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전공선택.. '문/이과 구분없이'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이화여대가 현 고2가 치르게 될 2018학년 정시 입학생 전원을 자유전공으로 선발하는 입시안을 내놨다. 자유전공 입학생들은 2학년 진급 시 희망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단, 국가에서 정원을 관리하는 의대 사범대를 비롯해 예체능계열은 별도 선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공 선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형방법은 기존 발표된 2018 정시 반영방법과 동일하게 실시된다. 자유전공 선발이 계열 구분 없이 선발하겠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교교육과정과 수능이 인문/자연으로 구분되고 있으며, 상이한 계열을 동일한 전형방법으로 선발할 수는 없으므로 인문계열 자유전공과 자연계열 자유전공을 각각 구분해 선발하고 2학년 진급 시 전공선택의 자유만 부과하는 방식이 적용될 예정이다.

대학가에서는 이화여대의 실험에 대해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 중2학생들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으로 인해 2021 대입부터 사실상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게 되는 상황을 앞두고 선제대응에 나섰다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대학가를 강타한 취업난이 특히 문과에 가혹하리만큼 불어닥치는 점을 고려해 융합형 인재양성에 중점을 맞춰 취업난 타개라는 효과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수시/정시 입학생들을 각기 다른 체제로 선발하는 데 따른 불협화음이 발생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대학가의 관심을 모은 파격에 가까운 이화여대의 실험이 성공한 실험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이화여대가 현 고2가 치르게 될 2018학년 정시 입학생 전원을 자유전공으로 선발하는 입시안을 내놨다. 자유전공 입학생들은 2학년 진급 시 희망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단, 국가에서 정원을 관리하는 의대 사범대 예체능은 별도 선발이 이뤄져 선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이화여대 입학처는 현 고2학생들이 치르게 되는 2018 입시부터 정시모집 입학생 408명을 자유전공으로 선발하겠다고 11일 발표했다. 이화여대의 2018 입학정원은 3000여 명으로 정시 선발 비율을 고려하면, 자유전공 입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화여대가 발표한 자유전공 선발은 인문계 자유전공, 자연계 자유전공을 각각 선발하되 추후 전공선택의 자유를 부여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계열별 자유전공 모집인원은 이화여대가 인력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모집단위를 변동을 전제로 하는 프라임사업(산업 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에 지원한 상태기 때문에 사업 선정여부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

자유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2학년 진학 시 인문/자연계열 구분 없이 41개 전공 중 희망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국가에서 정원을 관리하는 의대 사범대 예체능 등의 모집단위만 별도 선발이 이뤄지며, 통상의 인문/자연계열 전공은 자유로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간호학부는 이화여대의 발표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지만, 간호학 모집정원도 국가에서 관리하는 정원임을 고려하면 별도 선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화여대는 2018 정시 자유전공 전면 도입의 배경으로 ▲학문 융/복합에 대한 사회적 요구 부응 ▲정시 입학 신입생의 전공탐색 기간 확보 ▲교차계열 전공 선택기회 제공 등을 제시했다. 이화여대는 지난 10년간 자유전공학부인 스크랜튼학부를 운영한 대학으로 심화전공 복수전공 부전공 연계전공 등 복수의 전공제도를 운영하고 유연한 학사제도를 구축했으며, 도전학기제 국내/외 학점교류 계절학기 등 강의설계제도의 다양성이 정시 입학생 전원 자유전공 체제라는 변혁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는 자유전공 제도의 정착을 위해 학사제도를 개편하고 정시 입학생의 생활/전공결정 지도방안을 마련하는 등 특정 전공으로의 편중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본래 2018 입시 전형안 발표와 함께 정시 자유전공 도입계획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내부 논의 사정으로 인해 발표가 다소 늦어졌다”며, “자유전공 도입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전공선택권을 보장하는 한편 전공별 경쟁력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가 2018학년부터 자유전공 체제를 정시에 전면 도입하지만, 기존 발표된 전형계획에서 변경되는 지점은 없을 전망이다. 인문계열 자유전공과 자연계열 자유전공으로 각각 전형방법을 달리해 선발하고, 2학년 진급 시 전공만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인 때문이다.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과 2018학년부터 절대평가로 변경되는 영어 반영방법 등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인문계열의 경우 국어25%+수학(나)25%+영어25%+탐구(사/과탐)25% 반영비율이다. 탐구는 2과목 반영으로 사/과탐 중 어느 것을 택해도 무방하다. 제2외국어/한문으로 사/과탐 1과목을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연계열은 국어25%+수학(가)25%+영어25%+과탐25% 반영비율이며, 과탐은 2과목 반영한다. 예체능계열은 국어/수학(가)/수학(나)/탐구(2과목) 중 택2, 동일비율로 반영한다.

영어 등급간 점수차는 등급마다 동일한 10점이다. 총점 1000점 가운데 250점(25%) 배점인 영어는 1등급의 경우 250점으로 만점이며, 2등급 240점, 3등급 230점 순으로 매 등급 10점의 격차가 발생한다. 1-2등급간 점수차는 서울대 0.5점, 고려대 1점, 서강대 1점, 성균관대 인문3점 자연2점, 연세대 5점 등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변별력이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배점 자체가 높은데다 10점의 점수 차이도 큰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남궁곤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편의상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등급간 점수차는 4점"이라며 "최소한의 변별력을 확보하고 절대평가의 취지인 '영어사교육 억제' 차원에서 고민한 결과"라고 영어 반영방법 설계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화여대의 파격에 가까운 실험에 대학가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이화여대의 자유전공제도 도입이 2021 문/이과 통합을 앞둔 상황에서 선제적인 대응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A대학 관계자는 “2021학년 대입부터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적용으로 인해 공통사회, 공통과학이 도입된다. 2021 대입을 치르게 될 현 중2학생들부터는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라며,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게 되면 현재 문/이과 수학을 전제로 하고 짜여진 커리큘럼을 조정해야 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게 될 부분들이 많다. 이화여대는 선제적으로 전면 자유전공을 도입했기 때문에 2021 대입 준비 과정에서 타 대학에 비해 시행착오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수시/정시 입학생들을 각기 다른 체제로 선발하는 것과 인기학과/비인기학과가 나눠지는데 따른 불협화음이 발생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B대학 관계자는 “이화여대의 취지는 인정하나 수시와 정시에서 각기 다른 선발방식으로 입학한 학생들을 융화시키는 부분이 관건”이라며, “동일한 학번 학생들 간 수시/정시라는 입학방법의 차이로 인해 전공선택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 전공을 선택해 입학하는 수시 입학생은 ㄱ학과의 전공기초를 들은 상태고, 정시 입학생은 공통 교양만 듣고 ㄱ학과를 선택해 동일한 2학년 수업을 듣는 경우 형평이 맞지 않는 것처럼 사소한 부분에서 제도의 취지가 바래질 수 있으므로 정밀하게 학사제도를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C대학 관계자는 “자유선택제 하에서는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특정학과로의 쏠림현상 발생 시 교원 수급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각 학과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던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이화여대의 자유전공 도입으로 인해 학생들이 문/이과를 자유롭게 선택하게 함으로써 취업난 타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문과라서 죄송하다’라는 신조어가 나올만큼 취업난의 칼바람이 특히 인문계열 학과들에 강하게 불어닥치는 것을 고려하면, 문/이과 계열 선택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이대의 개편은 취업난 극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