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외고 29개 체제 ‘축소’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강원도 내 유일한 외고인 강원외고의 특목고 지정 취소가 확정됐다. 5일 오후 강원교육청은 교육부로부터 강원외고에 대한 특목고 취소 승인을 받았다며 강원외고의 고교유형이 일반고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강원외고는 향후 절차에 따라 강원교육청에 자율학교 지정을 신청하고, 2024학년부터 농어촌 자율학교로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강원외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2024고입에서 외고는 기존 30개교 체제에서 29개 체제로 축소된다. 단 2023학년 입학생까지는 기존 외고 교육과정을 따른다. 고교명도 최소 2년간은 ‘강원외고’로 유지할 예정이다. 

농어촌 자율학교는 일반고 중에서 교육과정에 자율성을 갖도록 지정된 학교다. 주로 농어촌 학교의 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관할 교육청이 지정한다. 즉, 일반고로 분류되지만 학생선발이나 교육과정은 자사고와 같은 자율성을 갖는 셈이다. 신입생 선발은 전국단위 또는 광역단위로 운영된다. 강원외고의 경우 아직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있으나 신입생 모집범위는 기존의 외고와 같이 강원 내 광역단위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농어촌 자율학교로 전환 시 가장 큰 이점은 어학 위주의 문과반만 운영할 수 있던 외고와 달리, 수학 과학 중심의 이과반 운영도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또한 교육과정에 자율성을 부여해 외국어 과목을 줄이고 국영수 핵심 과목을 20%가량 더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강원외고 관계자는 “전환 이유는 이과반이 가장 크지 않나 싶다. 문이과 통합수능, 이공계열 확대 등 현 대입제도가 외고 학생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학교 유형 변화를 통해 강원 내 학생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강원외고의 농어촌 자율학교 전환은 수년 전부터 추진해오던 과제다. 강원도의 인재가 타 시도로 유출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문과에 특화된 외고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원외고는 2018년 교육부에 일반고 전환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그때도 강원외고는 “일반고로 전환하면 인문계와 자연계를 함께 운영할 수 있어 강원 지역 우수한 인재의 타 시도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일반고 전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강원교육청 특목고 지정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부결됐다. 이어 지난해 2023학년 농어촌 자율학교로 전환을 확정 짓는 듯했으나 입학전형 확정까지 시간이 촉박했던 관계로 1년 연기를 결정, 2024학년 전환을 목표로 학부모 등 관계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올해 교육청과 교육부의 일반고 전환 최종 승인을 받았다. 

강원외고는 가장 최근인 2023학년 수시 2명, 정시 3명으로 총 5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고려대(13명)와 연세대(3명)까지 ‘SKY’로 범위를 넓히면 총 21명의 합격실적이다. 도내 우수 인재가 집결되는 만큼 도내 국립대학인 강원대(17명)와 춘천교대(18명)으로의 합격실적도 상당하다. 통상 대입에서 합격과 등록은 혼용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합격자 수가 수시와 정시에서의 최초합격/미등록충원합격(추가합격)을 총망라하는 개념이라면 등록자 수는 합격자 중에서 실제 대학에 등록을 마친 인원만을 뜻한다.

강원외고는 향후 절차에 따라 강원교육청에 자율학교 지정을 신청하고, 2024학년부터 농어촌 자율학교로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사진=강원외고 제공
강원외고는 향후 절차에 따라 강원교육청에 자율학교 지정을 신청하고, 2024학년부터 농어촌 자율학교로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사진=강원외고 제공

<농어촌 자율학교 모집범위 ‘광역단위’로 제한?.. 전국단위 특례 인정해야>
당초 강원외고는 전국단위 모집이 가능한 농어촌 자율학교를 추진했으나, 2020년 2월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자율학교의 전국단위 선발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지면서 사실상 광역단위로 모집방향이 굳어졌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5년 특목자사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국모집을 실시하는 자사고와 일반고의 모집범위도 모두 광역단위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개정했다.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해도 농어촌 자율학교의 학생선발권을 유지하면 또 다른 형태의 고교서열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이에 더해 교육부 관계자는 “2009년까지 자율학교로 지정된 학교에 한해 전국단위 모집 특례를 인정해 준 것이고, 2010년 이후에는 자율학교로 지정되더라도 광역단위로만 신입생을 모집하도록 해왔다”며 사실상 현재로서는 강원외고에 전국단위 선발권을 부여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방 소도시인 양구군 양구읍에 위치해 학생모집이 어려운 강원외고의 여건을 고려한다면 법령을 개정해 전국단위 모집 특례를 부여하는 것이 농어촌 자율학교 지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다. 도시에 인구가 집중된 상황에서 일반고의 모집범위까지 무조건적으로 제한한다면 농어촌이나 소도시 학교들은 폐교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년 우수한 대입실적으로 주목받는 남해해성고는 전국단위 자율학교로 지정되면서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대 학생 수가 줄어 존폐 위기에 놓인 농어촌 고교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 아래 당시 교육지원자원부가 전국단위 선발 특례를 부여했고, 최소한의 지원자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면서 폐교설은 자취를 감췄다. 이후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구축해 현재는 한 해 졸업생 90명 중 9명이 서울대에 등록하는 강력한 진학 체제를 갖추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강원 내 학생의 역차별에 대한 우려도 기우다. 실제 전국모집 자율학교들은 지역인재전형을 유지하며 각 지역학생을 충실하게 수용하고 있다. 지난해 모집요강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공주 한일고는 신입생 125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인 63명을 충남 출신 학생들로 선발하며, 나머지 62명만을 전국단위로 모집했다. 공주사대부고의 경우에도 전국모집인원과 지역선발인원을 각 75명으로 동일하게 모집하고 있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일반고의 폐고 위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국모집은 오히려 지역 우수교육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필수 장치인 셈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지방 소도시나 농어촌에 위치한 자율학교를 광역모집으로 무조건적으로 제한한다면 학생모집 자체가 불가능해져 학교의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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