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기자 자소서 최우선 서류'..'자소서 증빙위한 서류제출 이뤄졌을 가능성 높아'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황제 입시비리'의 핵심으로 꼽혀온 논문이 학회에 의해 공식취소됨에 따라 조국법무부장관 후보 장녀 조모씨의 고려대 입학취소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병리학회는 5일 편집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조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던 의학논문을 취소한다는 공식 결정을 내렸다. 논문의 책임저자인 단국대 장영표 교수 역시 학회의 결정을 수용했다. 조씨는 2010학년 대입에서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지원할 당시 논문실적 관련내용을 당시 특기자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인 자소서에 기재했다. 고대의 학사운영규정에 의하면 전형자료의 중대한 하자가 발생할 경우 입학취소 처리가 가능하다. 논문이 취소되면서 자소서 기재 내용 역시 신뢰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고대 입학이 취소된다면 조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사실 역시 취소된다.

입시전문가들은 고대가 검찰수사를 지켜보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힌 상태지만 입학취소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공소시효문제가 있어 사법처리에는 문제가 있지만 당시 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인 자기소개서가 공개된 상황인 만큼 합격에 가장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논문의 취소는 당연히 입학취소로 이이질수있다는 판단이다. 한 대학의 입학 관계자는 “고대 특기자인 세계선도인재는 1단계에서 어학성적과 함께 서류평가를 실시했다. 당시 사정관제 도입 초기 서울대는 물론이고 고대 역시 특기자전형이 수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국 사정관제 처럼 자소서가 최우선 서류이고 자소서 내용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다양한 교내외 활동 실적의 입증자료 제출이 당연했다. 공개된 자소서를 보면 조씨의 경우 외고출신에도 불구하고 이공계열 진학을 겨냥한 상황이었던 만큼 단국대 의대의 논문은 결정적 판단근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자료제출도 이뤄졌을 것이고 자료가 없다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자소서의 핵심이 논문취소로 거짓이 된 만큼 고대 내부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입학취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검증 과정에서 번진 입시비리 논란으로 장녀 조모씨의 고려대 입학취소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병리학회는 5일 조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던 의학논문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조씨 제1저자 등재’ 논문취소 결정.. ‘학회 최고수위 처분’>
대한병리학회는 이날 상임이사회와 편집위원회 회의를 열어 단국대 장영표 교수를 포함해 6명이 저자로 참여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 논문을 학회지에서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단국대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심의를 받지 않았음에도 이를 허위로 기재했고, 모든 저자들의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학회 관계자는 논문의 철회가 아닌 취소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논문취소는 학회가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처분이다. 장 교수도 학회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한영외고 유학반으로 재학 중이던 2007년 조씨가 약 2주동안 인턴을 하며 참여해 제1저자 등재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장 교수가 허위로 연구윤리심의를 받았다고 기재한 사실이 학회의 논문취소 판단에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논문에는 ‘이 연구는 단국대병원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로부터 승인 받았다’고 명시돼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논문은 IRB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세진 대한병리학회 이사장은 “장 교수가 단국대병원 IRB심의를 받지 않았는데도 받았다고 논문에 허위 기재해 논문 데이터 전반을 신뢰할 수 없다”고 전했다. 장영표 교수는 당시 기준이 모호해 차후에 승인 받으려고 했으나 받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IRB승인은 혈액 세포 DNA와 같은 인체 유래 물질을 연구할 경우 사전에 연구계획서를 심의받는 제도다. 

조씨를 포함한 5명의 다른 저자의 역할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도 논문이 취소된 이유라고 학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장 교수는 학회에 소명자료와 영문본 논문초고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만 초고의 내용 가운데 논문 완성본에 반영된 부분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조씨의 기여도가 없고 제1저자로서도 부족했다고 학회는 판단했다. 제1저자는 연구의 주제 선정과 설계, 자료의 수집과 정리, 연구 수행과 결과 도출 및 논문의 저술을 주도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장 교수 역시 본인 이외의 저자들의 역할이 부적절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학회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조씨의 소속표기가 부정확했다는 지적도 했다. 조씨가 논문에서 소속기관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학회 관계자는 “조씨는 연구수행 기관인 단대 의과학연구소와 주 소속기관이었던 한영외고를 함께 병기하는 것이 적절했다”며 “당시 규정이 미비한 점은 있지만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 훈령에 따라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는 연구부정행위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소속기관이 대학으로 표기되면서 조씨는 2007년에서 2017년 사이 발표됐던 전체 논문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부의 '미성년 논문 공저자 등재 실태조사'에서도 누락됐다.

<고대 입학취소 가능성.. ‘합격에 영향을 미친 가장 중요한 서류 자소서의 핵심은 취소논문’>
논문취소가 확정되면서 조씨의 고려대 합격도 취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씨의 입학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논문의 취소로 1차 서류 전형의 자료, 특히 특기자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인 자기소개서에 결정적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의 학사운영규정 제8조에 의하면 입학사정을 위해 제출한 전형자료에 중대한 문제가 발견된 경우 입학취소가 가능하다. 고대 관계자는 “2010학년 입시관련 자료는 당시의 사무관리규정에 따라 2015년 5월9일 모두 폐기했다. 관련 자료의 제출여부와 내용은 현재 확인이 불가한 상태”라면서도 “전형자료에 중대한 하자가 발견된다면 입학취소대상자 통보, 소명자료접수, 입학취소처리심의 등의 과정을 거쳐서 입학취소 처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조씨가 2010년 합격했던 고대 세계선도인재는 1단계로 서류60% 어학40%를 통해 3배수를 먼저 선발한 후 2단계에서 1단계성적70%와 면접30%을 합산해 최종합격자를 정하는 특기자 전형이었다. 어학성적 기준이 있었고, 수능최저도 적용하지 않았다. 실제 ‘2010학년 고려대 모집요강’에 의하면 ▲TOEFL(IBT 110, CBT 270, PBT 637점) 또는 TEPS 857점 이상 제출자 ▲AP(College Board) 3과목 성적 제출자 ▲6개언어(독일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중 2개이상 공인제2외국어성적 제출자 중 하나의 지원자격을 충족해야 한다. 1단계 서류전형은 자소서를 중심으로 증빙서류를 종합평가 한다. 어학성적표 뿐만 아니라 학업 외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기타서류를 모두 제출할 수 있었다.

고대 합격 당시 조씨가 작성한 자소서에 관련 논문을 기재된 만큼 논문취소가 전형자료의 ‘중대한 하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까지 한 온라인 지식거래 사이트에서 판매됐던 조씨의 고대 자소서에는 한영외고 재학 당시 참여했던 각종 활동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특히 조씨는 제1저자로 등재됐던 의학논문에 관한 내용도 작성했다. 조씨는 고려대가 자신을 선발해야 하는 이유를 작성한 세 번째 문항에서 “단국대 의료원 의과학연구소에서의 인턴쉽 성과로 내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11년 전에 논문이 등재된 만큼 법적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다른 사안에 비해 주목도는 낮지만, 논문취소로 인해 실질적으로 조씨의 입학취소가 가능다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세계선도인재와 같은 특기자전형에선 자소서 자체가 중요한 전형자료이기 때문이다. 자소서에 작성된 내용의 신뢰성에 기반을 둔 전형인 셈이다. 서울 대학의 한 관계자는 “어학특기자임에도 서류종합평가를 실시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당시 고대 세계선도인재는 어학성적이 압도적인 학생들이 지원하는 전형이었다. 대학이 제시한 어학기준을 복수로 충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서류종합평가를 실시하면서 학생들의 당락이 달라졌던 사례도 많았다. 실제 영어성적이 매우 우수했지만 탈락했던 학생이 있었고, 반대로 어학성적이 다소 미흡해도 합격한 지원자도 있었다. 조씨의 경우 AP성적은 갖췄지만 입학 당시 타 지원자에 비해 TOEFL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아주 이례적으로 이공계열 학과에 합격한 사례다. 자소서의 전체 내용 가운데 외고 출신인 조씨의 생명과학대 진학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부무은 단대 의학논문에 대한 서술로 볼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논문제출 여부’ 관건.. ‘입증자료 무효될 수 있어’>
조씨가 증빙서류로 논문과 관련된 내용을 제출했다면 입학취소 가능성은 더 커진다. 전형자료로 제출한 내용 자체가 취소된 상황으로 볼 수 있어서다. 당시 대학에서도 지원자들에게 우수성을 입증하는 자료들을 충분히 낼 수 있도록 요구하던 분위기였다. 한 교육전문가는 “세계선도인재는 ‘외고 특별전형’으로 불릴 만큼 어학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주로 지원했다. 어학성적만으로 차별화하기 쉽지 않을 정도였다. 지원하려는 학생들이 서류 제출과 관련해 문의를 했을 때도 입학처 관계자는 가능한 자료는 모두 제출하라는 식으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교내외 수상경력은 물론 사설기관 모의고사 성적까지 낸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논문 제출여부와 관련된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20일 세계선도인재의 평가방법에는 비교과와 제출된 모든 서류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 거짓해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조 후보자 측은 “자소서에 논문의 제1저자라는 내용은 없고 논문 원문도 제출된 바 없다”고 정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KBS 1TV '사사건건' 라디오 방송 중 김후곤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이 조씨가 논문을 제출했다고 발언한 녹취가 공개되면서 조후보의 해명이 거짓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조씨가 논문제출은 이뤄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입시전문가는 “고대는 2000년부터 수시에서 어학특기자를 운영했다. 세계선도인재의 경우 전형적인 어학특기자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는 분위기 속에서 어학성적 서류 면접을 모두 반영하는 전형방법이었다. 영어공인어학성적일 기본으로 다양한 서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평가됐다. 당시 합격생들의 TOEFL 성적은 IBT 115점 수준이었다. TEPS 역시 930점 이상 받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지원자들은 복수의 어학성적을 제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조씨의 사례처럼 여러 과목의 AP성적이 만점인 학생도 꽤 지원했다. 그럼에도 대부분 합격을 장담 못하던 상황”이라며 “조씨는 한영외고 유학반에서 미국대학의 입학사정관제를 토대로 인턴십이나 논문실적 등을 통한 대입진학 전략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씨가 고대 세계선도인재를 지원할 수 있었던 배경도 다양한 ‘스펙’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특목고 학생들 사이에선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부모의 지원으로 '스펙'을 쌓아 특기자로 지원하는 경우가 흔했다. 대학도 가장 중요한 자소서의 팩트를 입증할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던 상황이었다. 조씨가 자소서에도 기재한 논문을 굳이 제출 안할 이유는 없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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