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 기본계획 체계 개편 필요.. ‘광역단위 교육청의 한계’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올해 고교입시는 지난해 대비 큰 변화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지난달 31일까지 공개한 ‘2024학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에 따르면 영재학교 특목고(과학/예술/체육계열,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일반고(예체능계)는 전기모집, 특목고(외고/국제고) 자사고 일반고는 후기모집을 실시한다. 과고는 8월21일부터 9월 초까지, 외고 국제고 자사고는 12월 초부터 말까지 원서접수가 진행된다. 모집단위별로 보면 전국자사고 10개교와 농어촌 자율학교는 전국단위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고, 과고 외고 광역자사고는 광역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다만, 국제고 8개교는 ‘준 전국단위’라 할 수 있다. 전국 17개 시도 중 국제고가 없는 광주 대전 울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11개 시도의 학생은 타 지역 국제고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고교유형에서 실시하는 입학전형의 절차 방법 변경사항 등 기본적인 사항을 아우르는 ‘고입전형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은 고입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8조에 따라 각 교육청이 공고하고 있다. 올해 고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지만, 수요자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기본계획에 영재학교가 포함되지 않을뿐더러, 전국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자사고나 농어촌 자율학교에 대한 정보마저 각 교육청의 광역단위 기본계획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 고입 전문가는 “현재 기본계획은 지극히 관리 주체의 관점으로 정리됐다. 애초에 광역단위로 구성된 교육청이 전국단위 고교유형까지 모두 관리하는 것부터 모순이다. 현재 고입의 틀은 민선 교육감 체제에서 제정된 일시적인 틀로 고교유형별 관리 주체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았다고 본다. 관리 주체를 포함해 전기고 후기고 등의 선발 시기까지 전체적으로 고입의 틀을 개편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차’ 영재학교 8개교.. 요강 공개 시기조차 제각각>
영재학교는 기본계획 일정을 기준으로 하는 다른 고교와 달리 별도의 일정을 운영해 학생을 선발한다. 서울교육청이 배포한 기본계획 자료에도 영재학교인 서울과고만 전형일정이 나와있지 않았고, 부산교육청 대전교육청 세종교육청 경기교육청 역시 각 한국영재 대전과고 세종영재 경기과고의 전형일정과 전형계획을 포함하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기본계획에 일정이 명확히 나와있는 곳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운영되는 학교들로 영재교육진흥법의 적용을 받는 영재학교와 근거 법률이 달라 일정 공시에서도 빠졌다”며 “다만, 별도로 교육혁신과와 대략적인 전형일정을 협의하기는 한다”고 밝혔다. 전형 시기에 따라 전기와 후기로 구분되는 고입 체계에서 영재학교는 전기고로 분류되긴 하지만, 사실상 세부 사안은 개별 학교 공시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개별 학교가 입시요강을 발표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현재 모집요강이 모두 공개되지 않았지만, 통상 영재학교는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 원서를 접수한다. 올해 발표된 기본계획에서 상세 일정을 공개한 대구과고 인천영재 광주과고만 봐도 지난해와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구과고와 인천영재는 5월29일, 광주과고는 6월1일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지난 2월 장영실전형의 요강을 발표하며 일반전형 일정을 공개한 한국영재 역시 6월1일 원서접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2단계 전형일은 8개교 모두 7월9일에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영재학교는 중복지원이 허용됐던 2017학년부터 입시혼란을 줄이고 지원과열을 완화하고자 2단계 영재성검사 일정을 통일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 ‘광역단위 모집’ 과고.. 대전동신 강원 8월21일부터>
영재학교 모집이 종료된 후, 과고를 필두로 본격적인 고입의 막이 오른다. 원서접수 시기가 가장 빠른 과고는 대전동신과고와 강원과고로 8월21일부터 시작이다. 다만, 강원과고의 세부 전형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원서접수 마감일의 경우 추후 발표되는 모집요강을 참고해야 한다. 이어 경기북과고가 25일부터, 한성과고 대구일과고 인천과고 인천진산과고 세종과고 경산과고 경북과고가 28일부터 원서를 접수한다. 부산과고 부산일과고 경남과고 창원과고는 29일부터, 울산과고는 30일부터, 전남과고는 9월1일부터, 충북과고는 4일부터다. 전북과고는 9월 중으로 실시한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충남과고 제주과고 역시 학교 개별로 입학일정을 공고한다고 밝혔다. 전형방법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실시하며 1단계 서류평가, 2단계 면접평가로 진행한다.
<후기 ‘전국/광역단위 모집’ 12월부터.. 학교별 일정 차이>
- ‘전국단위’ 자사고 10개교, 농어촌 자율학교 등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고교유형은 전국단위 자사고, 농어촌 자율학교 등이다. 전국자사고 가운데선 상산고를 필두로 12월1일부터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이어 인천하늘고 광양제철고 김천고 포항제철고 4개교가 5일부터, 하나고가 6일부터, 외대부고 북일고가 8일부터, 민사고 현대청운고가 11일부터 접수한다. 전형방법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단계 서류평가, 2단계 면접 등이다. 마찬가지로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농어촌 자율학교로는 충남의 공주사대부고와 한일고(공주), 경남의 남해해성고 등이 있다. 공주사대부고와 한일고(공주)는 11일부터 원서를 접수한다. 단, 학교장전형으로 선발하는 일반고에 해당돼 원서접수 마감일이 12일로 교육감선발 일반고와 차이가 있다. 남해해성고는 18일부터 원서를 접수한다.
- ‘준 전국단위’ 국제고 8개교.. 국제고 없는 11개 시도 ‘주목’
국제고는 ‘준 전국단위’로 모집한다. 전국에 8개교만 존재하는 특성으로, 국제고가 없는 지역에선 전국 8개교 모두에 지원 가능하기 때문이다. 17개 시도 중 국제고가 있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세종 경기의 6개 시도를 제외하고, 광주 대전 울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의 11개 시도에 거주하는 학생은 자유롭게 지원 가능하다. 때문에 광역단위로만 선발하는 외고에 비해 경쟁률이 높게 형성되는 특징이 있다. 전형일정이 가장 빠른 곳은 서울국제고 인천국제고다. 12월6일부터 원서를 접수한다. 이어 대구국제고가 7일부터, 고양국제고 동탄국제고 청심국제고가 8일부터, 부산국제고 세종국제고가 11일부터다. 전형방법은 1단계 영어내신과 출결, 2단계 면접이다.
- ‘광역단위’ 외고 29개교 자사고 24개교
외고는 전남외고가 12월4일부터로 원서접수 일정이 가장 빠르다. 이어 경북외고가 5일부터, 대원외고 대일외고 명덕외고 서울외고 이화외고 한영외고 등 서울 소재 외고 5개교와 미추홀외고 인천외고 등 인천 소재 외고 2개교가 6일부터 원서를 접수한다. 대구외고가 7일부터, 경기외고 고양외고 과천외고 김포외고 동두천외고 성남외고 수원외고 안양외고 등 경기 소재 외고 8개교와 충남외고가 8일부터다. 11일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곳은 부산외고 부일외고 대전외고 청주외고 울산외고이며, 전북외고 제주외고는 13일부터, 경남외고 김해외고는 18일부터다. 국제고와 마찬가지로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선발한다.
강원외고는 올해부터 일반고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강원외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2024고입에서 외고는 30개교 체제에서 29개 체제로 축소된다. 이달 5일 강원도교육청은 교육부로부터 강원외고에 대한 특목고 취소 승인을 받았다며 강원외고의 고교유형이 일반고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강원외고는 향후 절차에 따라 도교육청에 자율학교 지정을 신청하고, 2024학년부터 농어촌 자율학교로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농어촌 자율학교는 일반고 중에서 교육과정에 자율성을 갖도록 지정된 학교다. 농어촌 자율학교로 전환 시 가장 큰 이점은 어학위주의 문과반만 운영할 수 있던 외고와 달리, 수학 과학 중심의 이과반 운영도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또한 교육과정에 자율성을 부여해 외국어 과목을 줄이고 국영수 핵심 과목을 20%가량 더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자율학교의 신입생 선발은 전국단위 또는 광역단위로 운영된다. 강원외고의 경우 아직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있으나 신입생 모집범위는 기존의 외고와 같이 강원도 내 광역단위로 가닥이 잡혔다.
광역단위 자사고는 서울 16개 자사고(경희고 대광고 배재고 보인고 선덕고 세화고 세화여고 신일고 양정고 이화여고 이대부고 장훈고 중동고 중앙고 한대부고 현대고 휘문고)와 인천포스코고를 필두로 6일부터 원서를 접수한다. 서울 자사고 16개교 중 11개교는 남학교로, 세화여고 이화여고 2개교만 여학교다. 남녀공학은 이대부고 한대부고 현대고의 3개교로 지원 시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구 계성고는 7일부터, 충남삼성고는 8일부터, 경기 안산동산고는 9일부터 원서를 접수한다. 해운대고와 대전대성고 대전대신고는 11일부터다. 광역자사고는 1단계 서류, 2단계 면접을 시행하는 게 보통이다. 서울 광역자사고의 경우 원서접수 경쟁률에 따라 선발 방식이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서울 소재 광역자사고 휘문고의 경우 지난해 학교법인의 회계부정으로 자사고 지정취소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2024학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었으나, 항소심이 장기화되면서 한 해 더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이고 판결이 나오지 않아 기본계획에는 휘문고가 자사고로 포함됐다. 2024학년 고입전형을 확정해야 하는 8월까지 재판이 이어지게 된다면 올해 휘문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채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다. 아직 2심인 상황이라 자사고 지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으나 확신할 수는 없는 단계다.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역단위’ 교육청 관리 한계.. 기본계획 체계 개편해야>
기본계획은 고교 입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만들어 둔 기본적인 체계라 볼 수 있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한눈에 고교 선택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기본계획에 영재학교가 포함되지 않는 것부터 문제다. 근거로 하는 법령이 달라 기본계획에서 제외된다는 입장인데, 국방부가 관할하는 4개 사관학교와 경찰청 소속의 경찰대학이 법령과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대입의 틀을 따라 사전예고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재학교 또한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춰 일련의 고입의 틀을 동등하게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소재지와는 무관하게 전국에서 지원할 수 있는 자사고나 농어촌 자율학교에 대한 입학정보가 각 시도교육청의 기본계획에 흩어져 있다는 점도 한계다. 현재 기본계획은 고교의 소재지에 따라 각 광역단위로 정리돼 있어서 전국자사고에 진학하고자 하는 수요자는 10개교가 속한 9개 시도교육청의 기본계획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 농어촌 자율학교나 광역단위 일반고까지 비교하고 싶다면 참고해야 하는 기본계획이 10개 이상으로 더 늘어나는 셈이다. 한 고입 전문가는 “현재 기본계획은 지극히 관리 주체 관점에서 정리된 자료다. 광역단위 관리 주체인 교육청 입장에서 기본계획을 정리하다 보니 소재지별로 고교가 구분됐으나, 막상 고교를 선택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전국단위 모집과 광역단위 모집으로 정리된 자료가 필요하다. 교육정책의 주체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결과라고 본다. 애초에 광역단위로 구성된 교육청이 전국단위 고교유형을 관리하는 것부터 모순이다. 전국단위 학교의 경우 타 지역의 교육 현황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상급 부처인 교육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미다. 현재 고입의 틀은 민선 교육감 체제에서 제정된 일시적인 틀이다. 관리 주체를 포함해 전기고 후기고 등의 선발 시기까지 전체적으로 고입의 틀을 개편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