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신하용 KAIST 입학처장(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은 “즐길 줄 아는 사람”을 강조한다. 이과 학생들의 의대 진학 열풍 가운데서도 KAIST와 같이 과학 공학의 길을 걷는 데 함께하겠다는 지원 자체가 ‘소신지원’으로 반갑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기가 하는 일을 재미있어 하는 학생들”이 국가경쟁력을 키울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 처장은 “KAIST에 들어와 공부하다 보면 사실 지루해질 때도 있지만,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라며 “힘들어질 때를 몇 번쯤 겪고 넘어서야 비로소 안정성도 생기고 오랫동안 자기 분야를 끌어갈 수 있다. 고비를 넘어갈만한 끈기가 있었으면 한다. 처음에 너무 빨리 앞서 나아가는 사람보다는 동료들과 잘 어울려 가면서 오래 갈 수 있는 학생들이 지원해주길 희망한다. 이 같은 자세는 KAIST뿐 아니라 어느 곳에 가든 굉장히 중요한 성공요인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조언한다. 신 처장의 조언에 KAIST로 가는 길이 명확해진다.

- 영어면접 도입 배경은
“KAIST의 강의 80% 이상이 영어강의다. 어떤 학생들은 영어강의를 따라가는 데 필요한 수준의 기본 영어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채로 들어오는 것 같다. 1학년 때 placement test를 통해 차등해 교육하긴 하지만, 입학 때는 고교 수준에서 기대되는 영어역량을 갖추고 들어오는 게 맞다. 영어강의만의 문제도 아니다. 해외활동이 활발한데, KAIST 이후 밖에 나가서의 의사소통을 위한 표준언어가 현재는 영어다. 수학 과학만 잘해서는 세계적 연구자가 될 수 없다. 입시에 반영되지 않으면 신경 안 쓰는 게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이기 때문에, 우리가 작게나마 도입해서 고교 때 수학 과학에만 치중하지 않고 영어에도 어느 정도 신경 써서 공부해주길 희망하는 게 도입취지다. 영어면접은 일반전형에만 한정해 실시한다.”

/사진=최병준 기자

- 영어면접의 내용과 수준은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되느냐를 평가한다. 평가하고자 하는 요소는 독해능력과 이후 자신이 읽은 내용을 말로 할 수 있는 표현능력이다. 유창한 발음, 정교한 문법, 고수준의 어휘구사를 요구하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고2 수준의 난이도로 쉽게 출제하며, 반영비율을 높지 않게 책정해서 영어로 인해 당락이 뒤바뀌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도록 조정할 예정이다. 별도로 사교육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그만큼 손해다. 그 시간에 다른 학습이나 활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 수학 과학 면접의 수준이 일반고생에게 버겁진 않을지
“일반고생들도 충분히 해볼만한 수준이다. 문제를 어렵게 꼬아 내는 게 아니라, KAIST에 입학한 학생들이 수학 과학에서 이런 정도는 알고 들어왔으면 하는 꼭 필요한 기본적인 부분에서 출제한다. ‘면접을 잘 못 봤는데 합격했다’는 학생보다는 ‘잘 봐서 합격했다’는 학생들이 대부분인 만큼 예측도 가능한 수준이다. 교과서에 있는 기본적인 내용을 활용해 소문항 4개를 출제하는데, 3개를 풀면 합격하는 걸 목표로 출제한다.”

- 구술면접의 진행방식은
“일반전형 면접의 경우 수학은 필수이고 과학은 물화생 중에 1개를 선택한다. 면접준비시간을 35분 주고, 이후 20분간 면접을 실시한다. 면접은 사회적 역량, 인성, 수학, 과학, 영어 순으로 진행된다. 기출문제를 입학처 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상태다. 지난해엔 수학 과학 각 1문제에 난이도 하-중-상의 3개 소문항으로 구성했지만, 올해는 각 2문제 2문항으로 바꿨다. 작년 기출문제를 참고하되, 올해 문제 수가 바뀐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면 좋겠다. 문제1과 문제2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출제한다.”

- 과고 영재학교 출신은 지원할 수없는 추천전형이 일반고생들에 기회가 될 듯하다
“일반고생들끼리 경쟁하는 전형이다 보니 기회가 될 수 있다. 소수이긴 하지만 매년 특성화고생들도 추천전형을 통해 입학하고 있다. 자사고생도 다수 입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전형의 주된 대상은 일반고생이다. 일반고생들은 일반전형으로도, 추천전형으로도 지원할 수 있는데 우리가 유불리를 말하긴 쉽진 않다. 경쟁률로만 보면 일반전형이 낮고 추천전형이 높다. 추천전형은 학교당 최대 2명을 추천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학교추천을 받은 경우 추천전형으로 지원하면 되지만 아닌 경우에도 일반전형 문이 열려있으니 시도해보면 좋을 듯하다. KAIST입시는 학종으로 일반대의 입시와 큰틀에서 비슷하며, 수시6회제한에서 제외되는 과기원이므로 수험생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 특기자 역시 기회가 될 듯하다
“특기자는 출신고교에 관계 없이 특기가 있다면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다. 올림피아드 등 교과특기 외에 소프트웨어 개발 특기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창업 특기도 가능하다. 특기입증자료는 필수제출사항으로 지난해 10개에서 올해 5개로 줄였다. 핵심특기를 제출하면 된다. 면접에선 수학 과학 영어를 제외하고 특기사항 검증을 한다. 진학 이후에도 타 전형 학생들이 23학점 듣는 기초필수를 12학점만 듣고, 나머지는 특기분야에서 소화할 수 있게 했다. 1학년 때부터 일대일 멘토를 지정해 특기를 살리고 학교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KAIST가 여기는 핵심가치가 창의와 도전이다. 전문성이 있고 열정과 도전, 도덕적인 부분, 주인의식과 협력정신 윤리의식을 중요하게 본다. KAIST의 인재상에 맞는 학생들을 선발, 출신고교에 관계 없이 잘 적응해 특기를 잘 키워갈 수 있도록 케어한다. 특히 신 총장의 ‘감동을 주는 학교’ 기치에 맞도록 기존보다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 올해 신성철 총장 취임 직후 무학과 트랙의 신설이 이뤄졌다
“무학과 트랙이라 한다면 기존의 무학과 입학과 혼동될 여지가 있어 내부에서 이름을 정해나가고 있다. 가칭은 ‘융합인재양성 무학과 트랙(이하 융합기초트랙)’이다. KAIST 학생들은 전원 무학과로 입학해서 1년 동안 자신의 기초과목을 들으며 전공을 생각하다가 1학년을 마치고 2학년 올라가는 2월쯤 전공을 선택하는 게 그간의 기본트랙이었다. 하지만 급속도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기존의 학과 전공들이 20년 후에도 그런 편제로 있을지는 현재로선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지금 들어온 학생들이 한창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시기인 20년 후에 어떤 전공이 필요한지를 현재로선 잘 모르니,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대비해 조금 더 폭 넓은 기초를 쌓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게 융합기초트랙이다. 물론 모든 학생이 융합기초트랙으로 가는 게 아니다.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이 뚜렷하게 있는 학생들은 기존전공트랙(기존의 16개 학과)에서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면 된다. 따라서 KAIST 학사과정은 기존전공트랙과 융합기초트랙의 ‘투 트랙’이 된다. 1학년 때는 전교생이 무학과로 입학해 기초과목을 듣는다. 수학과 과학, 프로그래밍 영어 논술 등의 과목이 있다.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기존전공트랙 가운데 전공을 고르거나 또는 융합기초트랙을 선택하게 된다. 융합기초트랙에선 기초과목과 통섭적인 융합을 위한 인문학 과목, 기초공학, 기계학습, 인공지능 등을 배우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추가적인 기초과목들이다. 트랙선택은 학생들의 자유선택에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목표하는 융합기초트랙의 비율은 없지만, 학생의 10% 정도가 융합기초트랙을 선택할 것이라 추측한다. ‘전통 과목만으론 앞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신성철 총장의 앞선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향후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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