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해야' vs '시기상조'.. 약교협 학제토론회 관심

[베리타스알파=최희연 기자] 대학편입으로 기초학문이탈을 가속화하는 약대 '2+4 체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약학대학이 기존 4년제에서 학사 편입형식의 2+4년의 입시제도로 개편되면서, 자연계 기초학문 이탈 비율이 늘고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인 PEET 응시를 위해 과도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때문이다. 더욱이 학제 개편 이후 대학원 진학률이 감소하고, PEET 시험 운영에서도 약교협(약학교육협의회)이 방만한 회계운영을 한 것이 드러나 교육부의 대책 마련에 대한 현장의 요구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반면 교육부는 학제 개편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지난 7월 약교협은 2+4체제를 통합6년제로 대체하고, 고졸 신입생을 1학년으로 선발하는 학제 개편안을 추진했다. 교육부는 통합6년제는 현재로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도입 후 졸업생이 2회 밖에 배출되지 않은 만큼 제도를 변경할 것이 아니라, 현행 제도 내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허나, 교육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약교협에 대한 현장점검 역시 2013년이 유일했으며, 향후 현장점검 계획 역시 없는 상황으로 교육부가 관리감독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약교협이 오는 10~11월에 이공계와 학제개선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 35개 약대 가운데 31개교(88.6%)가 편입제 폐지와 고졸 신입생 선발에 찬성하고, 서울대 약대가 나서서 고졸 신입생 선발 의지를 보이면서 약학대학 2+4체제 역시 의학전문대학원과 같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대학편입 형식의 약대 2+4 체제가 기초학문 이탈을 가속화하고 PEET 시험을 위한 과도한 사교육 시장이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도권 자연대학과 학생 이탈 비율..최고 46%>
박경미(더불어민주)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6학년 약대 입학생의 55%가 화학, 생물학, 수학 등의 자연계열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자연과학계열 학생의 상당수가 약대 입시에 뛰어들며 기초학문 분야가 붕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약대 입시생 증가는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치의학전문대학원)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의전원/치전원 체제와 달리 약대 입시는 학사편입 형태로 실시돼 자연계열 이탈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학사편입의 방식으로 약대에 입학하다보니 수도권 대학의 화학계열, 생명과학계열의 휴학생과 중도 탈락생(자퇴생, 제적생) 등 '이탈학생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가톨릭대의 경우 2015년 생명과학전공 재적학생 195명 가운데 77명이 휴학을, 16명이 중도탈락을 기록해 이탈학생 비율이 46%에 달했다. 동국대 화학과 45%에 이르는 높은 이탈학생 비율을 보였다. 그 외에도 서울시립대 생명과학과와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학생들이 37%의 이탈율을 보이며 최고 이탈율 탑10을 형성했다. 이들 대학의 이탈학생 비율이 평균 25%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탈율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약교협이 지난해 발간한 '6년제 약학교육의 학제 변화 연구 보고서'에서도 학생 이탈 증가에 대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약교협은 수도권 주요 11개 대학의 화학과 자퇴율이 약대 2+4체제 시행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9년 2.2%에 불과하던 자퇴율은 2011년부터 매년 3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화학과 교수는 "약대 시험 준비에 유리한 학과인 화학과/생물학과/물리학과 등이 약대 입학을 위한 관문으로 전락해 서울 중상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대학에서 이탈 인원을 편입으로 선발하면서,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하는 지방대 자연계열 학생까지 더불어 증가하고 있다. 전공자 이탈이 연쇄적으로 이뤄지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반면, 대학원 진학률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약학대학원 진학률은 2010년 20.1%에서 2015년 13.2%로 5년 만에 7% 수준의 감소폭을 보였다. 2+4체제 실시로 약대 입학/졸업생들의 평균연령이 높아져 학제 개편 이후 졸업생들이 대학원 진학 등의 연구영역 보다 직업 약사의 진로를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사교육 시장 배불리는 PEET..한달 수강료 200만원>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 PEET 시행이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 역시 매년 이어지고 있다. PEET 시험과목은 일반화학추론, 유기화학추론, 물리추론, 생물추론 등 4과목으로 나뉜다. 시험난이도는 이과 계열 입시 중에서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시험인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5급 기술고시, 변리사 다음으로 어렵다는 게 다수의 평이다. 화학/생물/물리 관련 대학 선수과목을 충실히 들었더라도 시험 특성 상 독학으로 고득점을 받긴 힘들다. PEET 시험이 자격시험의 역할 보다 변별력 확보에 초점을 두면서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진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험생이 사비를 들여 학원/인강을 이용해 약대 입학을 목표로 추가 공부를 하고 있다. 2014년 약교협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약대 학생의 53%가 6개월 이상 PEET 전문 학원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25%는 1년 이상 사설 강좌를 수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PEET를 위한 사교육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M학원의 ‘기초 종합반’ 한 달 수강료는 회원가입비 포함 약 200만원이며, ‘Pre-Gold 휴학반’ 6개월 수강료는 약 550만원에 달한다. 인터넷강의의 경우 1년 통합 수강권은 약 26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P사의 인터넷 강의 역시 평균 2개월의 수강기간 기준 과목별 30만원 수준의 금액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약대 2+4체제의 유일한 수혜자는 사교육 뿐"이라는 날선 비판까지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약교협, PEET 시험 응시수수료 '마구잡이식 운영'>
더욱이 PEET 시행기관인 약교협은 PEET 응시 수수료를 방만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약교협은 교육부 소관 비영리법인으로 2010년 PEET 시행기관으로 지정됐다. 2014년 교육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약교협 수입의 98.8%는 응시수수료 수입이다. 2013년에는 응시수수료를 목적 외로 사용하고 과다한 지출을 하는 등 방만한 회계 운영이 지적돼 이사장, 이사 등이 고발됐다. 허나 문제점이 지적된 이후인 2014년에도 마구잡이식 회계 운영은 지속되고 있었다.

박 의원이 2014년 'PEET 원가검토 및 추정예산안 검토'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인건비 과다지출, 중복 지출 등이 다수 확인됐다. PEET 시험 감독관의 평균 수당은 중식, 간식비를 포함해 28만원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간을 일하고 중식, 간식비를 포함해 13만원 수준의 일당을 받는 수능 시험 감독관의 평균 수당의 2배를 넘어서는 금액이다. PEET 시험 책임자에게는 일당이 60만원까지 지급된 것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보고서에는 중식비/특근매식비/간식비 또는 소모품비/문구비 등 같은 용도이면서 이름이 상이한 수입사용 내용이 다수 확인됐다. 20만원 이상의 높은 응시료를 받으면서 퍼주기식 회계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해결책 없는 교육부..대책 마련 시급>
한편, 2+4 체제를 개편하려는 현장의 노력과 달리 교육부는 "학제 개편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통합6년제로 약대 학제를 개편하자는 약교협의 요구에 교육부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2011학년 도입된 제도로 졸업생 배출을 2회 밖에 실시하지 않았는데 제도를 또 다시 개편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현 체제 내에서 문제점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교육부가 밝힌 개선 방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약교협에 대한 현장 점검 역시 2013년에 실시한 것이 유일하고, 향후 현장 점검 계획도 없다고 답변해 교육부가 관리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반면, 약교협은 학제 개편을 위해 오는 10~11월 이공계 현장 관계자 등과 토론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약교협에 따르면 전국 35개 약대 가운데 31개 대학이 2+4체제 개편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전국약학대학학생협의회가 최근 약대생 27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3.6%(1718명)가 통합6년제로의 전환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의 반응이 제도 개편으로 무게가 쏠리고, 서울대 약대가 고졸 신입생을 선발하겠다고 나서면서 약학대학 2+4체제 역시 의/치전원과 같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박 의원은 "약학대학의 개방형 2+4체제는 기초과학교육계를 고사하면서 약학교육계의 발전을 가로막고 과도한 사교육까지 유발하는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시급히 약학대학 '2+4체제'를 재검토하고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7 PEET 경쟁률 9.53대 1..전년 대비 상승>
2017학년 PEET 접수자수는 1만6127명으로 입학정원(1693명) 대비 경쟁률은 9.53대 1에 달한다. 지난해 PEET 경쟁률인 9.21대 1(모집 1693명/지원 1만5599명) 대비 상승한 수치다. 약학대학 입학정원은 6년제 약대가 처음 출범한 2011학년부터 크게 늘어나 현재 1693명이다. 2008년 2+4체제의 제도가 도입돼, 2009학년 입시 이후 두 해(2009~2010년) 동안은 학생선발이 없었다. 2010년 처음 도입된 PEET 시험 지원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1학년 1만681명을 시작으로 2012학년 1만3077명, 2013학년 1만4087명, 2014학년 1만5513명, 2015학년 1만5592명, 2016학년 1만5599명, 2017학년 1만6127명이다.

대졸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전문직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과생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의/치전원 축소가 약대 지원자 증가를 가져왔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학부생 2학년 이상이면 지원 자격이 부여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점에서 매년 상당수의 학생들이 지원을 하고 있다. 지원자는 대부분 2,3학년이다. 2017학년 PEET 접수자 중 2학년은 6883명(42.7%)으로 가장 많았고, 3학년이 4358명(27.0%), 4학년 이상이 4886명(30.3%)으로 나타났다. 전공별로는 생물 계열이 4158명(25.8%)으로 가장 많았고, 화학 계열이 3335명(20.7%)이었다. 공학 계열도 4146명(25.7%)로 여전히 전체 응시자의 70%이상이 화학, 생물학, 공학 계열에 치중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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