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평균 332명 입학포기..'포기자 40% 공대'

[베리타스알파=최희연 기자] 최근 5년간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입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매년 300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학년 입시에서는 전체 합격자 3135명 가운데 346명이 입학을 포기, 합격 포기자 비율이 10%를 상회했다. 더욱이 합격 포기자 가운데 37%가 공대 출신인 것으로 밝혀져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와 ‘의학계열 선호’ 현상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격 포기자 가운데 공대 학생은 128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자연대(48명), 간호대(33명), 농생대(27명) 등이었다. 자연계열 학과에서 포기 학생의 절반 이상이 나온 셈이다. 반면, 인문계열 주요 단과대의 합격 포기자는 비교적 적었다. 인문대, 사회대, 경영대의 합격 포기 학생 수는 각각 8명, 5명 2명으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공대 합격 포기 추세는 최근 5년간 이어져 왔다. 2012년 330명, 2013년 326명, 2014년 339명, 지난해 317명으로 매년 300명이 넘는 학생이 등록을 포기했다. 2012년 합격 포기자 수가 122명이었던 공대는 2013년 135명, 2014년 136명, 지난해 136명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교육계는 공대 합격 포기 증가 원인을 ‘의대효과’로 본다. 국내 최고 대학이라 꼽히는 서울대 자연계열 합격생들이 합격을 포기하면서까지 갈만한 대학은 의/치/한 정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의사라는 직업에 뒤따르는 사회적 명성과 안정적인 직장 보장 등의 이유로 의대 선호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이공계 인재의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 서울대 합격자 가운데 입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매년 300명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2016학년 입시에서는 전체 합격자 3135 가운데 346명이 입학을 포기, 합격 포기자 비율이 10%를 상회했다. 더욱이 합격 포기자 가운데 37%가 공대 출신인 것으로 밝혀져 의대 쏠림 현상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대 합격 포기자 5년 평균 332명..올해 346명>
이동섭(국민의당)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2학년부터 2016학년까지 5년간 서울대 합격을 포기한 학생은 평균 33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전체 합격자의 10%를 웃도는 인원이 합격을 포기하는 것이다. 합격 포기자의 대다수는 자연계열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대 합격자 3135명 가운데 합격을 포기한 인원은 346명으로, 공대 128명, 자연대 48명, 간호대 33명, 농생대 27명 등 자연계열 학생이 합격 포기자의 68%를 차지했다. 인문계열의 경우 농생대 34명, 인문대 8명, 사과대 5명, 경영대 2명으로 14%의 비율을 기록했다. 이밖에 사범대 27명, 치의학대학원 11명, 수의대 6명, 자율전공학부 4명이 합격을 포기했다.

서울대 진학포기에 대해 교육계는 ‘의대효과’를 원인으로 든다. 자연계열에 몰려있는 진학포기자 대다수가 의대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공개한 진학 포기자 현황에서 자연계열 진학 포기자는 인문계열의 규모를 압도한다. 인문계열에서는 서울대에 합격하고 등록포기하는 경우가 드물다. 굳이 경우를 나누자면, 해외 대학 진학으로 국내에서의 대학 진학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와, 서울대에 합격한 모집 단위가 선호도가 낮은 모집단위인 탓에 차상위 대학의 최상위 모집단위로 이동하는 경우 정도로 구분된다.

<서울대 공대 합격 포기자 40% 수준..‘의대효과’>
올해 서울대 공대의 합격 포기자는 128명으로 전체 합격 포기자 가운데 37%를 차지,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서울대 공대 합격 포기자는 지난해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2012학년에는 122명의 학생이 공대 합격을 포기했으며, 2013학년에는 135명이 합격을 포기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136명의 학생들이 합격을 포기하며 전체 합격 포기자의 40%를 웃도는 비율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전년 대비 8명 줄어든 128명이 공대 합격을 포기했으나 여전히 37%의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이 몰리는 서울대 공대에서 합격 포기자가 연40% 가까이 되는 것은 높은 '의대 선호'현상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 관계자 역시 “공대 지원 학생이 다른 학교 의/치/한 계열도 겹쳐서 지원하다 보니 최근 합격 포기가 계속 된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도 “한국과학영재학교처럼 KAIST부설 고교로서 대다수 인원이 서울대와 중복합격하더라도 KAIST로 발길을 돌리는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면, 결국은 의대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최고대학이라는 것 때문에 서울대 공대/자연계열 학과에 지원하면서 남은 카드를 의대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자연계열의 진학포기는 의대뿐만 아니라 치대/한의대로 이동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의/치/한 효과’로도 칭할 수 있겠으나, 3개 전공 중 의대에 대한 선호도가 제일 높은데다 최근 들어 치/한의 선호도가 의대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태인 탓에 ‘의대효과’로 통칭된다. 한의대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의대에 비견할만한 선호도를 기록했으나, 한의사 인력의 포화, 통합 커리큘럼의 부재 등으로 인해 선호도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며, 치대도 최근 들어 치과의사의 과잉공급 전망 등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아졌다. 2016 정시에서는 3명을 모집한 서울대 치대조차 1차 추가합격 3명, 2차 추가합격 2명 등 5명이 추가합격해 모집인원 대비 추가합격 비율이 166%에 달했다. 서울대 다음가는 선호도를 자랑하는 연세대 치대도 22명 모집에 22명의 추합이 나오며 100%의 추합 비율을 보였다.

예전에 비해 입시에서 선호도가 다소 하락한 치대/한의대와 달리 의대의 인기는 공고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오영호 박사팀이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 연구결과’에 따르면 2024년부터 의사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해 2030년에는 무려 996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의사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대효과로 인해 서울대 합격 포기자가 나오는 현실에 대한 교육계의 우려는 깊다. 최상위권 인재들의 의대로의 집단 유출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닌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의대선호 현상을 어떻게 하면 억누를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최상위 이공계열 인재들이 의대로 향하는 발걸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우려했다. 한 고교 교사도 “결코 바람직하게 바라볼 수 없는 학생들의 의대 선호 현상은 결국 부모들로부터 기인한다. 사회적인 명예와 안정적인 미래 등 의사의 전망을 볼 때 부모들이 의대로의 진학을 권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이공계 진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의대효과는 지속될 것”이라며 걱정을 내비쳤다.

<의대 선호 현상..영재학교/과고에서도 여전>
국가가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한 영재학교와 과고에서 조차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개인의 사익을 위해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이 매년 발생하며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윤관석(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제공한 ‘2014~2016 과학고/영재학교 대학입학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의대에 진학한 영재학교/과고 출신 학생은 219명으로 졸업생의 4%를 차지했다.

2016 입시에서는 이공계열의 수학/과학 인재양성이라는 설립목표에 따라 과고는 졸업자 대비 91.9%, 영재학교는 졸업자 대비 87.4%가 이공계로 진학했다. 지난해와 비교, 영재학교는 이공계 진학이 늘면서 의학계열 진학이 줄었지만 과고는 오히려 의학계열 진학자가 늘어났다.

과고의 의학계열 진학자는 2015학년 27명(1.7%)으로 전년(33명) 대비 줄어들었으나, 올해 다시금 29명(3.3%)으로 의학계열 진학자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과고는 2016 입시에서 조기졸업 제한으로 인해 졸업자가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 의학계열 진학자가 늘어나 우려를 자아냈다. 2016학년 조기졸업을 제한한 결과 2015년 161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과고는 2016년 대전동신과고가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 1개교가 추가됐음에도 885명으로 졸업생이 크게 줄었다. 졸업생이 절반 가까이 줄었음에도 의학계열 진학자는 늘어난 것이다.

개별 과고의 현황을 보면 서울지역 과고인 한성과고는 2015학년 11명(당해년도 졸업자 대비 8%)에서 2016학년 9명(13%)으로 의학계열 진학자가 2명 줄긴 했으나, 비율은 늘어난 데다 여전히 과고 가운데 가장 많이 의학계열로 빠졌다. 또 다른 서울지역 과고인 세종과고도 2015학년 8명(4.5%)에서 2016년 5명(9.3%)으로 3명 줄었으나 비율은 늘었다. 경남과고는 2014학년과 2015학년 의학계열 진학자가 단 1명도 없었으나, 2016학년 5명(8.9%)의 의학계열 진학자가 발생해 과고 전반의 의학계열 진학자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뒤이어 대구일과고 3명(6.7%), 전남과고 2명(4.9%), 경산과고 1명(2.9%) 전북과고 1명(2.2%) 울산과고 1명(2.2%) 창원과고 1명(2%), 부산과고 1명(1.5%) 순으로 의학계열 진학자 비율이 높았다.

영재학교의 경우 2014학년 1명(0.6%)의 의학계열 진학자가 나온 한국과학영재학교(한국영재)가 2015학년과 2016학년 2년 연속으로 의학계열 진학자가 없던 반면 나머지 3개 영재학교는 의학계열 진학자를 배출했다. 서울과고 24명(18.6%) 경기과고 16명(12.6%), 대구과고 5명(5.4%) 순이다. 경기과고가 유일하게 전년도 13명(10.7%) 대비 의학계열 진학자가 늘어나 우려를 산 가운데 서울과고는 전년 25명(19.4%)대비 의학계열 진학자가 줄긴 했으나 감소폭이 미미했다. 최근 서울대 진학실적 등에서 예년에 비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대구과고가 전년도 10명(10.1%)에서 절반으로 줄여 고무적인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의학계열 진학 막기보다 이공계 처우 개선 힘써야>
영재학교와 과고의 경우 학교 설립 취지가 이공계 인재 육성인 만큼 의학계열에 진학을 막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공계 인재 유출은 대학에서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자연계열 인재들이 의/치/한 진학을 선택하는 이유는 사회적인 명예가 뒤따르고 안정적인 미래 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공계 진학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전공자들이 일자리 부족/열악한 업무 환경/위계질서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방부가 2019년부터 2023년에 걸쳐 이공계 대체 복무제를 폐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공계 기피 현상 심화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대 쏠림 현상을 놓고 의대 진학하는 학생들을 탓하기보다 이공계 출신의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고 연구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인식개선을 위한 비전제시 등 보다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