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개 권역 순회 ..오해 불식하고 실질적 보완점 모색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서울대 입학본부가 현장교사들과 적극소통을 통해 학생부종합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 개선점을 보완하는 용기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7일부터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이 직접 발제하고 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전국 5개 권역을 돌며 ‘고교-대학 연계교육 포럼(‘샤’교육 포럼)을 개시한 것. 샤교육 포럼은 서울대가 입시의 주축으로 삼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현장교사들의 ‘쓴소리’를 날 것 그대로 듣는 자리다. 학생부종합을 통한 교육의 순기능은 인정하지만 아직 정착하지 못한 단계에서 현장혼선도 있는 게 사실. 권오현 본부장이 직접 발제를 하고 질의응답을 하며, 현장 목소리를 통해 오해를 불식하고 개선할 점을 찾아 보완, 정착해나가고자 하는 자리라는 데 의미가 있다.

서울대 ‘샤교육 포럼’은 전국 5개 권역에서 실시된다. 7일 오후1시(권역별 시각 동일) 대구에서 시작, 8일 서울 경기여고, 12일 광주교육정보원, 13일 대전교육과학연구원, 2월12일 제주학생문화원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별도의 절차 없이 해당 장소를 찾으면 된다. 대구 포럼의 경우 대구교육청 부산교육청 울산교육청 경남교육청 경북교육청의 5개 교육청, 서울 포럼의 경우 서울교육청 경기교육청 인천교육청 강원교육청의 4개 교육청, 광주 포럼의 경우 광주교육청 전남교육청 전북교육청의 3개 교육청, 대전 포럼의 경우 대전교육청 충남교육청 충북교육청 세종교육청의 4개 교육청, 제주 포럼의 경우 제주교육청으로 총 17개 시도교육청이 모두 서울대 입학본부와 공동주최하는 대규모다.

권역별로 500~1000명의 현장교사가 참석, 권 본부장의 발제에 이은 현장교사들의 토론이 이어진다. 토론에 참여하는 교사들은 해당 권역 교육청의 협조로 구성된 교사들이다. 학생부종합과 관련, 고교현장에서 일어나는 수업의 변화와 교육과정 운영, 진로 및 진학지도 등의 주제를 두고 실제 운영사례를 중심으로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자리로 ‘현장소통’의 측면에서 서울대 입학본부측의 용기에 박수를 칠만하다. 다만 현장의 진행방식에 따라 패널로 자리한 일부 교사들의 의견만 듣는 자리에 머물 가능성은 아쉽다. 7일 개시한 대구 포럼의 경우 현장질의에 대한 충분한 수렴이 이뤄지지 않아 일부 불만도 있었다. 대구 ‘샤 포럼’을 찾은 700여 교사들의 기대는 아무래도 서울대 입학본부장과의 면대면 소통을 통해 각자의 물음표를 마침표 또는 느낌표로 가져가고픈 기대에 있었을 터다. 토론이라기보다는 발표형식에 머문 측면이지만 토론방식이 익숙지 않은 한국풍토와 현장상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1부를 마친 이후 몇 가지 청중 질의에 대한 권 본부장의 성의 있는 답변이 인상적이었으며 전국단위 대규모의 포럼으로서 현장소통의 포문을 여는 자리로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서울대 합격하는 방법’을 논하는 입학설명회가 아닌, ‘학생부종합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논하는 포럼이었지만 권 본부장과 동행한 세 명의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통해 서울대 입시에 대한 면대면 질의응답의 기회를 연 점도 현장소통에 인상적이다.

현장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5개 권역 모두 권 본부장의 발제와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건 동일하지만, 권역별 교사들의 토론 혹은 발표내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첫 걸음을 뗀 7일 대구 포럼에서의 내용을 전한다. 대구에서 보기 힘든 추운 날씨에도 불구, 700여 명의 교사들이 참석,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 서울대 입학본부가 용기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7일부터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이 직접 참석하며 전국 권역별로 열리는 ‘고교-대학 연계교육 포럼(‘샤’교육 포럼)은 서울대가 입시의 주축으로 삼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현장교사들의 ‘쓴소리’를 날 것 그대로 듣는 자리다. 권 본부장이 학생부종합전형의 당위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현장의 즉석질문에 대한 권 본부장의 성의 있는 답변이 인상적이다. /사진=대구교육청 제공

 

 

<서울대, 학생부종합체제 왜 밀어붙이나>

- 입시의 출발, 교육이어야
5개 권역 포럼은 모두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의 발제로 시작한다. 7일 대구에서 권 본부장은 “서울대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시의 기본 축을 끌고 가려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노력을 해서 종합전형이 자리잡을 수 있는 바탕을 넓게 가져가자는 취지로 전국 5개 권역을 나눠 포럼을 진행하게 됐다”고 발제를 시작했다.

권 본부장이 말하는 포럼의 명칭인 ‘샤 포럼’은 서울대 정문의 모습 이상의 의미가 있다. 권 본부장은 “서울대 정문이 그간 갖고 있던 이미지는 상아탑으로, 일반적인 공간과 대학 공간을 구분 짓는 역할을 했다면 이젠 바뀌어야 한다”면서 서울대 정문의 모습을 ‘열쇠’에 비유했다. “서울대 정문이 ‘열쇠’처럼 보인다. 정문을 사회와 학교가 만나는 소통의 이미지로 해보자는 게 서울대 생각이다.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학도 되어야 하겠지만 국민으로부터 사랑 받는 대학, 세계와 함께할 수 있는 대학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학이 되기 위해 입시라는 것은 대학과 사회가 만나는 가장 강력한 지점이라 본다. 서울대가 입시에서부터 한국교육에 힘을 실을 수 있다면 서울대도 적극적으로 사회와 스킨십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권 본부장이 생각하는 종합전형은 선발의 의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육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권 본부장은 “종합전형을 통한 교육현장의 발전은 추상적으로 들리기도 하고 한국에서 실현 가능할지 의심도 되겠지만, 이제는 한국교육의 근본적인 철학 또는 풍토를 차근차근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며 “이 분야에 있어선 객석에 계신 분들이 더 전문가이실 수 있다. 대학이 생각하는 것, 중등교육이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맞아 들어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을 근거로 들며, 한국교육의 ‘민낯’을 지적한다. 한국교육은 성취도 측면에선 국제적 톱에 올라서 있지만, 행복도는 OECD 가입국 중 최하위다. 2012년 PISA의 조사결과 한국 학생들의 성취도는 모두 상위권이지만 ‘학교에서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발표되면서 한국교육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권 본부장은 현장에서 배부한 책자를 통해 “비슷한 조건에 있는 일본이 학업성취도가 높으면서 행복순위도 상위에 있는 것과 대비된다”며 “그후 칭찬 일색이던 세계 언론들이 한국 교육은 더 이상 본받을만한 것이 아니라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꿨으며 ‘성취도와 행복의 균형’이라는 논지를 가지고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연단에서 권 본부장은 “성취도를 남과 비교성에서 보는 사회적인 가치 부분이라 한다면, 행복도는 내면적인 만족도 안정감이다. 내면적 만족도와 안정감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적 가치 아래서만 그 사람의 역량과 우수성을 볼 수 있을까”라며 교육에서 해결안을 찾아본다.

“참 많았던 입시에 관한 논의 자리에서 그 출발이 교육일 때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회적인 문제나 균형 발전 등 교육 외적인 문제가 논의의 중심이었다. 왜 바깥세계가 교육을 압도했을까. 입시는 대개 비판적으로 거론되는 편이다. 언론도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으로 접근하기 일쑤인데, 아마도 독자의 관심을 끌게 되어 그런가 생각한다. 입시에 대해 부정적으로 거론되는 과정 역시 그 바탕은 교육의 본질로부터 괴리되어 가는 상황이다. 자유학기제가 등장할 때도 긍정적 측면보다는 ‘대학 갈 때 피눈물 흘릴 듯’ 식의 부정적인 헤드라인과 주제가 더 눈길을 끄는 식이다. 종합전형이 완벽한 단계는 아니지만, 언론보도 위주로 부정적 시각만 부각하는 데 우려한다. 그렇다면 종합전형의 대안은 있는지 되묻는다. 다른 대안이라는 게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생각은 안 하는지 궁금하다. 입시제도의 개선에 대한 논의가 사회문제에서 출발하고, 대안도 없는 일부 언론의 주동에 국민들은 교육문제의 근원을 입시 탓으로 돌리면서 대학입시와 교육의 본질 사이에 심각한 괴리 현상이 나타난다. 이제는 입시가 학교교육의 본질로 다가갈 때다. 사람마다 다른 견해겠지만, 내 입장에서 교육의 본질이라는 것은 학생이 적성과 능력에 맞게 자기를 계발할 기회를 부여하고, 이 풍토가 학교에 자리잡는 것이라 본다. 칭찬도 하고 나무라기도 하고,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겐 도움도 주는, 아주 상식적이지만 깊이 있게 접근해야 하는 게 교육이다. 학생에게 성장과 계발이 일어나도록 자극과 도움을 주자는 얘기다. 그 다음엔 제도적 투명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 ‘행복하다 하면 서울대 뽑아주고 싶다’.. 행복한 교육의 모습은?
권 본부장은 포럼에서 ‘행복과 가치의 조화’를 강조했다. 심지어 “학생에게 ‘행복하니?’ 물어서 ‘행복하다’ 하면 뽑아주고 싶다”고까지 농을 건네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을 정도다.

권 본부장의 행복도의 중요성에 든 사례는 일리노이주립대 디너 교수의 ‘성공한 40대를 조사한 결과 20대 때 행복했다’는 실험결과다. 권 본부장은 “행복한 사람은 자존감이 강하고 탐구적이며 자기개발에 충실하고 적극적으로 끼어들고 훨씬 타인에 소통적이라는 결과였다”며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지의 중심적인 현상이 ‘행복’이고 여기서 추동(推動)할 힘이 생기는 것이라 본다. 개인적으론 공부 잘하는 순서 말고, 서울대도 행복한 순서대로 뽑고 싶다. 행복 순으로 뽑아도 지금 학생과 별 차이 없을 것이란 상상도 한다”고 말해 청중의 호응을 받았다.
권 본부장이 말하는 ‘행복과 가치의 조화’는 교육, 그리고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운영이 문제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종합전형은 입시를 위한 ‘기교’를 가르치는 데서 탈피해 학생의 내적 근력과 바탕을 다져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간 입시가 성취도 비교라는 칼날을 갖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보다는 존재의 존엄이라 할 수 있는 자존감, 자신에 대한 믿음을 속도가 느리더라도 부추겨주는 게 장기적으로 학생에게 도움을 줄 듯하다. 생태계에서 나무들이 다른 나무와 비교하지 않고 자라듯 학생들도 커야 하지 않을까. 어렵겠지만, 학생의 다양한 경험을 존중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하나의 패턴을 정해서, 따라오는 아이는 우수하고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는 우수하지 않다 할 게 아니다. 학교에서 풍성하게 제공해주는 교과와 비교과가 학교 안에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풍성하게 제공해줄 수 있는, 자연스럽게 연동되는 교육이 필요하다. 문제는 비교과가 너무 인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 가기 위해 비교과를 따로 준비해야 하는 인식 때문인데, 그래서 나는 비교과보다는 교과, 학교수업이 중심이 되는 학생부종합 체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종합전형은 계속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학생부종합전형은 상대적 비교에 의한 공정성 요구와 병립해야 하는 데 본질적인 어려움이 있다. 다만 자기계발을 입시와 연결하는 교육의 폐단은 ‘입시를 준비한다’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입시를 위한 ‘기교’를 가르치기보다는, 학생의 기본바탕을 다지는 교육을 실시하고, 이것이 입시와 연계돼 교육과 입시가 서로 의지하는 구조를 갖는 환경조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어렵게 마련된 학생부종합전형 체제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나보다 공부를 못한 학생은 합격했는데 내가 떨어진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비교의 늪에서 수험생 학부모 언론 우리사회가 헤쳐 나와야만 한다. 비교의 늪에서 머무는 국민들의 의식과,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대입전형 운영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 전문가들의 고민과 지혜가 필요한 때다.”

- 서울대 인재상, ‘지호락(知好樂)’
권 본부장은 인재상에 대한 논의를 붙였다. “인물을 보는 기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 본부장은 “과거의 천재, 대가는 이젠 인재, 리더가 되어야 하며, 과거의 능력은 이젠 역량, 과거의 성취도는 준비도 또는 적합도 정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합전형이 자리 잡으려면, 성취도 수준의 객관화된 지표가 필요할 듯하다. 경제학부 지원자라 한다면 수능 성취도가 아니라 여러 지원자 가운데 누가 입학 이후 공부하기에 적합한지, 서울대 그 학과를 졸업해 공동체의 이익을 생각해볼 수 있는 인재인지, 이런 것을 보려면 성취도나 역량만으로는 가늠하기 힘들다. 미래 인재상으로 ‘지호락(知好樂)’을 들 수 있다. 지적 역량(많은 지식-지혜로움-창의적 사고)이 태도 역량(열정/성실-자기주도-회복탄력성)으로, 더 나아가 사회 역량(소통/공감-균형감각-공동체의식)으로 발전해 나아가는 구조다. 특히 태도 역량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적 역량에 해당하는 ‘지’는 필요한 부분이고, 태도 역량에 해당하는 ‘호’는 과정이며, 사회 역량에 해당하는 ‘락’은 남겨야 할 것이다. 나뿐 아니라 서울대도 이런 구조로 인재상을 본다. 긍정정서가 있으면 ‘진화’를 낳는다. 부정정서는 ‘대처’를 낳는다. 열심히 ‘대처’해봤자 원상복귀밖에 안 된다.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 진화는 요원하다. 태도 역량이 있는 사람은 관심/열정, 자기주도, 회복탄력이 뛰어나다. 자존감이 강한 사람으로 관심과 열정이 있고 자기관리를 잘한다. 긍정정서를 생성하는 게 바로 태도 역량이다. 태도 역량을 키우려면 ‘서클’을 잘 작동시켜야 한다. 진화를 위한 순환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학교 공부를 예로 들자면, 바른 방식이 성적을 향상시키고, 성적향상으로 성취감을 얻으며 학습의지가 더 좋아져 시간투자를 하게 되며, 이것이 다시 바른 방식으로 돌아가는 식이다.”

권 본부장이 말하는 입시에서의 인재상에 대한 주목은 ‘히든 챔피언’을 양산할 수 있는 기제로 작동한다. 권 본부장은 하버드대 토드 로즈 교수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토드 로즈 교수는 13세 때 주의력 결핍으로 학습장애아로 낙인 찍혔고, 18세 대 학습부진으로 고교를 퇴학했다. 19세인 여자친구가 임신까지 했다.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도 2000년에 웨버주립대를 졸업하고 2007년에 하버드대 교육학 박사학위를 따내 현재 하버드대 교육학 교수로 자리하고 있다. 권 본부장은 “토드 로즈 교수가 최악이라 할만한 상황을 딛고 일어선 데는 어린시절 부모이 역할 덕”이라 설명한다, “어린시절 부모의 지지와 부모와의 소통이 보통을 뛰어넘는 최고수준이었다. 자존감 역시 최고수준이었다. 학업성취도는 낮지만 부모의 지지와 소통, 자존감이 있으니 회복탄력성이 뛰어난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 기회균형 지역균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이런 경우가 많다. 전국 순위는 상당히 떨어지지만 태도 역량을 보면 서울대 입학해서 나중에 아주 우수한 학업성취도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입시가 대학중심의 우수인재 확보에 무게중심을 두다 2010년 무렵 현재의 모습으로 전환했다. 현재의 입시는 학교 및 사회의 연계적 인재양성의 기능을 한다. 입시는 학교교육과 대학교육의 연계지점인 셈이다. 이번 ‘샤 포럼’의 핵심 목표이기도 하다. 학교교육과 대학입시의 연계는 사회정의론을 통해 본다면 공정성 균형성 적합성의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공정성은 전국적으로 성적이 더 좋은 학생을 주목하는 성격이다. 존 롤스의 절차적 정의에 기반한다. 균형성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한 학생을 주목하는 방향으로 마이클 샌들의 공동체적 정의에 기반한다 할 수 있다. 적합성은 분야별로 공부할 준비가 잘 된 학생에 주목하는 것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정의에 기반한다 볼 수 있다. 서울대 입시를 놓고 보자면, 공정성 기반은 수능중심의 정시, 균형성 기반은 지균, 적합성 기반은 일반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중 일반전형은 추상적일 수 있어서 반감이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이게 정리되어야 종합전형의 안정화가 올 수 있고 교육과 입시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 서울대, ‘다단계 평가’ 시스템 통해 간극 좁히려 노력
종합전형은 아직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과정에 있다. 불투명하고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처해있고, 특히 서울대 종합전형은 특정 고교군, 전국단위 자사고나 과학영재학교, 교육특구 고교들에 대한 ‘편애’를 한다는 의혹에도 휩싸여 있다.

권 본부장은 현장 오해의 해소를 위해 서울대 종합전형의 과정을 설명했다. “서울대 종합전형은 종합적 정성평가 체제의 구축을 위해 다단계 평가를 거친다. 사전연구 및 모의평가를 통한 준비단계를 거쳐 1단계에서 전임입학사정관1팀이 평가를 하고, 2단계에서 전임입학사정관2팀이 평가를 거친 후, 3단계에서 2단계 결과에 대한 조정평가를 진행하고, 4단계에서 위촉입학사정관치 평가하며, 5단계에서 4차 평가위원회 조정평가가 들어간다. 이 과정에 전공교수들이 진행하는 면접이 평가와 연동되어 움직이면서 여러 측에서 의견을 모아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체제다. 내부적으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런 체제가 종합전형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체제가 없으면서 종합전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확대하면 국민 여론과 같이 가기가 힘들다. 교육부에서도 종합전형에 대한 애착이 있다면 타 대학에도 이런 체제가 구축될 수 있도록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종합전형 정착하려면.. ‘외적변수 최소화해야’
종합전형의 정착을 위해 권 본부장은 우선 ‘학생부기록의 내실화’를 거론했다. 이를 위해선 교사의 평가역량 및 책임감이 필요하며, 교육자 및 전문평가자로서의 입학사정관 자질이 필요하다. 여기에 ‘전형과정에 대한 국민의 심리적 동의’와 ‘인재상 구성역량과 학생부 기록 사이의 연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준비도 혹은 적합도의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학사정관은 평가자가 아닌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 교육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입시공학적으로 가면 종합전형이 발전하지 못한다. ‘교육적인 팩트’에 대해 상세하게 아는 입학사정관의 자질이 필요하다. 그래야 인재상 구성역량과 학생부 기록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다. 준비도 혹은 적합도의 표준화를 기할 수 있다.”

이어 종합전형 모델의 다양화를 거론, 서울대 전형의 내용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종합전형의 모델은 네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통합적 평가 모델’이다. 학교생활충실도 중심으로, 서류평가와 연동된 면접을 실현할 수 있다. 서울대의 경유 지균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공적합성 추가 모델’은 학교생활충실도와 전공적합성의 조화다. 구술고사 및 심층면접을 통한다. 서울대의 수시 일반전형이 여기에 속한다. ‘전형요소 합산 모델’은 학교생활충실도 위주이되, 전형요소 사이의 비중을 배분 및 합산하는 방식이다. 서류평가80+면접20으로 나눠 각자 평가한 걸 기계적으로 합산하는 평가인데,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서울대는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학생부 항목 선택 반영 모델’은 모집단위 특성에 맞는 항목을 선택해 자동반영하는 방식으로, 학생부의 교과가 이에 활용될 수 있을 듯하다. 교과와 종합이 합해진다면 종합전형의 한 모델로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종합전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안정화를 위한 노력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론해온 권 본부장은 수능을 강조하기도 한다. 종합전형을 강조하면서 수능의 중요성을 거론하는 데 대한 의문에 대해 권 본부장은 “수능의 불안정성이 종합전형의 정착에 가장 큰 외적 변수이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현재 대입제도는 다섯 가지다. 수시에서의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과 정시에서의 수능중심전형의 다섯 가지다. 현 5체제는 아주 잘 된 것이라 본다. 5체제가 안정적으로 오래 가야 종합전형도 종합전형답게 편안하게 갈 수 있다. 수능이 불안해지면 당장 서울대부터 전체 학생을 모두 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느냐 할 때 엄청난 물적자원 인적자원과 시간이 필요해진다. 질적하락도 가능하다. 때문에 25% 정도를 수능중심으로 선발하고, 나머지 75% 정도를 종합전형다운 종합전형을 들이는 체제다. 물론 무리하게 종합전형만 운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의 5체제는 전형간소화의 결과로 보기드문 대단한 작품으로 본다. 각 평가요소들이 의미가 있다. 모두 종합전형으로 몰고가는 게 아니라 각 전형이 균형있게 자리잡으며 안정화되는, 그리고 안정화를 지켜볼 시점이 아닌가 한다.”

수능 외에 외적변수는 현재 버거울 정도다. 우선 거론되는 게 성취평가제다.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 이때 종합전형에 위기감이 올 것 같다. 고교교사들도 엄청난 부담일 터다. 서울대는 성취평가제 도입 상태에서도 종합전형을 강조하려면 학생부기재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학생 개별적 모든 활동에 대한 흐름과 객관적 기록, 주관적 기록 등이 풍성하게 가야만 성취평가제 아래 종합전형 운영이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고교 입장에선 엄청난 부담일 듯하다.” 문이과통합 역시 종합전형을 흔들 수 있는 체제다. “과학 쪽이 동질화될 수 있다. 국어국문학과와 물리학과 차이가 같아지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진다. 과학Ⅱ 과목들이 진로선택으로 있다 보니 아무래도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다. 여러 변수들이 올 것이다.”

결국, 종합전형은 중등-대학 연계 중심의 전형으로 정착해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권 본부장은 “입시 논의의 출발점을 다시 ‘교육’으로 되돌리고, 대입의 ‘준비’를 ‘연계’의 관점으로 전환하며, 학생부중심전형을 통한 수업의 역량 및 환경을 제고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의 정착을 위한 환경구축-비판에 대한 내성, 학생부 기록 양식 개선, 수업-평가-기록의 연동, 기록의 진정성-으로 갈무리한다.

더불어 ‘교육’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말을 전한다. “교육은 사람이 만드는 별이라 생각한다. 하늘에 태양, 달, 별이 있다. 태양은 생명의 근원으로 인류가 존재하는 출발점이고, 달은 태양에서 나오는 어떤 생명체인 가운데서도 ‘변화’라는 특징을 가진다. 사실 인간의 삶은 달과 같은 것이라 본다. 별은 바로 교육이다. 별은 ‘방향성’ ‘안내’ ‘인도’를 뜻한다. 성경에도 동방박사가 별을 보고 베들레헴을 찾아가듯 말이다. 다만 교육은 단순히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말하지 않는다. (슬라이드에 다섯 손이 검지와 중지로 ‘V’를 만들고 각 손끝을 이어 별 모양을 만든 사진) 슬라이드의 별처럼 여러 사람이 만드는 별이다. 여러 분야의 힘을 합해 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교육이 제대로 된 교육의 모습일 듯하다. 이 자리가 ‘얻어간다’가 아닌, ‘결심하고 간다’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 서울대 입학본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샤교육 포럼’을 공동주최, 학생부종합전형 운영의 실질조언을 듣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7일 대구에 이어 8일 서울 12일 광주, 13일 대전, 내달12일 제주의 5개 권역을 모두 찾아 진행한다. 사진은 대구 포럼 현장. 700여 명의 교사들이 운집했다. /사진=대구교육청 제공

 

 

<현장의 날선 질타.. ‘종합전형의 불투명성’>

대구 포럼은 1부 ‘학생부종합전형 발전 방안’, 2부 ‘학생부종합전형과 고교 교육활동 개선’로 진행됐다. 1부에선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의 발제 이후 전영갑 교사(약사고), 김형길 교사(예문여고), 배태식 교사(오상고)의 3인의 토론이 진행됐다. 2부에선 김영보 교사(송현여고), 최인균 교사(명호고), 손국석 교사(진해고), 선영래 교사(순심고)가 패널로 참석, 종합전형과 연계한 ‘진로기반 진학지도’ ‘인성중심 협력학습’ ‘개별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수업 및 평가방법이 변화’에 대해 토론했다. 2부 사회를 맡은 이인우 정화여고 교감의 매끄러운 진행이 인상적이었다. 1부 토론자리에는 권 본부장이 배석,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기본적으로 종합전형의 긍정적 방향에 대해 권 본부장과 의견을 같이한 부분이 많았지만, 현장의 불안감과 의문에 초점을 맞춰 전한다.

- ‘투명한 정보공개, 지방학교 갈급.. 불합격 이유 알려달라’
가장 많은 호응과 인상적인 의견을 낸 패널은 김형길 교사다. 발언 도중에 박수갈채까지 받았다. 김 교사는 우선 오락가락 지침으로 현장혼선을 빚는 정부정책을 질타했다. “학생부종합전형 길라잡이가 매년 바뀐다. 쓸 수 있는 것, 쓰면 안 되는 것에 대한 규정이 해마다 바뀌어 현장 어려움이 크다.”

정보공개의 투명성도 요구했다. “평가기준 공개가 명확하지 않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똑같이 종합전형 기계공학 썼는데 어느 대학은 붙고 어느 대학은 떨어진다.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모르고, 떨어진 데 대한 승복이 잘 안 된다. 몇 개월 간 자소서 추천서 쓰느라 공력을 쏟아 붓고 이 아이 정도면 충분히 붙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학생도 교사도 납득이 안 된다. 그냥 ‘불합격’ 통보하고 끝낼 게 아니라 ‘친절하게’ 뭐가 부족했는지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 ‘어떤 점이 부족했다’ ‘예년 같아선 붙을만했는데 올해는 지원자가 엄청나게 몰려서 아쉽게 떨어졌다’ 식으로 말해줬으면 좋겠다. A대학은 입학사정관들의 현장방문이 꽤 활발하긴 한데 떨어진 데 대한 이류를 설명하지 못한다. A대학에 20~30명 썼는데 1단계 통과자조자 단 한 명도 없다면, ‘친절하게’ 서류를 가져와서 ‘이런 사정이 있다’ ‘학생부 기록 뭐가 잘못 됐다’ ‘자소서에 어떤 문제가 있다’ 식으로 어떤 문제가 잘못됐는지 ‘친절하게’ 알려줄 수만 있다면, 교사도 뭐가 부족하지 알면 준비할 수 있다. 어떤 고교는 서울대에 수십 명이 합격하는데 어떤 고교는 단 한 명도 합격자가 안 나온다면 문제가 있다. 서울대 합격자가 한 명도 안 나온 학교의 1등 학생이 서울대에서 공부할 역량이 되지 않는 것인가. 이 학생이 한 해 20명 합격자를 내는 학교의 학생보다 부족한 학생인가. 합격자가 안 나오는 학교에 입학사정관들이 가서 ‘지원했다 불합격한 학생이 어떤 문제가 있다’ ‘너희 학교는 이 서류를 꾸밀 때 어떤 문제가 있다’고 알려주면 좋겠다. 해당 문제를 잘 해결해나가고 하는 학교는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려주면 좋겠다. 정보공개의 투명성이 필요하다. 교사들의 문제도 있지만 평가항목에 대한 정보공개가 안 되어 문제다.”

지방소재 고교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나는 부산에 있다. 내가 만약 서울에 있는 고교에 있다면 우리학교 학생들 학생부 자소서 들고 서울대 입학본부 가서 미리 물어볼 수 있다. 입학사정관 붙잡고 물어볼 수 있고, 부족한 걸 알아내서 보완해낼 수 있다. 지방에 있는 교사들은 진학지도도 해야 하지만 수업도 해야 한다. 학교 비우기가 어렵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고교들은 얼마든지 입학처 방문해서 의견 구할 수 있고 적절한 코멘트 받아서 좋은 자소서 추천서 쓰기에 유리하다. 지방에 있는 교사나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공감, 자리를 함께 해주길 바란다.”

현장에서 학생부 작성에 대한 어려움도 털어놓았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바라는 학생부 작성이 쉽지 않다. 최근의 입시는 교과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B대학처럼 종합전형에서 내신을 전혀 반영 안 한다 하더라도 ‘세부특기사항’을 본다. 세특에 교과별 내용을 써야 한다. 우리학교는 지구과학 교사가 한 명뿐이다. 한 명의 교사가 1학년 수업과 2학년 수업, 3학년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 강의식 수업을 위해 3개 학년의 교재연구만 해도 바쁘지만 학교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토론과 모둠발표, 과제연구, 프레젠테이션, 통합교과적인 주제별 수업, 창의적인 글쓰기 등 다양한 수업방식의 변화는 몸이 부서져도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 문제는 학생부 기재다. 500명이 넘는 학생들의 관심을 헤아리기 어렵고, 개개인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파악하기는 더욱 힘들다. 수업 중 눈에 띄는 학생들의 경우나 질문하러 오는 학생, 성적이 우수한 학생 정도를 제외하면 종합전형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학생부를 작성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수시로 관찰해 누가 기록’해주고 싶지만 과연 가능할까? 500번 복사해서 붙여넣기 해주기도 힘들다. 초등학교처럼 20여 명의 학생들과 모든 수업과 생활을 한다면 학습의 결과만 기록하지 않고 학생이 학습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학습과정, 학습 후의 변화된 태도 등에 대한 수시 기록이 가능할 것이다. 현행 교육체계에서 쉽지 않겠지만 교사의 업무를 줄여주는 것과 함께 관찰 가능하고 기록 가능한 숫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

김 교사는 학생부 작성에 대한 사회분위기 역시 바꿀 필요를 역설했다. “전국이 4년제 대학만 200여 개가 넘고, 정원을 채우기 어려운 대학도 종합전형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의심되고, 대학 진학보다는 다른 진로선택이 어울리는 학생들에 종합전형은 어떤 의미일까? 수업시간에 잠밖에 안 자는 학생에게 ‘창의성’을 어떻게 찾아 쓰나. 학업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에겐 ‘미용기술 배우라’고 써도 되는 풍토가 되어야 한다. 대학진학이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들의 경우 직업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학생부에 대학진학보다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유리한 학생이라고 학생부에 적어도 용납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한 해도 가만 두지 않는 교육정책에 대한 질책도 인상적이다. “2015학년에는 수시 원서접수기간이 통합되고, 수능 영어A/B형 선택과 수시와 정시모집의 우선선발 방식이 폐제됐다. 2017학년에는 수능에서 국어 유형별 선택이 없어지고 한국사가 필수 응시과목을 지정되며, 2018학년에는 수능 영어에 절대평가가 도입된다. 2019학년엔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을 검토 중이고, 2020학년에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수능에 반영되고, 2021학년에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예고되어 있다. 해마다 안 바뀌는 경우가 없다.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잘 정돈될 텐데, 자꾸 바뀌니까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3년 예고제’라 하지만, 사실 3년 예고가 아니다. 중3이 고교를 선택할 땐 대입요강이 나와 있어야 한다. 작년만 해도 C대학이 갑자기 논술을 없애고 정시를 대폭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외고 가서 C대를 논술로 가야지 했거나 C대를 정시로 가야지 했던 애들은 황당하다. 중3 학생이 고교를 선택하는 시점에서는 해당 학생이 치를 대입의 전형계획이 완벽하게 발표되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발표된 사항의 변화가 없었으면 한다. 적어도 대입은 삼년지중계(三年之中計)는 되어야 한다. 정권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에서 나온 보기 드문 대안이라 할 수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발전을 기원한다. 다만 아직은 과도기이니 현장에서 겪는 여러 문제를 해소해가면서 틀을 잘 갖춰가는 전형으로 자리했으면 한다.”

- ‘종합전형, 재력에 의한 성과?’
전영갑 교사는 종합전형이 가진 ‘평가의 공정성’ 문제를 거론했다. “종합전형 준비를 꽤 시켰지만 수시에서 서류평가를 통과한 학생이 많지 않았다. 자소서 준비한 학생 학부모뿐 아니라 교사인 나도 허탈하다. 이러다 종합전형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부유층만을 위한 전형 아닌가 하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소논문이나 과제연구 보고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해서 수행하는 게 아니라 부모의 재력으로 준비된다는 소문이다. 인프라를 갖추고 지원하는 학교에서만 실제 가능한 것이라 보는 인식이 파다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종합전형이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아닌가 생각한다.”

지방학교의 인프라 부족 문제도 하소연했다. “인프라 자체가 지나치게 대도시 위주로 편중된 문제점이 종합전형을 준비하고 신뢰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본다. 대도시라 하더라도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도 많은 현실이다. 학생 탐구역량이 아주 뛰어나서 소논문이나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려 해도 지도할 수 있는 학교교사나 사회적 인프라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 지원시킬 수 없다. 학생이 관심분야를 정해 진로를 탐색하고자 해도 체험할 장소가 없으면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고 관심 분야의 탐구심이 뛰어나 소논문이나 연구보고서를 작성하고자 해도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없다면 그 학생은 종합전형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이 없어지게 된다.”

- ‘정규과정 속 교육성과만 입시 반영해야’
배태식 교사는 학생부 기록의 범위에 대해 정규교과 내에서만 인정할 것을 제안했다. “정규교육과정 속에서 이뤄진 교육성과만을 입시에 반영할 것을 제안한다. 야간자습, 토일자습, 토일활동을 통해 얻은 성과는 학생부기록은 물론 입시에서도 반영하지 말자는 것이다. 방과후도 다양한 진로활동으로 바꾸도록 유도해야 한다. 학생들의 자율은 없고 교사는 업무에 지쳐있는 비정상적인 현실을 대학입시가 바로잡아주길 기대한다. 종합전형의 전형요소가 학교의 정규교과활동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때 정규교과활동이 정상화될 것이다.”

학생부 기록 양식의 변화도 제언했다. “객관적 사실 기록 란과 주관적 관찰 기록 란으로 이원화할 것을 제안한다. 독서활동 란의 경우 학생의 독서후기를 적는 란과 교사의 특기사항을 적는 란을 이원화하는 식이다.”

<현장 질의에 대한 서울대 입학본부장의 오해 불식>

1부를 마치면서는 발제 및 발표 내용에 대한 청중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 마련됐다. 700여 명의 교사들이 오후1시부터 6시까지 다섯 시간에 이르는 진행시간을 감안하고 일부는 대구까지 먼 걸음을 했을 정도로 ‘샤 포럼’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는 아무래도 ‘발제와 발표, 토론’이라는 진행방식과 연단에 선 서울대 입학본부장과의 소통을 통해 각자의 물음표를 마침표나 느낌표 정도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이기도 할 터다. 애초 예정에 없던 청중 질의 단계에서 시간에 쫓겨 많은 질문을 받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이 700여 교사들의 큰 호응을 일으키거나 실망을 자아냈다. 질의에 대한 권 본부장의 성의 있는 답변이 호응을 얻었으며, 예정엔 없던 질의응답 시간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오히려 질의응답 시간을 더 확대할 필요성에 대한 이후 아쉬움과 소감들이 있었다.

- 학원컨설팅 결과 나오는 자소서에 대한 입장은?
한 교사는 “자소서를 학원 컨설팅을 통해 작성해 제출하고 이것이 성과를 낸다는 것에 대한 서울대 입학본부장의 입장”을 물었다. 권 본부장은 “자소서에 대한 부담을 빨리 털어내시고, 학생부에 집중하시는 공감대가 이뤄져야 할 듯하다”고 답했다. “자소서를 컨설팅 받아야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깥세상에선 강조하는지 제 개인적인 의문이다. 종합전형 전신인 입학사정관제가 자소서 중심이었다면, 종합전형은 다르다. 자소서를 아무리 컨설팅 등을 통해 화려하게 꾸며도 그런 내용이 학생부에 없다면 입학사정관들이 눈도 꿈쩍 안 하는 게 서울대다. 조심스럽지만, 종합전형 운영방식도 대학마다 달라서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서울대가 자유롭게 종합전형을 설계할 수 있다면, 제 개인적으론 학생부만 보고 싶다. 학생부에 있는 내면적인 부분을 보는 과정에서 자소서는 참고하는 수준으로만 가야 종합전형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추천서는 종합전형의 정량적 기술과 정성적 기술이 함께있다 한다면 정성적 부분으로 본다. 학교소개자료는 표준화해서 입학사정관이 평가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큰 부담 없이 기술하는 것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비교과는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하나
또 다른 교사는 비교과에 대한 궁금증을 털어놓았다. “내신관리를 배우 잘해 거의 톱에 있는 학생1과 다양한 비교과 동아리활동 때문에 내신이 떨어지는 학생2, 수학공부하는 데 매우 호기심이 많아 파고드느라 내신이 안 좋은 학생3, 수학공부하다 막히면 다른 공부로 전환하면서 내신관리하는 학생4 중 누가 우수하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권 본부장은 “교과에 소속되지 않은 비교과 활동은 부정적”이라고 답한다. “비교과라는 건 교과에 소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별한 독서 동아리 같은 건 학교교육의 왜곡이다. 어떤 형태든 학교수업이 중심이 된 학생부종합체제가 되어야 한다. 교과수업이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고 학생 스스로 자기주도적으로 지식을 생산하도록 교사가 계속 자극을 주면서 학생에게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어떤 과목을 들었고 어떤 성취를 보였고 그런 데서 학생 태도를 볼 수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독서활동도 수업을 듣다 보니 어떤 궁금점이 생겼고, 학생이 스스로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자신의 사고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게 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떤 책 제목을 자소서에 써야지 하는 건 학교교육에 도움이 안 된다. 교과를 폄하하면서 비교과를 거창하게 진행하는 학생을 향해 탐구활동을 잘한다고 보는 건 벗어나야 한다. 학교교육의 본질은 수업이고, 수업은 교사 고유의 권한이라 본다.”

- 소논문을 과연 고교생이 쓸 수 있나?
소논문 작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대학에서 할 수 있는 활동, 고교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따로 있다. 고교 학교급에 맞는 활동을 하라 하셨는데, 수많은 학생들이 소논문을 쓰고 소논문대회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논문을 과연 고등학생이 쓸 수 있다고 보시는지. 소논문 때문에 고교교육과정이 어그러진다”는 의견이다.

권 본부장은 “소논문 얘기가 왜 자꾸 거론되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소논문 얘기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왜 대학 가는데 소논문을 써야 하는가? 대학 가기 위해 소논문을 써야 하고, 마치 대학이 소논문이 있느냐 없느냐를 갖고 평가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건 종합전형에 대한 모독이라 본다”고 일갈했다.

- 불합격에 대한 대학 피드백을 고려하는지?
또 다른 교사는 불합격에 대한 대학측의 피드백을 고려해볼 수 있는지 물었다. 1부 토론의 패널로 청중의 큰 호응을 받은 김형길 교사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현장 교사들이 입학사정관들에 사정사정해도 왜 불합격했는지 알려주질 않는다. 그간의 노력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 같다. 서울대는 불합격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권 본부장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특정 학생이 합격하고 불합격한 이유는 아무도 설명할 수 없다. 시스템에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입시는 공정성과 타당성/효과성이 상충할 때 문제가 생긴다. 어디에 우선권을 줘야 할지 한국인의 정서상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아무리 타당하고 효과적이어도 공정하지 않다고 여론에 형성되는 경우 버텨낼 수 없는 구조가 종합전형의 가장 힘든 부분 아닌가 싶다. 입시라는 게 ‘정책입시’가 있고 ‘시스템입시’가 있다 한다면, 서울대는 정책입시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합격생 중에 일반고 출신이 적을 것 같아 여론이 불리하게 형성될 것 같으니 일반고 출신을 더 뽑자’ 식이 될 수가 없다. 짜인 시스템에서 입학사정관도, 교수도, 입학본부장도 전체 입시결과를 관리하지 못한다. 입학본부장인 나 역시 1단계결과 2단계결과를 볼 수 없고, 각자 자기가 맡은 단계만 볼 수 있다. 그게 시스템적으로 합산되고, 결과적으로 일반고 출신 비율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목적을 가지고 전형을 들여다 보는 건 엄청나게 위험하다. 시스템 속에서 움직이고, 각 역할이 있고, 결과가 있는 것이다. 왜 불합격했는지 해답을 달라 하셔도, 입학사정관 누구도 모른다. ‘입학사정관 당신은 어떻게 평가하느냐’라 묻는다면 답변은 하겠지만, 그게 당락의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것도 아니다. 정성적인 평가 부분의 기준을 정량적인 것처럼 명확하게 제시해버리면, 지원이 정량화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는 과거에 교과중심으로 입시를 진행했다가 한국교육을 망친 적이 있다. 우리는 겸손해야 하고, 교육자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꼭 지켜줘야 한다. 어느 한 쪽이 욕심을 내면 참 힘들게 된다. 대화가 안 된다. 서울대처럼 시스템화해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이 외에는 정성적인 평가에서 해답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가는 게 ‘학교교육에 부담이 된다’ ‘뜻은 좋지만 그런 과정까지 학생부에 기록할까’ 말씀하시는데, 사실 엄청나게 힘든 현상이다. 현상적인 것을 우리가 고려해면서 최선의 길을 찾는 게 ‘샤 표럼’의 목적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종합전형이 완벽한 건 아니지만, 제안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말씀들이 너무 감사하다. 서울대에 전달할 건 전달하고, 다른 대학이나 교육부에 전달할 건 전달하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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