속해서 주는 것은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컸다. 

이미 지난해 가산점 적용이 발표된 순간부터 교육계에서는 Ⅱ+Ⅱ조합을 피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란 분석이 줄지어 나왔다. 당락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가산점을 얻기 위해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소요되는 Ⅱ과목을 2개 공부한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과탐 가산점에 매몰돼 Ⅱ과목을 2개 공부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국어 수학 영어 점수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면서 과탐점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Ⅱ과목 2개를 공부하면서 국/수/영 점수가 하락한다면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과탐 Ⅱ+Ⅱ조합은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다. 서울대를 지원하는 데는 Ⅰ+Ⅱ조합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서울대의 이번 결정은 과탐Ⅱ 권장과 수험생 부담감소를 저울질한 끝에 나온 결과물로 풀이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서울대의 가산점 폐지는 예견된 사안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2017학년 서울대가 적용한 Ⅱ+Ⅱ가산점의 규모가 크지 않았던 때문이다. 서울대 입학본부가 가산점을 오래 끌고 가지 않겠다는 명확한 ‘사인’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서울대의 이번 결정은 수험생 부담감소란 측면이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과탐Ⅱ를 응시하지 않은 경우 지원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정도로도 과탐Ⅱ 권장은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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