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강화 비용만 18조원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교육분야 과제를 추진하는 데 30조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비용을 가늠하기 힘든 과제는 제외한 수치라는 점에서 총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재원마련 방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겠다는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지고 재원마련 대책도 마련하지 않는 선심성 정책추진이라는 비판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숙명여대 교육학과 송기창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문재인 정부의 교육분야 주요 국정과제를 이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은 30조1750억원이다. 총 비용을 가늠할 수 있는 14가지 과제만으로 한정해 산출한 결과다. 

주로 공공성 강화에 해당하는 과제에서 높은 재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리과정 국고부담, 국공립유치원 신/증설, 고교 무상교육 실시, 초등 돌봄교실 확대, 대학 입학금 폐지, 반값등록금 확대, 사립유치원 교사처우 개선 등 7가지 과제에 총 18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세부 과제로 보면 누리과정 국고부담이 매년 1조700억씩 총 5조3500억원이 소요돼 가장 많았다.

이어 미래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분야에서는 3가지 과제에 총 8조3050억원이, 공교육 혁신 분야에서는 4가지 과제에 총 3조8700억원이 예상됐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교육과제 중 구체적 비용을 파악하기 힘든 과제는 제외한 수치라는 점에서 예상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고교학점제, 공영형 사립대 등 굵직한 사안들 역시 만만치 않은 비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교육공무직 임금도 인상될 것으로 보이면서 막대한 교육재정을 어디에서 조달할 것인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교육분야 과제를 추진하는 데 30조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공공성 강화에 해당하는 과제에서 주로 높은 비용이 예상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추산 가능한 비용만 30조원>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교육공약은 크게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 강화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 ▲교육의 희망사다리 복원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평생/직업교육 혁신 ▲미래 교육환경 조성 및 안전한 학교 구현 ▲교육 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자치 강화로 나뉜다. 

분석 대상에 포함된 14가지 과제는 공공성 강화, 미래 교육환경 조성, 공교육 혁신 분야에 해당된다. 분석에 따르면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분야에서 주로 많은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누리과정 국고부담이 매년 1조700억씩 총 5조3500억원이 소요돼 가장 비쌌다. ▲국공립유치원 신/증설 3조3900억원 ▲고교 무상교육 실시 3조3600억원 ▲초등 돌봄교실 확대 3조1500억원 ▲대학입학금 폐지 1조4000억원 ▲반값등록금 확대 1조원 ▲사립유치원 교사처우개선 3500억원으로 총 18조였다. 

이어 미래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분야에서는 3가지 과제에 총 8조3050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총 4조2300억원 ▲교육환경개선 2조5000억원 ▲초중고 교원 증원 1조5750억원 순이었다. 

공교육 혁신 분야에서는 ▲초등 기초학력보장제 1조9800억원 ▲특목고/자사고 폐지 1조1900억원 ▲자유학기제 확대 3500억원 ▲자유학년제 도입 3500억원 순으로 총 3조8700억원이었다. 

<자사고/특목고 폐지..일반고 재원 하향평준화 우려>
현재 고입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인 특목고/자사고 폐지에서 소요되는 세부 비용을 추정할 자료도 있다. 지난 2014년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통한 지정취소 논란 당시 자사고 폐지 비용을 분석한 자료다. 김회선(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자사고 일반고 전환에 따른 재정 소요추계’에서는 전국 49개 자사고(2014년 기준)가 일반고로 전환하는 경우 5년간 8491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특목고를 제외한 자사고만을 분석한 수치다. 

폐지 비용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경우 정부에서 재정을 지원해야하기 때문이다. 일반 사립고는 교육청으로부터 교직원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받지만 자사고는 지원받지 않기 때문이다. 6월 열린 ‘외고자사고 폐지가 공정한 교육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는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이 46개 자사고가 정부 보조금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교직원 인건비, 학교/교육과정 운영비 등 필요 재정은 학생의 납입금과 법인 전입금만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 이사장은 “자사고가 정부의 재정 결함 보조금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필요 재원을 수급했기 때문에 국가가 매년 2000억원의 재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자사고가 자체적으로 수급하던 재원이 정부 예산으로 대거 충당될 경우 일반고에 지원하던 예산이 줄어든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반고 살리기’의 취지에서 오히려 벗어나는 셈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일반고를 살리기 위한 진짜 방안이 무엇인지 숙고해야 한다. 자사고/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해 일반고가 대폭 늘어나면, 현 상태에서는 학교당 지원되는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사고/특목고 학생들이 각 일반고로 편입되는 것이 질적인 하향평준화의 문제라면, 한정된 재원 나누기는 재원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산 불가능한 과제도 산적>
비용 추산조차 불가능한 과제도 남아있다. 100대 국정과제로 제시된 교육공약 중 대표적으로 고교학점제, 거점 국립대 집중육성 등이 해당된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고교학점제는 교원 증원뿐만 아니라 교실 확충 등 교육환경 개선과도 연관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선 당시에도 재원 문제가 지적됐다. 안철수 후보는 “전국적으로 확대할 시 10조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고교학점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는 학교를 기준으로 한 학교당 연간 6000여만 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국 2200여 고교에 총 1300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점 국립대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안은 고등교육의 질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제시된 과제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후보자 시절 원탁토론아카데미가 주최한 교육포럼에서 “거점 국립대 학생 1인당 예산을 현1500만원에서 서울 5대사립대 수준인 2000만원 이상으로 높여 명문대로 만들겠다는 것이 공약”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18년부터 지역 강소대학을 지원하고 2019년부터 공영형 사립대도 단계적으로 육성해 확대하겠다는 계획까지 포함하면 상당한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영형 사립대는 사립대에 정부가 경비를 50% 지원하는 대신 이사회 절반을 공익이사로 채워 정부와 사립대가 함께 운영하는 형태를 뜻한다. 교육공약 설계에 참여한 반상진 전북대 교수에 따르면 공영형 사립대 30개를 육성하는 데는 연간 1조1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공무직 인건비 재정 추가 소요>
추진중인 과제만도 막대한 재정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문제도 더해졌다. 초중고 교육공무직의 임금도 그만큼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육공무직은 학교나 교육행정기관에서 급식, 행정, 상담 등 교육/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뜻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확정되면서 올해 6470원보다 16.4% 인상됐다.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교육공무직 중 가장 낮은 보수를 받는 교육/행정실무사의 1년차 시급이 6836원으로 내년 최저임금 기준, 최소 694원을 올려야 한다. 최저시급을 넘는 직군도 있지만 교육/행정실무사의 임금을 인상하면 나머지 직군도 자동적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직종간 형평성을 고려하면 인상률이 동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15만여명으로 추산되는 교육공무직의 기본급을 모두 694원씩 인상하는 경우 1년에 2165억여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이에 대해 한 교육계 관계자는 “추진하겠다는 교육과제에 드는 비용도 막대한데 최저임금 인상까지 더해져 앞으로 얼마만큼의 비용이 더 들지도 예상하기 힘든 상태”라면서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결국 모두 남발성 계획에 그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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