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근 덕원여고(영어, 진학부) 교사

2018대입은 바야흐로 ‘학종시대’라 부를만하다. 전년도 대비 1만1130명이 증가한 8만3231명을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선발하며, 전체 대입 모집 인원 중 23.6%를 차지하고 있다. 15개 서울 상위권 대학으로 한정할 경우 그 비중이 42.4%로 올라가게 된다.

학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학생부이다. 학생의 학생부가 어떻게 기록되느냐가 학종의 성패를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많은 일선학교들은 학생들의 학생부를 풍성하게 만드는 노력을 해왔다. 일반고를 중심으로 자사고와 특목고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고, 여러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학생부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종의 중심인 학생부에 대한 불신은 상당하며, EBS의 ‘대학입시의 진실’ 이후 더욱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입시제도가 정시와 논술은 줄어들고 학종 중심으로 쏠리는 현상이 예상되면서 이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교사간 학종에 대한 찬반여론이 팽팽하며, 교육 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학부모들에게는 그야말로 공정성을 상실한 입시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송기석 의원(국민의당)이 학부모 8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무려 79.6%의 학부모가 학종은 학생과 학부모가 합격, 불합격 기준과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전형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유는 역시 학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학생부에 대한 불신이라고 할 수 있다.

김상근 덕원여고 교사

원인은 여러가지다. 학종과 학생부 기재에 대한 학부모의 정보부재가 첫 번째일 것이고, 학생부를 기재하는 교사와 학교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 그리고 기재 자체의 학교간 교사간 격차, 마지막으로 이를 평가하는 대학교의 불확실한 정보공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억울한 측면은 있다. 기존 수능중심의 정량적 평가에 익숙한 학부모들이 학종의 정성적 평가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불신은 비롯됐다. 작년 말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정유라 사건’으로 인해서 정성적 평가(엄밀히 말하자면 면접)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여기에 일부 학교에서 벌어진 학생부 조작사건으로 인해서 학생부와 학종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반면 대학 당국과 각 학교의 진로진학을 책임지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학종 옹호론은 굳건하기만 하다. 이전과는 다르게 고교 현장은 단순한 지식전달과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수업혁신에 노력하고 있고, 그 속도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결과와 성공만이 중요했던 교육에서 과정과 실패가 중요한 교육이 되고 있다. 학종의 핵심은 숫자로만 기술되어 왔던 학생의 역량이 말로 표현되고 있으며, 핵심은 바로 ‘과정’에 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학생중심의 수업과 활동이 학교활동의 중심으로 돋움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로 인해서 변해가는 학생과 학교를 경험하고 있는 교사들은 학종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학교현장과 학부모, 그리고 학생, 여기에 언론과 정치권까지 합세한 학종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교육, 특히 입시를 바라보는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에 단시간에 해결되기는 힘들다. 학종을 바라보는 이러한 극단적인 차이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학종의 핵심인 학생부에 대한 학부모들의 올바른 이해와 학생부를 작성하는 교사들의 태도에 달려있다.

학부모들은 단순히 입시라는 측면에서 학종을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학종으로 인한 학교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사들도 ‘대학 잘 보내기’라는 기존의 인식이 아닌 진정한 교육의 변화를 꾀하는 수단으로써 학종을 바라보아야 한다. 대학 역시 생색내기 식에 불과한 소수의 합격사례가 아닌 좀 더 실질적인 합격 사례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학종에 대한 불만은 상당수가 정보부재에 있다. 고액의 컨설팅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러한 정보를 소수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이러한 정보를 과감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금보다 최소 10배 이상의 합격사례를 각 학과나 학부별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학종은 하나의 대학 입시 전형에 불과하다. 장단점도 뚜렷하고, 이로 인한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 너머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업의 변화, 학교의 변화, 교사의 변화에는 그리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있다. 학종의 근본은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에 학종 논란에 대한 해답이 숨어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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