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 비교 ‘사실상 불가능’.. “입결 해석 신중해야”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지난해 첫 실시한 통합형 수능의 ‘어디가’ 70%컷 입결을 토대로 약대 서열을 비교한 분석은 온당할까. 종로학원이 27일 발표한 ‘16년 만에 첫 학부선발, 2022학년 전국 약대 정시 입시결과’ 자료를 기반으로 ‘서울대도 10위권 밖…’16년 만에 부활’ 약대 입시 1위는 어디?’ ‘약대’ 톱10 중 서울대 없었다…지방대 5곳 상위권 차지한 까닭’ ‘16년 만의 약대 학부 정시 선발… 비수도권·여대 합격선도 높아’ 요지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과연 사실일까.

‘깜깜이’ 통합수능과 약대 첫 학부전환으로 인해 지난해 약대 정시 합격선 예측이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입결에 나타난 백분위만 갖고 단순하게 점수 순으로 대학 서열을 비교하는 것은 한 마디로 무리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학마다 전형별 배점과 활용지표가 모두 다른 상황에서 백분위를 갖고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의미 없는 해석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어디가’에 공개된 대학별 입결 백분위 70%컷 자료를 기준으로 분석한 자료이지만 백분위 기준 자료는 수요자가 파악하기 용이하도록 활용되는 기준일 뿐, 실제 대학이 적용하는 대학별 환산점수의 합격선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종로학원이 발표한 분석자료 기준 약대 정시 합격선 서열은 1위 성균관대부터 가천대 계명대 덕성여대 원광대 영남대 동국대 강원대 한양대ERICA가 나온 뒤에야 서울대 약대가 11위에 등장한다. 대학별 백분위로 서열을 매기지 않는 이유는 한 가지다. 합격기준이 모두 다른데 백분위 70%컷만 갖고 특히 의약계열처럼 성적이 조밀하게 분포해 있는 대학들을 한 줄 세워 순위를 매기는 것은 정확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접한 대입 초보자인 수요자들에게는 혼동을 줄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어디가’를 통해 공개되는 대학별 정시 입결의 발표 기준부터 확인하면, 백분위 기준과 환산점수 기준의 두 가지다. 백분위는 상대적으로 수요자가 파악하기 용이하다.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정시에서 적용되는 대학별 환산점수와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환산점수 입결의 순서와 백분위 입결의 순서도 충분히 다를 수 있다. 

입결 해석에서도 대학별 표준점수(표점)와 백분위 활용지표의 차이를 확인해야 한다. 백분위는 영역이나 과목 내에서 수험생 개인의 상대적 서열을 나타내는 수치다. 백분위 70%이라면 전체 100명 중 70등의 성적이라는 얘기다. 반면 표점은 시험이 어려웠는지 쉬웠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게 형성되면 표점 최고점은 높아지지만 반대로 시험이 쉬워 평균이 높으면 표점 최고점은 낮아진다. 한 교육전문가는 “하물며 같은 만점이라도 과목별 표점 차이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데 표점과 백분위 활용 대학을 한 데 묶어 동일 선상에서 분석한 것부터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국수탐 반영비율 등 대학별 환산점수의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또다른 교육전문가는 “서울대는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게 나오는 과탐Ⅱ를 반드시 해야 하고 과탐 반영에서 2과목 필수도 있고 1과목 반영 대학도 있는데 ‘어디가’에 공개된 백분위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기준을 다르게 선발한 것을 비교하는 것이니까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종로학원 역시 자료에서 “각 대학이 공개한 점수는 백분위 기준이지만 성대 원광대 동대 한양대ERICA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은 입시에서 표점을 반영하고, 학교마다 과목별 가중치가 달라 분석 내용과 실제 입시 결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처럼 해석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대학 서열을 매긴 것은 의아하다는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대교협 관계자 역시 “단순 백분위인 70%컷을 가지고 대학별로 비교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각각 다른 학생이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서울대 최종 등록자 중 상위 70% A학생과, 연세대 상위 70% B학생은 동일한 학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러한 문의가 간혹 들어오는 편이지만, 대학별 백분위 70%컷을 가지고 어떤 대학이 점수가 낮거나 높게 나온다고 단순 백분위를 비교하는 것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첫 실시한 통합형 수능의 ‘어디가’ 70%컷 입결을 토대로 약대 서열을 비교한 분석은 온당하지 않다는 현장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지난해 첫 실시한 통합형 수능의 ‘어디가’ 70%컷 입결을 토대로 약대 서열을 비교한 분석은 온당하지 않다는 현장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종로학원 분석자료.. 성대 1위, 서울대가 11위?>
종로학원의 분석자료를 보면 “통합수능 첫해인 2022학년 약대 정시 합격점수 분석 결과 성균관대가 1위를 차지했으며, 서울대 연세대 중앙대 이화여대 경희대의 약대는 10위권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되어 있다. 약대 학부전환 이후 첫 모집을 실시한 2022학년 정시에서 약대 톱3는 성대 약학 290.49점, 가천대 약학 290.46점, 계명대 제약/약학 각 290.3점 순이다. 이어 톱10까지 덕성여대 약대 290.2점, 원광대 약학 290점, 영남대 약학(일반) 289.5점, 동국대 약학 289.3점, 강원대/한양대ERICA 약학 각 289점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는 톱11이 되어서야 등장한다. 11위 서울대 약학 288점이다. 이어 서울대를 비롯 합격선이 높을 것이라 추정되는 상위 대학들도 모두 10위권 밖에 위치한다. 14위 중대 약학 287.4점, 15위 이대 약학 287점, 19위 연대 약학 286.5점, 23위 경희대 약학 284.5점, 28위 숙명여대 약학 282.5점 등이다.

종로학원의 자료는 대입정보포털 ‘어디가’를 통해 발표된 전국 약대 정시모집 입결 가운데 백분위를 기준으로 분석한 것이다. 분석 대상은 전국 약대 37개교 중 경성대 대구가톨릭대 목표대 삼육대 순천대 조선대의 6개교를 제외한 31개교다. 인제대는 인문계 선발을 제외하고, 자연계만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합격점수’는 ‘어디가’에 있는 최종 등록자의 백분위 70%컷에 해당하는 점수를 활용했다. 70%컷은 상위 70%에 해당하는 합격자의 점수를 뜻한다. 즉, 100명의 합격자가 있다면 70등의 점수다. 종로학원은 이를 기반으로 대학별 약학과 백분위 70%컷의 평균(100점 만점)값에, 국수탐 기준(300점 만점)이니 3을 곱했다.

종로학원은 “지난해 약대 첫 선발의 정시 합격점수에서 지방권 대학과 여대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약대 상위 10개 대학 중 5개 대학이 지방 대학이며, 서울대 연대 등 일반적 라인업에도 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통합수능 첫해로 합격선 점수 예측의 어려움, 16년 만에 첫 약대 학부선발 부활로 상당한 눈치작전도 전개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마치 지난해 ‘깜깜이’ 통합수능으로 인해 약대 대학 간 일반적 서열이 바뀌었다고 비춰질 수 있는 해석을 덧붙였다.

종로학원은 약대 분석자료와 함께 의대 입결 70%컷 분석자료도 함께 공개했다. 약대와 동일 기준이며, 의대 정시 합격선 톱5는 연대 의예 297.8점, 서울대 의예와 울산대 의예 각 297.5점, 가톨릭대/성대/한양대 의예 각 297점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 톱5는 대학별 환산점수 반영 시 표점을 활용했으며, 대학별 환산점수 적용 시 수능 영역별 가중치와 탐구과목 응시 등의 조건은 모두 상이하다. 종로학원은 이에 대해 “약대 학부 첫 선발, 통합수능 첫해에서는 이과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약대보다는 의대 치대를 선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석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해당 분석자료를 통해 지난해 첫 학부선발로 전환된 약대 합격선을 두고 ‘의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 정도의 분석에서 그쳐야 했는데, 대학별 서열을 매기면서 전체 자료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행위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백분위 70%컷 통한 대학 서열 비교.. ‘또다시 무리수’>
전문가들은 종로학원의 발표를 두고, 지난해 약대 백분위 70%컷을 통해 여러 대학의 점수를 줄 세워 일반적인 대학 서열이 달라졌다는 분석은 한참 엇나간 해석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통상 의약계열 입결은 최상위권 수험생이 지원하는 만큼 한 문제 차이, 선택과목 차이, 대학별 수능영역 반영비율 등 미세한 차이로도 합격 여부가 크게 달라지는데, 두루뭉술한 백분위 입결 기준 하나만 두고 대학별로 줄 세워 분석을 내놓은 것은 수요자에게 불확실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려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선 기사(관련기사:[알고보자] 통합수능이 ‘서연고’ 대학 순위 바꿨다?.. ’어디가’ 백분위 입결 대학별 비교 ‘사실상 불가능’)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백분위 70%컷 기반 자료로 대학별 서열을 매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교협 관계자는 어디가 입결 해석에 있어서 “백분위 70%컷은 ‘단순 백분위’여서 그걸 가지고 대학을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학별 상위 70% 학생이 모두 다른 학생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대교협 설명에 따르면 상위 70%컷은 100명이 등록했다면 70등의 점수를 뜻한다. 마찬가지로 국어 백분위 70%컷은 국어 70등의 점수, 수학, 탐구도 마찬가지로 각각 70등의 점수다. 평균 백분위 70%컷은 전체 성적을 내서 70등의 점수다. A대학의 전체 70등과 B대학의 전체 70등도 각각 다른 학생이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대학별 백분위를 갖고 우열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어디가’ 입결의 백분위 70%컷은 ‘최종 등록자’ 기준이라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최종 등록자’는 합격한 뒤 최종 등록(입학)까지 마친 학생을 뜻한다. 통상 입결은 주로 수요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백분위 기준을 주목한다. 즉, ‘어디가’ 입결의 70%컷을 풀어서 설명하자면, 대학별 환산점수 필터를 거쳐 합격해 최종 등록을 마친 학생 중 상위 70%에 해당하는 학생의 점수다.

동일한 백분위라도 유불리가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별 환산점수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종로학원 분석 결과 1위인 성대와 11위인 서울대의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을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점은 성대는 과탐Ⅱ 필수 응시조건이 없고, 서울대는 과탐Ⅱ를 1개 이상 필수적으로 반영한다. 아울러 성대는 상대적으로 탐구의 비중이 높고, 서울대는 국어 비중이 높다. 전형도 성대는 수능100%의 일괄합산 전형, 서울대는 2단계 단계별 전형이다. 서울대는 과탐Ⅱ를 필수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다른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성대는 수능100%의 일괄합산 전형으로 과목별 반영비율은 국25%+수40%+탐(2과목)35%로 적용했다. 영어와 한국사는 가산점 반영이다. 국수탐 총점은 1000점, 영어 가산점은 100점, 한국사는 10점이다. 서울대 일반은 단계별 전형으로 1단계에서 수능100%로 2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수능80%+교과평가20%로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했다. 국어 100점, 수학 120점, 탐구 80점으로 총 300점 만점이다. 이를 비율로 환산하면 국33.3%+수40%+탐26.7%다. 영어와 한국사는 등급별 최대 각 -14점, -2.4점까지 감점 부여했다. 2단계 교과평가는 1단계 수능 합산 성적에 최대 2점까지 부여했다. 

의학계열 지원 시 대학환산점수 반영 활용지표가 표점인지 백분위인지도 상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선 백분위와 표점의 차이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 영역 내에서라면 표점이 높은 학생이 백분위도 높게 나오지만, 서로 다른 영역 간에는 영역별 난이도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백분위가 더 높다고 표점이 더 높다고 보장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국어 1등(백분위 100점)이 수학 5등(백분위 96점)보다 백분위는 높아도, 국어 시험이 더 쉬웠다면 표점은 낮을 수 있다. 시험 난이도에 따라 표점 만점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같은 1등이더라도 좀 더 어려운 영역에서 1등을 한 경우 표점이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역별 백분위 합이 같은 두 학생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영역별 시험 난이도에 따라 표점 합은 달라질 수 있다.

통상 서울 상위대학은 백분위가 아닌 표점을 활용해 환산점수를 산출하는 경우가 많다. 백분위와 표점의 간극이 크게 나타난다면 자신의 성적이 백분위가 유리한지 표점이 유리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종로학원 분석 기준 약대 31개교(계명대 충북대는 각 약학과/제약학과의 2개 학과로 운영해 1개교로 산정) 중 8개교는 백분위, 나머지 22개교는 표점을 활용했으며 1개교는 국수는 표점, 탐구는 백분위를 활용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표점을 활용하는 대학이 백분위로 환산해 입결을 발표했다고 해도 시험 난이도나 선택과목 등에 따라 그 격차는 크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유불리는 천차만별인데 이를 한데 묶어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한다는 발상 자체부터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입결 해석에서 판단의 잣대는 많다. 모집인원의 변화와 군 이동 등의 다양한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모집인원 변화는 지원자의 심리적 요소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최종 경쟁률과 함께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다. 계획상 전년 모집인원보다 적어 입결 상승을 예상했지만, 이월인원이 반영되며 실제로는 전년보다 더 많은 인원을 모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모집군이 전년과 달라지는 경우도 주목해야 한다. 군 이동으로 인해 지원자가 선택할 수 있는 군별 조합이 전년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관계자는 “대학별 입결은 자신의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삼아 지원 가능한 대학 수준과 범위를 가늠하는 데 유용한 자료다. 다만 자신과 동일한 백분위 점수를 가진 학생이라도 합불 여부가 보장되지 않는 만큼 참고용으로 활용해야 하며, 대학별 전형 반영방법,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 등을 검토하면서 입시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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