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대입변화 앞둔 일본.. 학종의 본산 서울대 방문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2019학년을 기점으로 교육제도의 폭넓은 변화를 예고한 일본에 서울대 학종이 도입될까. 최근 일본의 교육 관계자들이 대입변화를 앞두고 서울대 입학본부를 찾아 학종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기에 나섰다. 2013학년부터 학종을 실시해온 서울대는 현재 수시의 대세로 올라선 학종의 본산으로 자리잡은 상태. 수능, 학력고사 이전의 입시제도인 예비고사-본고사 체제가 일본의 현행 대입센터시험-자체시험(본고사) 구도를 따온 것임을 고려하면, 일본을 따라하기 급급했던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어느새 역수출되기에 이른 셈이다. 

미국의 입학사정관제와 달리 공교육정상화까지 포섭하며 대외활동이 아닌 교내활동, 그 중에서도 학생부교과성적에 중심을 둔 ‘한국형 정성평가’인 학종의 가치를 해외에서도 주목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학생부 전산화 등이 일본에서는 구축돼있지 않는 등 교육체제 차이가 존재해 실제 학종이 일본에 도입될 지는 미지수지만, 향후 변화할 일본대입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 업계 전문가는 “그간 정량평가 중심의 대입을 공고히 유지해왔던 일본이 정량평가의 폐해에 대해 인정하고 세계적인 인재선발의 추세인 정성평가로 눈을 돌리는 과정에서 서울대의 학종을 참고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는 사교육업자와 일부 교육에 무지한 정당을 중심으로 집체식 강의가 가능해 훨씬 사교육 유발요인이 크고, 교실 붕괴를 가져왔었던 정량평가인 수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정성평가가 이미 세계적인 대세 반열에 올라섰다는 점을 반증하는 사례나 다름없다. 개인 역량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입학사정관제와 달리 고교교사들의 조력이 필수적인 학종이 일본에서 자리잡는데는 서로 다른 교육풍토/제도 때문에 난관이 예상된다. 고교 교사들의 조력도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다만 실제 학종의 일본 도입 여부를 떠나 일본 교육계의 이번 방문이 갖는 의미는 크다. 일본의 제도를 따라하던 과거를 뛰어넘어 오히려 입학사정관제를 우리 풍토에 맞게 정돈한 학종을 ‘역수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높이 평가받을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이 일본으로 '역수출'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를 포섭한 '한국형 정량평가'인 학종을 벤치마킹 위해 일본의 교육관계자 7명이 서울대 입학본부를 찾았다. 사진은 지난달 5일부터 10일까지 일본 오사카대에서 진행된 대입전형 운영 컨설팅에 참가해 발표를 시작하는 박필선 서울대 입학부본부장/사진=서울대 제공
 
<일본이 '벤치마킹'하는 서울대 학종.. 일본 방문단 서울대 찾아>
5일 서울대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대학입시센터 방문단이 지난달 30일 서울대를 찾아와 일본의 대입제도 개선과 운영을 위한 조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단은 하쿠이 요시노리 대학입시센터 이사와 문부과학성 관계자, 일본대사관 관계자 등 총 6명으로 구성됐다. 
 
방문 목적은 현재 서울대를 본산으로 국내 상위권 대입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2018학년을 ‘학종시대’로 명명케 할 만큼 확대되가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벤치마킹이다. 2019학년 일본이 현행 입시제도를 대폭 바꾸는 대대적인 변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 이번 방문의 배경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에는 소위 ‘에스컬레이터식 진학’으로 불리는 내부진학, 추천입학 등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대입전형들도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센터시험으로 불리는 ‘대학입학자선발 대학입시센터시험(National Center Test for University Admissions)'을 1차시험 격으로 치르고 대학별 자체시험인 본고사를 치르는 센터시험-본고사 체제가 대입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광복 이후부터 80학년 입시까지 유지했던 예비고사-본고사 체제도 센터시험의 전신인 공통일차시험과 본고사 등을 참고한 결과물이었다. 
 
일본 정부는 현재의 센터시험-본고사 체제가 학생의 종합적인 역량을 판단하지 못하고 단순 지식을 암기하는 정량평가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고 판단, 정량평가에서 정성평가로 대입전형을 바꾸는 변화를 계획 중이다. 처음으로 바뀐 대입전형이 적용되는 시점은 2019학년으로 예정돼 있다. 
 
이번 방문단의 내방 이전 서울대 입학본부가 지난달 5일부터 10일까지 5박6일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대 입학연구/고등교육센터가 요청한 대입전형 운영 컨설팅에 참가한 것도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정한 입학개혁 선도대학인 오사카대에 영국의 케임브릿지대, 미국의 오레곤대 등과 함께 방문해 정량평가 관련 정보들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서울대는 2년여 전부터 오사카대에 대입제도 개선 관련 구체적인 컨설팅을 진행해오고 있었다. 
 
지난달 참여한 컨설팅에서 서울대 입학본부는 국내 대입에서 서울대가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서류평가 시스템의 세부 운영방법, 전형설계, 입학사정관 교육/훈련 과정, 고교-대학 연계 방안, 대학-정부 연계 방안 등 오사카대가 입학전형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했다. 특히, 2000학년부터 준비해 15년 간 종합평가를 운영한 내용이 컨설팅에 참여한 일본의 교육 관계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방문은 지난달 컨설팅 내용에 강한 인상을 받은 일본 교육 전문가들이 서울대 학종에 대해 더욱 알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이미 지난달 컨설팅이 끝난 시점부터 문부과학성, 대학입시센터, 일본대사관 등의 관계자 7명이 서울대 입학본부를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일정만 29일에서 30일로 조정됐을 뿐이다. 
 
<서울대 학종 왜 주목받나.. 공교육정상화 포섭한 ‘한국형 입학사정관제’>
국내의 학생부종합전형은 영/미 대학들이 시행 중인 입학사정관전형에 비해 역사가 짧다. 영/미 대학들의 입학사정관전형 역사가 물경 100여 년에 달할 만큼 긴 점도 있지만, 국내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종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역사는 더욱 짧아진다. 
 
입학사정관제 전반을 놓고 보면, 2007년 7월 가톨릭대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인하대 중앙대 한양대의 10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 시범시행 대학으로 선정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 2008학년부터 지금까지 10여 년간 입학사정관제가 실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나, 입학사정관제를 국내 풍토에 맞춰 개량한 학종은 올해 입시까지 고려해도 대입에 모습을 드러낸 지 3~4년밖에 되지 않았다. 2013학년 실시돼 2014학년부터 본격 자리를 잡았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학종은 입학사정관전형에 대한 반성에서 탄생한 대입전형이다. 수험생 개인의 능력에 따라 합/불이 결정되는 영/미의 입학사정관제를 고스란히 들여와 입학사정관전형을 시행한 결과 대외활동으로 인한 사교육 범람 등의 폐해가 모습을 드러낸 데 대한 반성이라고 할 수 있다. 대외활동과 비교과활동이 아닌 학교현장에서 이뤄지는 교내활동과 학업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교과활동으로 평가영역을 재정돈하고, 학생부를 평가의 중심으로 삼으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이 탄생한 것이다. 안현기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는 고교별로 차등을 두는 데다 비교과 영역에 큰 가중치를 두지만, 서울대 학종은 고교별 차등이 없고 학생부교과를 평가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한국형 입학사정관제’”라고 설명했다. 
 
2010년 7월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 현 교육부)가 훈령 제187호를 통해 “학생부를 제출하는 경우 교외상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취득상황, 교과학습발달상황 등을 제외해 출력/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시작된 학종은 해당 훈령이 적용된 수험생들이 치른 2013학년 서울대 수시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기존 특기자전형이 일반전형으로 갑작스레 바뀐 배경 때문에 교육현장에서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무리였다. 때문에 1년 뒤인 2014학년을 학종이 본격적으로 대입의 통로로 인식된 시점으로 보는 의견이 통설로 여겨진다. 
 
2014입시를 기준으로 할 시 올해로 4년 차에 접어드는 학종은 고교의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처음으로 고3 학생들에게 정상적인 교육과정에 맞춰 수업을 진행했다”는 한 교사의 탄식은 학종 도입 이전 우리나라 교육이 얼마나 붕괴돼있었는지를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다. 학종 도입 이후 교사들은 비록 관찰하고 평가하며 수업에도 열을 쏟느라 이전에 비해 몸은 피곤하지만, 제 기능을 하는 학교현장을 바라보며 최고의 보람과 만족을 느낀다고 입을 모으는 중이다. 
 
수능이 대입의 중심에 자리하던 시절 EBS문제 풀이나 사교육을 통한 수능 준비에만 열중하고 학교수업은 도외시하던 학생들도 변화의 물결에 동참했다. 한 문제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문제풀이 위주의 경직된 학습에서 벗어나 자신이 쌓아올린 학업능력이 폭넓게 평가되고, 교내에서 일궈낸 활동들도 대입에서 반영되는만큼 자기주도적인 학교생활이 가능해지면서 억눌려있던 모습에서 자유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긍정적인 현상에 대한 증언들이 줄을 잇는다. 진로 탐색이 전제되는 것이 바람직한 학종의 특성 때문에 스스로의 진로에 대해 ‘성찰’하기 시작하는 학생들도 부쩍 늘어났다는 평이다. 학종의 도입으로 학교 현장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무너져가던 공교육(고교교육)을 정상화하는 역할을 학종은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대외활동을 허용한 결과 발생했던 사교육 확대 문제점을 방지하고, 교실붕괴를 막겠다는 기치 아래 공교육정상화까지 전형의 목적으로 포섭한 태동 배경 때문에 학종은 영/미의 입학사정관제와 궤를 달리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입학사정관제로 통칭되는 정량평가에서 영국과 미국의 대학들이 훨씬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일본이 서울대 학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학종이 공교육정상화라는 목적까지 포섭한 ‘한국형 입학사정관제(정량평가)’라는 데 있다.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방문단은 “(서울대 학종이)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까지 염두에 두고 전형을 설계한 것이 놀랍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대입전형이 일본으로 ‘역수출’되는 현 상황을 두고 교육계는 크게 반기는 모양새다. 과거 일본을 따라 대입전형을 설계하던 것에서 벗어나 오히려 국내 교육을 일본에서 벤치마킹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영/미로부터 수입, 국내 상황에 맞춰 정돈한 학종이 그간 우리보다 한 발 앞선 사회풍토를 보여온 일본으로 수출되는 상황은 '역수출'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 일본의 학종 '곁눈질'이 공교육정상화에 기여하고 있는 학종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안 본부장은 “과거에 일본의 입시 제도를 따라했던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를 거꾸로 일본이 본받겠다고 한다. 학종이 고교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경감에 계속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학종이 실제 일본 대입전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지는 미지수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교육체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학생부를 NEIS(나이스)를 통해 일체 전산화한 상태며 고교별 교육 수준의 차이도 크지 않지만, 일본은 학종과 유사한 대입전형 도입을 위해서는 학생부 전산화 구축이라는 문제부터 선결해야 하는 데다 고교별로 크게 차이나는 교육 수준을 정돈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일본 교육 관계자들은 서울대 입학본부와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눠 관련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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