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재수 증가 영향’.. 지원전공 공학 생물학 화학 톱3

[베리타스알파=한정현 기자] ‘마지막’ 2023학년 PEET(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 지원자가 1만576명으로 지난해 1만5730명보다 5154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학년부터 전국 37개 약대가 모두 6년제 학부전환됨에 따라, 기존 2+4체제의 약대 편입 대신 반수/재수 등으로 약대입시를 직접 겨냥하는 인원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학년별 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에는 2학년 지원자가 5203명(33.1%)이었지만, 올해는 2656명(25.1%)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지원자 전공현황에서는 공학계열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전체 지원자 1만576명 중 3188명(30.2%)이다. 이어 생물학 2475명(23.4%), 화학 2090명(19.8%) 순으로 톱3다. 생명과학이나 화학 등 기존 약학 관련 전공을 넘어 약대 열풍이 공대까지 확대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여성 지원자 비율이 남성 지원자 비율보다 약 1.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최상위권 여학생에게서 약대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도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이하 약교협)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학년 PEET 원서접수 마감현황’ 자료를 29일 공개했다. 

2+4체제 약대 입시의 필수과정인 PEET 응시는 올해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2+4체제는 약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다른 학부(학과)로 입학해 최소 2년간 기초/교양 교육을 이수한 후 PEET를 통해 약대로 편입하는 제도다. 그간 약대가 이러한 학사편입학 체제를 운영해온 탓에 자연계 학생의 이탈이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돼왔고, PEET가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매년 나왔다. 한 교육전문가는 “2022학년부터 약대 6년제 학부모집이 시행됨에 따라 2+4체제는 2023학년까지 지속된 후 사라진다. 3학년을 선발하는 2+4체제의 특성상 2023학년까지는 선발이 이어져야 6년제 선발에 따른 약사인력 배출 공백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2022학년 6년제 신입생이 배출되는 해는 2028년이며, 2+4년제로 2021학년 입학하는 학생들의 배출연도는 2025년이기에 2026년과 2027년의 공백을 막기 위해선 2+4년제와 6년제가 2년간 공존해야만 한다. 2+4년제를 유지하는 약대가 있었다면 유지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2022학년부터 37개 약대 모두 학부모집으로 전환됨에 따라 2+4체제를 위한 PEET시행은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체제의 마무리와 새로운 체제의 안정적인 구축을 위해 올해까지는 편입생도 병행 선발하지만, 2024학년부터는 학부의 결원을 일부 충원하는 일반적 편입학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약대의 6년제 학부전환은 ‘의치한수’에 집중됐던 자연계 상위권 대입에 전반적인 판도변화를 가져왔다. 2022학년 수시 원서접수 결과 960명 모집에 무려 4만2347명이 지원하며 44.14대1의 압도적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선호도’ 의대의 전체 경쟁률 36.29대1(모집 1808명/지원 6만5611명)과 비교해도 앞선 수치다. 2023학년 입시에서 역시 약대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수의대를 제외한 의약계열의 지역인재 의무선발이 최대 40%까지 강화되면서 지방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에게 의약계열 입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올해 PEET 지원자가 1만576명으로 지난해 1만5730명보다 5154명이나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전국 37개 약대가 모두 6년제 학부전환됨에 따라, 기존 2+4체제의 약대 편입 대신 반수/재수 등으로 약대입시를 준비하는 인원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 PEET 지원자가 1만576명으로 지난해 1만5730명보다 5154명이나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전국 37개 약대가 모두 6년제 학부전환됨에 따라, 기존 2+4체제의 약대 편입 대신 반수/재수 등으로 약대입시를 준비하는 인원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지원자 전공 공학 ‘최다’.. 2학년 비율 ‘감소’>
‘마지막’ PEET 원서접수에서도 공학이 지원자의 전공 중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한다. 전체 지원자 1만576명 중 3188명(30.2%)이다. 생명과학이나 화학 등 기존 약학 관련 전공을 넘어 약대 열풍이 공대까지 확대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어 생물학 2475명(23.4%), 화학 2090명(19.8%), 기타 841명(7.9%), 자연(물리/통계/수학 등) 743명(7%), 인문사회 611명(5.8%), 농학 324명(3%), 의약학 304명(2.9%) 순이다. 지난해보다 공학과 생물학의 비율이 소폭 하락했다. 미세한 차이이지만 농학과 의약학의 순위도 뒤바뀌었다. ‘마지막 직전’이었던 2022학년 PEET에서는 전체 지원자 1만5730명 중 공학 4887명(31.1%), 생물학 3691명(23.5%), 화학 2996명(19%), 기타 1239명(7.9%), 자연(물리/통계/수학 등) 1085명(6.9%), 인문사회 861명(5.5%), 의약학 486명(3.1%), 농학 485명(3%) 순이었다. 

전체 1만576명 중 4학년 이상이 38%(4012명)로 비율이 가장 높다. 이어 3학년 36.9%(3908명), 2학년 25.1%(2656명) 순이다. 지난해에는 전체 1만5730명 중 4학년 이상 34.6%(5449명), 2학년 33.1%(5203명), 3학년 32.3% 순으로 2학년 비율이 3학년보다 높았지만 올해는 뒤바뀐 양상이다. 2학년 비율만 놓고 비교해보면 지난해보다 8%p 감소했다. 2+4체제가 ‘마지막’에 접어들면서 고학년은 PEET, 저학년은 반수/재수 등을 통해 약대입시를 준비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원자의 연령대 기준으로 봐도 23세 이상 25세 이하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전체 1만576명 중 3344명(31.6%)이다. 대학교육을 2년 이상 수료한 후 약대에 편입하는 현 2+4체제 특성상 약대입시에서 가장 많은 지원층이 생길 수밖에 없는 연령이다. 이어 26세 이상 28세 이하 2171명(20.5%), 29세 이상 31세 이하 1547명(14.7%), 22세 이하 1505명(14.2%), 35세 이상 1062명(10.1%), 32세 이상 34세 이하 947명(8.9%) 순이다. 특히 22세 이하 지원자는 2012학년 34.4%(4197명)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21.3%(3356명)와 비교해도 14.2%(1505명)로 급감했다.

시험지구별 접수자는 전체 1만576명 중 서울이 5741명(54.3%)으로 가장 많다. 이어 부산 1611명(15.2%), 대구 1172명(11%), 광주 923명(8.8%), 대전 700명(6.6%), 전주 429명(4.1%) 순이다. 지난해 서울 8627명(54.8%), 부산 2353명(15%), 대구 1730명(11%), 광주 1340명(8.5%), 대전 1034명(6.6%), 전주 646명(4.1%)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서울/부산 지역에 쏠려 있다.

<2023PEET 8월14일 시행.. 지난해 약대편입 전체 경쟁률 5.35대1>
2023PEET는 8월14일 오전9시부터 오후3시35분까지 진행된다. 시험은 화학추론(일반화학/유기화학) 물리추론 생물추론의 3개 영역 4과목으로 구성된다. 270분간 전체 90문항이 출제된다. 1교시(오전9시~10시15분) 화학추론(일반화학) 25문항 75분, 2교시(오전10시40분~11시40분) 화학추론(유기화학) 20문항 60분, 3교시(오후12시55분~1시55분) 물리추론 20문항 60분, 4교시(오후2시20분~3시35분) 생물추론 25문항 75분이다. 점심시간은 오전11시40분부터 오후12시45분까지 65분간 주어진다. 시험 종료 후 24시간 이내에 PEET 홈페이지에 문제와 정답이 공개되며 확정 정답은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 접수/심사 후 공개한다. 성적은 영역(과목)별로 표준점수와 표준점수에 해당하는 백분위를 제공한다. 표준점수와 백분위는 소수 첫째자리까지 표기하며 원점수는 제공하지 않는다. 성적 통지일은 9월14일 오전10시로 PEET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마지막’ 약대 편입을 앞두고 PEET 고득점 달성에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한다. 대학별로 과목 반영 비율이나 성적 활용 기준이 모두 다르다 보니 본인의 성적이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PEET 성적 외에도 전형 요소로 활용되는 영어/대학 성적, 서류평가, 면접 등의 반영방법도 지원 시 자세히 살펴야 할 것들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약교협이 공개한 ‘2022PEET 채점결과’를 보면 2022학년 응시자는 1만4196명으로 2021학년 응시자 1만5107명보다 911명 감소했다. 2022학년 지원자 1만5730명에서 사전 취소자 778명과 결시자 756명을 제외한 숫자다. ‘마지막’에 해당하는 올해 PEET 지원자 역시 1만576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지원자 1만5730명보다 대폭 감소했고, 이에 따라 올해 실제 응시자 또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약교협 홈페이지에 공고된 ‘2022학년 약학대학 원서접수 마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37개 약대 편입 전체 경쟁률은 5.35대1를 기록했다. 1753명 모집에 9375명이 지원한 수치다. 일반전형은 1434명 모집에 7713명이 지원해 경쟁률 5.38대1이었다.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차의과대로, 30명 모집에 504명이 지원해 16.8대1를 기록했다. 전년 30명 모집에 888명이 지원해 25.9대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했지만 순위변동은 없었다. 차의과대는 1단계에서 PEET 성적을 활용하지 않아 매년 약대 수험생에게 높은 인기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지역인재/농어촌학생/경제적 취약계층 등을 선발하는 특별전형 경쟁률은 319명 모집에 1662명이 지원하며 5.21대1을 기록했다. 

<‘마지막’ 2+4체제.. 심각했던 부작용>
2022학년 약대 학부전환이 시행되기 전, 기존 2+4체제가 비판을 받은 이유는 이공계/자연계 전공자들이 약대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가장 컸다. 기초학문 약화, 수도권 대학 이탈현상 등도 이유로 꼽혔다. 2016년 박경미(더불어민주)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6학년 약대 입학생의 55%가 화학 생물학 수학 등 자연계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자연과학계열 학생 상당수가 약대 입시에 뛰어들어 기초학문 분야가 붕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약대 입시생 증가는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치의학전문대학원)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의전원/치전원 체제와 달리 약대 입시는 학사편입학 형태로 이뤄지면서 자연계 학생의 이탈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 2학년을 마친 후 학사편입 방식으로 약대에 입학하는 탓에, 화학 이공 생명과학계열 등에서 휴학생과 중도탈락생(자퇴/제적) 등 ‘이탈학생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학생 이탈 증가 현상은 약교협이 2016년 발간한 ‘6년제 약학교육의 학제 변화 연구 보고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약교협은 수도권 주요 11개 대학의 화학과 자퇴율이 약대 2+4체제 시행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9년 2.2%에 불과하던 자퇴율은 2011년부터 매년 3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되자 3년 전 수도권의 한 대학교수가 작성한 ‘민폐만 끼치는 기형적 약대 입시’라는 기고가 교수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PEET가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매년 이어졌다. PEET 시험과목은 일반화학추론 유기화학추론 물리추론 생물추론 등 네 과목으로 나뉜다. 시험 난도는 이과계열 입시 가운데 의/치전원 입학을 위해 치르는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M/DEET), 5급 기술고시, 변리사 시험 다음으로 어렵다는 게 일반적이다. 화학 생물 물리 등 대학에서 관련 선수과목을 충실히 들었더라도 시험 특성상 독학으로 고득점을 받긴 힘들다. PEET 자체가 자격시험의 역할보다 변별력 확보에 초점을 맞춰 난도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교육에 의지해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대다수다. 2014년 약교협 조사 자료를 보면, 전국 약대 학생의 53%가 6개월 이상 PEET 전문학원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1년 이상 사설 강좌를 수강했다고 답한 학생도 2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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