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우수자의 고교생활 단면 공개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서울대 입학본부가 웹진 ‘아로리’ 5호를 15일 발간했다. 아로리는 서울대의 입학정보를 담은 웹진으로 학종에 대한 안내뿐만 아니라 지난해 일반전형 면접/구술고사와 적성/인성면접의 기출문제도 소개한 자료다.

아로리는 학생생활>전공 돋보기 코너를 통해 지난해 면접 우수자의 고교 생활을 소개했다. 서울대 입학처 관계자는 “각 모집단위의 면접 최우수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면접은 정성평가이기 때문에 점수를 매기는 것은 아니지만 점수를 매긴다고 하면 만점에 가까울 정도의 학생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합격생이라면 내신관리나 수능 준비만으로 고교 생활을 보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학업과는 전혀 연관이 없을 만한 활동에도 몰두한 경험이 있었다. '공부만' 할 줄 아는 학생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통해 폭넓은 사고를 할 줄 아는 학생을 뽑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교 시절 중 가장 유의미했던 활동을 꼽은 학생들은 과고와 자공고 출신학생 각 1명과 일반고 학생 5명이었다. 일반고 학생의 사례가 다수 포함된 데는 상대적으로 학생부에 적을 만한 교내 활동이 적어 학종에서 불리한 것 아니냐는 일부 일반고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각자만의 ‘왕도’를 통해 충분히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다는 간접적인 설명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례를 살펴보면 본인이 흥미를 갖고 탐구한 활동이 결과적으로는 진로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내신에 도움이 되는 활동만 했더라면 얻지 못했을 결과물이다. 아로리는 발터 벤야민의 "모든 결정타는 왼손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라는 명언과 함께 학생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활력소를 얻기 위해 짬을 내 했던 취미활동이나 봉사활동이 '결정타'가 된 것이다. 꼭 진로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재충전의 효과를 얻어 공부에 더 매진할 수 있는 마음상태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합격생의 사례는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가장 큰 도움이 된' 이야기로 채워졌다. 

서울대가 웹진 ‘아로리’ 5호를 15일 발간했다. 아로리는 서울대의 입학정보를 담은 웹진으로 올해 학종에 대한 안내뿐만 아니라 지난해 일반전형 면접/구술고사와 적성/인성면접의 기출문제도 소개하고 있다. /사진=서울대 아로리 홈페이지 캡쳐

<진로 결심하게 만든 다양한 취미활동>
서울대 합격생이라고 해서 내신공부에만 몰두한 건 아니었다. 내신공부와는 무관한 활동을 통해 희망전공을 정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본인이 흥미를 가진 활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탐구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스스로 진로를 찾아 나간 과정은 면접 답변에서도 진정성을 더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뜻밖에 전공으로 연결된 경우는 다양했다. 인문대학 노어노문학과 OO하(A) 학생은 중3 때 읽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고2 때 다시 읽으면서 전보다 더욱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이 때의 경험이 노어노문학과로 진로를 결정한 계기가 됐다. A학생은 “사서 선생님과 대화하며 다른 책들도 찾아보고, 독서 감상문을 여러 펀 작성하면서 진로를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통해 아동 언어심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주1회, 1시간씩 새터민 어린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친 경험이다. 사회과학대학 심리학과에 진학한 OO영(B) 학생은 북한말과 중국어에 익숙해 초등학교 입학 후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새터민 학생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고민 끝에 심리학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야구기록 분석을 취미로 한 경우도 있다. 평소 야구보기를 즐겨했다는 자연과학대학 통계학과  OO찬(C) 학생은 통계에 친숙해졌다.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소설 창작이 취미였던 농업생명과학대학 산림과학부 OO헌(D) 학생은 쉬는 시간마다 소설을 창작했다. 자연스레 작문 실력 향상으로 이어져 교내 소논문 발표대회에 참여하는 것에는 부담이 없을 정도였다. 글을 쓰다가 막힐 때는 책을 읽으며 좋은 문장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D 학생은 “소논문발표 대회에 참여해 ‘조림’을 주제로 탐구하면서 산림과학부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원래 희망하던 전공은 ‘환경공학’이었지만 글쓰기를 계기로 전공을 변경한 사례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내신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A 학생은 꾸준한 독서 활동이 학업에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책을 통해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1학년 때 읽은 ‘정의란 무엇인가’, ‘소피의 세계’ 등이 고3때 배운 윤리 과목에 도움이 되는 식이었다. 꼭 내신에 도움이 된 것은 아니더라도 수험 생활에 필요한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B 학생은 새터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을 통해 몸은 고됐지만 다녀온 후 학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마냥 침울한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밝고 귀여운 아이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내가 치유됐다. 이 활동을 계속하지 않으면 힐링(healing)할 곳을 찾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전공과 무관해도 사고의 폭 넓힐 수 있는 활동 중요해>
희망 전공과 관련된 활동만 한 것은 아니다. 수험생활의 활력소를 찾기 위해 다소 전공과는 거리가 먼 듯한 활동에도 심취했다. ‘작곡’이라는 흔하지 않은 취미 활동을 가진 학생도 있었다. 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 OO철(E) 학생은“쉽게 질리는 성격이라 장시간 공부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환기가 필요하다. 작곡이 활력소가 됐다. 매주 금요일 저녁엔 선생님께 양해를 구해 야간자율학습에서 빠지고 곡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한시가 바빠 학업에만 몰두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는 사례다.

‘독서활동’은 대다수의 서울대 합격생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고교 활동이기도 하다. 내신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의 폭과 깊이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독서에서 더 나아가 토론 활동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다. 공과대학 원자핵공학과 OO우(F) 학생은 독서를 서울대 진학의 비결로 꼽았다. F 학생은 “내신준비만 했다면 서울대에 진학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도에 공부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충전의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진로까지 정할 수 있었다. 

특히 토론활동은 책을 읽은 후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생활과학대학 소비자아동학부 OO민(G) 학생은 고전읽기스터디 활동을 통해 사유하는 힘을 키웠다고 말했다. 오히려 대부분 학생이 참여하는 소논문 작성 활동은 하지 않았다. G 학생은 “‘소크라테스의 변론’, ‘자유로부터의 도피’ 등 고전 읽기에 매진했다. 그러다보니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아동가족학’에 대해 쓸 말이 없어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한 모습을 입학사정관께서 알아보실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꼭 세부 전공과 매칭되는 활동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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