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곳 지정..학교당 35억 기숙사 신설 지원

[베리타스알파=최희연 기자] 농어촌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대입 실적을 내는 제2, 제3의 공주 한일고가 탄생할 전망이다. ‘전국단위 선발’을 실시할 수 있는 농산어촌 거점 우수고가 내년 5곳 지정되기 때문이다. 농산어촌 우수고 육성을 통해 지방과 수도권, 도시와 농촌간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에 따라 실시되는 사업으로 학생 유치를 위해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뒷받침된다. 전국단위 선발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숙사 설립비, 냉난방 시설 및 노후시설 개선비 등을 포함해 학교당 35억 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 교원을 추가 배치하고 기숙사를 활용해 야간에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며, 교원에게 승진 가산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강화해 우수 교장 및 교원 유치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농산어촌 거점 우수고로 선정된 5개교는 학교 유형상 자율형 공립고(이하 자공고)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자공고로 지정되면 학교장과 교육감이 협의해 정원의 일정 비율을 전국단위에서 선발할 수 있다. 자공고는 후기 모집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사고와 특목고 보다는 늦게 선발을 진행하지만, 일반고의 학생 모집에 앞서 선발권을 갖는다. 일반고로 분류, 후기모집을 실시하는 공주 한일고와 공주사대부고 등이 자사고와 특목고 입시에서 불합격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1순위의 학교임을 감안하면 추후 자사고와 특목고 지원에서 불합격한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기숙사 체제 학교가 늘어나는 셈이다.

농어촌 우수고로 전국단위 선발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농어촌 자율학교인 공주 한일고, 공주사대부고 등과 운영 방식이 비슷하지만, 새롭게 선정되는 농산어촌 거점 우수고는 자율고(자공고)로 분류되고 학교 시설 개선, 우수교원 충원 등의 다양한 지원을 패키지처럼 함께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농산어촌 거점 우수학교가 자공고로 지정되면 5년 단위로 운영을 하게 된다. 추후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연장 운영이 가능하다.

농산어촌 거점 우수고 지정은 지난 4월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 맞춤형 교육 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교육여건이 열학한 지역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실시된다. 올해 말 사업 공모를 시작해 농어촌 학교가 존재하는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빠르면 올해 내로, 늦어도 내년 초에는 5개교가 농산어촌 거점 우수고로 선정, 연중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아직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나 일정 등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 전국단위 선발권을 활용, 교육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제2의 공주 한일고가 탄생할 전망이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전국단위 자사고 잇게 될 전국단위 자공고>
전국단위 자공고는 추후 전국단위 자사고 입시의 뒤를 잇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수도권-지방 순으로 선호도가 형성되는 대입과 달리 고입은 모집단위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기 때문이다. 고입에서 전국단위 선발권이 주어진다는 것은 학교의 영향력, 경쟁력 강화를 의미한다. 대입 실적과 경쟁률이 학교의 영향력을 전부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통상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학교가 광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학교보다 대입 실적과 경쟁률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대부분의 학교는 전교생 기숙사 체제로 운영, 사교육 없이 매년 괄목할만한 대입 실적을 내면서 수험생과 학부모의 주목을 이끌고 있다. 2016 서울대 등록자를 살펴보면 서울대 등록 실적 톱10 가운데 7개교(자사고 4곳, 영재학교 3곳)가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학교였다. 대입 실적은 경쟁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기고 모집에 앞서 선발을 완료하는 특차 성격의 영재학교 경쟁률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학교의 경쟁률이 광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학교 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6학년 기준 전국단위 자사고 10개교의 경쟁률은 2.67대 1로 기록됐다. 같은 해 과고(3.87대 1)를 제외한 광역단위 자사고(1.58대 1) 국제고(2.17대 1) 외고(1.94대 1) 보다 경쟁률이 높았다. 특히, 전국단위 자사고 10개교 모집전형 가운데 전국 중3 누구나 지원 가능한 전형의 경쟁률은 3.63대 1로 경쟁이 더욱 치열했다.

자공고는 전기 모집을 실시하는 자사고 특목고와 달리 후기고로 분류된다. 전기고 모집에서는 자사고나 특목고 등 학교 유형에 관계없이 하나의 학교에만 지원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전국단위 자사고 A학교에 지원하는 학생은 여타의 전국단위 자사고는 물론이고, 전기고에 속하는 외고 과고 광역단위 자사고 지원이 전부 제한된다. 전기고 모집에 탈락한 학생들은 후기고나 일반고 진학을 선택해야 한다. 자공고는 일반고에 우선해 모집이 실시되기 때문에 새롭게 선정되는 농산어촌 거점 우수고 5곳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기숙사를 운영하고 교육여건을 개선하게 되면 전기고 탈락자들의 1순위 지원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단위 선발 농어촌 학교의 성공모델 공주 한일고와 공주사대부고>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농산어촌 거점 우수고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학령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수도권 밀집 양상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서 전국단위 선발권을 준다고 해서 농산어촌 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몇이나 되겠냐는 지적이다. 지난 4월 교육부가 '고교 맞춤형 교육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김승환 전북 교육감은 농산어촌 거점 우수고 사업을 두고 ‘뜬금없는 정책’이라며 비난을 가했다. 김 교육감은 "계획은 그럴싸하지만 심각한 문제가 예상 된다"며 "만일 무주에 거점 우수고가 있다고 해서 서울의 학생들이 얼마나 내려올까 우려된다. 결국 거점학교는 지역 주변 학교의 학생들만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나, 반론이 만만치 않다. 지방의 한 교육 전문가는 “지방의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지방 인구 감소가 심해지는 상황이다. 교육이 무너지는 것은 미래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새로운 교육시설, 거점 학교 등을 발전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한 전문가 역시 “농산어촌 거점 우수고 운영은 지역의 열악한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기회가 된다는데 의의가 있다. 김 교육감은 농산어촌 거점 우수고가 결국 지역 주변 학교의 학생들을 빨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반대로 지역 주변 학교의 경쟁력을 제고 하는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 선발권을 준다고 해서 수도권 학생이 지원할지 의문을 품지만 이미 공주 한일고 공주사대부고 등의 선례가 있다. 우수 학생 선발과 지역 교육력 제고는 학교와 지자체의 노력으로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일반고 가운데 농어촌 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자율학교로 지정, 전국단위 선발을 실시하고 있는 공주 한일고와 공주사대부고는 우수한 교육력과 괄목할만한 대입 실적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일고는 2002년 자율학교로 지정됐으며, 공주사대부고는 2008년 9월 자율학교로 지정돼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했다. 자율학교는 자공고와 마찬가지로 후기 모집을 실시한다. 전기 모집에서 탈락한 학생들의 지원이 가능하며 전기고 모집에 불합격한 학생들이 최우선으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교 역시 공주 한일고와 공주사대부고 등이다.

한일고는 지난해 대입에서 서울대 등록자 16명(전국31위)을 배출했고, 공주사대부고는 17명(전국29위)을 배출했다. 공주사대부고는 충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 넘어 강남 일반고(숙명여고 19명 영동고 18명)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일고의 경우 경찰대 수석 합격자와 더불어 총 5명의 경찰대 합격자를 배출하며 상산고와 함께 경찰대 최다 합격 학교에 이름을 올렸다. 의치한(의대 치대 한의대)에는 중복 합격을 포함해 68건의 합격 실적을 내며 위용을 과시했다. 외에도 전국단위 농어촌 자율학교로 분류되는 거창고(경남)와 거창대성고(경남) 등이 6명의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했다. 특히 거창고는 6명 중 5명을 수시로, 거창대성고는 6명 모두를 수시로 합격시키며 농어촌 일반고의 수시 경쟁력을 입증했다.

전국단위 경쟁률 역시 상당한 편이다. 지난해 정원의 2/3 이상을 전국단위로 선발했던 한일고는 2.22대 1(114명 모집/253명 지원)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정원의 50%를 전국단위로 모집했던 공주사대부고는 3.65대 1(99명 모집/361명 지원)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자율형 공립고는?>
자율형 공립고는 공립 고등학교 가운데 학교 또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를 말한다. 지정은 교육감이 하며 5년 이내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5년의 범위에서 연장해 운영할 수 있다.

학교 유형은 일반고 특목고 특성화고 자율고 가운데 자율고로 분류된다. 자율고에는 자율형 사립고와 자율형 공립고가 포함된다. 자공고와 자사고는 함께 묶이지만, 학교 설립 취지나 운영 성격은 상이하다. 자공고는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공립고를 선정,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특성화/다양화해 전인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2015학년 기준 전국의 112개 고등학교가 자공고로 운영되고 있다. 공립학교로 등록금은 일반 공립고와 동일하다. 학생을 배정받는 일반고와 달리 학생 선발권을 지니며, 후기고지만 일반고에 앞서 학생 선발을 실시할 수 있다. 교원 임용 부분에서도 일반고와 달리 100% 초빙이 가능하다.

반면 자사고는 건학이념에 따라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사립고로, 학교 운영의 자율성이 대폭 확대된 학교를 말한다.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자사고가 10개교 있고, 광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자사고가 36개교(2017학년 신입생 기준)다. 학비는 일반고의 3배까지 받을 수 있고 학생 납입금의 3~20%를 재단 전입금으로 납입해야 한다. 광역단위 자사고가 3~5%를 재단 전입금으로 납입하고, 전국단위 자사고는 20%를 납입해 자사고 가운데서도 광역단위 자사고와 전국단위 자사고의 차이가 다소 큰 편이다. 자사고는 교육과정 이수에 있어서도 일반고나 자공고에 비해 더 큰 자율성이 부여되며 전기 모집에 속해 일반고나 자공고 보다 먼저 학생을 모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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