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자사 자공 합친 자율고, 고교지형 파악 걸림돌'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상위 12개 대학의 2016 신입생(입학생) 출신고교 유형을 대학알리미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자율고와 해외고(기타 항목) 출신 입학생은 지난해보다 확대된 반면, 일반고와 과고 출신 입학생은 지난해 대비 다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 입학생 비율 축소는 지난해 수능이 예년에 비해 변별력을 확보한 점과 취약지역 일반고들 가운데 자공고로 전환된 학교들로 인해 일반고 풀이 감소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6 수능이 변별력을 다소 확보했을 뿐 여전히 쉬운 수능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능의 영향력이 조금만 확대되더라도 일반고가 대입실적에서 불리함을 안는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모습이다. 일부 언론/시민단체들은 대입구조를 수능중심의 정시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나, 정시 확대는 수능의 변별력 상승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일반고 죽이기’ 주장을 펼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일반고 축소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사고가 포함돼있는 자율고를 원인으로 들며, 자사고가 강세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지만, 자율고의 경우 선발시기가 다른 자사고(자율형 사립고)와 자공고(자율형 공립고)를 한 데 묶는 분류상 체제라는 점을 감안해야한다. 일반고 축소 원인을 무턱대고 자사고 확대로 연관지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상위대학 실적에서 자율고의 비율은 1%p 확대되는 데 그쳤다. 최초 지정 당시만 하더라도 다소 무분별한 지정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하기도 했던 자사고들이 학교체제를 정돈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고 상위대학 자율고의 확대가 자사고의 실적에 기반해 있다 하더라도 상위대학의 자율고 비율은 2015년 14.8%(6545명)에서 2016년 15.8%(7023명)로 확대폭이 1%p 에 불과했다. 오히려 해외고 외국인학교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 대안학교 등을 포함하는 기타 항목의 확대 폭이 2015년 7.1%(3130명), 2016년 8.6%(3849명)로 1.5%p에 달해 더 크다. 신입생의 출신고교 유형 현황이 정원 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공시되고, 재외국민 전형 등이 급작스럽게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고 출신 확대도 일반고 축소의 일익을 담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반적인 대입에서 해외고와 국내고 출신들이 한 데 경쟁하는 경우는 논술전형, 특기자전형, 정시 등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해외고가 일반고 출신 입학생 감소 폭을 고스란히 흡수하기는 어렵다. 결국 일반고 출신 입학생 축소는 수능변별력 확보, 자공고로 체제변환, 자사고의 성장, 해외고 확대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벌어진 현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과고의 경우 조기졸업 비율이 제한되면서 입학생 비율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조기졸업 비율이 20% 이하로 제한되자 과고출신 입학생은 상위 12개대학 기준 2015학년 852명(1.9%)에서 2016학년 362명(0.8%)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올해부터 조기졸업을 하지 못한 3학년생들이 대입실적에 포함될 예정이므로 과고 입학생 감소는 2016학년에 한정된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 2016 상위권 대입에서 일반고 출신 입학생 비율이 다소 감소했다. 2016 수능의 변별력 확보, 자공고 체제변환, 자사고 실적성장, 해외고 확대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KAIST GIST대학 DGIST UNIST 등 4개 과기원과 사립대인 포스텍으로 구성되는 5개 이공계특성화대의 경우 조기졸업이 제한된 과고 입학생이 크게 줄며, 일반고와 자율고 출신 신입생이 대폭 확대됐다. 더하여 영재학교도 소폭 확대 양상을 보였다.

대학별로 보면, KAIST 포스텍 DGIST UNIST GIST대학 순으로 일반고 출신 입학생 비율이 적은 가운데 유독 낮은 UNIST의 과고/영재학교 출신 비율이 눈에 띈다. 지난해까지 국립대 체제(울산과기대)였으나, 올해 과기원 체제로 개편한 UNIST는 전체 입학생 중 과고/영재학교 입학생이 7.8%에 그쳤다. 최상위 이공계 인재들이 주로 진학하는 이공계특성화대 가운데 가장 선호도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서울 상위 12개대학.. 해외고 자율고 확대, 일반고 과고 축소]
서울상위 12개대학의 2016학년 총 입학인원은 4만4554명이다. 고교유형별로 보면, 일반고 출신이 2만6018명(58.4%)으로 가장 많았으며, 자율고 7023명(15.8%), 외고/국제고 4414명(9.9%), 기타 3849명(8.6%), 특성화고 1223명(2.7%), 예고/체고 952명(2.1%), 과고 362명(0.8%), 검정고시 349명(0.8%), 영재학교 320명(0.7%), 마이스터고 44명(0.1%) 순이었다. 입시에서는 대개 정원내/외를 철저히 구분하나, 대학알리미에 공시되는 신입생의 출신고교 유형별 현황은 정원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전부 합산한 수치다.

전년도인 2015학년에는 4만4285명이 입학한 가운데 일반고 출신은 2만6493명으로 59.8%였다. 뒤를 이어 자율고 6545명(14.8%), 외고/국제고 4482명(10.1%), 기타 3130명(7.1%), 특성화고 1098명(2.5%), 예고/체고 978명(2.2%), 과고 852명(1.9%), 검정고시 399명(0.9%), 영재학교 285명(0.6%), 마이스터고 23명(0.1%) 순이었다.

두 해를 비교하면, 전체 입학인원이 269명 늘어난 가운데 과고출신 입학생은 490명(1.1%p) 줄었으며, 일반고 출신은 475명(1.4%p) 줄었다. 반면, 자율고는 478명(1%p) 늘어났고, 해외고 출신을 비롯해 외국인학교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 대안학교를 전부 포괄하는 기타 인원은 719명(1.5%p)이 많아져 확대폭이 제일 컸다.

그밖에 고교유형들은 대부분 전년 대비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였다. 영재학교는 35명이 늘어나긴 했으나 확대폭은 0.1%p에 불과했으며, 특성화고 출신은 125명(0.2%p)이 더 상위 12개대학에 입학했다. 외고/국제고는 전년 대비 68명(0.2%p)이 줄었으며, 검정고시는 50명, 예고/체고는 26명이 각각 줄었다. 마이스터고는 21명이 늘긴 했으나 워낙 소수에 불과해 비중 변동이 체감되지 않을 정도였다.

<일반고 출신 입학생 감소.. 수능 변별력 작용, 학교체제 변화>
상위 12개대학 기준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은 일반고다. 일반고는 2015학년 2만6493명(59.8%)에서 2016학년 2만6018명(58.4%)으로 475명(1.4%p) 줄었다. 성균관대와 중앙대만 전년 대비 일반고 비중이 늘어났을 뿐 나머지 10개대학은 일반고 비중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대학별로 보면, 서강대는 입학인원 167명 중 877명이 일반고 출신 입학생으로 가장 낮은 47% 비율을 보였다. 전년도에는 뒤를 이어 서울대 48.2%(일반고 1593명/총 입학인원 3308명), 연세대 49%(1919명/3916명), 고려대 52.9%(2428명/4588명), 성균관대 53.1%(2178명/4100명), 한양대 53.7%(1857명/3460명), 중앙대 61%(3159명/5181명), 경희대 63.1%(3653명/5789명), 한국외대 65.3%(2499명/3825명), 건국대 67.2%(2375명/3536명), 동국대 69.4%(2172명/3129명), 서울시립대 70.5%(1308명/1855명) 순이었다.

특정대학이 아닌 상위권 대학 전반에서 일반고 감소현상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 치러진 2016 수능이 변별력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수능이 어려워지면 일반고의 대입실적이 가장 먼저 하락세를 보이는 때문이다. 수능에서 조금의 난이도만 더해지더라도 일반고의 경우 정시에서 크게 비중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시에서의 수능최저 등을 충족하지 못해 대입실적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해 수능은 역대 수능시험의 관점에서 보면, 만점자 16명이 나올만큼 쉬운 수능에 해당하지만, 최근 쉬운 출제기조가 이어져 오던 가운데 고난이도 문제가 영역별로 배치되며 변별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6월/9월모평까지 이어지던 ‘물수능’기조가 갑자기 수능에서 뒤집힌 때문에 수험생들이 체감한 난이도 상승폭은 더욱 크게 나타났다.

지난해 6월모평만 하더라도 국어B 영어는 1등급컷이 원점수 기준 100점이었으며, 국어A는 98점, 수학A는 96점, 수학B는 95점이 나와야 가까스로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쉬운 출제였던 셈이다. 쉬운 출제기조를 이어나간 9월 모평은 국어A 수학B 영어 등 3개영역의 1등급컷이 100점일 정도였다. 국어B는 97점, 수학A는 96점 등으로 사실상 1등급을 받기 위해선 대부분의 문제를 맞혀야 하는 상황일 정도로 쉬운 난이도였다. 1등급컷이 만점(100점)인 영역이 6월모평에서는 2개, 9월모평에서는 3개가 나오면서 다들 쉬운 수능을 예상한 가운데 정작 수능에서는 국어A 96점, 국어B 93점, 수학A/B 각 96점, 영어 94점이 1등급컷이 됐다. 절대적인 난이도만 보면 쉽다 하더라도 6월/9월모평에서 이어져온 기조에서 다소 벗어난만큼 수험생들은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16학년 상위권 대학들의 신입생 출신고교 분석 결과는 변별력 확보, 난이도 상승 등 수능의 영향력 확대가 일반고 대입실적에 끼치는 악영향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일부 언론/시민단체 나아가 자녀의 대입문제로 인해 목소리를 크게 낼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과 정시 축소로 고사위기에 몰린 사교육업체까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목소리를 내는 집단들에서 정시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일반고 죽이기’와 진배없는 주장인 셈이다.

더하여 일반고 출신 입학생의 감소에는 학교체제의 변화도 일부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자사고 지정, 자공고 지정, 영재학교/과고 전환 등 고교체제를 뒤흔든 요소가 많았으며, 그 과정에서 일반고 수가 감소한 것이 일반고 출신 입학생을 감소시켰다는 이야기다.

2016학년 대입실적에서 고교유형이 변화하는 경우는 2013학년 일반고에서 다른 고교유형으로 변화한 경우로 국한된다. 2014학년 일반고에서 과고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면, 2016학년 대입실적에 일반고 실적과 과고 조기졸업 실적이 혼재된 경우가 존재하겠으나, 2014학년에는 자공고에서 과고로 전환한 대전동신과고만 존재할 뿐이다. 더하여 일반고에서 과고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하더라도 2013학년 입학한 일반고 생들이 고스란히 대입실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일반고 실적 축소와 무관하다.

2013학년 일반고에서 여타 고교유형으로 전환운영을 시작한 곳은 20개교다. 반대사례로 2013학년 광역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해 2016학년 대입에서 일반고 실적을 낸 곳도 있긴 하나  동양고 용문고 보문고 등 3개교 뿐이다.

대전대신고는 2013학년 일반고에서 광역단위 자사고로 전환한 유일한 사례다. 때문에 2015학년까지는 일반고 실적이 나왔으나, 2016학년부터는 광역 자사고 체제로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해 자율고 실적이 나왔다.

일반고에서 자공고로 진학실적이 바뀐 고교는 19개교다. 시/도명 순으로 부곡중앙고 운정고(이상 경기) 김해경원고 창원중앙고(이상 경남) 봉화고 점촌고(이상 경북) 포산고(대구) 경남고(부산) 한솔고(세종) 약사고(울산) 강화고 인천상정고(이상 인천) 광양고 해남고(이상 전남) 서천여고 논산고(이상 충남) 오송고 충주고 단양고(이상 충북) 등은 2013학년부터 자공고 운영을 시작해 2016학년이 자공고 대입실적 원년이다. 2015학년까진 일반고 실적을 냈으나, 2016학년부터 자율고로 통합 공시되는 자공고 실적을 내고 있다.

서울지역 자공고는 대개 교육취약지역에 설립돼 별다른 대입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지방 비평준화 지역 자공고들 가운데는 탁월한 대입실적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운정고 점촌고는 2016학년 서울대 등록자 실적만 5명을 냈으며, 충주고는 4명, 포산고는 3명, 강화고 인천상정고 해남고는 2명, 광양고 봉화고 부곡중앙고 약사고는 1명의 서울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점촌고의 경우 중복합격 포함이긴 하나 서울대 등록실적을 제외하고도 서울 상위12개대학에 33명 실적을 냈을 정도다. 2015학년과 2016학년 상위 12개대학에서 일반고 출신이 475명 줄어든 상황임을 감안하면 20개 고교의 실적변동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과고 출신 입학생 감소.. 조기졸업 제한, 일시적 현상>
서울 상위12개대학 중 줄어든 과고 출신 입학생들이 가장 많이 몰린 대학은 서울대였다. 95명의 과고출신이 서울대에 입학해 전체 입학생 3308명 중 2.9%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과고 출신 입학생 비율이 높은 대학은 서강대 연세대 고려대로 입학생 수는 고려대 73명, 연세대 62명, 서강대 29명 순이었지만, 비율은 1.6%로 동일했다. 뒤를 이어 성균관대 1.2%(51명), 한양대 0.6%(20명), 중앙대 0.3%(17명), 경희대 0.2%(12명), 건국대 0.1%(2명), 서울시립대 0.1%(1명) 순이었으며, 한국외대와 동국대는 과고 출신 입학생이 전무했다. 한국외대는 어문계열에 특화된 특성에 더해 자연계열 모집단위가 경기 용인 소재 글로벌캠에 모여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도 자연계열에 비해 인문계열이 강세를 보여 과고 입학생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과고의 경우 2016학년 대입에서 조기졸업 비율이 제한되면서 입학생 비율이 크게 감소할 것이 일찍이 전망됐다. 그간 조기졸업비율이 80%에 달했던 과고(과학고등학교)의 경우 기존에는 2학년 재학생이 실질적인 재학생자원으로 분류됐으나, 2016 대입(2014학년 입학생)부터 조기졸업비율이 20% 이하로 제한돼 대입자원이 크게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과고가 없는 광주, 세종을 제외한 15개 시/도 중 충남/대전은 20%, 나머지 시/도는 10%로 조기졸업비율이 제한됐다. 전년도인 2015 대입까지는 조기졸업이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남아있는 3학년생은 소수에 불과하며, 2학년생들까지 대거 조기졸업을 못하게 되면서 대입자원 자체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대입자원이 줄면서 과고출신 입학생은 상위 12개대학 기준 2015학년 852명(1.9%)에서 2016학년 362명(0.8%)으로 크게 줄었다. 조기졸업제도 제한 비율에 비하면 오히려 적게 줄었다는 평가다. 조기졸업의 대안으로 활용된 상급학교 입학자격 부여제도(상급학교 조기진학자 제도)때문으로 추정된다. 다만, 상급학교 조기진학 제도는 2017 입시 기준 서울대 연세대 경희대 등이 지원을 허용하지 않는 등 대학별로 온도 차이가 존재해 완전한 대안이 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올해부터 조기졸업을 하지 못한 3학년생들이 대입실적에 포함될 예정이므로 과고 입학생 감소는 2016학년에 한정된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올해는 지난해 조기졸업을 하지 않은 3학년생과 조기졸업하는 2학년생까지 합쳐 한 학년분 대입실적이 나올 전망이기 때문이다.

2016학년에도 전국 과고는 현재와 동일한 20개교였지만, 대전동신과고가 본격적인 실적을 냈다고 보기 어렵다. 2014학년 과고 전환 후 첫 신입생을 모집한 대전동신과고는 2016학년까지 일반고(자공고) 시절 입학한 3학년생들이 졸업했다. 조기졸업 학생들 때문에 과고는 대입원년이 한 해 빠르긴 하나, 지난해 조기졸업 비율이 크게 제한됐음을 고려하면 대전동신과고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자율고/해외고 출신 입학생 증가.. 고교지형 반영 못하는 자율고 문제>
일반고/과고 입학생들이 줄어든 가운데 기타 입학생과 자율고 출신 입학생은 확대 양상을 보였다. 대학알리미에서 말하는 기타 입학생은 해외고를 비롯해 외국인학교,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 대안학교 출신 입학생을 뜻한다. 다만, 외국인학교,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 대안학교 등의 수가 많지 않은 데다 재외국민 특별전형 등 정원외전형이 통합 공시되는 점을 고려하면 기타 입학생의 대부분은 해외고 출신 입학생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기타 입학생의 비율 확대는 곧 해외고 출신 입학생의 비율 확대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해외고 출신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기타 입학생 비율은 상위12개대학 기준 2015학년 3130명(7.1%)에서 2016학년 3849명(8.6%)으로 719명(1.5%p) 늘었다. 2015학년과 비교했을 때 1년 새 가장 많은 비율증가가 일어난 고교유형에 해당한다. 자율고도 비율이 늘어나긴 했지만, 기타 입학생 항목의 증가 폭에는 미치지 못한다.

대학별로 보면, 기타 입학생이 가장 많은 대학은 경희대로 608명(10.5%)였으나, 비율로 보면 성균관대(12.5%, 513명)와 연세대(12.3%, 483명)으로 가장 높았다. 연세대가 특기자전형을 공고히 유지하는 대학으로 해외고 출신들의 입학이 비교적 순조로운 대학임을 감안하면 해외고의 비율은 단연 높을 수밖에 없다. 성균관대도 실질적 특기자전형인 과학인재전형을 운영하는 등 특기자 선발을 선호하는 대학이란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서강대는 지난해 4.2%(76명)에서 올해 8.9%(166명)로 기타 입학생 비율이 가장 크게 확대된 대학이었다.

자율고도 해외고에 이어 확대추세를 보인 고교유형이다. 자율고는 2015학년 6545명(14.8%)에서 2016학년 7023명(15.8%)으로 478명(1%p) 늘었다. 가장 자율고 비중이 많은 대학은 서울대로 22.9%(757명)이었으며, 뒤를 이어 서강대 19.9%(371명), 성균관대 19.5%(798명), 연세대 18.1%(707명), 고려대 17.6%(808명), 서울시립대 17.5%(324명), 한양대 15%(520명), 건국대 14.4%(508명), 동국대 14%(438명), 중앙대 12.5%(646명), 한국외대 12%(458명), 경희대 11.9%(688명) 순이었다.

유의해야 할 점은 자율고 확대를 자사고 확대로 연관지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자율고는 자사고(자율형 사립고)와 자공고(자율형 공립고)라는 상반된 고교유형을 한 데 아우르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여타 고교유형들이 기타 항목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명확하게 고교유형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자율고는 유독 통합공시되고 있다.

자공고와 자사고는 학교의 설립과정과 특성, 선발권 유무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이 주어진다는 점 때문에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76조의2 제4항에서 자율고로 묶여서 규정돼있다. 때문에 자율고 확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자사고/자공고 중 어느 학교 유형인지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율고라는 통합 분류는 실질적인 고교지형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공고와 자사고를 분리공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간 누차 제기돼왔으나, 정부는 법적 근거를 이유로 자율고로 통합공시하며 실질적인 정보제공에 나서지 않고 있다. 형식적인 정보제공이라는 점에서 그간 강조해온 정부 3.0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공계특성화대 5개교.. 과고 입학생 감소, 일반고/자율고/영재학교 확대]
이공계인재양성에 중점을 두는 이공계특성화대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GIST(광주과학기술원)대학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등 4개 과학기술원(과기원)에 사립대인 포스텍까지 5개교로 구성되며, 과학기술특성화대 등으로도 불린다. 이공계 인재양성이라는 큰 틀에서는 동일한 특성을 지녔으나, 대입에서는 다소 다르게 다뤄진다. 4개 과기원은 교육부가 아닌 미래부 소속으로 특별법에 의거해 설립돼 수시6회지원, 정시 모집군별 지원 등 각종 제한사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5개 이공계특성화대의 경우 조기졸업이 제한된 과고 입학생이 크게 줄며, 일반고와 자율고 출신 신입생이 대폭 확대됐고, 영재학교도 소폭 확대 양상을 보였다. 그밖에 외고/국제고, 예고/체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검정고시, 기타 등은 별다른 변화양상을 보이지 않았다. 외고/국제고 출신 입학생 비율이 2%에서 2.4%로 0.4%p 늘긴 했으나, 인원은 46명에서 45명으로 1명 줄어든 상태였다. 전체 입학인원이 2245명에서 1854명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기존 울산과기대가 울산과기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원을 상당부분 감축하며 전체 이공계특성화대 입학인원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5개 이공계특성화대의 과고 입학생이 2015학년 855명(38.1%)에서 2016학년 530명(28.6%)으로 줄면서 생긴 공백은 일반고와 자율고 출신 입학생이 차지했다. 일반고 출신 입학생은 2015학년 888명(39.6%)에서 816명(44%)으로 인원은 다소 줄었으나, 비율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고, 자율고 출신 입학생은 2015학년 217명(9.7%)에서 2016학년 254명(13.7%)으로 인원/비율 모두 확대된 모습이었다. 영재학교는 2015학년 194명(8.6%)에서 2016학년 181명(9.8%)으로 인원이 소폭 줄긴 했으나, 전체 입학인원 감소에 따라 비율은 늘어난 모습이다.

<과고/영재학교.. UNIST 기피? 유독 낮은 UNIST의 과고/영재학교 입학생>
이공계특성화대의 출신고교 유형별 입학생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항목은 과고/영재학교다. 이공계인재 양성이라는 설립목적 때문에 이공계 상위권 인재들이 집결해있는 두 학교 유형이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5개 이공계특성화대 중 UNIST에 대한 과고/영재학교의 ‘기피’에 가까운 낮은 선호도가 눈길을 끈다. 최초 울산과기대 설립 당시부터 MIT 등을 표방하며 경영학과를 설치했으며, 현재도 과기원 중 유일하게 학부에서 경영학과를 모집하는 등 이공계인재양성이라는 본질에서 다소 엇나간 모습을 보이는 UNIST는 유독 과고/영재학교 출신 입학생 비율이 적었다. 과고/영재학교 출신 입학생 비율을 합산하면, UNIST는 고작 7.8%로 전체입학생 10명 중 과고/영재학교 입학생이 1명도 채 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KAIST가 63.6%, 포스텍이 42.6%, DGIST가 20.4%, GIST대학이 16.5%의 과고/영재학교 비율을 보인것과 대조됐다.

문제는 과기원으로 체제를 전환했음에도 과기원 체제가 아니었던 2015학년보다 과고/영재학교의 선호도가 낮다는 데 있다. UNIST는 2015학년에도 가장 낮은 과고/영재학교 출신 입학생 비율인 21%를 기록하긴 했으나, DGIST가 35%, GIST대학이 38.5% 등으로 여타 과기원들과 배 이상의 격차가 나진 않았었다. 과고/영재학교의 UNIST 기피현상은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지난해 과기원체제로 실시한 정시모집에서 이공계열이 111.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던 UNIST의 실질은 최상위권 인재들이 선호하지 않는 과기원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점수대가 낮은 학생들이 몰렸던 것에 불과한 모습으로 풀이된다. KAIST 포스텍 DGIST 등이 입학생 출신고교 현황 등을 당당히 공개한 것과 달리 UNIST가 출신고교 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뒤떨어지는 경쟁력을 알리지 않겠다는 소산의 발로였던 셈이다. 대학알리미를 통해 UNIST의 민낯이 약간이나마 드러남으로써 신입생 모집에서 뒤떨어지는 선호도/경쟁력이 비로소 알려지게 된 모습이다.

한편, 지난해 과고/영재학교 출신이 늘어나며, 이공계인재 양성이라는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본질을 잘못 파악한 일부 언론에 의해 일반고 출신 감소라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전형운영을 한 것처럼 부당한 비난을 받았던 포스텍은 지난해와 동일한 46.5%의 일반고 비율을 보였다.

결국, 포스텍에 가해졌던 비난은 대학별 신입생 출신고교 유형별 현황과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정상화 사업)을 결부시키지 않아야 된다는 점을 간과한 해프닝으로 보인다. 정상화 사업은 대입전형을 간소화하고, 수험생 부담이 큰 논술전형/특기자전형 등을 축소하며, 고교교육 본위의 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 등 학생부 위주전형을 확대함으로써 사교육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등 여러 목적이 결합된 사업이지만, ‘일반고 살리기’와는 관계가 없다. 더하여 대학이 특정 고교유형에 유리한 전형설계를 하는 것은 가능하나, 선발과정에서 특정 고교유형을 더 선발하는 것은 입시비리에 해당한다. 일반고를 더 뽑겠다는 의도로 전형을 설계했으나, 실제로는 특목고가 늘어났다고 해서 비난하는 것은 입시비리를 저지르라는 주장과 다를 바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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