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전화찬스만 기다리는 깜깜이 게임'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대학들의 2016 정시 합격 발표가 시작되면서 수험생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제부터 수험생 최대 관심사는 예비번호를 통한 추가합격(추합)여부. 중하위권으로 갈수록, 특히 다군의 경우 추가합격은 여러 '바퀴'를 돌아 최초합격인원의 10배수까지 확장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시최초합격을 제외한 대다수 수험생들은 내달 3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되는 추가합격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추가합격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교육수요자인 수험생과 학부모의 지루한 기다림과 불안함을 덜어주는 장치가 예비번호다. 예비번호를 받아든 수험생은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 추가합격여부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요자의 바람과는 달리 예비번호 부여방식과 기준이 대학마다 제각각이라는데 있다. 예비번호 부여실태를 조사해본 결과 2016 정시에서도 예비번호를 아예 부여하지 않는 대학이 있는가하면 1번에게만 부여하는 대학, 예비번호 부여기준과 범위를 공개하지 않는 대학까지 존재했다. 결국 수험생들은 아무 것도 판단할 수 없는 ‘깜깜이’ 상태에서 대학 입학처의 연락만 기다리는 상황이 올해도 재현되는 셈이다.

매년 반복되는 예비번호를 둘러싼 수요자 불편의 원인은 일관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대입을 주관하는 대교협은 예비번호 부여 관련 사항을 대학들의 자체 판단에 맡겨왔다.

고교현장에서는 수요자 배려 측면에서 예비번호 부여기준을 일정 기준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군별 특성에 따라 일정 배수를 규정함으로써 대학들의 예비번호 부여를 통일해 수요자들이 합격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일관된 기준과 운영방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 미등록충원 합격자 발표 과정에서 교육수요자인 수험생과 학부모의 지루한 기다림과 불안한 마음을 덜어주는 건 예비번호다. 예비번호를 받아든 수험생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 충원합격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예비번호 부여기준은 왜 중구난방일까? 사진은 2016 정시 지원자 전원에게 예비번호를 부여할 예정인 연세대./사진=베리타스알파DB
  

<예비번호.. 교육 수요자들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한양대의 새해 선물과도 같았던 2016 정시 합격자 발표가 지난달 31일 실시된 이래로 대학들의 합격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역 상위 15개 대학 기준 동국대 중앙대가 5일 합격자를 발표했으며, 경희대 11일, 고려대 서울대 한국외대 15일, 이화여대 19일, 숙명여대 22일, 연세대 26일, 건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홍익대 28일 순으로 합격자 발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합격의 기쁨을 안은 수험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반면, 불합격한 수험생들은 깊은 탄식만 더해지는 상황, 합격한 수험생들에 비해 불합격한 수험생이 훨씬 많은 구조상 대다수 수험생들의 관심은 29일부터 내달2일까지 5일간 진행되는 최초합격자들의 등록금납부절차가 끝난 이후부터 16일 오후9시까지 진행되는 미등록충원 합격자 발표(추가 합격자 발표)에 모아진다.

일정 차수까지는 홈페이지에 공고하고, 이후 ‘전화찬스’로 통칭되는 개별수험생에 대한 전화통보로 진행되는 미등록충원 합격자 발표는 차수별 발표일과 시간이 대학마다 상이하다. 따라서, 불합격한 수험생들은 자신이 지원한 대학의 충원합격 발표시기만을 목놓아 기다리며, 결과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교육수요자인 수험생과 학부모의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과 불안한 마음을 그나마 덜어주는 건 예비번호의 존재다. 합격자 중 최득점자 다음 순번인 불합격자 중 최고득점자부터 주어지는 예비번호는 수험생이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 있게 해 불안한 ‘깜깜이’ 상태로 미등록충원 합격을 기다리는 사태를 방지한다. 그러나 대학들은 각기 다른 기준으로 예비번호를 부여함으로써 속 끓는 교육수요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모습이다.

<서울 상위 15개 대학 예비번호 부여기준 제각각>

상위 15개 대학들도  예비번호 부여기준이 제각각이다. 아예 예비번호방식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부터 예비번호를 부여하지 않는 경우, 인원수를 정해놓고 부여하는 경우, 정원 대비 일정비율까지 부여하는 경우 등으로 나뉜다. 정원대비 일정 비율을 부여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배수’의 개념으로 접근 가능하다. 정원의 100%에 해당하는 예비번호를 1배수로 보고, 50%는 0.5배수, 200%는 2배수로 보는 방식이다.

정원 대비 일정비율(배수)로 예비번호를 부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그 기준 역시 제각각이긴 마찬가지다. 2016 정시에서는 합격자를 이미 발표한 한양대 동국대 중앙대의 경우 한양대는 가군 1배수(정원만큼) 나군 0.5배수(정원의 50%), 동국대는 모집단위/전형에 따라 0.5~1배수의 예비번호를 부여했다. 이화여대는 합격자 발표시 0.3배수의 예비번호를 부여할 예정이다.

나머지 대학 중 서울대는 예비번호를 비공개할 예정이다. 연세대 서울시립대는 지원자 전원에게 예비번호를 부여할 계획이며, 중앙대는 예비 1번만 부여하고 그 외 수험생들에게는 예비번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 밖에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경희대 한국외대 건국대 홍익대 숙명여대 등 8개 대학은 예비번호 부여기준을 아직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예비번호 부여기준을 확정짓지 못한 대학이 많은 상황에서 2016 수시 예비번호 부여비율은 참고사항이 될 수 있다. 수시와 정시의 선발비율, 원서제한 정도 등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2016 수시에서 대학별로 보면 서울대는 예비번호를 부여하지 않았으며, 중앙대는 예비 1번만 부여했고, 한국외대는 예비 10번까지, 이화여대는 0.3배수, 한양대는 0.3~0.5배수, 고려대는 0.5배수, 성균관대는 0.2~1배수, 동국대 연세대 서강대는 1배수, 서울시립대는 1배수 내외, 경희대는 2배수, 홍익대는 2배수 또는 지원자 전원에게 예비번호를 부여했다. 숙명여대는 예비번호 부여비율 기준 없이 대학 자체 판단에 따라 예비번호를 모집단위별로 다르게 부여했다.

예비번호 부여기준 외 예비번호 변경 여부도 ‘깜깜이’ 해소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예비번호가 변경되는 경우에는 미등록충원 중 충원합격자가 발생하면 해당 충원합격인원만큼 예비번호가 변동돼 차순위 예비번호 후보자가 자신의 위치를 즉각 알 수 있지만, 예비번호가 변경되지 않고 고정돼 있으면 차순위 후보자들은 자신의 위치를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사례를 들면 예비번호가 변경되는 경우 예비번호 5번인 수험생보다 선순위인 1~4번이 충원합격 되면 5번인 수험생은 1번으로 예비번호가 변경돼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으므로 불안감을 덜 수 있지만, 예비번호가 고정된 경우 계속해서 수험생은 5번인 상태이므로 자신의 합격 가능성 여부를 점칠 수 없는 ‘깜깜이’ 상태에 머물게 된다.

예비번호 부여기준을 확정하지 못한 8개 대학과 예비번호를 부여하지 않는 서울대를 제외한 6개 대학 중 연세대 이화여대는 충원합격이 있더라도 예비번호가 고정된 상태로 유지되는 반면, 중앙대 한양대는 충원합격인원에 따라 예비번호가 변경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동국대 서울시립대는 고정된 상태긴 하나 매 차수별로 충원현황을 공지하므로 실질적으로 변경한 것과 동일한 효과다.

지난 2016수시에서는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는 예비번호를 고정했으며, 서강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는 예비번호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충원합격을 운영했다. 경희대 동국대 서울시립대는 예비번호는 고정이지만 충원현황을 공지해 실질적으로 예비번호를 변경하는 모습을 보였다.

<각기 다른 예비번호 부여기준의 배경은?>

예비번호 부여기준이 이토록 중구난방인 이유는 예비번호 부여 관련 아무런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비번호 부여문제는 합/불을 가르는 요소가 아닌 부수적인 요소에 속하므로 대입 관련 지침을 주관하는 대교협은 예비번호에 관해서는 대학들의 자체 판단에 맡기고 있다. 대학들은 이전 몇년간 치뤄온 정시 충원률 등을 기반으로 각기 군별/모집단위별로 예비번호를 다르게 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입 수요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예비번호를 미부여하거나 극소수 인원에게만 부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지만, 대학들은 각자의 사정이 존재한다고 항변한다. 예비번호를 공개하지 않는 서울대는 인문/자연계열 국내 최고 대학으로 충원합격이 적게 발생하는 특수한 사정에 더해 ‘보안’ 문제에 대한 눈높이가 예비번호를 부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추정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입시 관련 사항은 보안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며, “교내 입학관계자들 중에서도 입시 사정에 참여하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예비번호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 정도로 보안 문제에 민감하다”고 설명하고, “예비번호를 전부 비공개하는 대신 전년도 충원현황을 공개해 지원자들의 지원을 배려한다”고 강조했다.

예비번호 1번만 부여하는 중앙대는 예비번호 1번 부여의 이유로 ‘악용’을 들었다. 몇 해 전 진학의사가 없는 수험생이 예비번호를 빌미로 협박/갈취를 시도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재수험을 결심해 대학에 진학할 의사가 없는 학생이 수험생 커뮤니티 등에서 알게 된 자신보다 후순위 예비 후보자에게 등록취소를 빌미로 금품을 요구하며 협박한 사례가 존재한다”며, “그 이후 예비번호를 1번만 공개하고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부여하지 않는 방침으로 변경해 유지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대입구조는 재수 등의 이유로 등록의사가 실제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등록한 후 미등록충원 합격자 발표 마감일까지 등록을 유지하고 마감일 이후 등록을 취소해 환불받으면, 후순위 예비 후보자는 기회를 잃게 되는 구조이므로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예비번호 부여기준 통일 방안은?>

대학들의 ‘중구난방’인 예비번호 부여기준을 통일하는 방안으로는 ‘지원자 전원 부여’, ‘일정비율 부여’가 거론된다. 다만, 수요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알아 충원합격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지원자 전원에게 예비번호를 부여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매년 진행된 충원합격의 규모에 비춰볼 때 지원자 전원에게 예비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대학 행정력의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입시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은 항상 발생할 수 있지만, 매년 50%의 충원률을 보이는 모집군/모집단위에 1배수 이상의 예비번호를 주는 것은 행정력 낭비”라며, “군별 특성에 따라 1배수~2배수 정도의 예비번호 부여기준을 통일하고, 계속해서 예비번호가 변경되도록 규정하면 해결될 일”이란 의견을 밝혔다.

예비번호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대학들이 예비번호 관련해 다양한 설명을 내놓지만, 속내는 결국 대학의 위상과 연관된 문제라는 이야기다. 한 대입 전문가는 “2008학년 이전 영역별 반영비율, 모집군 차이 등으로 대학의 정시 입시결과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려웠으나 알음알음 드러나는 정시 합격선이 대학의 위상을 결정짓는다고 생각되던 시절이 존재했다”며, “예비번호 부여는 곧 대학의 입시결과를 노출하는 결과라고 생각한 대학들이 예비번호 부여를 꺼려하던 기조의 배경”이라 말했다. 연세대의 지원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예비번호 부여도 같은 맥락으로 볼수있다. 한 전문가는 “연세대는 서울대가 수시로 비중을 옮기고, 정시에서는 표점합 고득점자 선발을 노리지 않는 구조를 이용해 반사이익을 얻는 대학”이라며 “연세대의 지원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예비번호 부여는 정시 입시결과가 공개되길 내심 바란다는 배경을 깔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 상위 15개 대학 대입 예비번호 부여 현황
구분 2016 정시 2016 수시
예비번호
부여비율
예비번호
변경여부
예비번호
부여비율
예비번호
변경여부
서울대 부여하지 않음
고려대 미정 0.5배수 고정
연세대 지원자 전원 고정 1배수 고정
서강대 미정 1배수 변경
한양대 가군 1배수
나군 0.5배수
변경 0.3
~0.5배수
변경
중앙대 1번 변경 1번 변경
성균관대 미정 0.2~1배수 고정
경희대 미정 2배수 실질적
변경
한국외대 미정 10번 변경
서울시립대 지원자 전원 실질적
변경
1배수 내외 실질적
변경
이화여대 0.3배수 고정 0.3배수 고정
건국대 미정 부여하지 않음
동국대 0.5~1배수 실질적
변경
1배수 실질적
변경
홍익대 미정 2배수~전원 고정
숙명여대 미정 학교기준에
따라 부여
*1/7(목) 조사 기준
*변경=충원인원에 따라 예비번호 변경됨
*고정=처음 주어진 예비번호는 변경되지 않음
*실질적 변경=고정이지만, 충원인원 공지해 변경과 동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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