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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2017 일반고의 롤모델[이재열의 교육 돋보기]
  • 이재열 발행인
  • 승인 2016.03.09 10:31
  • 호수 228
  • 댓글 0

이번 호 표지로 내세운 학교는 서울고입니다. 2016 서울대 등록실적을 고교선택의 잣대로 요조모조 뜯어본 핫이슈로 인해 학교탐방으로 다룬 서울고의 진면목이 더욱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2016 서울대 등록실적은 통상 실적으로 활용되는, 최초 추합을 합산한 최종합격 대신 진학을 결정한 등록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좀 더 학교의 경쟁력을 진실에 가깝게 따져볼 수 있습니다. 합격자 합산으로 나온 최종합격자에는 의치한이나 외국대학의 중복합격이 만들어낸 허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등록자로 따져본 서울고의 실적은 놀랍습니다. 서울고는 2016 서울대 등록자 기준 수시11명 정시5명으로 16명, 전체 실적은 톱100 가운데 공주한일고 서울국제고와 함께 공동3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체실적보다 수시체제를 갖춘 일반고라는 잣대로 보면 서울고의 위력은 두드러집니다. 21명(수시5명/정시16명)의 단대부고(21위), 19명(수시5명/정시14명)의 숙명여고(24위), 18명(수시5명/정시13명)의 영동고(27위)보다 전체 실적에선 뒤지지만 수시실적으로 보면 3개 학교를 압도하기 때문입니다. 전국 일반고 가운데 수시실적으로 보면 한일고(수시12명)에 이은 2위에 해당합니다. 한일고가 전국단위 자율학교임을 감안하면 선발효과가 없는 일반고 가운데 전국 최고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고 실적을 더욱 빛나게 하는 건 불리한 여건을 극복한 데 있습니다. 교육특구라는 특수성, 그리고 공립학교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얘깁니다. 교육특구의 경우 의대열풍에 편승해 재수효과에 힘입은 정시위주의 실적을 만듭니다. 굳이 자사고가 모두 사립이고 외고 국제고 가운데서도 실적이 탁월한 쪽은 사립임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새로운 제도에 대한 적응력이라는 차원에서 사립은 공립에 비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들의 순환근무 역시 학교체제의 구축이라는 점에서 약점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결국 선발효과가 없는 공립 일반고의 한계, 교육특구의 특성까지 뛰어넘은 서울고는 일반고는 물론 모든 공립 학교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연 셈입니다.

대입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축으로 수시로 무게를 완전히 옮겼고, 더욱 확대되는 현재 상황에서 수시체제를 갖추기 위해 학교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10년간 고교와 대학 취재를 통해 수시체제를 분석해온 제 입장에서 보면 접근은 간단해 보입니다.

먼저 학교 구성원들이 방향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할 듯합니다. 정시 위주로 치르는 의대냐, 학생부종합위주의 서울대냐 두 가지 갈림길에 대한 판단, 그리고 EBS교재 중심의 수업으로 교과과정을 채워 여전히 정시로 학생의 관심을 수능에 묶어둘 것인가 아니면 학생부를 통한 소통을 축으로 학교구성원의 생각을 바꿀 것인가를 판단해야 하겠지요. 당장 쉬운 길보다는 좀 더 멀리 본다면 결론은 자명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교사들의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실행은 쉽지 않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라는 또 다른 구성원을 설득하는, 가장 어려운 작업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수시체제를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간단치 않은 반발에 직면합니다. 대부분 학교들이 넘지 못하는 벽인 듯합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전국단위 자사고로 독자적 입지를 만든 하나고나 일반고 최고 수시실적을 만든 서울고가 쉽지 않은 벽을 뛰어넘은 사례로 우뚝합니다. 하나고는 초대 김진성 교장이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주말 외출을 요구하는 학부모의 반발에 맞섰고 서울고 역시 세종과고 출신 심중섭 교감이 비슷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힘든 여건은 진학실적을 내는 순간 모든 것을 바꿉니다. 교사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학생부를 중심으로 충실한 교육활동 진학실적을 내는 순간부터는 주도권을 학교가 쥐게 되기 때문입니다. 학생/학부모의 신뢰는 당연히 뒤따르겠지요.

실행단계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선수’의 존재입니다. 대학을 통해 지속적으로 바뀌는 전형정보를 파악하는 한편 다양한 고교 네트워크를 통해 벤치마킹 사례들을 광범위하게 선별, 수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선수’는 사실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대단한 전문가가 아니어도 단 한 명 교사의 열정이라도 출발점으로 충분해 보입니다.

사실 베리타스알파의 높아진 지면제작 눈높이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사교육업체가 내는 정보를 검증 없이 싣는, 일간지의 오류를 바로잡거나 대학들의 이기적 전형운영에 질타를 가하는 일에 노심초사하고, 학부모가 보기에는 어렵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보다 실질적 정보를 담으려 애쓰는 것은 수시체제를 갖추기 위해 애쓰는 일반고의 외로운 ‘선수’ 선생님들을 최우선 독자로 겨냥한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번 서울대 등록자 톱100 기사 역시 단순히 순위놀음이 아니라 수시체제를 잣대로 교육수요자들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일반고에서 수시체제 구축을 향해 치열하게 싸우는 ‘선수’의 열정에 하나의 응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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