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과실없어.. 항소 여부 쟁점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2014 수능 출제오류 관련 길었던 법정공방이 일단락을 맺었다. 부산지법 민사합의 11부는 20일 2014학년 수능에서 나왔던 세계지리 출제오류를 이유로 수험생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을 기각했다. 2013년 11월7일 실시된 수능시험으로부터 3년 가까이 이어져 온 후속조치의 마지막 단락이 종결을 맞이한 모습으로 평가된다. 항소 여부에 따라 법정공방이 계속될 여지는 남아있지만, 1심의 논리가 뒤집히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피해를 본 학생들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내려진 법원의 판단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재판부가 기각결정을 내리기까지는 평가원이 문제에 대한 오류논란이 발생한 후 제반절차를 성실히 이행한 점이 작용했다. 재판부는 출제오류를 두고 “객관적 정당성을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잘못된 문제출제와 정답결정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출제오류가 발생하긴 했으나, 출제위원들과 검토위원, 이의심사실무위 평가위원 등은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본 것이다.

우리 민법은 주의의무를 위반하는 등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과실책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물리게 되면 사회활동을 억제하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재판부의 판단은 평가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으며, 객관적 주의의무를 다한 이상 객관적인 정당성도 상실하지 않아 손해배상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2014 수능 문제 출제 시 출제위원들과 검토위원들은 충분한 검토를 거쳐 문제에 이상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평가원은 수능 이후 출제오류가 지적되자 즉각 이의심사 실무위를 개최해 평가위원들로부터 판단을 구했으며, 관련학회 2곳에도 자문을 구해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의견을 받는 등 제반절차를 성실히 수행했다.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할 부분이 없었던 셈이다.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은 곧 손해배상책임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구인들은 평가원이 1년 가까이 지나서야 사후 구제절차를 실시한 점을 지적하며 구제절차 지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평가원의 조치가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출제 오류가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평가원이 피해 학생들을 구제하는 것은 어려웠다”며, “2심에서 출제오류 결정이 내려지자 평가원이 오답의 피해를 본 수험생들의 성적을 재산정하고 대학들의 협조를 구해 추가합격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후속조치를 취해 사후 구제절차를 지연하지 않았다”고 했다. 수험생들은 평가원이 즉각 오류여부를 인정하지 않아 구제조치가 지연되게 만든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평가원이 1심에서 출제오류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을 때에는 구제절차를 실시하지 않았던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봤다.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 것을 고의/과실에 의한 구제절차 지연행위로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2심에서 출제오류 판결이 내려지자 즉각 수험생들의 성적을 재산정해 추가합격을 실시하는 등 사후 구제조치를 이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본 것이다.

수험생 측은 기각결정에 불복,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법정공방이 이어질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다만, 항소심에서도 수험생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시각에서는 오류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1년 간 시간을 낭비했으니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처럼 보여질 수 있지만, 법적 관점에서 보면 다를 수 있다. 구체적/추상적 과실 중 어느 것도 없었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주의의무를 검토절차를 전부 거쳤음에도 발생한 오류는 사실상 불가항력이나 마찬가지다.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발생한 문제오류는 인력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고 보면 쉽게 이해 수 있다”며, “2심의 판결을 지켜봐야겠으나, 1심과 마찬가지로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후 추가합격으로 구제됐다고는 하나, 출제오류로 인해 재수 등을 택함으로써 지출된 비용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적 논리를 떠나 잘못된 출제에 대한 보상은 주어져야 한다. 정당히 공부했으나 잘못된 문제출제 때문에 재수비용을 소모하는 등 실제 피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평가원은 사후 구제조치에 최선을 다했다지만 임시방편식 ‘땜질’에 불과했을 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도 아니다. 다른 대학에서 1학년 과정을 수학한 학생의 경우 커리큘럼이 뒤죽박죽인 경우도 있다. 세계지리 등급이 1단계 낮게 책정되면서 원서지원 자체를 하향한 경우도 존재한다”며, “결국 사후 구제조치로 내놓은 추가합격 역시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손해보상까지 기각됐다는 것은 부당하다. 평가원이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 하더라도 많은 수험생들에게 입힌 피해는 보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평가원은 법적논리를 넘어 도의적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2014 수능 출제오류 관련 길었던 법정공방이 일단락을 맺었다. 세계지리 출제오류로 인해 피해를 본 수험생들이 제기한 집단 손해배상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14 수능 세계지리 출제오류.. 그간의 경과는?>
- 세계지리 8번문항 이의 제기
2013년 11월7일 2014학년 수능이 실시된 후 이의신청을 통해 사회탐구영역 세계지리 8번문항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도를 통해 유럽연합(EU)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의 총생산액 규모를 비교한 8번문항에서 제시된 보기의 ㉢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옳은 설명을 모두 고르는 8번문항에서 “A(EU)는 B(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고 밝힌 ㉢은 옳은 설명으로 분류됐으나, 실제로는 반대였기 때문이다.

제시된 지도에 ‘(2012)’로 연도가 표기된 부분이 특히, 논란이 되는 요소였다. 2012년을 기준으로 하면 ㉢은 명백히 틀린 설명이었다. 2012년 IMF통계(Nominal 2012 GDP for the world and the 유럽연합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October 2012’)에 따르면, EU의 명목 국내총생산은 16조4144억8300만 달러, NAFTA는 18조6088억7500만 달러로 NAFTA의 총생산액 규모가 더 크다. 한국은행과 세계은행의 발표내용을 기반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NAFTA가 EU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더 컸다. 오류를 주장하는 측의 근거가 탄탄했던 셈이다.

- 평가원 “출제오류 아니다”
평가원은 즉각 문제오류에 대한 결정기구인 이의심사 실무위원회를 열어 평가위원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17명의 평가위원 중 16명은 ㉢을 옳은 설명으로 규정한 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평가원은 또한 외부 전문집단인 한국경제지리학회와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 등에 자문을 요청해 정답에는 이상이 없다는 의견을 받기도 했다. 결국, 평가원은 세계지리 8번을 포함해 2014 수능에서 출제오류가 없었다며 이의신청 절차를 종결했다.

평가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출제의도를 따져봤을 때 ㉢은 틀린 설명이 아니며, 교과서에 기반해 출제했을 뿐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평가원은 “특정연도를 한정해 물으려던 의도는 아니었다. 지도는 경제협력체인 EU와 NAFTA의 회원국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2012년으로 표기한 것은 EU가 27개국임을 한정하기 위한 것이다. 2013년 이후 가입한 크로아티아 등 신규 EU가입국을 고려하지 말라는 취지였다”며, “학술적으로 모두 집계되지 않은 2012년 통계치가 의미있다고 받아들이기도 어렵고, 2007년부터 2011년까지 GDP를 보면 EU의 총생산액이 NAFTA보다 높았다. 매년 변화되는 새로운 통계치를 알고 있는지를 수능에서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학습부담만 키울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세계지리 8번문항은 천재교육과 교학사 등 2종의 세계지리 교과서와 EBS교재의 내용을 기준으로 출제된 것”이라며 “해당 교과서에서는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이 크다는 내용이 제시돼있다”고 설명했다. 오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나선 것이다.

- 지속되는 논란.. 결국 법정싸움으로
평가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오류논란은 오히려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지도에 (2012)라는 표기가 있는 이상 2012년으로 한정지어 생각하는 것이 통상적인 예이며, 참고했다는 천재교육/교학사 교과서가 2011년 만들어져 2012년 내용을 담지 못하고 있는데다 UN의 2011년 통계마저도 NAFTA의 총생산액이 크다고 나와있는 등 ㉢을 옳은 설명으로 볼 수 없는 요소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평가원은 문제풀이를 통해서도 충분히 정답을 맞힐 수 있었다고 항변했지만, 반론에 무게가 실렸다. 평가원은 보기가 ㄱ부터 ㄹ까지 4개며, ㄴ과 ㄹ이 명백히 틀린 설명이므로, 문제풀이를 통해 충분히 답을 골라낼 수 있다고 했다. ㄴ과 ㄹ이 포함되지 않은 보기는 2번 ㄱ, ㄷ 뿐이었으므로, 틀린 설명만 정확히 배제했다면 정답이 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평가원의 변명이 궁색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일반적인 문제풀이 방식을 활용해 정답을 맞힐 수 있긴 하지만, 문제풀이 요령을 통해 답을 맞히라는 것은 논란의 본질을 비껴간 해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결국, 결정은 수험생 38명이 “세계지리 8번문항의 정답을 2번으로 보고 내린 등급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평가원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내며 법원의 판단에 맡겨졌다. 세계지리 8번문항 관련 성적 변경 가능성이 있는 1만8884명의 성적도 법원의 판단에 따라 변경 여부가 결정되는 형국이었다. 추후 수험생 21명도 평가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1심.. “출제오류 아니다”
2013년 12월16일 내려진 1심 판결에서는 출제 오류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완전한 출제오류로 보기에는 힘들며, 출제오류로 판명할 시 향후 학습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질문이 다소 애매하긴 하나,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 풀 수 없을 정도는 아니며, 문제 자체가 틀렸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지도에 연도가 표기돼있긴 하나, 문제 자체에는 연도에 대한 언급이 없어 특정 연도를 비교하는 문제가 아니며, 교과서에서도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취지로 언급돼 있는 것이 판단의 근거였다.

㉢이 틀린 설명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했던 세계은행과 UN발표 자료 등에 대해 재판부는 “2010년 이후 NAFTA가 총생산액이 더 많았지만 이전에는 EU가 더 많았다. 문제가 된 세계지리 8번문항의 제시문은 시기에 따라 옳거나 틀릴 수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틀렸다고 할 수 없으므로 출제 오류로 단정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더하여 “8번문항을 정답없음으로 처리하면 수험생은 교과서 내용이 맞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교육정상화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수능 목적에도 맞지 않다”고 오류없음 결정의 근거를 더했다.

일정 상 1심판결 이후 정시 원서접수가 바로 개시되기 때문에 세계지리 응시 수험생들은 일단 대학에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항소심은 정시 원서접수 이후에야 판결이 나오기 때문이다. 1심에서 패소한 이상 손놓고 있을 경우 발생하는 불이익은 수험생들이 감내해야만 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4 대입은 그대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 2심 ‘반전’.. “정답 없다”
반전은 2014년 10월16일 내려진 2심 판결에서 시작됐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7부가 세계지리 8번문항에 정답이 없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수능시험의 출제원칙이 학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추어 출제하는 것은 교과서가 진실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수능은 사실에 대한 일반적인 학문적 평가나 판단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 자체의 정오 여부를 묻는 시험이지만, 출제의도에 의해 정답으로 예정된 답안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고 있다’고 판시하며,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들(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평가원의 수능시험 출제 및 검토지침에 따르면 제시문에 통계 자료를 이용할 경우 가능한 한 최신의 자료를 찾아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사건 제시문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시점은 지도에 표시된 2012년이 되고, 신문 등 다수 언론기관에 따르더라도 2010년 이후의 총생산액 및 2007년부터 2012년까지의 평균총생산액은 북미자유무역협정이 유럽연합보다 더 크므로 이 지문은 명백히 틀렸다”고 판단했다. 더하여 “수험생들이 문제의 정답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2012년 기준 NAFTA와 EU의 총생산량의 차이를 알고 있는 수험생들이 문항이나 답항의 의미 파악과 정답항의 선택을 올바르게 선택할 수 없었다”며 평가원의 문제출제 허용 재량권 남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2심에서 평가원이 일부패소하자 수능응시료에서 소송비용을 지출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평가원은 수험생들이 제기한 세계지리 등급결정처분 취소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10대 로펌에 속하는 법무법인 광장을 변호임으로 선임, 1심소송 2건(수험생 38명, 21명 각각 제기)에 각각 3300만원씩 총 6600만원(부가세 포함)을 지급했다. 항소심에는 825만원씩 1650만원을 썼다. 2심의 소송비용이 적었던 것은 패소하면서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심에서는 착수금으로 1100만원을 지급한 후 성공보수금으로 22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건당 3300만원을 지급했었다. 평가원이 지불한 소송비용은 대수능사업비에서 나왔다. 대수능사업비는 수능 응시료와 교육부 특별 교부금으로 구성된 재정이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응시료를 활용 고액의 변호인을 선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당시 평가원 노조는 수능 세계지리 사태가 성태제 전 평가원장의 독단으로 발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조는 “성 원장은 수험생들에게 미치는 피해와 공공연구기관의 책무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문항에 이상 없음'이라는 무리수를 뒀다”며, “평가원은 정부출연금과 수탁과제 간접비로 운영되는 출연연구기관이다. 사법적 해결보다는 교육적 해결에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 전원 정답처리.. 사후구제 개시
결국, 교육부와 평가원은 협의 끝에 상고를 포기하고, 세계지리 8번문항을 모두 정답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2014년 11월20일 교육부와 평가원은 정부청사에서 ‘2014학년 수능 세계지리 성적 재산정 결과’를 발표했다. 오답으로 처리된 학생들에게 원점수를 일괄적으로 3점씩 부여한 후 기존에 정답으로 처리된 학생들의 등급과 표준점수, 백분위에 맞춰 성적을 재산정한 결과였다. 8번문항이 오답 처리됐던 1만8884명의 성적이 재산정된 결과 절반에 가까운 9073명이 한 등급씩 오른 성적표를 받게 됐다.

대학들은 수험생들의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변경된 성적을 기준으로 다시금 입학사정을 실시해 2014 대입에서 미등록충원 범위 안에 들었던 학생들은 전부 추가합격시키기로 했다. 2014대입이 끝난 지 1년이 지난상태였지만, 신입학 또는 편입학을 통해 불이익을 받은 수험생을 구제키로 한 것이다. 추가합격자 대상자 중 이미 다른 대학에 등록해 재학 중인 경우라면 신입학/편입학을 선택 가능하도록 하고, 대학 재학 중이 아니라면 신입학만 가능하도록 했다. 편입학하는 학생의 경우 기존 대학에서 이수한 학점을 추가합격한 대학이 정한 범위 내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침도 병행됐다.

대학들이 입학사정을 다시금 실시한 결과 4년제대학 430명, 전문대 203명 총 633명의 추가합격자가 나왔다. 4년제 대학 가운데 추가 합격자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대 16명이었으며 뒤를 이어 단국대(15명), 홍익대(12명), 서원대(11명), 강원대(춘천/10명), 순천향대(10명), 남서울대(9명), 숭실대(8명), 영남대(8명), 충남대(8명) 순이었다. 전문대는 안산대 추가합격자가 1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동남보건대(12명), 서일대(12명), 연성대(12명), 유한대(12명), 장안대(12명), 오산대(11명) 순으로 이어졌다.

- 다시 재개된 법정공방.. ‘1년간 입은 손해 배상하라’
평가원과 교육부가 추가합격을 단행해 사후 구제절차에 나섰지만, 법정공방은 다시금 재개될 조짐을 보였다. 수능 출제오류로 하향지원을 했던 학생들을 비롯해 재수비용을 소모한 학생들까지도 1년간 입었던 피해에 대해 평가원의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수험생들은 평가원의 ‘늦장 대처’를 소송의 주된 이유로 지목했다. 객관적 통계에 의해 정답 여부를 명백히 가릴 수 있었음에도 평가원이 출제오류를 솔직히 인정하지 않아 수험생들을 구제할 골든타임을 놓쳤으니 위법하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수능출제오류를 근거로 하는 사상최초의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2015년 1월19일 시작됐다. 소송 비용 등을 감안해 소송인단에는 100명의 피해 학생이 참여했다. 1차 소송 결과를 지켜본 후 2차 소송인단을 꾸리려는 계획이었다.

배상금은 학생 1인당 적게는 1500만원부터 많게는 6000만원에 달했다. 추가합격한 경우 1년간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해 입은 정신적 손해, 사회진출이 1년 늦어진 데 대한 수입 관련 손해, 1년 동안 재수에 든 비용, 1년동안 다른 대학을 다니느라 들어간 비용 등의 손해가 합산 청구된 결과다. 기본적으로 성적 재산정으로 추가 합격해 1학년 신입생으로 입학한 22명은 위자료 1500만원, 다른 대학에 다니다 2학년으로 편입한 9명은 2000만원, 추가합격했으나 기존 대학에 남기로 한 11명은 2000만원, 잘못된 등급으로 하향지원을 결정한 47명은 1500만원, 대학에 지원하지 못하고 재수한 11명은 1500만원씩의 위자료를 기반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가장 많은 6000만원을 청구한 학생은 1년 늦게 아주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황선백 군이었다. 황 군은 “원하는 대학에 입학을 하지 못하고 재수를 하게 되면서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 군입대가 늦어지고 사회생활도 그만큼 늦어지게 됐다”고 소송참여 이유를 밝혔다. 

1차 소송에 참여한 100명이 요구한 손해배상금의 총액은 23억4000만원이었다. 만약 소송에서 승소해 세계지리 성적이 재산정된 1만8884명이 모두 소송에 참여하게 되면, 손해배상 청구금액이 3000억원에서 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유사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유사소송이 줄지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20일 부산지법 민사합의 11부가 기각결정을 내림에 따라 2014 수능 세계지리 8번문항을 둘러싼 마지막 법정공방은 종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소심이 남아있긴 하나 1심의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피해 수험생들의 주장인 ‘평가원의 늦은 대처’와 ‘출제 과정상의 과실’ 등이 인정되느냐가 쟁점이지만, 둘 다 현재 법체계에서는 인정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 논란을 빚었던 2014 수능 세계지리 8번문항

- 2014 수능 출제오류가 남긴 것들
2014 수능에 이어 2015 수능에서도 출제오류가 발생했다. 2년 연속 출제오류로 파장이 컸다. 1과목만 출제오류가 있었던 2014 수능보다 문제는 더 심각해 생명과학Ⅱ와 영어 등 2과목에서 각각 1문제씩 총 2문제의 출제오류가 나왔다. 생명과학Ⅱ에서는 8번문항, 영어에서는 25번문항이다.

생명과학Ⅱ의 경우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과정과 관련해 보기에서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였다. 평가원은 ㄱ, ㄴ이 모두 옳다고 했으나, ㄱ도 틀리다는 이의가 제기됐고 결국 ㄴ만 나와있는 선지도 정답으로 인정됐다. 영어의 경우 잘못된 표현 사용이 발목을 잡았다. 2006년 29%에서 2012년 53%로 늘어난 휴대전화 번호 공개율 그래프를 활용, 틀린 선지를 찾는 문제에서 평가원은 2012년 이메일 주소 공개 비율은 2006년의 3배 정도라고 밝힌 4번이 답이라고 했으나, 수험생들은 5번도 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ompared to 2006, 2012 recorded an eighteen percent increase in the category of cell phone numbers(2006년과 비교하면, 2012년 휴대전화 번호 공개율은 18% 증가했다)’라는 5번 선택지는 백분율을 나타내는 percent와 백분율 간 차이를 나타내는 percent point를 잘못 활용한 문장이라는 이유였다.

전년도 출제오류로 크게 데였던 평가원은 즉각 출제오류를 인정하고 두 문항을 모두 복수정답 처리했다. 때문에 2014 수능에서의 출제오류처럼 법정공방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후속조치 문제 등이 불거질 여지도 없었다. 평가원이 논란의 여지를 원천 차단한 셈이었다.

다만, 2015수능 출제오류 당시 평가원장을 맡고 있던 김성훈 원장은 임기 8개월차였음에도 자진 사퇴했다. 당시 김성훈 평가원장은 “지난해와 같은 문항오류를 막기 위해 출제/검토 과정을 보완하고자 최선을 다했으나 또 다시 흠결을 가진 문항을 출제하게 됐다.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혼란과 불편을 드린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사퇴는 통상 수능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거나 출제오류 등이 발생하면 평가원장이 자진사퇴하는 관례 때문으로 추정된다. 1998년 평가원이 꾸려진 후 현 9대 김영수 평가원장까지 8명의 평가원장이 자리에 앉는 동안 2014 수능 출제오류를 책임져야 할 7대 성태제 평가원장을 제외하면 난이도조절 실패/출제오류 발생의 경우 평가원장들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 온 바 있다. 유일하게 성 원장만이 출제오류에도 불구하고, 2014년 3월까지인 임기를 채웠다. 1심판결이 출제오류가 없다고 결정한 것 때문으로 보인다. 3대 이종승 평가원장은 2004 수능 언어 17번 복수정답, 4-5대를 연임한 정강정 평가원장은 5대 임기 당시 2008 수능 물리Ⅱ 11번 복수정답 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진사퇴했었다.

이후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191차 이사회를 열고, 9대 평가원장으로 김영수 서강대 교수를 선임해 평가원의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학맥에 따라 수능출제위원들이 좌우된다는 여론을 인식하고 수능 출제/운영체제 개선위에 비교육계 인사들까지 참여시키는 등 수능출제 체계에도 변화를 줬다. 특히, 출제오류 재발방지를 위해 문항점검위원회를 신설해 출제/검토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문항들을 집중적으로 논의/관리하고, 과목별로 출제인원을 1~2명 증원하며, 검토위원을 증원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결과 특정문항을 두고 이의가 제기되긴 했으나, 2016 수능은 출제오류가 없는 수능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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