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초대형 베스트셀러.. 서울편 완간

[베리타스알파=박원석 기자] 한국 인문서를 대표하는 시리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서울편 완간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 시리즈 중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서울편 1~2권 출간 이후 중국편 3권을 거쳐 5년 만에 서울편 3~4권으로 찾아온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서울편 3권 ‘사대문 안동네: 내 고향 서울 이야기’와 4권 ‘강북과 강남: 한양도성 밖 역사의 체취’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도시 서울의 오래된 동네와 뜻깊은 문화유산을 탐방하고 그곳의 매력적인 이력을 풀어내며 서울편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수도 600년의 오랜 세월 동안 서울은 점차 넓어지고 깊어져 왔다. 저자는 대도시 서울의 어제와 오늘을 섬세하게 통찰하는 한편, 지금까지 서울을 만들어왔고 거기서 삶을 이어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번 3~4권을 채웠다. 특히 근현대 격변기를 거치며 오늘의 서울이 형성된 내력을 보여주는 명소들을 꼼꼼하게 둘러보고, 우리가 잘 몰랐던 골목골목의 이야기를 증언하고 되살리는 데 역점을 두었다. 특유의 관록과 입담은 물론, 일평생 ‘서울 토박이’로 살아온 저자의 깊은 서울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이번 3~4권까지 총 4권으로 완간되는 ‘답사기 서울편’은 서울의 역사문화를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 명실상부 대표적인 안내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오래된 동네의 새로운 이야기>
서울편 3권(시리즈 11권)에서는 서촌 북촌 인사동 등 서울 사대문 안의 오래된 동네와 북한산의 문화유산을 답사한다. 사대문 안동네들은 한옥과 전통상점이 있고, 오래된 거리와 역사의 현장이 위치해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구도심이다. 이곳들은 오늘날 서울의 주요 관광 명소이자 우리 전통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저자는 이 묵은 동네들을 거닐며 땅의 유구한 역사와 사람의 기억을 불러낸다.

그 시작은 북악산이다. 조선의 수도 한양의 주산으로 왕조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북악산은 도성 방어의 핵심이라는 이유로 출입이 금지되었고, 이어서 그 자락에 조선총독 관저와 청와대가 들어서면서 계속 출입이 통제되다가 근래에야 전면 개방되었다. 경복궁 후원 시기의 유적과 칠궁 청와대 등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문화유산이 많아 의미있는 답사처임에도, 최근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전면 개방해 오히려 그 가치를 훼손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최종적인 개방 형태에 대한 청사진을 명확히 세우고 국내외 전문가와 협력하는 길만이 청와대와 북악산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하고 향유하는 방법임을 역설한다.

북악산과 함께 서울을 지키는 인왕산 아래 경복궁 서쪽 동네를 우리는 오늘날 ‘서촌’이라고 부른다. 서촌은 북촌과 함께 서울의 오래된 동네로 꼽히며 전통적인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공간이 되었다. 왕궁에 인접해 있는 이곳은 수백 년간 많은 문인과 예술가 정치인의 터전이었다. 근현대를 거치면서는 이완용 윤덕영 등 유력자들의 거처가 되기도 했다. 특히 이곳은 저자의 고향이다. 저자는 다른 ‘답사기’에서는 잘 내비치지 않았던 어린 시절 기억을 이곳에서 회상하며 ‘소년 유홍준’으로 돌아간다. 통인시장과 창성동 수성동계곡을 드나들며 성장했던 저자의 체험기는 그 자체로 귀한 증언이자 문화유산이다.

서울편 4권(시리즈 12권)에서는 조선왕조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팽창을 거듭해 온 역동적 공간 서울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조선왕조의 수도 한양이 왕조의 멸망 후에도 여전히 수도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양도성 밖으로 팽창할 수 있는 넓은 들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양도성 밖 서울 탐방은 결국 그 들판으로 이동해 삶을 영위했던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때로는 돋보기로, 때로는 망원경으로 시계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 수도 서울의 진면목을 대가의 솜씨로 전한다. 근현대 문화사에서 핵심적인 현장인 성북동은 조선시대 ‘성북둔’이라는 동네 이름에 복숭아꽃이 만발하던 시점부터 대저택과 외국 대사관저 사이에 고택과 미술관 박물관 찻집 사찰이 자리하고 있는 현재까지 곳곳에 문화의 향기를 풍긴다. 한강 이남의 문화유산으로 등장하는 곳은 강남구의 선정릉과 봉은사, 강서구의 가양동이다. 중랑구 망우동의 경우 ‘망우리 공동묘지’로 불리며 기피 대상이었다가 역사문화공원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우리의 문화유산 인식의 성장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 토박이’ 유홍준의 체험적 답사기>
저자는 과거의 사건을 탐사하는 ‘고고학(考古學)’의 방법을 오늘날에 적용하는 ‘고현학(考現學)’의 방식으로 이번 책을 썼다고 말한다. 고고학자들이 유물과 유적을 통해 과거를 재구성하듯 오늘날 남겨진 흔적들을 되짚어 서울이 이루어진 과정을 탐구하고 증언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이번 답사기는 유력자들이 생산한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을을 만들고 거기서 살아간 도시인들의 이야기와 저자의 개인적 증언까지 풍부하게 담은 ‘체험적 답사기’로 쓰였다. 삶의 터전 서울의 이야기를 동시대의 주인공인 시민들과 직접 동행하며 나누겠다는 결기가 느껴지는 이번 서울편을 통해 저자는 ‘서울을 움직인 힘은 바로 서울을 살아낸 사람들’이라는 메시지를 힘있게 전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문화가 점차 세계인의 관심사로 부상하는 이 시점에서 완간되는 서울 답사기 네 권의 의미도 각별하다. 한류의 중심 서울의 문화적 역량과 깊이는 이곳에 남겨진 문화유산으로 가늠할 수 있다. 첨단 산업과 문화만을 추구해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시간의 힘이 문화유산으로부터만 나온다. 서울의 문화유산에 그러한 힘이 충만함을 이번 서울 답사기에서 느껴 보길 강권한다. 높은 산과 넓은 강, 빌딩숲과 신선한 녹지, 옛 사람의 이야기와 세계인의 문화, 서울은 이 모든 것을 품을 만큼 넓고 깊다.(유홍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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