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여학생 기피현상의 결과'..

[베리타스알파=김민철 기자] 국내 4개 과학기술원의 교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명 중 1명은 여성 교수인 것으로 나타나, 이공계특성화대(포스텍 제외)의 유리천장이 극심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과연 그럴까.

유승희(더불어민주) 의원이 4개 과학기술원에서 제공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2016년 8월 현재까지 5년간 전임교수 현황을 받은 결과 전임 이상 여성교수는 9.9%였다. 교수 유형별로 보면, 조교수보다 부교수, 정교수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교수의 수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교수에서 여성 비중은 16.3%지만, 정교수에서는 3%에 불과해 직급이 높아질수록 유리천장은 견고해진다는 게 유 의원의 주장이다. 유 의원은 “이공계여성의 참여확대에 더 앞서나가야 할 과기원들이 더 견고한 유리천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업계의 반응은 상반된다. 극심했던 여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감안하면 '예상 외의 선방'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교육통계연보와 미래부 자료에 따르면, 1995년 공학계열 여학생 비율은 7.3%에 그쳤고, 2003년에도 13.3%에 불과했다. 2009년 미래부 조사에서도 이공계열 가운데 자연계열의 여학생 비중은 51.6%에 이르렀지만, 공대는 17.9%에 머물렀다. 성별에 따라 능력이 갈리는 점이 아님을 고려하면, 인력의 풀(pool)의 차이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 국내 4개 과학기술원의 교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10명 중 1명은 여성 교수인 것으로 나타나 현재는 저조한 측면을 보이지만 향후 개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KAIST의 경우, 4개 과기원 가운데 조교수 여성비율이 24%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사진=KAIST 제공

 

 

게다가 최근들어 여성교수의 비중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유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4개 과기원에서 여성교수의 비중은 10% 안팎으로 직급이 낮아질수록 여성비중이 높아지는 추이를 보였다. 통상 교수는 조교수-부교수-정교수 순의 직렬체제를 밟는다. 조교수에서 심사를 거쳐 부교수로 임명된 이후, 테뉴어라 일컫는 정교수가 되는 코스로 올라선다. 조교수에서 여성교수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는 갈수록 정교수가 되는 여성교수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해진다. 현재 정교수에 해당하는 여성교수 비율이 낮은 점은 그동안 유리천장이 견고해서가 아니라 기존 여성교수 수가 그만큼 적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있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점차 이공계 선호로 돌아서고 있다. 과거에는 공학계열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야근이 많고 고되다는 인식과 남성중심의 문화, 경력단절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피 현상이 커졌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계과에 여학생이 입학하면 ‘공대 아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문과생의 취업난이 심각한 편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러한 취업난을 등에 업고 여학생들의 이공계 진입확대로 반전될 보인다. 

결국, 낮은 여성교수 비중은 자연스레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 의원이 공개한 이공계 여학생 비율은 30% 정도로 나타났다. 학사에서 석사, 박사에 이르는 과정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여성과학자의 비중이 마냥 낮은 것만으로도 볼 수 없는 것이다. KAIST의 경우 현재 정교수 가운데 여자 교수의 비중은 3.5% 남짓에 불과하지만 조교수로 내려가면 24%수준이다. 인력의 풀(pool)인 이공계 진학률과 교수 남녀비중이 비슷한 추세로 보이는 것이다.

유 의원은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부시절인 2000년부터 여성과학자 육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2002년에는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법이 제정됨에 따라 그 후 이공계 여성인력이 많이 늘어나, 현재는 이공계에서 여학생 비율이 30%에 육박한다”며 “이렇게 많은 여성과학기술이 육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와 교육의 센터역할을 해야 할 과학기술원에서 여성인력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유 의원은 이어 “이공계 여성의 참여확대에 더 앞서나가야 할 과학기술원들이 타 이공계 대학이나, 현재 인력풀에 비해 여성에게 더 견고한 유리천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원의 여성교수 임용 및 승진을 위해 좀더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 시각은 다르다. 과기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교수풀을 이룬 세대들이 대학 진학했던 10년전 이전을 감안하면 당연하다고 본다. 현재 30% 여학생이 있다면 10년 후 여교수 비율의 잣대는 30%를 기준으로 적다 많다는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취업난과 이공계선호가 맞물리면서 여학생이 늘어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고 논박했다. 

교수임용의 본질이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해야지 성별안배는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과기원의 본래 취지대로 연구와 교육을 중심으로 임용/승진이 이뤄져야한다는 얘기다. 한 업계 전문가는 “과거 상황과 변화추세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통계숫자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일차원적인 발상일 수밖에 없다. 국감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 보통 해당 기관은 그에 대한 답변과 사후대책 보고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4개 과기원은 유 의원이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 꼴이 된 것이다. 결국 교수 임용의 본질은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연구 잘하는 자를 교수로 선발하는 게 합리적이고 그것이 원칙이어야 한다. 성별을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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