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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원사업 가산점 축소된다.. '본질 잃은 연계'
  • 홍승표 기자
  • 승인 2016.09.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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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홍승표 기자] 대학재정지원사업 평가에서 가산점이 축소된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대학재정지원사업 평가 가산점 축소 방침을 밝혔다.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은 대학을 평가하면서 사업평가 요소 외적인 부분에 대해 추가로 가산점과 감점을 부여해왔다. 대학의 정원감축, 총장직선제 폐지, 등록금 부담 경감 등의 항목에서 가산점이 운용됐다. 대학의 역량 강화를 꾀하는 사업취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에도 정부 시책이 가산점 항목에 적용된 것이다. 대학은 정부가 자율성을 무시한 채 정책을 강요하는 사업평가에 불만을 표해왔으나 재정 확보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정부가 요구한 방향을 따라왔다.

이번 국감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대학특성화(CK)사업 재선정평가 과정에서 총장직선제 폐지여부가 당락을 뒤집은 데서 나왔다. 서울시립대가 평가 결과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아 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것이다. 인천대는 서울시립대보다 점수가 낮았으나 총장 직선제 폐지로 가산점을 받으면서 당락을 뒤집었다. 총장 직선제 폐지가 많은 대학의 반발을 샀던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대학 길들이기에 재정지원사업을 악용한 사례로 해석될 여지가 컸다.

교육부 정책이 지원사업과 연계되면서 각 사업들이 본래의 취지를 잃고 정부의 대학 통제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한 지원사업에 가산점 항목이 여러 개 운용돼 가산점이 오히려 당락을 좌우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기계적인 가산점 적용이 본래 취지와 상반된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지금의 지원사업은 분명한 철학을 갖고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지원사업이 목표를 뚜렷하게 정해 다양한 평가요소를 설정해야 대학의 경쟁력 확보라는 목적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시립대는 CK사업 재선정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총장직선제 유지로 가산점을 적용받지 못해 탈락했다. /사진=서울시립대 제공

<꼬리내린 교육부..지원사업 가산점 축소>
사업목적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항목의 가산점이 지원사업 평가에서 사라진다. 이 부총리는 28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대학재정지원사업 평가 시 가산점을 축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의 가산점 축소 발언은 노웅래 의원(더민주)의 문제제기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노 의원은 교육부로부터 입수한 ‘CK사업 재선정 평가자료’를 근거로 CK사업 평가가 엉터리 기준으로 이뤄졌다고 25일 비판한 바 있다. 연구역량과 관계없는 가산점으로 당락이 갈렸고, 대학마다 이중잣대를 적용하는가 하면, 탈락기준 이하의 점수를 받은 대학이 사업에 선정된 점이 비판내용이었다. 국감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노 의원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교육부의 가산점 축소방침이 제시됐다.

서울시립대와 인천대는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놓고 CK사업 당락이 변경됐다. 서울시립대와 인천대는 올해 CK사업 중간평가에서 국제화(서울권)의 동일한 분야에 지원했다. 평가 결과 서울시립대는 54.75점을 받아 54.14점을 받은 인천대보다 점수가 높았으나, 가산점에서 순위가 변동됐다. 서울시립대는 6.5점, 인천대는 10점의 가산점을 각각 받았기 때문이다. 노 의원 측은 서울시립대와 인천대의 당락을 좌우한 가산점이 총장직선제 폐지에 따라 갈렸다고 주장했다. CK사업 중간평가는 최초선정 평가와 달리 5개 가산점 항목이 추가됐다. 가산점 항목은 각각 구조개혁에 따른 정원감축(3점), 대학의 협력적 거버넌스 운영(3점), 국가장학금Ⅱ유형 참여(2점), 자유학기제 참여실적(2점), 부정/비리 대학(-1.5점/-0.5점/-0.1점)이다. 총장직선제 폐지는 대학의 협력적 거버넌스 운영에 포함돼 가산점이 부여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산점 축소 방침은 교육부가 지원사업 평가에서 잘못된 기준 운용을 인정한 결과로 분석된다. 교육부는 노 의원의 비판이 언론의 주목을 받자 즉각 해명자료를 내며 반박했다. 대학마다 다른 평가기준 운용은 분야별 신청 사업단 수가 1개로 상대평가가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사전계획에 따라 이뤄졌으며, 탈락기준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육부는 총장직선제폐지 가산점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해명을 피했다. 가산점이 대학의 구조개혁 유도와 등록금 부담 완화, 부정비리 대학 감점 등의 목적으로 운용됐다고 설명했으나, 정작 총장직선제 폐지 가산점 적용의 타당성에 대한 설명은 빠졌다. 이후 총장직선제 폐지에 따른 가산점 적용이 문제가 없다고 교육부는 주장했으나 3일 만에 태도를 바꿨다. 국감에서 이 부총리는 “총장직선제와 CK사업의 취지에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며, “지원사업 평가에서 가산점과 감점을 통해 교육부 정책을 추진했다”고 시인했다.

<총장직선제 폐지..대학 반발하자 재정지원 무기 사용>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부터 대학에 총장직선제 폐지를 권고했으나 반발에 부딪혔다. 교육부는 2010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에서 교대의 총장선출제를 간선제로 바꾸는 내용을 제시했다. 이후 2012년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모든 국립대학에 총장 직선제를 배제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총장직선제가 선거에 매몰되면서 교육/연구 분위기를 훼손하고, 총장 성과검증이 미흡한 데다 재정/회계 운영의 불투명성/비효율성 문제가 지속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총장직선제는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성 신장이라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 대학 교원을 중심으로 파벌이 형성되고, 공약이 남발돼 등록금이 인상되는 등 부작용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한번 인상한 교원/교직원의 임금은 다시 내리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며, “선거과정에서 경쟁적으로 제시된 임금인상 공약은 결국 학생 등록금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총장직선제 폐지 움직임에 대학은 반발했다. 총장직선제가 1987년 6월 항쟁으로 도입된 대학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총장직선제 폐지 권고가 나름의 이유와 목적을 지님에도 정부가 과도하게 대학행정에 개입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총장직선제 폐지는 정부 입맛에 맞는 어용 총장을 심기 위한 수단이라는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정부는 지원사업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대학에 총장직선제 폐지를 압박했다. 2012년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 기본계획’에는 2011년과 달리 총장직선제 개선 여부를 반영하는 국공립대학 선진화 지표가 추가됐다.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도록 학칙 개정을 완료한 대학은 100점, 총장직선제 폐지 MOU만 체결한 대학은 80점, 미개선대학은 0점을 부여하도록 했다. 지원사업이 대학에 총장직선제 폐지를 강요하는 무기로 사용된 셈이다. 총장직선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 체결을 거부한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목포대는 결국 2012년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탈락했다. 부산대는 교육역량강화사업이 시작된 2008년 이후 사업탈락은 처음이었다. 직선제를 유지하던 국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선정된 전북대도 지원금이 46억원에서 14억원으로 줄었다. 재정지원이 압박 수단으로 사용되자 대학들은 어쩔 수 없이 교육부 방침을 수용해야 했다. 대다수 국립대가 총장직선제를 포기했다.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목포대 등은 결국 학칙에 직선제 폐지를 명시했다. 단, 부산대는 지난해 고현철 국문과 교수의 투신 사건의 영향으로 총장직선제 복귀가 결정됐다. 고 교수는 총장직선제 복귀와 대학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며 대학 옥상에서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총장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공립대는 부산대와 조선대, 서울시립대 3개 대학 뿐이다.

<교육정책 지원사업 연계..사업 목적 퇴색>
대학재정지원사업이 다른 정부 정책과 연계되면서 재정지원 편중, 사업 취지 퇴색 등의 문제가 지적된다. 정원감축을 전제로 하는 대학구조조정, 등록금 동결/인하에 따른 국가장학금Ⅱ유형 참여 등이 대상으로 꼽힌다. 정부가 사업 목적과 별개의 정책을 가산점 지표로 채택, 대학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9일 발간한 ‘2016년도 국가주요사업 집행점검/평가’에서도 지원사업과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연계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구조조정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지원사업은 대학인문역량강화(CORE),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여성공학인재양성(WE-UP),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LINC),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ACE), 수도권대학 특성화(CK-Ⅱ), 지방대학 특성화(CK-Ⅰ), 특성화 전문대학(SCK) 등 8개다. 국가장학금Ⅱ유형 가산점이나 지원자격을 부여하는 사업도 수도권대학 특성화(CK-Ⅱ), 지방대학 특성화(CK-Ⅰ), 특성화 전문대학(SCK), 고교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 등 4개에 이른다.

등록금 동결이 지속되면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은 지원사업에 매달리는 탓에 경쟁이 치열하다. 소수점 단위의 점수에 따라 선정결과가 뒤바뀌는 만큼 1,2점의 가산점 항목에도 대학은 특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정부가 무제한적으로 교육정책을 지원사업과 연계하는 것은 각 사업의 목적을 퇴색시키고, 정부정책에 끌려 다니는 대학들에 재정지원이 편중될 우려가 있다. 보고서는 ACE 사업의 경우 학부교육의 질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가 단순히 정원감축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교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에 국가장학금Ⅱ 유형 참여를 지원자격으로 정하는 것은 고교정상화보다 등록금 인상억제에 우선순위가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지원사업에서 기계적인 정원감축 가산점 운용으로 우수대학이 오히려 부실대학보다 더 많은 정원을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2015년 실시한 대학구조개혁평가는 평가등급이 낮은 대학일수록 정원을 더 많이 줄여야 하나, 지원사업과 연계되면서 우수대학이 더 정원감축에 나선 것이다. 부실등급 대학에서는 재정지원사업 수주가능성이 적고, 정원감축이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탓에 정원감축에 소극적이다. 대학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정원을 자율적으로 감축하도록 한 34개 대학 중 67.6%인 23개 대학이 정원을 줄였다. 다른 재정지원사업에서 주어지는 가산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B등급 대학은 교육부가 권고한 4%보다 2.36% 많은 6.36%를, C등급 대학은 교육부 권고 7%보다 0.12% 적은 6.88%를 감축했다. D등급 대학의 감축률은 7.7%로 권고 감축률인 10%보다 2.3% 낮다. E등급 대학의 감축률은 24.22%로 권고 감축률 15%보다 높았으나, 51.5%의 큰 비율로 정원을 감축한 1개 대학을 제외하면 9.5%의 감축률로 권고수준보다 낮다. 대학평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 부실대학을 퇴출하고 대학의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와 상반된 결과를 낳은 셈이다. 

 

홍승표 기자  hongs@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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