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서울교육청이 2019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 관련 소송에 총 1억9500만원의 세금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서울교육청이 김병욱 의원(국민의힘) 측에 제출한 ‘자사고 행정소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1심에서 1억2000만원, 2심에서 7500만원의 소송비용이 지출됐다. 김 의원은 “과오를 덮기 위해 소송에 애꿎은 혈세만 낭비하려 든다”며 “절차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무리하게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 했던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광역자사고 1심 선고는 서울교육청의 ‘4전4패’로 일단락됐다. 2월18일 배재고/세화고를 시작으로 3월23일 숭문고/신일고, 3월14일 이대부고/중앙고, 5월28일 경희고/한대부고가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낸 1심에서 차례로 원고 승소했다. 다만 1심에서 모두 패소했음에도 서울교육청은 끝까지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중앙고/이대부고, 경희고/한대부고, 신일고/숭문고, 배재고/세화고의 4개 재판이 진행 중인 걸로 알려졌다. 다만 숭문고의 경우 1심 행정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충원율 미달 등을 이유로 8월17일 자발적 일반고 전환을 결정하면서 항소를 취하할 예정이다.

서울교육청이 자사고 지정취소 관련 소송에서 1심 1억2000만원, 2심 7500만원의 소송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소송에만 2억원.. 과도한 ‘혈세 지출’ 논란>
서울교육청은 중앙고/이대부고, 경희고/한대부고, 신일고/숭문고, 배재고/세화고의 4개 1심에서 소송당 4000만원 총 1억2000만원을 재판비용으로 지불했다. 2심은 재판에 따라 △중앙고/이대부고 1000만원 △경희고/한대부고 1000만원 △신일고/숭문고 2500만원 △배재고/세화고 3000만원 등 총 7500만원을 지출한 상태다.

지정취소 관련 소송비용은 서울교육청이 진행한 다른 행정소송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지출비용을 보인다. 지난 3월 서울교육청이 곽상도 의원실(당시 국민의힘)에 제출한 ‘행정소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임처분취소, 직위해제처분취소 등 타 소송들은 통상 275만원에서 550만원 사이의 소송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목자사고 지정취소가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주된 공약사항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인 이슈를 소송으로 부풀려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 재판에서 1심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진행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전략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며 “개인의 이익을 위해 세금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행위를 멈춰야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수요자 선택권 박탈하는’ 자사고 일괄폐지 못박기>
서울교육청이 항소를 고수하는 것은 자사고 일괄전환을 시행하는 2025년 전까지 전환기 복합교육과정을 통해 가능한 많은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8월17일 공개된 숭문고 일반고 전환에 관한 입장문을 통해서도 “숭문고의 일반고 전환이 최종 확정되면 학교/법인/학부모/교육청이 참여하는 일반고 전환 협의체를 구성해 안정적인 일반고로의 전환과 전환기 복합교육과정이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항소를 진행하면서까지 일반고 전환 의지를 못박음에 따라 현 정부에서 2025 자사고 일괄폐지 정책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교육정책’이라며 우려하는 상황. 공교육 내 수월성 교육을 담당하던 자사고의 입지가 사라질 경우 수월성교육에 대한 수요가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한 사교육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정시 확대로 인해 공교육 내 문제풀이 식 수업이 강화되고, 전국학업성취평가에서 단 3%의 표본조사만 시행되는 현 상황에서 자사고마저 사라질 경우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나 수월성 교육에 대한 욕구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해마다 증가하는 사교육비가 우려를 방증한다. 올 초 조사된 3월 발표된 교육부의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소득별/지역별 사교육 격차가 뚜렷해지며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 확인된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50만4000원, 200만원 미만 가구는 9만9000원으로 5배 이상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이용률 역시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는 80.1%가 사교육을 이용, 5명 중 4명이 사교육을 통해 학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 이용률은 39.9%에 그쳤다.

이미 2021대입부터 정시확대와 자사고 일반전환 등의 교육정책이 맞물리며 교육특구의 강세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베리타스알파의 서울대 정시 실적 자체조사 결과, 톱50 내 13개교가 이름을 올린 일반고의 경우 절반 이상인 7개교가 서울 교육특구 소재 학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강남구에 위치한 상문고 서울고 단대부고 반포고 경기고 중산고의 6개교와 대표적인 강북지역 교육특구인 노원구 소재의 대진고다. 광역자사고에서도 교육특구/정시 강세가 나타났다. 톱50에 자리한 10개 광역자사고 중에서도 세화고 현대고 휘문고 중동고 세화여고 양정고의 7개교가 교육특구인 서초구 강남구 양천구에 위치했고, 7개교 중 양정고를 제외한 6개교에서는 정시실적이 수시실적을 앞섰다.

<2022자사고 35개교 체제 ‘확정’.. 한가람고 동성고 숭문고 일반고 전환>
2019년 각 시/도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통해 지정취소가 이뤄진 10개교 모두 각 시/도 교육청과의 소송에서 1심 승소 후 현재 항소가 진행 중이다. 지정취소가 이뤄진 곳은 서울 8개교(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와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 전북전주 상산고다. 이중 교육부의 부동의로 인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상산고를 제외한 10곳이 재지정평가를 통해 강제로 지정취소됐다. 10개교 모두 지정취소에 불복하며 2019년 8월 지정취소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 전원 1심 승소했다.

지정취소된 자사고들은 ‘자사고 재지정평가 기준 변경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 역시 “서울교육청이 자사고 운영성과평가 직전에 평가기준을 변경하는 등 평가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음이 재판에서 인정됐는데도 소송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평가대상인 자사고들의 세부 점수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에 의하면 재지정평가 커트라인 점수는 70점으로, 대부분의 지정취소 고교들이 60점에서 70점 사이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 학교에 총점, 영역별 점수, 미흡한 부분에 대한 평가위원들의 의견 역시 충분히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표별 세부점수를 공개하지 않아 학교별 보완점을 전달하기에는 불충분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정취소 10개교 모두 1심에서 승소했지만 2022자사고 입시는 기존 38개교 체제에서 35개 체제로 축소된다. 전국자사10개교 서울광역자사17개교 비서울광역자사8개교 규모다. 지난 5월27일 동성고가 재정운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서울교육청에 자사고 지정취소 신청서를 제출, 서울교육청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일반고 전환을 확정했다. 7월16일 한가람고 역시 학령인구 급감과 자사고 폐지 정책으로 인한 충원율 저하를 이유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다. 8월17일에는 숭문고가 학교 홈페이지 내 입장문을 통해 “학령인구 급감과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돼 온 자사고 폐지 정책, 고교 전면 무상교육 시행 등으로 인해 자사고는 학생 충원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반고 전환 사실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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