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톱3’ 민사고 하나고 외대부고 ‘기숙사 체제’.. 숙식비 방과후학습비 등 ‘종합적 고려해야’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올해 국정감사를 계기로 일부 매체에 보도되고 있는 자사고 학비논란은 과연 사실일까. 일반고 대비 자사고의 학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게 주된 골자인 기사들은 권인숙 의원(더불어민주)이 6일 배포한 ‘자사고 평균 학비 731만원’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특히 민사고의 1년 학비는 2020년 기준 2657만원으로, 자사고 가운데서도 학비가 가장 비싼 ‘귀족학교’로 꼽혔다. 권 의원은 “고교 무상교육과 고교학점제 도입 등 교육제도의 변화에 따라 일반고의 교육역량이 크게 강화되면서 자사고의 비싼 학비는 더이상 명분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교체제 개편은 경제력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기본적 토대”라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는 학비의 액수만을 토대로 고교체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자사고들이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투자한 비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등교수업이 어려워지며 급식비와 방과후학교활동비, 기숙사비 등이 포함되는 수익자부담경비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사고의 1인당 평균 급식비는 2019년 182만원에서 2020년 61만8000원으로 절반가량 줄었고, 방과후학교활동비 역시 1인당 평균 32만원에서 8만7000원으로 크게 줄었다. 2019년 기준 에듀파인 예결산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민사고는 제외한 수치다. 한 교육전문가는 “올해 대면수업이 어려워지며 식비/기숙사비 등이 크게 감소했다는 점은 자사고 운영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자사고는 사립일반고처럼 무상교육을 위한 지원을 받을 수도 없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수업료를 무상교육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대다수 자사고가 학비 대비 교육비 지출이 더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권 의원의 자료에는 교육비와 관련된 분석이 전무해 자사고가 근거 없이 학비를 높게 받는 것처럼 오해를 키우고 있다. 통상 학비는 학부모로부터 받은 수입을 말하는 반면, 교육비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실질비용을 말한다. 교육비가 많을수록 학교단위의 투자가 더 활발히 이뤄진다는 의미다. 2020년 공시된 2019년 전국단위 자사고 10개교의 평균 교육비는 약 1857만원으로, 평균 학비인 1242만원보다 615만원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재단투자와 지자체투자 유치 등을 통해 학부모로부터 받은 학비보다 더 많은 교육비를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공교육 내 수월성 교육을 담당하던 자사고의 입지가 약해질 경우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가 교육특구 중심의 사교육 시장으로 이동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권 의원이 강조하는 ‘고교체제 개편이 경제력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주장과 맞서는 대목이다. 교총 역시 입장문을 통해 “학생마다 다른 소질이나 적성에 맞춰 다양하고 심화된 교육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교육 불평등”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 일괄폐지에 대한 불안감에도 여전히 많은 상위권 학생들이 자사고의 문을 두드린다는 건, 그만큼 많은 학생들이 수월성 교육을 희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사고를 폐지하고 하향평준화를 진행할 경우 수요자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사교육 시장밖에 없다. 자사고 일괄폐지에 앞서 수요자들이 사교육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20년 공시된 2019년 자료 기준, 학생 1인당 연 학비가 2827만원으로 비싸다며 ‘귀족학교’라는 비난을 받아온 민사고는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가 3185만원으로 받는 학부모로부터 받는 학비보다 학교가 학생에 제공하는 교육비가 학생 1인당 358만원 이상 많다. 교육의 품질로 따지면 ‘귀족학교’인 것은 사실이다. 사진은 민사고 전경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0년 공시된 2019년 자료 기준, 학생 1인당 연 학비가 2827만원으로 비싸다며 ‘귀족학교’라는 비난을 받아온 민사고는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가 3185만원으로 받는 학부모로부터 받는 학비보다 학교가 학생에 제공하는 교육비가 학생 1인당 358만원 이상 많다. 교육의 품질로 따지면 ‘귀족학교’인 것은 사실이다. 사진은 민사고 전경 /사진=베리타스알파DB

<38개 자사고 1인당 평균 학비 731만1677원.. ‘기숙사 체제 특성 고려해야’>
권 의원은 2020년 회계 기준 전국 자사고 38개교를 분석한 결과 1인당 학부모부담금 평균액이 731만1677원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등교수업이 어려워지며 급식비/기숙사비/방과후학교활동비 등을 포함한 수익자부담경비가 크게 감소, 2019년 901만145원 대비 약 170만원 줄어든 규모다. 권 의원은 “수익자부담경비가 감소했지만, 수업료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일반고의 교육역량이 크게 강화된 상황에서 자사고의 비싼 학비가 명분을 갖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자사고의 높은 학비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며 일반적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접근을 막아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이다.

2020년 학비가 가장 비쌌던 자사고는 민사고로, 1인당 1년 학비가 2656만5879원이었다. 다음으로 하나고(1039만6777원) 외대부고(1016만5816원)도 1000만원 이상의 학비를 보였다. 이어 상산고(986만858원) 인천하늘고(857만355원) 김천고(844만1159원) 현대청운고(837만1661원) 배재고(759만4264원) 해운대고(755만5482원) 중앙고(747만4427원, 서울) 북일고(747만1091원)도 평균 이상의 학비를 보였다.

자사고의 높은 학비의 배경에는 ‘수익자부담경비’가 자리하고 있다. 수익자부담경비는 급식비 기숙사비 방과후학교활동비 현장체험학습비 등을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일반고에 진학했을 경우와 비교하기 위해서는 사교육비나 학생의 식비처럼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권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1인당 전체 학비 평균/입학금/수업료/학교운영지원비/급식비/방과후학교활동비만을 명시하고 있다. 수익자부담경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기숙사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개별 학교의 학비가 비싼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학비가 높은 학교들은 대부분 수익자부담경비의 비중이 상당하다. 수익자부담경비는 기숙사 운영여부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권 의원이 자사고 가운데 학비가 1000만원이 넘었다고 지적한 민사고 하나고 외대부고 모두 기숙사 체제를 갖춘 전국단위 자사고다. 기숙사 운영에는 단순히 시설을 유지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과 관련된 전반적인 비용이 모두 계산된다.

학교알리미 2020년 5월 사립학교 교비회계 예결산서 기준 수익자부담경비가 가장 높은 곳은 하나고였다. 급식비가 443만1480원, 기숙사비가 262만9334원으로 수익자부담경비의 상당 부분이 급식비와 기숙사비로 형성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많았던 민사고도 마찬가지다. 2019학년 학비 중 등록금을 제외한 수익자부담수입 총액은 34억7231만원가량이었다. 2019학년 재학생 458명으로 나누면 1인당 758만1466원으로, 이중 급식비가 연 400만원, 기숙사비가 연 126만원 수준으로 수익자부담 경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통상 1,2학기 합산 8개월을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급식비는 월 50만원, 기숙사비는 월 15만7000원 수준이다. 전국단위 자사고 대부분이 방학 중에도 기숙사를 운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월 급식비와 기숙사비가 차지하는 실 금액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사교육비/생활비 등을 모두 고려할 경우 오히려 기숙사 체제를 갖춘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효과적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교내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경우 학원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강하다. 한 교육전문가 역시 “일반고에 진학할 경우 사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다. 평균 학비에 사교육비를 포함한 기타 생활비를 모두 더할 경우 자사고의 학비보다 더욱 많아지기도 한다. 자사고를 선택하는 수요자 역시 교육특구에서 사교육을 받는 것보다 기숙사 생활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고 판단해 자사고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 외진 곳에 위치해 학생들의 통학이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자사고 가운데 가장 비싼 학교로 꼽히는 민사고의 경우 강원도 횡성에 위치해 하숙집/원룸 등의 주거시설을 찾아보기 어렵다. 외대부고 역시 경기도 용인시 처인면에 위치, 학생들이 대중교통을 통해 통학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전북 전주 소재 상산고, 충남 천안 소재 북일고, 울산 동구 소재 현대청운고, 전남 광양 소재 광양제철고, 경북 포항 소재 포항제철고, 경북 김천 소재 김천고도 지방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학생들의 기숙사 생활이 불가피하다. 하나고의 경우 전국단위 자사고 중 유일하게 서울에 위치하고 있지만, 사교육이 불가능한 환경에 일조하기 위해 전원 기숙사 체제는 물론, 주말 외출 또한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인천하늘고 역시 전원 기숙사 생활이 의무화돼 있다.

<학비보다 ‘실 교육비’ 먼저 따져야.. 최상의 교육환경 위한 투자 ‘잣대’>
교육의 실 수요자들에게 학비보다 중요한 건 교육비다. 학비는 학부모로부터 받은 수입을 말하며, 교육비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실질비용을 말한다. 즉 학비보다 교육비가 더 많다는 점은 학교차원에서 학생들을 위한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권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는 교육비와 관련한 내용이 없어 수요자들이 내는 학비와 실질적인 교육비를 비교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2020년 공시된 2019년 자료를 토대로 전국단위 자사고 10개교의 교육비 현황을 분석할 경우 10개교 모두 학비 대비 교육비가 더 높았다.

현대청운은 1인당 연간 학비가 1037만7528원인 데 반해 1인당 연간 교육비가 2059만360원으로 학비 대비 교육비가 1021만원이나 더 많았다. 현대청운에 이어 북일고 역시 학비가 1021만2108원, 교육비가 1970만5497원으로 학부모가 납입하는 학비보다 학교가 학생에게 실 투자하는 금액이 949만원가량 많았다. 이어 광양제철 698만2952원(학비 715만2225원/교육비 1413만5176원), 인천하늘 679만5276원(학비 1121만6303원/교육비 1801만1579원), 하나 647만1909원(학비 1602만199원/교육비 2249만2108원), 포항제철 537만7151원(학비 712만5509원/교육비 1250만2660원), 김천 507만7573원(학비 1030만1123원/교육비 1537만8696원), 외대부 504만1154원(학비 1197만4670원/교육비 1701만5824원), 민사 358만2567원(학비 2827만2501원/교육비 3185만5159원), 상산 250만7965원(학비 1158만5656원/교육비 1409만3621원) 순으로 학비 대비 교육비가 많았다. 연 학비가 2827만원으로 ‘귀족학교’라는 비난을 받아온 민사고 역시 연간 교육비가 3185만원으로 학비에 비해 교육비가 358만원 이상 많은 규모를 보였다.

<2025 자사고 일괄전환 ‘강행’.. 교육특구 확대 ‘우려’>
문 정부는 고교서열화 유발을 논거로 2025년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2019년 자사고 재지정평가에서 지정취소됐던 10개교와의 가처분 소송에서 각 교육청이 전원 패소했음에도 불구, 예정대로 일괄전환을 시행한다고 못박아 현 정권에서 엎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사고를 일괄전환할 경우 사교육 시장이 대폭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교육을 통해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 상위권 학생들이 추가적인 학습을 위해 학원이나 과외 등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 역시 “수월성 교육을 원하는 학생에게는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고,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에게는 보충학습을 제공하는 게 진정한 공교육의 역할이다. 공교육이 무너질 경우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해마다 갱신을 거듭하고 있는 사교육비가 우려를 방증한다. 2020년 기준 시도별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약 64만원으로, 지역별 사교육비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학생 1인당 월 82만9000원 수준으로 전국 17개시도 평균인 64만원을 18만9000원가량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역시 월 68만8000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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