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역행’ 영재학교 경기과고.. 과고는 졸업생 감소불구 증가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영재학교 과고의 의대 진학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줄고 있긴 하나 여전히 의대진학이 늘어나는 학교들이 존재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 입시에서 이공계열의 수학/과학 인재양성이라는 설립목표에 따라 졸업자 대비 과고는 91.9%, 영재학교는 87.4%가 2016학년 입시에서 이공계로 진학했다. 다만 영재학교의 경우 이공계 진학이 늘면서 의학계열 진학이 줄었지만 과고의 경우 의학계열 진학자가 늘어나 우려를 자아내는 모습이었다. 졸업은 했으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 재수생으로 추정되는 미진학자의 비율도 과고는 늘어났으나, 영재학교는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과고는 2015학년 40명에서 2016학년 32명으로 미진학자의 절대치는 줄었으나, 조기졸업 제한으로 인해 졸업자가 대폭 줄면서 2.5%에서 3.6%로 미진학자 비율이 늘어난 반면, 영재학교는 2015학년 24명(4.8%)에서 2016학년 17명(3.4%)으로 미진학자가 줄었다. 이공계열/의학계열이 아닌 교육/인문사회/기타계열(이하 기타계열로 통칭)로 진학한 사례는 과고/영재학교 모두 전년대비 인원/비율 모두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영재학교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경기과고가 의대진학 축소흐름에 역행했다. 과고 영재학교의 여전한 의대 진학움직임은 최근 쉬운 수능 기조에 학교추천서를 요구하지 않는 일부 대학의 이기심, 의대진학시 명시적 불이익이 없는 제도 등이 맞물린 때문으로 보인다.

나아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학교의 파행은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과고/영재학교들이 자구책에 나서고 있긴 하나 교육부/대교협 차원에서 대학과 연계해 방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현재 발생되는 이공계 인재들이 본래 노선에서 이탈하는 모습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관석(더불어민주) 의원실이 제공한 과고 영재학교 진학현황은 과고의 경우 2016학년은 현재 과고 운영중인 20개교(강원 경기북 경남 경북 경산 대구일 대전동신 부산 부산일 세종 울산 인천 인천진산 전남 전북 제주 창원 충남 충북 한성(이름순, 과고명칭 생략))를 기준으로 한다. 다만, 2014학년은 인천진산 대전동신을 제외한 18개교, 2015학년은 대전동신을 제외한 19개교 기준 수치다. 인천진산과고는 2013년, 대전동신과고는 2014년부터 과고 운영을 시작한 때문이다. 운영 시작 후 3년이 흘러 신입생이 고3이 돼 졸업한 후에야 첫 진학실적이 나오는 여타 특목고/일반고/자사고 등과 달리 과고는 고교2학년 조기졸업이 있기 때문에 진학실적이 1년 빨리 나오게 마련이다.

영재학교 진학현황은 과학영재학교 4개교(경기과고 대구과고 서울과고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기준으로 했다. 현재 운영 중인 과학영재학교 2개교, 과학예술영재학교 2개교는 대전과고/광주과고 2014년, 세종과학예술영재 2015년, 인천과학예술영재 2016년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제외됐다. 대전과고/광주과고는 기존 과고에서 전환했기 때문에 과고 진학실적에 포함될 수 있긴 하나, 고교 유형이 바뀌었기 때문에 제외된 것으로 추정된다.

▲ 영재학교의 2016학년 의학계열 진학자가 2015학년 대비 감소추이를 보이는 가운데 경기과고는 유일하게 흐름에 역행, 2015학년 13명(10.7%)에서 2016학년 16명(12.6%)로 의학계열 진학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의학계열 진학 과고 증가/영재학교 감소 ‘대비’>
윤관석(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제공한 ‘2014~2016 과학고/영재학교 대학입학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과고는 전체 졸업자 4000명 가운데 3763명(94.1%)이 이공계로 진학했으며 의학계열 진학자는 89명(2.2%)이었다. 그밖에 미진학자는 32명(0.8%), 교육계열/인문사회계열/기타계열 등 이공계열/의학계열이 아닌 기타계열 진학자가 11명(0.3%) 등이었다. 영재학교는 1500명 졸업자 가운데 1292명(86.1%)이 이공계 진학, 130명(8.7%)이 의학계열 진학이었으며, 미진학자 17명(1.1%), 기타계열 진학자 15명(1%) 순이었다. 과고/영재학교의 설립목적인 이공계열 수학/과학 인재양성에 전반적으로 부합하는 진학현황을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과고 전체 의학계열 진학자가 늘어났고, 영재학교의 경우 전체 의학계열 진학자가 줄긴 했으나 경기과고의 의학계열 진학자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영재학교인 서울과고도 의학계열 진학자는 줄었으나 지난해와 별반 차이는 없었다. 계속해서 지적돼온 과고/영재학교의 의대 진학문제는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과고는 2014년 33명(2.2%)에서 2015년 27명(1.7%)으로 의학계열 진학자가 줄어들었으나, 올해 다시금 29명(3.3%)으로 의학계열 진학자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과고는 2016 입시에서 조기졸업 제한으로 인해 졸업자가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 오히려 의학계열 진학자는 늘어나 우려를 자아냈다. 과고의 조기졸업 비율은 2016학년 입시 이전까지 80%선에 달했으나, 2016학년부터 20% 이하로 축소됐다. 과고가 없는 광주/세종을 제외한 15개 시/도 가운데 충남/대전은 20%, 나머지 시/도는 10%만 조기졸업이 가능했다. 조기졸업을 제한한 결과 2015년 161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과고는 2016년 대전동신과고가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 1개교가 추가됐음에도 885명으로 졸업생이 크게 줄었다. 절반 가까이 졸업생이 줄었음에도 의학계열 진학자는 늘어난 것이다.

개별 과고의 현황을 보면 서울지역 과고인 한성과고는 2015학년 11명(당해년도 졸업자 대비 8%)에서 2016학년 9명(13%)으로 의학계열 진학자가 2명 줄긴 했으나, 비율은 늘어난데다 여전히 과고 가운데 가장 많이 의학계열로 빠졌다. 또 다른 서울지역 과고인 세종과고도 2015학년 8명(4.5%)에서 2016년 5명(9.3%)으로 3명 줄었으나 비율은 늘었다. 경남과고는 2014학년과 2015학년 의학계열 진학자가 단 1명도 없었으나, 2016학년 5명(8.9%)의 의학계열 진학자가 발생해 과고 전반의 의학계열 진학자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뒤이어 대구일과고 3명(6.7%), 전남과고 2명(4.9%), 경산과고 1명(2.9%) 전북과고 1명(2.2%) 울산과고 1명(2.2%) 창원과고 1명(2%), 부산과고 1명(1.5%) 순으로 의학계열 진학자 비율이 높았다.

반면, 2014학년과 2015학년 각 2명의 의학계열 진학자를 낸 인천과고는 2016학년 의학계열 진학자가 없고, 2014학년 2명, 2015학년 1명인 경기북과고, 2014학년 1명, 2015학년 1명인 제주과고 등 2년 연속 의학계열 진학자가 나왔던 과고들을 비롯해 전체 과고의 절반인 10개 과고에서는 의학계열 진학자가 없었다.

영재학교의 경우 2014학년 1명(0.6%)의 의학계열 진학자가 나온 한국과학영재학교(한국영재)가 2015학년과 2016학년 2년 연속으로 의학계열 진학자가 없던 반면 나머지 3개 영재학교는 의학계열 진학자를 배출했다. 서울과고 24명(18.6%) 경기과고 16명(12.6%), 대구과고 5명(5.4%) 순이다. 경기과고가 유일하게 전년도 13명(10.7%) 대비 의학계열 진학자가 늘어나 우려를 산 가운데 서울과고는 전년 25명(19.4%)대비 의학계열 진학자가 줄긴 했으나 감소폭이 미미했다. 최근 서울대 진학실적 등에서 예년에 비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대구과고가 전년도 10명(10.1%)에서 절반으로 줄여 고무적인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기타계열 진학과 ‘재수 추정’ 미진학 현황>
- 기타계열 진학.. 과고/영재학교 동반 감소
이공계열과 의학계열을 제외한 교육/인문사회/기타계열을 망라한 기타계열 진학비율은 과고/영재학교 모두 동반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고의 경우 2014학년 14명(0.9%)에서 2015학년 26명(1.6%)으로 늘어났던 기타계열 진학자가 2016학년 11명(1.2%)으로 줄었다. 영재학교는 2014학년 22명(4.4%), 2015학년 17명(3.4%), 2016학년 15명(3%)으로 계속해서 기타계열 진학자가 줄어드는 모습을 나타냈다.

2016년 기준 과고의 경우 기타계열 진학자가 발생한 곳은 8개교다. 비율 순으로 보면 경북 1명(4.5%), 대구일 2명(4.4%), 세종 2명(3.7%), 충남 1명(3.3%), 한성 2명(2.9%), 인천 1명(2.7%), 부산일 1명(1.7%), 부산 1명(1.5%) 순이다. 영재학교는 서울과고 10명(7.8%), 경기과고 5명(3.9%)의 기타계열 진학자가 나왔다.

- ‘재수 추정’ 미진학.. 과고 증가, 영재학교 감소
과고/영재학교에서 진학하지 않은 인원들은 대입을 포기했다기보다는 재수를 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재수생 발생사유의 대다수가 대입 실패로 풀이되는 여타 고교유형과 달리 과고/영재학교에서의 미진학자는 의학계열 진학을 노렸다가 실패한 인원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과고/영재학교에서 의대(치대 한의대 등 포함)를 노리는 경우 수시를 통해 의대 진학을 일단 노리고, 수시에서 원하는 결과를 받지 못하는 경우 수능을 치르는 전개로 진행된다. 본래 과고/영재학교는 수시에서 입시를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임에도 매년 수능을 치르는 인원들이 예상보다 많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수시/정시 제한을 받지 않는 과기원 등이 있음에도 미진학을 택하는 경우는 대부분 의대 입시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학계열 진학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미진학자 발생 비율은 과고의 경우 증가한 반면 영재학교는 감소했다. 과고 미진학자 비율이 2014학년 25명(1.7%), 2015학년 40명(2.5%), 2016학년 32명(3.6%)으로 계속해서 늘어난 것과 달리, 영재학교는 2014학년 21명(4.2%)에서 2015학년 24명(4.8%)으로 소폭 늘었다가 2016학년 17명(3.4%)으로 줄어드는 추이를 보였다.

2016학년 기준 영재학교의 미진학자는 서울과고 10명(7.8%), 경기과고 4명(3.1%), 한국영재 2명(1.3%), 대구과고 1명(1.1%) 순이었으며, 과고에서는 경북 3명(13.6%), 세종 5명(9.3%), 대구일/전북 각 3명(각 6.7%), 인천진산 3명(6.4%), 인천 2명(5.4%), 제주 1명(5.3%), 울산 2명(4.3%), 강원 1명(3.7%), 부산일 2명(3.4%), 부산 2명(3%), 경기북 2명(2.8%), 창원 1명(2%), 경남 1명(1.8%), 한성 1명(1.4%) 순으로 미진학자 발생비율이 높았다.

<실효성 대책 시급.. 교육부-대교협-대학이 나서야>
과고/영재학교의 의대진학자 발생은 지속적으로 지적돼온 문제다. 물론 과고의 의학계열 진학도 문제지만, 특히 영재학교의 의학계열 진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2003년 부산과고가 KAIST(한국과학기술원)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로 교명을 변경하며 국내 최초 영재학교로 전환한 취지부터가 기존 과고들이 본연의 목적을 잃고 이공계열이 아닌 여타 계열로의 진학이 성행한다는 데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잘못된 과고의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재학교들마저 기존 잘못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공계열 인재양성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여야 할 교육부-대교협-대학이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사립대학들이 이익을 위해 과고/영재학교 인원들을 선점하기 위한 전형을 운영하고, 의대 입학을 허용하고 있는 동안 교육부와 대교협은 개선할 의지 없이 과고/영재학교의 자구책에만 의존하고 있다.

전국 과고와 영재학교는 의학계열 희망 학생들은 입학하지 말라고 모집요강과 입학설명회를 통해 학부모/학생들에게 주지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학칙을 통해 그간 투자된 비용들을 전부 회수한다고 공표하고, 의대 진학시 추천서를 써주지 않는 방안도 병행되고 있다. 과고/영재학교 진학이 의대 진학의 길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때문이다.

올해 입시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요강이 기 발표된 영재학교 가운데 진학현황에 포함된 4개 영재학교의 요강을 보면, 서울과고는 “의/치/약학계열 대학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본교 지원이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으며, 한국영재는 “의/약학 계열의 진로 희망자는 본교 진학에 부적합함”이라고 요강에 게재했다. 경기과고는 “의예/치의예/한의예계열의 대학에 진학하려는 경우, 본교 교원의 추천서를 받을 수 없으며 재학 중 각종 혜택으로부터 제외된다”고 했고, 대구과고는 요강에는 관련 내용을 담지 않았지만, 설명회를 통해 “의대 진학 학생은 학교 설립 취지와 맞지 않으므로 진학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 과고도 학교별 온도 차이는 있으나, 의학계열 진학의 길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과고/영재학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학계열 진학에 대한 수요는 지속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자구책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과고/영재학교는 매년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으며, 영재학교의 경우 입학금/학비 면제, 과고의 경우도 타 고교 대비 많은 장학금 등으로 각종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의학계열을 진학할 시 행해졌던 지원들은 전부 물거품이 된다. 교칙을 통해 비용회수를 공표한 경우에도 학부모/학생이 비용을 전부 반환하겠다고 하면, 의학계열 진학을 막을 방법은 없다. 결국 과고/영재학교의 자구책에만 맡겨서는 의학계열 진학 방지의 실효성은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대교협이 나서 대학들의 전형을 강제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경찰대학과 사관학교 등 특수대학들처럼 투입된 비용을 고시하고 회수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실효성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선결해야 할 지점은 상위권 의학계열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학계열에서 과고/영재학교의 진학을 ‘허용’내지 ‘유인’하고 있는 부분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과고 영재학교의 의대지원은 대학들의 이기심이 작용한다고 본다. 특기자전형에서 의학계열 지원을 허용, 과고/영재학교생들의 의대 지원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기타 전형에서도 과고/영재학교 학생들의 의대 진학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원자격에 과고/영재학교의 진학이 불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전형에 따라 교사추천서를 필수서류로 두는 방안들을 통해 과고/영재학교의 의학계열 진학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물론, 추천서를 필수서류로 두는 방안은 과고/영재학교에 의학계열 진학을 방지하는 것을 떠넘기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궁극적으로는 지원자격을 조정하는 방안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학계열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의대를 보면 2017 수시모집에서 특기자전형을 통해 입학을 허용하는 대학은 연세대(서울) 과학공학인재 20명, 고려대(서울) 과학인재 17명, 이화여대 수학과학특기자 8명, 성균관대 과학인재 5명, 연세대(원주) 특기인재 3명 등 5개교 53명이다. 일각에서는 특기자전형을 통한 의대입학 정원을 48명으로 바라보기도 하나 성균관대 과학인재전형이 논술전형으로 분류된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과학인재전형은 논술전형으로 분류되나 실질은 특기자전형으로 논술실시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자소서를 요구하며, 교외스펙의 기재도 허용된다는 특징이다. 2016 입시에서 연세대(서울) 과학공학인재 20명, 고려대(서울) 과학인재 14명, 인제대 과학영재 9명, 이화여대 특기자 8명, 성균관대 과학인재 5명, 연세대(원주) 특기인재 3명 등 6개교 59명이 특기자전형을 통해 의대 입학이 가능했던 것과 비교하면 1개 대학이 줄었으나, 인원은 별반 차이가 없다. 올해 특기자전형을 통한 의대입학이 허용되는 5개교 중 고려대(서울) 연세대(서울) 연세대(원주)는 고교 교사의 추천서를 필수서류로 두기 때문에 과고/영재학교의 자구책만으로도 의대 진학을 방지할 수 있지만, 성균관대와 이화여대는 추천서를 요구하지 않는 맹점이 존재한다. 과고/영재학교 졸업예정자의 의대진학을 방조하거나 유인하는 대학인 셈이다. 성균관대는 과학인재전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8 입시부터 전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으나 올해까지는 전형이 유지돼 과고/영재학교 의대 진학의 맹점은 그대로 존재한다.

의학계열 진학을 원하는 과고/영재학교의 학생/학부모는 아직 자아가 성숙하지 않은 고교생의 진로변경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항변하나, 현장에서는 주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명확한 진로형성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고/영재학교로 진학하는 것도 잘못이거니와, 설령 최초 설정한 진로가 변경된다 하더라도 이공계열 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된 고교에서 교육받고 지원을 받은 이상 취지를 살려 이공계열로 진학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전원에서 의대로 체제를 전환한 대학이 많긴 하나 여전히 의전원이 잔존하기 때문에 이공계열로 진학한 후 의전원에 진학, 의학계열 진로를 밟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다.

대학들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고/영재학교 출신의 의대 지원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자격 설정과 추천서를 필수서류로 두는 방안이 꼽히지만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대입은 교육부가 주관하지 않고, 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대입 전반을 일임하고 있는 체제이다. 두 기관이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교협은 총장협의체라는 성격상 대학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과고/영재학교의 의대진학을 막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대교협이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에서는 이공계열 인력이 부족하다며 대학들의 정원을 이공계열로 조정하는 프라임사업에 3년간 근 5000억원을 투입하면서 정작 이공계 최상위 인재들인 과고/영재학교 학생들의 유출에는 미온적인 모순을 보이고 있다. SW가 향후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SW중심대학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공계열에 대한 사회수요 부족, SW 육성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최상위 이공계 인재들의 육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의대 진학을 위해 과고/영재학교 재학 중 받은 지원금액들까지 반환하겠다는 학부모/학생을 막을 수는 없지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투입되는 경비를 고시함으로써 강제적인 반환방안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과고/영재학교가 현재는 자구책으로 학칙 등을 이용해 수혜한 장학금을 반환토록 하고 있으나, 실제 학부모/학생이 반환을 거부하고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 문제는 복잡해질 수 있다. 대학들이 입학성적 우수 학생들에게 전액장학금을 통해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장학금을 지급하고도 이후 반수 등을 통해 타 대학으로 이동할 시 반환을 요구하지 못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경찰대학 사관학교 등 특수대학들이 현재 시행하는 것처럼 상환경비를 고시하거나 자퇴시 그간 투입된 경비를 반환하게 하는 것처럼 강제적 반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향후 불거질 수 있는 문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교육계의 한 전문가는 “경찰대학의 경우 ‘경찰대학 졸업생 상환경비 고시’를 매년 2월 발표한다. 졸업생의 교육에 실제로 쓰인 학비, 기숙사비, 수당, 급식비, 교재비, 용품비 등 비용을 일체 상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대학처럼 영재학교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과고의 경우 교육부 장관이 교육에 사용된 액수를 조사/집계해 상환 경비를 고시함으로써 의학계열을 비롯한 타 계열 진학시 반환토록 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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