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위협, 수요자 피해'..' 착한 대학이 손해보는 몰상식'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작된 대입 전형료인하 움직임이 사실상 '강제 인하압박'으로 탈바꿈하면서 대학의 전형간 특성이 무시되고 전형의 공정성이 흔들리는 한편 수요자들이 손해를 보는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이 전형료 인하를 밝힌 13일로부터 정확히 6일이 지난 19일, 교육부는 대학 입학처에 '대입전형료 투명성 제고(인하) 추진계획'을 내려보내며, 대학들에 전형료 인하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26일 밝혀졌다. 계획안은 "대입 전형료의 자율적 인하를 독려한다"면서도 제목부터 '인하 추진계획'임을 밝히고 있는데다 당장 "올해 전형료 인하 실적을 내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평가지표로 반영하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순리대로라면 대입전형료의 과중 여부를 먼저 연구해 표준안을 마련, 대학들에 권고하는 수순으로 진행돼야 할 일을 "대통령이 말했으니 올해 당장 내려야 한다"는 막무가내 압박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는 당장 내달4일까지 수시 전형료 인하계획을 일괄 제출하라는 방침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교육부의 전형료 인하 압박수준이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데 있다. 교육부가 최근 대학 입학처에 내려 보낸 추진계획과 함께  '대입전형료 인하 시행계획 제출서식'의 '예시'로 25.1% 인하를 제시된 엑셀파일이 전달됐다. 교육부는 단순 예시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대학들은 지금 분위기에서 교육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A대학 입학처장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겠다는 협박에 더해 25% 인하까지 강권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이 격에 맞지 않는 지시를 했다치더라도 시스템과 공정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실사와 표준안 마련이 우선되고 예상가능한 부작용들을 따져본 다음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게 상식이다. 25%를 채맞추는 건 그동안 내릴 수 있었는데 올려받은 부도덕한 대학임을 자인하는 일이 된다. 시일이 촉박해 지출 단가를 조정하기 어렵고 전형단계나 참여인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정리하다보면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 전형의 공정성이 침해받을 수 있고 수요자 친화조치들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결국 수요자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B대학 입학팀장도 “교육부로부터 ‘한 자리수 내리는 것으로 되겠는가. 두 자리수는 돼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들었다”며, "최소 10% 이상 비율을 내리란 얘기다. 인하를 강행하다보면 공정성이 최우선인 대입전형 시스템이 망가질 우려가 있고 설명회나 모의논술 논술가이드북발간등 수요자 친화조치들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엑셀파일이다. 전형 간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 합산으로 인하율을 맞추도록 했기 때문이다. '수식을 반드시 적용'하란 부가설명까지 따라붙은 엑셀파일대로라면 논술 5만원, 예체능실기 10만원의 전형료를 받아온 대학 가운데 논술/예체능실기 각 1만원을 인하한 대학과 논술은 그대로 두고 예체능실기 2만원을 인하한 대학의 인하율이 동일해지는 '맹점'이 존재한다. 대학들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지원자가 많은 전형은 그대로 두고, 지원자가 적은 전형의 전형료를 인하하는 '꼼수'를 유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결국 정부의 이번 전형료 인하 '밀어붙이기'는 실제 수험생들의 부담경감이 아니라 '인기영합식 보여주기'의  대표적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형간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인 전형료 인하는 그동안 고교교육정상화에 노력해온 '착한 대학'들이 오히려 피해자가 되는 역설도 양산할 전망이다. 교육부가 일정 비율을 사실상 강권하면 그간 전형료를 내려온 '착한 대학'들은 피해를, 전형료를 과도하게 받아온 '나쁜 대학'들은 오히려 이득을 보는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미 합리적인 수준의 전형료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을 나쁜 대학으로 모는 일"이라 반발하며, "그간 대학이 들여온 노력은 고려하지 않고 예외 없이 전형료를 인하하라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 교육 전문가도 “사업과 연계한다면 비율이든, 금액이든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결국 모든 대학이 같은 수준으로 전형료를 인하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로잡아야 할 대학들 사이에 끼어서 이미 잘 하고 있는 대학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라고 비판했다. 

 

<25% 인하 강행? 교육부 대학에 25.1% '예시' 하달>
문 대통령이 13일 전형료 인하를 지시한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19일, 교육부는 대학들에 대입전형료 관련 추진계획을 하달했다. '대학 입학전형료 투명성 제고(인하) 추진계획'이라 이름붙은 추진계획은 '제고'란 단어가 활용되긴 했으나, 사실상 '인하'란 결론을 내려놓은 인하추진계획에 지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사실상 인하율의 가이드라인을 던졌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추진계획에 첨부한 '대입전형료 인하 시행계획 제출서식'을 통해 25.1%의 인하율을 예시로 들었다. 수시/정시 합산 7개 전형이 있는 대학을 가정하고, 7개 전형의 전형료 합계가 35만5000원인 경우 전형별로 적게는 1만원부터 많게는 1만6000원까지 인하함으로써 총 8만9000원을 인하, 25.1%의 인하율을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시를 든 것일 뿐"이라며 해명했지만, 대학들의 반응은 달랐다. 사실상 인하율을 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추진계획에 당장 올해 전형료 인하율이 내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평가지표로 반영된단 얘기까지 들어있었던 때문이다. 여기에 인하율이 저조하거나 동참하지 않은 대학의 경우 전형료 집행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단 '협박'까지 더해졌다. C대학 입학팀장은 "대학들에게 자발적인 인하를 독려할 것 같았으면, 자체 인하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했으면 충분하다. 금액을 저렇게 지정해서 보낸다는 것은 저 정도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는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상 일정 수준 이상의 '성의(인하율)'를 보이지 않으면 내년 재정지원부터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B대학 입학팀장도 “교육부로부터 대체 얼마를 내려야 하냐고 물어 보니 ‘한 자리수 내리는 것으로 되겠는가. 두 자리수는 돼야 하지 않겠냐’는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이 지시한 일인데 사정을 알지 않냐는 얘기도 더해졌다”며, "최소 10% 이상 비율을 내리라는 얘기로 이해했다"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발언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급조'된 추진계획은 문제를 양산했다. 계획의 시작인 추진배경부터 문제가 많았다. 교육부 대입제도과는 "학생/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 경감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그간 사회적 이슈로 제기된 과도한 대입 전형료의 합리적 개선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이번 전형료 인하 추진 배경을 설명했지만 논리적 허점이 많아 보였다. 한 교육 전문가는 "합리적 개선 필요성이 있다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를 판별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추진 계획의 '일부 학교의 방만 집행 및 입학처 전체 업무비용 처리' 등이 있다고 밝히고 있을 뿐 대학들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기껏 근거라고는 수당의 경우 평균집행률보다 높게 지출한 대학이 74개교, 홍보비를 평균보다 높게 지출한 학교가 98개교라는 답변 뿐이었다. 기준을 넘어선 과도한 집행이 아니라 평균 이상의 집행을 보였다는 게 잘못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게다가 교육부가 제시한 수치들도 어떤 계산을 통해 구한 값인지 의심스럽다. 지방에 있는 소규모대학과 서울권 대형 대학을 동일한 1개 대학으로 취급해 평균을 내 억지로 정해진 결과를 도출한 것은 아닌가 싶다"며, "이미 대학들은 전형방식과 단계를 나름대로 설계해왔다. 5단계 절차가 1단계 보다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제 전형의 공정성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괄인하 압박은 전형 단계를 줄이거나 참여 교수나 교직원의 숫자 혹은 검토 교사의 숫자를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번 전형료 인하 방안이 '보여주기 식'에 급급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더해졌다. 시행계획 제출서식을 보면, 전형별 지원자 수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전 전형의 인하금액을 단순 합산해 인하율을 정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대학들에 내려보낸 제출서식 엑셀파일은 수시 4개 정시 3개 전형으로 구성돼 있다. 교과(3만5000원) 학종(4만5000원) 논술(6만5000원) 예체능특기자(7만원)의 4개 수시에 더해 수능위주 일반전형 가군(3만5000원), 수능위주 농어촌전형 나군(3만5000원), 실기위주 다군(7만원)의 3개 정시 구조였다. 7개 전형의 전형료 총합은 35만5000원이었다. 교육부는 이 중 교과와 정시 가/나군 각 1만원, 학종 1만2000원, 논술 1만5000원, 수시 예체능특기자와 정시 다군 각 1만6000원을 인하하는 경우 총 인하액은 8만9000원이므로 인하율이 기존 35만5000원 대비 25.1%가 된다는 방식의 인하율 계산식을 제시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계산식은 대학들의 '꼼수'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방식대로 인하율을 계산하는 경우 전체 인하율이 고려대상이지 지원자 경향 전형별 특성은 고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부의 인하율 계산 방식은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학생부교과/예체능특기자에서 1만원을 내리는 것과 지원자가 많은 논술에서 1만원을 내리는 것을 모두 동일하게 취급한다. 교육부가 든 예시에서 정시 다군 실기위주의 전형료를 4만원으로 3만원 깎는 경우 논술 전형료는 1000원만 내리거나 내리지 않아도 비슷한 인하율이 나오게 된다. 상대적으로 학종/교과/논술 등에 비해 비싼 예체능실기전형에서 전형료를 대폭 인하하도록 대학들의 '꼼수'를 유도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효성 없는 인하율 산정방식은 정부가 실제 수험생들의 부담 경감엔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을 반증하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진정 수험생/학부모의 부담을 고려했다면, 지원자가 많은 논술 등의 전형료 감소를 유도했어야 한다. 하지만, 제출서식은 모든 전형을 동일하게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수험생들이 받는 혜택은 얼마 없지만, 겉으로 드러난 인하율이 커 보이도록 '착시효과'를 노리고 계산방식을 짠 것으로 추정된다"며,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데도 대통령의 발언이란 이유만으로 밀어붙여지는 급조된 전형료 인하 추진계획을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한다. 이번 일은 제왕적 대통령의 한마디가 일으키는 나비효과를 충분히 보여줬다. 인하한다면 인기가 올라갈 것으로 보고 격에 맞지 않는 얘기를 꺼냈겠지만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자의 한마디가 그동안 열심히 해온 대학과 전형료가 낮아지리라고 기대하는 순진한 수요자들을 의도치 않은 피해자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표준안 나오기도 전 “일단 내려라”>
교육부는 당장 2018 수시부터 전형료를 인하할 것을 주문하고 다음달 4일까지 인하 계획을 제출하라고 한 상태다. 현 전형료 산정 방식의 개선점을 논의하기도 전에 ‘일단 내리라’는 식인 탓에 대학가는 혼란에 빠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절차와 과정이 생략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관계자는 “현재 대입전형료가 과도한 것인지, 과도하다면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하는지 살펴보고 바꾸는 것이 맞다. 제대로 된 분석없이 무조건 내리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수입/지출에 관한 규정을 구체화한 전형료 표준안을 내년 3월까지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또다른 대학 관계자는 “표준안이 나오고 나서 진행하면 되는데 정상적인 절차와 과정없이 당장 실시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대학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유도하면서 표준화 작업을 거친 후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일부 대학에 대한 실태조사를 예정하고 있다. 대학이 인건비와 홍보비를 적정한 수준으로 지출했는지 점검하고 산정기준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부터 대학의 ‘부도덕’을 가정하고 인하부터 지시하는 모양새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계자는 “대학이 잘못 운영해온 부분이 있다면 함께 살펴보고 바꿔가는 것이 맞지, 살펴볼 겨를도 없이 무조건 부도덕하다고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당장 9월 초부터 원서접수를 해야 하는데 다음달 4일까지 인하 계획을 내라고 하니 대학으로서는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미 전형료 현실화한 대학은 어떻게”>
대학가는 전형료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대입전형료는 산정방법을 사실상 대학의 자율에 맡겨놓았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재 전형료 산정방법은 고등교육법 제34조의4의 제2항에 따라 교육부령으로 정하고 있지만 지출항목에 대해 규정할 뿐 지출 수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준없이 일괄적으로 전형료를 낮추게되면 그간 전형료를 낮춰 수요자를 배려해 온 대학이나 고교교육정상화에 기여해온 학종을 많이 운영한 '착한 대학'들이 피해자가 되는 역설이 양산된다.  이미 전형단계나 방법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전형료를 인하한 대학은 또다시 전형료를 인하할 경우 재정에 타격이 생긴다는 우려다. 한 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의 경우 2015학년 이미 전형료를 현실화했다”면서 “평균적으로 26~30% 가까이 인하를 했고 특정 전형의 경우 40% 정도로 인하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수입과 지출이 딱 맞게 만들어놨는데 여기서 더 내리라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별 인하가능폭이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고교대학기여대학 지원사업과의 연계도 논란이 됐다. 반영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일정한 기준에 따라 인하폭을 평가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비율이나 액수 등 평가기준 설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내년도 고교교육기여대학 지원사업 평가에 반영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반영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인하율과 연계해 점수를 주는 방식이 아니겠냐”면서 “비율로 정할지 액수로 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고교교육 기여와 전형료 인하 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학종 비율이 높은 대학만 손해라는 지적도 있다. 학종이 타 전형 대비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기 때문이다. 고교교육기여대학 지원사업에 발맞춰 학종을 확대해 온 ‘착한 대학’들이 역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는 분석이다. 학종은 1단계 서류평가에서 학생부/자소서 등을 검토하고 2차 면접을 실시하는 등 전형에 투입되는 인원이 많은 편이다.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로 실시한다는 특징도 있다. 공정한 전형 운영을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신 성적으로 정량평가하는 교과전형을 주로 늘려온 중하위권 대학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내신을 줄세워 선발하지 않는 학종과 달리 교과는 내신 성적만을 반영해 비교적 간단한 전형방식으로 선발하기 때문이다. 상위17개대학 기준으로 보면 특기자(9만7500원)>학종(7만5535원)>논술(6만5000원)>교과(5만2272원) 순으로 교과가 가장 싼 편이었다. 

<상위17개대학 수당 37.4%, 홍보비 16.1%순 지출>
교육부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출 항목은 12가지로 구분된다. 수당 홍보비 회의비 업무위탁수수료 인쇄비 자료구입비 소모품비 공공요금 식비 여비 주차료 시설사용료가 해당된다.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에서 받은 지난해 전형료 수입 및 반환 현황에 따르면 상위17개대학의 지출(수시/정시 합산)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수당 항목(37.4%)이었다. 이어 홍보비(16.1%) 업무위탁수수료(12.7%) 순이었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수당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연세대가 47.9%로 가장 많았고 이어 숙대(47%) 고대(45.9%) 건대(40.7%) 외대(40.3%) 경희대(39.9%) 이대(38.9%) 홍대(38.6%) 중대(38.3%) 서울대(37.6%) 시립대(36%) 동대(34.2%) 한대(32.8%) 단대(31.9%) 인하대(30.3%) 서강대(28.7%) 성대(27.3%) 순이었다. 

수당은 ‘입학전형 업무를 수행하는 교직원 등에게 지급하는 비용’으로 입학전형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에게 실비를 지급하는 것 외에 성과급 등의 다른 목적으로 지급할 수 없다. 입학사정관의 연봉은 포함하지 않으며 근무시간 외 주말 등에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 수당으로 지출된다. 입학사정관뿐만 아니라 입시 전반에 필요한 인력에 사용되는 인건비도 포함된다. 대학 관계자는 “예체능 실기를 실시하는 경우 촬영도 모두 해야 한다. 문제 출제 수당, 평가 수당 등 입시를 위해 동원되는 인력에 대한 수당이 지불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위17개대학에서 수당 지출 비율은 37.4%로 204개 전체 대학 평균인 33.7%보다 다소 높았다. 타대학 대비 학종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학종은 대부분 1단계 서류평가와 2단계 면접 과정을 치르는 다단계 전형으로 실시된다. 서류평가에 필요한 인원뿐만 아니라 면접 역시 출제와 면접과정에 교수들이 참여하는 등 비교적 많은 인력이 소요된다.

대학이 징수하고 있는 전형별 전형료 차이를 살펴보면 좀 더 명확히 드러난다. 상위17개대학 기준으로 특기자(9만7500원)>학종(7만5535원)>논술(6만5000원)>교과(5만2272원) 순으로 전형료가 비쌌다. 특기자는 2단계 전형을 거칠뿐만 아니라 심화된 구술면접을 치르는 특징이다. 어학특기자의 경우 외국교수 또한 참여하고, 수학과학특기자의 경우 구술면접을 위한 출제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비쌀 수밖에 없다. 

홍보비는 고등교육법상 ‘입학전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설명회 개최, 박람회 참여, 입학에 관한 홍보자료나 입학전형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으로 명시하고 있다. 홍보물품을 제작하거나 구입하는 데 사용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추가로 존재한다. 입학정원에 따른 지출비율도 규정하고 있다. 정원이 1300명 미만인 대학은 전형료 총 지출의 40%, 1300명 이상 2500명 미만은 30%, 2500명 이상은 20%를 초과하지 못한다.

상위17개대학 평균으로 보면 수당에 이어 홍보비, 업무위탁 수수료 순이었지만 대학 개별로 보면 홍보비보다 업무위탁수수료, 식비 등 기타 비용이 더 많이 든 경우도 있었다. 업무위탁 수수료는 입학전형 업무의 일부를 제3자에게 위탁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지출 비율은 시설사용료(8.7%) 식비(6.4%) 공공요금(6.3%) 인쇄비(6.1%) 소모품비(4.1%) 여비(0.7%) 회의비(0.6%) 주차료(0.5%) 자료구입비(0.3%)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각 항목은 고등교육법상 ▲시설사용료(입학전형 업무 수행에 따른 시설 사용료) ▲식비(입학전형 업무 수행에 따른 식비) ▲공공요금(입학전형 업무 수행에 따른 전기료, 수도료, 통신료, 난방비, 우편료 등의 비용) ▲인쇄비(입학원서, 모집요강, 안내책자 등 입학전형 관련 인쇄물 제작에 드는 비용) ▲소모품비(입학전형 업무 수행에 따른 소모품 구입 비용) ▲여비(입학전형 업무 수행에 따른 출장비) ▲회의비(입학전형 관련 회의를 개최하는 데 드는 비용) ▲주차료(입학전형 업무 수행에 따른 주차료) ▲자료구입비(입학전형 업무 수행에 따른 자료 구입 비용)로 정의하고 있다.

<수당 축소..전형단계 간소화로 입시공정성 침해 우려>
전형료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수당이 줄어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장 전문가들은 입시공정성이 침해당할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표준안이 만들어진 이후라면 대학별 단가가 통일되는 효과라도 있겠지만 이번 처럼 전체 전형료 인하로 압박한다면 수당부문의 단가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단계나 참여인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귀결될 것으로 본다. 결국 학종이나 논술이나 수시의 골간을 이루는 전형 전체가 공정성을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A대학의 경우 논술, 모의논술 출제 등에 1일 수당으로 출제위원장(2명) 50만원, 출제위원(22명) 45만원 등을 지급하고 있었다. 고교과정 이탈 여부를 판단하는 검토교사(10명) 역시 45만원으로 지급된다. 출제위원의 업무를 보조하는 출제반장(1명) 30만원, 출제서무(2명) 각 25만원이다. 이들에 드는 비용만 1일 1620만원인 셈이다. 이들은 논술당일 기준 10일 전부터 합숙을 거쳐 지급해야 하는 수당은 10배로 늘어나 총 1억6200만원에 달한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출입을 통제하는 출제방호원에도 1일 6만5000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었다. 논술당일 3일전 문제지가 확정되면 문제를 인쇄소에 넘기는 인원 3명에 1일당 25만원을 지급했다. 이들 역시 보안을 위해 3일간 합숙을 실시했다. 인쇄관련 직원 비용까지 합하면 총 1억6950만원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 대학 관계자는 “합숙을 통해 문제를 출제하는 대학의 경우 합숙날짜를 줄인다든지, 아예 합숙을 없앨 수도 있다. 문제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이 느슨해질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전형 단계에서 입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실시했던 조치들이 축소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수요자에게 돌아온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정성평가의 특징인 학종은 타 전형 대비 평가자의 역할이 더 큰 편이다. 논술, 교과, 수능의 경우 정량화된 수치로 줄세워 선발할 수 있지만 학종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류 평가와 면접 과정에서 복수의 인원이 참여해 재차 검증하는 절차도 거친다. 전임사정관의 임금은 고교교육정상화사업에서 지출되지만 교수들이 맡는 위탁사정관의 비용은 전형료에서 지출된다. 면접관이 몇 명이냐 며칠 차출되는가에 따라서도 수당이 달라진다. 전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수당만 줄어드는 경우 여러단계의 검증 절차가 축소될 가능성이높아진다. 

논술은 논술 출제/검토/채점의 과정이 있다. 다수의 교수가 논술을 출제하는 데 참여하고 해당 문제가 고교과정을 이탈하지는 않았는지 고교 교사의 검토를 거친다. 시험을 응시하고 난 후 채점도 해야 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똑같이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이라도 1차 채점만 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2차 3차의 과정을 거쳐 신중을 기하는 대학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육 관계자는 “대학들이 실시하고 있던 절차를 무시하고 무작정 낮추라고 한다면, 2번 검증하던 절차를 한 번으로 줄이거나 인원을 줄이는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보비 축소..도서벽지 설명회 등 수요자 친화조치 위축 우려>
당장 올해부터 전형료를 인하할 경우, 대학들은 이미 전형료 수입을 기반으로 짜놓은 지출계획을 대폭 수정해야한다. 대입이 1년 단위로 진행되는 만큼 이미 1년치 계획이 다 짜여진 상황에서 어떻게 계획을 수정해야 할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는 “이미 올해 초부터 전형료를 기반으로 한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면서 “대학에게 너무 큰 숙제를 던졌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도서벽지를 대상으로 실시해오던 설명회부터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소외지역에 대한 정보차별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대학 관계자는 “홍보라는 측면은 수험생에게 알권리를 공평하게 제공하는 역할이다. 예산이 줄어들어 홍보비 예산도 줄인다고 하면 대학 입장에서는 효율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효율성을 고려하다보면 대도시 등 인원이 많이 모이는 곳에 우선적으로 가게될 것”이라면서 “정보에 대한 형평성 차원에서 오히려 차별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설명회를 비롯해 박람회, 고교방문설명회, 모의논술 등 다양한 수요자 친화조치가 위축돼 결국 수요자 피해로 돌아온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전형료를 내리라고 한다면 모의논술을 줄이거나 채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입 정보를 제공하던 수요자 친화조치가 줄어드는 경우 오히려 사교육이 기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이 직접 정보를 제공하던 통로가 사라지면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사교육이 파고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1인당 100만원? 실제는 지난해 평균 45만원선>
정부가 강행한 대로 전형료를 인하하더라도 여론의 비판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하는 수없이 내리더라도 ‘그럼 그동안 전형료 장사를 한 것이냐’며 매도당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학은 전형료를 내릴 수도 안 내릴 수도 없는 고민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전형료를 내리지 않았다가는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고, 고통 분담의 차원에서 전형료를 낮추겠다고 동참하더라도 ‘그동안 내릴 수 있었는데 왜 안 내렸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고민된다”고 말했다. 

대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씌운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은 무조건 부도덕하고 무조건 나쁘다는 메시지를 수험생을 비롯한 학부모 국민들에게 던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고민이 된다”면서 “불신을 조장하고 대학에 대한 부정적 시그널을 주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1인당 전형료 부담액이 100만원이라는 지적은 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교육 전문가는 “수시 6회, 정시 3회가 최대이기 때문에 수시는 보통 10만원 내외, 정시는 4만원 내외인 것을 고려해 70만원 선”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교육 전문가는 “수시6회, 정시3회는 지원제한을 정해둔 것이지 필수 지원 횟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원 횟수에 따라 수험생 개별 부담이 달라진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모든 학생이 100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 것처럼 몰아세운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교육부가 입학처에 보낸 전형료 인하 추진계획을 보더라도 전형료 부담이 100만원에 이른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팩트와 거리가 멀었다. 교육부는 전형료 운영현황이라며, 지난해 307만명이 대학 입시에 지원했고, 1인당 평균 전형료는 4만9000원 선인 것으로 집계했다. 현재 수시 지원횟수가 6회로 제한돼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시 전형료 부담은 평균 3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었다. 정시까지 전부 포함한 9회지원으로 계산하더라도 평균 전형료 부담은 45만원을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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