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89개교 107억원, 경기 541개교 152억원 지원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수도권 교육청 4급이상 공무원 중 자녀가 혁신고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경우가 단 한 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가장 혁신학교가 많은 서울/경기의 경우 전무했다. 진보교육감 등장이후 혁신학교의 장점을 강조하며 확대 정책을 고수했지만 정작 고위공무원들은 아무도 혁신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곽상도(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경기/인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4급이상 공무원 자녀 재학/졸업현황’ 자료에 따르면 혁신학교 시행 이후 교육청별 4급이상 공무원 자녀 32명 중 혁신고에 다녔거나 다니고 있는 자녀는 1명에 불과했다. 

곽상도(자유한국) 의원이 서울/경기/인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혁신학교 시행 이후 서울/경기/인천/교육청 4급이상 공무원 자녀가 혁신학교에 재학/졸업한 경우가 단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경기 4급이상 공무원 자녀 혁신고 재학 전무>
189개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혁신학교를 지닌 서울교육청의 경우 2011년3월부터 혁신학교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 시기를 기준으로 재학/졸업 중인 고교 현황을 살펴본 결과 서울교육청의 고위공무원 자녀 14명 중 혁신고를 재학/졸업한 자녀는 한 명도 없었다. 

541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혁신학교를 보유한 경기교육청의 속내는 더욱 충격적이다. 경기교육청은 2009년 9월 김상곤 교육감 시절 혁신학교를 도입했다. 이 때 이후 4급이상 공무원 자녀 12명 중 9명은 일반고를 졸업했고 3명은 일반고에 재학중이다. 이 중 한명은 동패고가 일반고였던 2010년 입학해 2012년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인천은 4급이상 공무원 자녀 6명 중 1명이 유일하게 혁신학교에 재학중이었다. 이 외 2명은 일반고를 졸업했고 3명은 일반고에 재학중이다. 

2018년 기준 서울교육청은 혁신학교 189개 학교에 107억원을 지원해 학교당 평균 5700만원, 경기교육청은 541개교에 152억원을 지원해 학교당 2800만원, 인천교육청은 40개교에 14억원을 지원해 학교당 3700만원을 지원 중이다. 곽상도 의원은 “혁신학교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으며 시민들에게 혁신학교가 좋다고 권장해놓고 정작 교육감과 교육청 고위공무원 자녀는 혁신학교로 보내지 않고 있다”며 “혁신학교 저학력 문제를 덮자고 학력의 개념을 바꿀 게 아니라, 모두가 보내고 싶은 잘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고자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혁신학교 기초학력미달비율 전국 평균 3배.. 10년간 매년 악화>
정부는 혁신학교를 통해 민주적 학교운영으로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 지역의 혁신교육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문제는 ‘학력저하’다.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에 해당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에 달했다. 전국 고교 평균이 4.5%인 것에 비하면 3배에 가까울 정도로 학력저하 현상이 뚜렷했다. 기초학력미달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20점 미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실상 수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학업을 포기한 인원으로 분류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업 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해마다 중3과 고2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성적에 따라 ‘보통학력’(100점 만점에 50점 이상 수준) ‘기초학력’(20~50점) ‘기초학력미달’(20점 미만)로 구분한다.

2016년 고교 혁신학교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59.6%로 전국 평균 82.8%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기초학력 비율은 28.5%로 전국 평균 12.7%의 2배 이상이었다. 기초학력미달을 포함한 기초학력 이하 학생이 40.4%에 달한 셈이다. 특히 영어에서 기초학력미달비율이 높았다. 혁신학교의 영어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14.4%로 전국 평균 5.1%와 큰 격차를 보였다. 수학의 경우 12.9%(전국 평균 5.3%), 국어는 8.3%(3.2%)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전국 평균을 크게 넘어섰다. 수학의 경우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낮은 편이었다. 혁신학교의 수학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52.4%로 전국 평균 78.2%에 비해 낮았다. 국어는 62.4%(전국 평균 84.1%), 영어는 64%(86%)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충북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비율이 22.3%로 가장 높았다. 충북 전체 평균 2%의 11배 수준이다. 이어 인천 19.5%(지역 평균 3.2%), 전북 16.3%(4.5%), 서울 15.3%(7.6%), 경남 11.6%(5%) 순이었다.

혁신학교의 성취도 저하 문제는 최근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2014학년 69%에서 2015학년 67.9%, 2016학년 59.6%로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이 2014학년 85.2%에서 2015학년 81.8%로 줄어들었다가, 2016학년 82.8%로 다시 반등한 점에 비하면 혁신학교의 지난해 하락세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혁신학교와 전국 평균간 격차도 2015학년 13.9%p에서 2016학년 23.2%p로 대폭 늘어났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하락추세이긴 마찬가지다. 수학의 경우 서울은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2014학년 64.6%→2015학년 61.1%→2016학년 57.7%, 광주는 79%→74.5%→66.8%, 경기는 72.8%→69.2%→60.5%로 계속해서 하락했다.

학력미달 문제를 두고 작년 국감에서 김상곤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은 곳을 우선 혁신학교로 지정했다”며 옹호하고 나섰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09년 첫 등장한 이래, 도입10년에 다다를때까지 꾸준히 학력미달 논란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이마저도 올해부터는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 현황 자체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9년 만에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조사 방식에서 표집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혁신학교의 학력미달 여부조차 확인하기 힘들어지면서,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에도 한계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대두됐다. 혁신학교가 인적성을 중시하는 학교라 하더라도, 취업이 목적이 아닌 대입을 목적으로 한 일반고라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학력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의 견해다. 한국교육개발원도 혁신학교의 낮은 성취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개발원은 서울형 혁신학교는 부진 학생에 대한 지도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거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점에 더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행/재정적 예산지원에도 불구하고 참여율이 일반학교에 비해 저조한 점을 지적하며, 사교육비 증가여부를 따져볼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신뢰도 낮은 자료로 어설픈 ‘혁신학교 옹호’에 뭇매>
작년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혁신학교의 학력저하 문제를 옹호하려다 비난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혁신학교가 이미 교육당국이 매년 제시한 학력의 공식 잣대인 학업성취도 대학진학률 등을 통해 학력미달 문제를 숱하게 지적 받아온 상황에서 신뢰도 낮은 연구결과로 섣부른 반박에 나섰다가 비난여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혁신학교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학업성취도 자아존중감 자기통제력이 높아졌다는 게 골자지만, 근거가 된 자료는 혁신고의 학업성취도를 자공고와 자사고를 합한 개념인 자율고와 비교하는 ‘꼼수’를 쓴 데다 자료 자체의 유의확률, 즉 자료의 오류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무리수임을 많은 언론에서 지적 받았다.

서울교육청이 인용한 연구에 따르면 혁신학교는 국어 성취도가 2012년(중3) 550.43점에서 2014년(고2) 561.51점으로 11.075점 상승했고, 같은 기간 자율고가 557.32점에서 567.52점으로 10.198점 상승한 것보다 상승폭이 크다고 주장했다. 수학의 경우 혁신고는 같은 기간 541.11점에서 550.64점으로 9.528점 상승해, 자율고가 551.8점에서 557.07점으로 5.264점 상승한 것보다 더 많이 상승했다고 봤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결과는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교육계의 지적이다. 오류가능성을 나타내는 유의확률 값이 국어/수학 각각 0.865와 0.587로 높았기 때문이다. 0과 1 사이에서 값이 높을수록 오류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믿을만한 연구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충북 제천고, 학생/학부모 반발로 혁신학교 지정 무산.. ‘낮은 대입실적 우려’>
수요자의 우려를 반영해 실제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로 혁신학교 지정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작년9월 충북 제천고는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했지만 내부 구성원의 반발로 신청 자체가 무산됐다. 당시 제천고 학교운영위원회는 학생 투표 결과 반대 의견이 많았고, 학부모/동문의 반대 의견 등을 고려해 혁신 학교를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생 대의원회 찬반 투표에서는 1~2학년 학생 500명 중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8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해 전 역시 혁신학교 신청을 추진했지만 한차례 좌절된 이후 또다시 구성원들의 동의 얻기에 실패했다.

현장의 가장 큰 우려는 진학실적이다. 입시위주의 교육 대신 토론과 발표 등을 통해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설명이 무색하게도, 사정관제(학생부종합전형의 전신) 아래 대입 실적이 초라했기 때문이다. 수시 전체를 사정관제로 운영해 선발했던 2014 서울대 입시의 경우, 당시 원년을 맞아 졸업생을 배출한 18개 혁신학교 중 16개교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나머지 두 학교도 각 1명에 그쳤다. 당시 서울대 실적을 1명이상 낸 전국 고교가 모두 864개교에 달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초라한 실적이다. 토론에 참여하는 창의적 수업방식이라는 점 때문에 학종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마저 만족시키지 못한 셈이다.

입시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혁신학교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이 외면하는 학교를 무턱대고 확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혁신학교 프로그램이 결과적으로 학력 증진에는 도움이 안 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학생/학부모를 중심으로 혁신학교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이라도 혁신학교 확대 정책을 신중하게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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