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안 폐기냐 강행이냐 고심깊어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대학가를 들썩였던 프라임 사업 선정결과가 3일 발표된 후 선정된 21개 대학은 축제 분위기다. 선정대학 중 일부 대학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긴 하나 대부분 향후 3년간 주어질 예산지원에 대한 환영의 뜻을 비추고 있다. 반면 프라임사업에 지원했으나 탈락한 대학들은 프라임사업에 지원하기 위해 수립했던 구조조정 계획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대학들은 빠른 시일 내 두 갈래 길을 놓고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기존 프라임사업 계획안 원안대로 또는 수정/개선/신설을 거친 계획안대로 자체 예산을 들여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길과 프라임사업 계획안을 비롯한 구조조정계획의 전면 철회다. 숭실대와 같이 학내 잡음으로 인해 프라임사업에 지원하지 못했음에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대학은 흔치 않은 사례다.

대학구조조정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대학가에 불어닥치고 있는 상황. 사업 선정대학들이 국가의 예산지원을 받아가며 손쉽게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과 달리 탈락대학들은 새로운 학과의 신설/증원 등이 중심이 되는 구조조정 계획안(프라임사업 계획안)을 진행할 시 지속적인 인건비가 발생하는 교수확충 등의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는 동감하면서도 예산지원 없이 시행에 나서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게 대학가의 반응이다.

프라임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20일까지 정원이동을 반영하는 모집요강을 발표할 예정이다. 수시 원서접수 기간이 9월임을 감안하면 모집단위를 신속히 확정하는 것이 몇 달 남지 않은 2017 입시를 치를 수험생들을 배려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입 3년 예고제로 인해 모집단위/인원이 이미 확정 발표된 상황이지만, 국가재정지원사업, 대학 구조조정 등은 대입3년 예고제의 예외사항으로 기존 발표한 전형계획, 요강 등을 변경할 수 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탈락대학들도 프라임사업 계획안 또는 수정/신설한 계획안을 실행해 대학 구조조정에 나설 시 기 발표된 모집단위/인원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프라임사업 탈락 대학들의 사업계획안 폐기/강행 여부는 2017 대입의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프라임사업에 지원했으나 탈락한 대학들은 프라임사업에 지원하기 위해 수립했던 구조조정 계획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기존 프라임사업 계획안 원안대로 또는 수정/개선/신설을 거친 계획안대로 자체 예산을 들여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길과 프라임사업 계획안을 비롯한 구조조정계획의 전면 철회다. 사진은 프라임사업에서 아깝게 탈락한 것으로 평가되는 중앙대/사진=베리타스알파DB

<중앙대.. 프라임사업 계획안 전면폐기 가능성 높아>
중앙대는 이번 프라임사업 탈락대학들 중 가장 사업선정에 근접했던 대학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중앙대의 탈락을 프라임사업의 가장 큰 이변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정원이동 규모도 454명으로 적지 않았던 데다 그간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해온 대학이기 때문이다. 프라임사업은 단발성 계획보다는 장기적인 대학의 태도 등도 평가의 대상으로 했다. 때문에 중앙대의 탈락을 두고 안성캠에 신설될 공학 관련 학문단위들이 심사위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 아니겠느냐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인문대를 중심으로 한 학내반발을 잠재우지 못한 것과 전 총장의 공직 재임시절 비리의혹 등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중앙대가 수립한 프라임사업 계획안을 보면 정원감축을 겪을 예정이었던 모집단위는 총 41개다. 감축되는 정원을 2016학년 정원과 비교한 비율 순으로 보면, 패션디자인 24명(2016 정원 50명->2017 정원 26명), 공예 17명(38명->21명), 산업디자인 17명(38명->21명), 시각디자인 17명(38명->21명), 생명자원공학* 61명(141명->80명), 시스템생명공학 20명(60명->40명), 실내환경디자인 8명(28명->20명), 관현악 10명(36명->26명), 성악 8명(32명->24명), 피아노 8명(32명->24명), 연희예술 10명(40명->30명), 사진 12명(52명->40명), 음악예술 10명(45명->35명), 경영 89명(404명->315명), 심리 10명(50명->40명), 미디어커뮤니케이션 10명(60명->50명), 한국화 5명(30명->25명), 서양화 5명(30명->25명), 조소 5명(30명->25명), 작곡 4명(24명->20명), 영어교육 8명(50명->42명), 철학 5명(35명->30명), 역사 5명(35명->30명), 문헌정보 5명(35명->30명), 영어영문 13명(100명->87명), 응용통계 5명(40명->35명), 건축 10명(80명->70명), 스포츠과학 14명(120명->106명), 경제 15명(130명->115명), 정치국제 5명(45명->40명), 사회 5명(45명->40명), 식품공학 16명(155명->139명), 공공인재 10명(100명->90명), 도시계획부동산 5명(50명->45명), 광고홍보 5명(50명->45명), 무용 3명(38명->35명), 문예창작 3명(40명->37명), 국어국문 2명(40명->38명), 아시아문화 3명(70명->67명), 유럽문화 2명(85명->83명), 공연영상창작 2명(100명->98명) 등이다. 감축내용 중 생명자원공 21명과 식품공 16명은 프라임사업과 무관하게 정원 축소가 예정됐던 학문단위다.

중앙대 정원감축안은 인문대의 극심했던 반발과 달리 유럽문화 2명, 아시아문화 3명, 국어국문 2명, 철학 5명, 역사 5명 등 감축량이 적어 눈길을 끈다. 영어영문에서 13명의 정원감축이 예정됐긴 하나 정원이 100명으로 큰 점을 감안하면 감축 비율도 높다고 보기 어렵다. 프라임사업의 예산 중 10%는 인문학 진흥을 위해 사용되며, 나머지 10%는 정원감축 학문단위 지원에 쓰여야 되는 점을 감안하면 학내 반발의 이유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중앙대는 감축한 454명의 정원 중 60명을 기존 학문단위 증원, 394명을 학문단위 신설에 활용할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2016학년 40명 정원인 컴퓨터공학부 소프트웨어전공을 100명으로 증원하는 것을 제외하면 전부 학문단위 신설로, ▲사회기반시스템공학 환경/안전공(EHS) 30명 ▲플랜트엔지니어링 40명 ▲로봇공학 40명 ▲데이터공학 44명 ▲예술공학 40명 ▲미디어공학 100명 ▲스마트 loT공학 100명을 각각 신설하는 내용이다.

중앙대는 대학평의회를 빠른 시일 내에 열어 프라임사업 탈락에 관한 후속조치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학내 관계자들은 사업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계획안 수립 당시부터 선정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계획이기 때문에 예산지원 없이는 시행 자체가 어렵다는 전망이다. 단계적 추진과 완전 폐기 방안을 두고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한 중앙대 관계자는 “프라임사업을 시행해 정원을 감축하는 학과가 나오더라도 해당 학과 소속 교원들은 유지된다. 거기에 더해 신설학과의 교원을 새롭게 유지해야 하는 비용까지 든다. 사업에 선정됐다 하더라도 3년간 예산지원이 이뤄진 이후의 기간 동안 어떻게 해당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존재했다. 예산지원이 수포로 돌아간 이상 완전 폐기하고 새로운 구조조정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인하대 사업탈락 후폭풍.. 총장 사퇴 요구까지>
인하대는 중앙대와 더불어 프라임사업 지원을 두고 가장 큰 내홍을 겪은 대학이다. 단과대학 감축, 유사학과 통폐합 등의 계획안을 들고 나온 인하대는 학내 반발을 겪은 끝에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현재 인하대에는 프라임사업에서 탈락한 후폭풍이 밀어닥치고 있는 상황. 최순자 인하대 총장이 프라임 사업 신청 전 학보사 인터뷰 등을 통해 프라임 사업에 총장직을 걸 각오로 임하겠다는 말이 빌미가 돼 인하대 교수회는 “총장이 책임지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며 총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교수회가 학교 측이 구조조정을 강행하려 한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하고 나섬에 따라 인하대도 기존 계획안의 강행은 어려울 전망이다.

<사업 미지원 숭실대.. 구조조정 강행하나>
숭실대는 프라임사업에 신청하지 않았던 대학이지만 구조조정을 강행하겠다고 나선 특수한 사례다. 숭실대는 본래 프라임사업 지원을 위해 계획안을 마련했으나, 학내 교수/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 지원을 포기한 바 있다.

숭실대는 비록 프라임사업에는 지원하지 못했으나, 법대 사과대 등 단과대를 통합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혀 다시금 학내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2017년부터 대학구조개혁평가 2주기가 계획돼 있는 등 향후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대학구조조정의 물결 속에서 숭실대의 결정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학생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숭실대 법과대 학생회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본부는 학사구조개편안의 통과를 졸속으로 강행하려 한다”며, “이번 학사구조개편안은 프라임사업과 관련해 지난 겨울방학에 논의됐다가 학생 교수들의 반대로 결국 철회된 안, 학교본부 측이 일방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했던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숭실대가 구조조정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학내반발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사업 탈락대학/미지원대학 왜 구조조정 나서나>
현재 대학들은 구조조정의 요구 앞에 당면해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전체 대학정원을 줄여나가는 방안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없는 경우 추후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학들은 자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가 잦았다. 프라임사업은 구조조정을 예산지원을 받아가며 할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된 때문에 대학가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정부는 2014년부터 ‘대학구조개혁평가’로 불리는 대학 정원 감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2023학년까지 16만명의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2017년까지는 고교 졸업생이 대학 정원보다 많아 당장은 대학정원을 유지하더라도 문제가 없지만, 2018년부터 고교 졸업생보다 대학 정원이 더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2023년에는 약 16만명의 입학 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선호도가 높은 서울권 상위 대학 및 이공계특성화대학, 지방거점 국립대학, 수도권 대학 등의 경우 학령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신입생 충원에 큰 무리가 따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방 사립대와 전문대 등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경우 미충원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교육부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를 대학구조개혁평가 1주기, 2017년부터 2019년까지를 2주기, 2020년부터 2022년까지를 3주기로 설정하고, 1주기 4만명, 2주기 5만명, 3주기 7만명을 감축하겠다는 방안을 시행하는 중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주기 평가 결과를 내놓기 전 대학들의 자발적인 정원감축을 독려한 끝에, 대학들은 총 4만1943명의 정원을 평가결과 발표 이전 감축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1주기 평가결과 발표는 등급제로 A등급(최우수) B등급(우수) C등급(보통) D+등급(미흡) D-등급(미흡) E등급(매우 미흡)등의 평가결과를 각 대학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정부재정지원사업참여,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D+/D-/E등급 대학의 명단 공개는 이뤄졌으나, A등급부터 C등급까지는 대학 서열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학명단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교육부의 결정은 공식적인 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추후 언론보도 및 대학의 반응 등을 통해 사실상 대학 등급은 전부 드러났다.

정원감축 권고 비율은 4년제 대학의 경우 B등급 4%, C등급 7%, D등급 10%, E등급 15%, 평가제외 대학 7%이고 전문대는 B등급 3%, C등급 5%, D등급 7%, E등급 10%, 평가제외 대학 5%다. A등급은 자율감축으로 대학이 정원의 감축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대학별 정원에 정원감축 권고비율을 대입하면 5439명의 감축규모가 도출된다. 대학들이 기 감축한 4만1943명과 합산하면 4만7382명으로 당초 1주기 감축목표인 4만명은 넘어선 상태다.

구조개혁평가 후속조치인 정원감축이 진행됨에 따라 평가결과에 따른 감축인원 5500여 명이 2017학년 대입에서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밖에 하위등급 대학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제공해 정원감축 이외에도 학사구조 개편, 재정구조 개선, 학생지원체계 보완 등 교육의 질 제고를 유도하는 방안이 실시되며, 컨설팅 이행 우수 대학에는 재정지원제한을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혜택이, 미흡대학에는 재정지원 제한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불이익이 주어질 예정이다.

교육부가 2주기에는 누적 감축 목표인 9만명을 적용해 4만3000명을 감축할 것인지, 초과인원을 적용하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5만명을 감축할 것인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 교육부 관계자는 “9만명이 누적인원인만큼 4만3000명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적용될 예정이지만 확정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프라임 사업은?>
프라임 사업은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사업의 줄임말로 향후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에 따라 수요가 넘치는 전공의 정원은 줄이고, 수요가 부족한 전공의 정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정부재정지원사업이다. 연간 150억원이 지원되는 대형사업과 연간 50억원이 지원되는 소형사업으로 구분된다. 

대형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건국대 숙명여대 한양대에리카(이상 수도권) 경운대 동의대 순천향대 영남대 원광대 인제대(이상 비수도권) 등 9개교며, 소형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성신여대 이화여대(이상 수도권) 경북대 대구한의대 한동대(대구/경북/강원권) 동명대 신라대(동남권) 건양대 상명대천안캠퍼스(충청권) 군산대 동신대 호남대(호남/제주권) 등 12개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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