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서울대 등록자 톱100 고교..'수시로 커진 지방일반고'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2015 서울대 등록자수의 학교유형별 지역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방 일반고에게는 정시확대가 치명적이었음이 드러났다. 국회 여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2015학년 정시 및 수시모집 등록자 출신고교별 현황(2.12 최종등록 기준)’을 입수, 학교유형별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서울대 정시는 학교유형별로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출신에게, 지역별로는 서울 광주 대구 대전 울산 경기 출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서울대가 정시를 2014학년 전체의 17%로 운영하다 2015학년부터 25%로 확대하면서 특목자사고/일반고, 교육특구/지방 일반고의 양극화 현상은 심화된 셈이다. 특히 한두 명의 등록자를 낸 지방 일반고의 경우 대부분 수시 합격자여서 지방일반고의 유일한 실적 확보의 수단은 수시임을 입증했다. 정시의 경우 경제적 여건이 되는 지역의 재수생 강세현상이 굳어지는 것으로 보여진다. 일반고 역시 교육특구를 포함한 대도시 지역에서만 대부분 정시실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발표한 ‘정시 고교유형별 최초합격현황’에 의하면 일반전형 기준 합격자 비율이 일반고는 2014학년 51.06%에서 2015학년 48.68%로 감소한 반면 자사고(전국단위 및 광역단위 포함)는 2014학년 25.53%에서 2015학년 29.40%로 증가했다. 전체의 20% 인원을 정시로 선발했던 2013학년과 비교하면 차이는 극명해진다. 일반고는 2013학년 51.11%에서 2015학년 48.68%로 2.43%p 감소한 반면, 자사고는 2013학년 20.89%에서 2015학년 29.40%로 8.51%p나 급증했다. 2013학년 대입을 치를 당시 일반고유형으로 분류됐다가 2015학년 대입에서 자사고유형으로 전환된 일부 광역단위 자사고의 실적이 보태졌음을 감안하더라도 정시가 지방 일반고에 불리하다는 사실은 확인된 셈이다.

<정시 유리한 자사고 외고 국제고>

과학영재학교와 과고가 수시 중심의 실적을 내고 있는 가운데, 일반고와 견줄만한 학교유형은 전국단위 자사고, 광역단위 자사고, 외고, 국제고다. 서울대가 전체 모집인원의 25%를 정시로 선발한 2015학년 대입에서 학교유형별 정시실적은 전국단위 자사고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국단위 자사고 10개교가 105명의 등록자를 냈다. 학교당 10.50명의 서울대 등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어 광역단위 자사고 37개교가 176명의 정시 등록자를 내 학교당 4.76명, 외고 27개교가 128명의 정시 등록자로 학교당 4.74명, 국제고 6개교가 18명의 정시 등록자로 학교당 3.00명의 정시 등록자를 낸 반면, 일반고는 학교당 채 1명도 되지 않았다. 무려 706개교가 서울대 등록자를 냈지만, 정시 등록자는 502명으로 학교당 0.71명의 정시 등록에 그쳤다. 전국단위 자사고 1개교당 10.50명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서울대 등록 실적을 낸 일반고 706개교 중 무려 478개교가 단 1명의 정시 등록자도 내지 못했다. 1명의 정시 등록자를 낸 일반고는 137개교에 불과하다. 즉 706개교 중 2명 이상의 서울대 등록자를 낸 일반고는 91개교에 그쳤다는 얘기다. 서울소재의 양천고 청원고는 각 7명 전원 수시등록자, 대전중앙고 부산중앙고는 각 6명 전원 수시등록자다. 5명 등록자 전원이 수시등록자인 일반고는 광주서석고 동래고 복자여고 수원고 숭덕여고 신성여고 영복여고 영신여고로 8개교다. 등록자 4명 전원이 수시등록자인 일반고는 20개교, 등록자 3명 전원이 수시등록자인 일반고는 43개교다.

고교별 서울대 등록자의 수시/정시 비율을 보면 정시 불리기가 일반고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반고 출신 1772명 등록자 중 1270명이 수시, 502명이 정시 등록자다. 수시 71.67%, 정시 28.30%의 비율이다. 전국단위 자사고, 외고, 광역단위 자사고에 비하면 일반고에겐 수시가 절대적이다. 일반고에 이어 수시 비중이 높은 외고는 331명 등록자 중 수시 203명(61.33%), 정시 128명(38.70%)의 수준이고, 전국단위 자사고는 288명 등록자 중 수시 183명(63.54%), 정시 105명(36.5%)의 수준이다. 광역단위 자사고의 경우 303명 등록자 중 수시 127명(41.91%), 정시 176명(58.1%)로 오히려 정시에 더 많은 등록자를 냈다. 정시 비중이 확대된다면,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자리한 광역단위 자사고들과 이미 정시 등록자수에 있어 압도적으로 높은 전국단위 자사고, 외고가 실적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한 셈이다.

<톱100.. 특목자사 59개교 1288명, 일반 49개교 524명>

2015 서울대 등록자 톱100은 108개교에서 1812명(수시 1185명, 정시 627명)으로 끊겼다. 서울예고가 93명의 등록자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대원외고(79명) 외대부고(61명) 서울과고(57명) 경기과고(56명) 하나고(54명) 상산고(53명) 민사고(37명) 대일외고와 명덕외고(각 32명)로 톱10이 형성됐다.

예고와 과학영재학교(서울과고 경기과고)는 전형설계상 수시실적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서울예고 1명, 서울과고 4명, 경기과고 2명의 정시실적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울예고는 재학생의 기균Ⅱ 실적이다. 서울대 기균Ⅱ는 수능성적이 절대적인 일반 정시가 아닌,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실시된다. 서울과고와 경기과고의 정시실적은 재수생 실적이다.

서울예고는 ‘무대’가 다른 입시를 치른다는 점에서 사실상 톱은 대원외고로 볼 수 있다. 대원외고는 79명의 등록자 중 48명이 수시, 31명이 정시 등록으로 수시실적이 살짝 많은 수준이다. 이과 대비 문호가 좁은 문과 학생들로 이룬 실적이라는 데 의미가 크며, 역시 이탈이 많은 이과 대비 이탈이 적은 문과 실적으로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이루는 쾌거를 거뒀다. 외대부고와 하나고 민사고는 수시/정시 비율에 극명한 차이다. 외대부고가 61명 등록자 중 30명이 수시, 31명이 정시 등록으로 비슷한 비율인 반면, 하나고와 민사고는 수시 등록에 큰 무게가 실렸다. 하나고 54명 등록자 중 46명이 수시, 8명이 정시 등록자다. 민사고도 37명 등록자 중 34명이 수시, 3명이 정시 등록으로 수시 비율이 압도적이다. 대일외고와 명덕외고도 정시에 비해 수시 등록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가운데 상산고 실적은 돌출상황으로도 보인다. 53명 등록자 중 15명이 수시, 무려 38명이 정시 실적이다. 학교 의도와 상관 없이 의치한으로도 눈길을 돌리는 학생들이 많은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톱100 실적의 108개교 중 8개교가 과고, 5개교가 국제고, 4개교가 과학영재학교, 13개교가 외고, 16개교가 광역단위 자사고, 10개교가 전국단위 자사고, 49개교가 일반고다. 과학영재학교 4개교가 160명의 등록실적을, 전국단위 자사고 10개교가 282명의 등록실적을 낸 점이 눈길을 끈다. 외고 290명, 광역단위 자사고 231명, 과고 116명, 국제고 55명, 예고 153명 등 자사/특목고 59개교가 톱100 1812명 중 1288명의 등록자를 냈고, 일반고는 49개교가 524명의 등록자를 냈다. 영재학교 중에선 서울과고가 57명으로 가장 많은 등록자를, 전국단위 자사고 중에선 외대부고가 61명으로 가장 많은 등록자를 냈다. 외고 가운데선 대원외고가 79명으로 독보적인 실적을 냈으며, 광역단위 자사고 중에선 안산동산고와 휘문고가 각 28명의 가장 많은 등록자를 냈다. 휘문고의 경우 28명 중 22명이 정시실적일 정도로 정시에 크게 실린 무게다. 과고 중에선 세종과고(25명), 국제고 중에선 서울국제고(15명), 예고 중에선 서울예고(93명)가 가장 많은 등록실적을 냈고, 일반고 중에선 전국단위 모집의 자율학교인 한일고(충남 공주)가 24명의 가장 많은 등록실적을 냈다.

<합격자수보다 줄어든 등록자수.. 의치 이탈 가능>

기준이 달라 오류의 가능성이 조금 있는 상황이지만, 톱100의 합격자수와 등록자수 간 학생수에 차이가 있다. 베리타스알파가 수시최초/수시최종/정시최초까지의 각 학교 합격자수를 조사한 결과, 합격자수 톱100은 등록자수 톱100과 마찬가지로 7명으로 끊겼으며, 111개교 1906명이었다. 2월12일 등록마감 이후 등록자수 톱100은 108개교 1812명이다. 94명의 차이가 난다. 서울대가 2015학년에 총 3차의 충원(1차 68명, 2차 31명, 3차 47명)을 했을 정도로 합격 이후 등록포기자가 상당했다. 등록포기자는 자연계열에 치중됐다. 1차 68명 중 순수하게 문과로 볼 수 있는 인원은 소비자아동 1명, 역사교육과 1명으로 2명뿐이다. 간호학과 4명은 자연이 기본으로 인문도 지원 가능한데, 4명 전원을 인문으로 고려한다 해도 68명 중 61명이나 자연계열이다. 2차 31명 중에선 교차지원 가능한 간호대학 2명을 제외한 29명이 순수 자연계열이다. 3차 47명 중에선 간호대학 2명을 포함, 3명만이 인문으로 44명이 자연계열이다.

과고와 자연계열 중심의 자사고 등에서의 자연계열을 위주로 이탈한 인원은 이공계특성화대학으로의 일부 이탈도 있겠지만, 2015 대입에서 지형이 크게 확대된 의대 치대로 갈아탔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의전원 치전원의 학부전환이 대거 진행되면서 의대가 작년 1573명에서 올해 2296명으로 723명 증가(계명대와 인제대의 추가합격 각 1명 2명 고려)했고, 치대가 312명에서 534명으로 222명 증가, 한의대가 700명에서 725명으로 25명 증가했다. 총 970명의 학부정원의 증가다. 의치한의 학부정원이 증가한 만큼, 작년만 해도 서울대에 지원했을 법한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상당부분 타 대학 의치한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었다.

<서울대 합격자수 조사 왜 하나.. 학교 구성원 전체가 만든 수시실적>

서울대 고교별 실적은 고입체제 개편 이후 학교별 경쟁력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료로 의미가 있다. 특히 2014학년의 경우 선발효과의 시대가 가고 사정관제 중심의 수시체제의 시대가 도래한 원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83%나 되는 수시비율로 인해 선발학교들 사이에서도 수시체제의 적응여부가 서울대 실적을 갈랐고, 선발권이 없었던 일반고 자공고의 합격비율도 무려 60%에 육박했다. 특히 지방 일반고의 경우 대부분 수시최초에서 합격자를 냄으로써 일반고 교사들의 ‘압박’으로 정시가 확대된 2015 서울대 입시가 일반고의 자충수였음을 보여줬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정시의 대부분은 선발학교와 교육특구에서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2015 대입에서 25%로 늘어난 정시는 그대로 선발학교와 교육특구의 몫으로 돌아가면서 지방 일반고의 입지를 좁힐 것이란 우려가 있던 바였다.

2015학년 대입에선 서울대 입학정원 중 75%가 사정관 중심의 수시모집 정원이다. 서울대 수시실적은 작년 83% 대비 상대적 규모가 축소된 상황이지만 수능이라는 정량평가나 우수한 개인들의 실적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 전체가 만들어낸 시스템이 내놓은 실적이라는 데서 학교별 수시에 대한 대응력을 수시실적에서 가늠할 수 있다는 데서 일부 시민단체 등의 ‘고교 서열화’ 걱정이 있지만, 고교선택제가 시행되는 와중에 교육소비자 입장에서 학교선택권과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데 의미를 둔다.

이번 ‘2015 서울대 등록자수 학교유형별 지역별 현황’ 기사는 국회 여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2월12일 등록일 기준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외국고와 검정고시를 제외, 전국 837개교 3261명의 2015 서울대 등록자다. 서울대는 2012학년 39%였던 정시 비중을 2013학년 20%로, 2014학년 17%로 줄였다가 2015학년 25%로 다시 늘렸다. 정시 확대 방침은 지방 일반고들의 ‘일반고 살리기’ 요구 등 ‘민심’의 여파가 컸지만 정시 확대는 오히려 일반고가 더 낼 수 있는 실적을 잡아매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2016학년 대입에서도 서울대는 2015학년과 마찬가지로 정시 25%, 수시 75% 기조를 유지한다. 한편 서울대는 2월12일 등록자 기준 자료를 최종자료로 보지 않는다. 3월 입학 이전에 등록포기를 하는 학생들도 일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