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울대 일반전형 경영대학 김승우(불암초-불암중-서라벌고)

[베리타스알파=홍승표 기자] 서울대 경영대학 김승우(20)군은 서울대 학종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 케이스다. 일반고 출신으로 단순한 진로변경을 넘어 이과에서 문과로 전과한 이력 때문이다. 수학에 대한 열정과 능동적인 학습방법을 학생부에 충분히 반영한 결과 김군은 일반전형으로 경영대 합격을 이뤄냈다.

김군이 전과를 단행한 시기는 2학년2학기. 전과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교내활동과 자기주도 학습을 통해 난관을 이겨냈다. 실마리는 강점이었던 수학이었다. 교과서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뒷부분에 나오는 다양한 현실 적용사례를 파고 들어 교과와 비교과를 연결했다. 자소서는 우수한 성적이나 수상내역을 배제하고 전공에 흥미를 느낀 과정과 자신 있는 수학에 대한 경험을 솔직하게 풀었다. 우수한 교과성적 보다 흥미를 느낀 학습과정, 체험이 쌓여가면서 얻은 깨달음을 통해 서울대 학종의 본질을 꿰뚫은 셈이다.

<확고한 진로 찾아 전과 결정>
김승우군은 고2 때 적성을 찾아 이과에서 문과로 전과를 단행했다. 단순히 수학 과목을 좋아해 이공계로 진학했지만 진로탐색 결과 흥미 있는 진로와 전공을 찾기 못했기 때문이다. 로봇이나 기계를 다루는 일에 관심이 가지 않아 이공계도 힘들었고 해부과정을 배우는 것도 재미가 없어 의대진학도 흥미가 떨어졌다.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별다른 목표도 세우지 못했고 희망 전공도 정하지 못했다. 공부에 이유를 찾지 못하면서 성적도 떨어졌다. 내신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았던 1학년과 달리 2학년1학기에는 성적이 떨어졌다.

고교의 전과는 서울대 수시의 대부분인 학종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배우는 과목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교과의 부담도 있고 비교과 역시 전혀 새로운 지향점을 만들어야 하는 때문이다. 우선 진로선택부터 풀어야 했다. 수학과 관련 있는 경영학과와 통계학과 쪽으로 방향을 잡고 꾸준한 활동을 통해 진로탐색을 시작했다. 배우지 않은 과목도 새롭게 다진 각오를 통해 따라잡았다.

진로 결정에는 ‘경영학콘서트’라는 책이 계기가 됐다. 김군은 책 ‘경영학콘서트’가 이전까지 갖고 있던 경영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게 해줬다고 밝혔다. 경영학에 대해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비굴하게 대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분야’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물건을 팔아 이득을 내는 마케팅에만 주목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생산관리에 대한 내용이나 빅데이터 등 수학적 기법과 원리를 이용해 경영학을 설명했다. 경영학이 폭넓은 분야를 복합적으로 다루는 것에도 흥미를 느꼈다. 수학뿐 아니라 심리학 등 여러 학문이 결합된 경영학으로 진로를 결정했다. 경영학은 학구적인 학생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조언을 듣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확고한 소신으로 2학년2학기와 3학년 때 1등급을 되찾았다.

SERI 동아리는 경영과 경제에 관한 이슈를 갖고 토론을 하거나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해보는 계기가 됐다. 인상 깊은 부분은 개별표적화에 대해 토론한 경험이었다. 개별표적화는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대상에 따라 가격을 달리 산정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김군은 “판매하는 대상과 환경에 따른 가격 변동에 찬성하는 입장을 갖고 토론에 임했다”고 말했다. 경영자의 관점에서 여러 변수를 이해하고 소비자가 수용 가능한 적정 수준의 가격을 조정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특히, 단순한 직감이 아닌 과학적인 사고와 수학적 과정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점에 매료됐다. 3학년이 됐을 때도 SERI의 심화 동아리인 SERInomics활동을 지속했다. SERI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은 경영/경제적 지식을 현실적인 정책으로 전환해 사고를 확장하는 활동에 주력했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새로 시작한 비교과, 적극성으로 만회>
경영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동아리 활동은 깊이 있는 지식을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 진로결정 이후 막막함 대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세가 바뀌면서 동아리 활동까지 의미가 생긴 셈이다.  2학년2학기 문과로 전과한 김군은 적극적 동아리 활동을 마음먹었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교내 경영/경제 동아리는 신입생 외에는 가입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늦었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경영/경제 동아리에 관심 있는 친한 친구 두 명을 모았다. 이후 옆 반에 들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친구들에게 새로 만들 경제 동아리에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SERI 동아리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교내 정규 동아리인 ‘과학저널’ 동아리에도 참가했다. 과학잡지를 읽고 생각을 적는 활동을 주로 하는 동아리였다. 소비자심리와 통계 등 수학과 연관된 활동을 했다. 정규 동아리인 탓에 인원이 40명이나 됐고, 시간도 부족했지만 관심 분야에 탐색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방과후 학교에서 운영한 수학영재학급에서는 대학의 수업을 미리 체험했다. 신기하고 본질적인 수학의 영역을 주로 다뤘다. 입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수업이 아니었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를 높여줬다는 의미가 있었다.

<진로의 계기, 수학을 향한 열정>
김군이 수학에 열정을 품기 시작한 것은 고교진학부터. 기본적 원리보다 암기 위주로 학습하는 중학교 수학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암기를 통한 단순 계산 대신 신기한 개념을 통해 수학에 접근하기 원했던 성격 때문이다. 고교 수학책에서 수학에 대한 재미를 찾았다. 공식이나 문제가 나열된 수학책의 앞부분보다 현실적이고 심화적 내용이 담긴 뒷부분이 더 좋았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제논의 역설’에 관한 부분이다. 거북이가 인간보다 100m 앞에 있을 때, 인간이 거북이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달린다는 것이 ‘제논의 역설’에서 제시하는 상황이다. “인간이 100m를 달리면 거북이는 10m를 달린다. 인간이 10m를 달린다면 거북이는 1m를 달린다. 인간이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이미 앞에 있는 거북이는 계속해서 나아가기 때문에 인간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수학 교과에 등장하는 무한등비급수를 현실적 사례로 적용한 내용에 흥미를 가졌다.

수학 과목은 암기할 내용이 많다는 인식에도 선을 그었다.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고 공식이나 유형에 매달리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암기과목으로 생각한다. 김군은 “공식도 수학적 원리에 따라 나온다. 개념에 대한 학습을 충분히 한다면 수학은 암기할 내용이 거의 없다”고 세간의 인식을 반박했다.
김군은 수학 과목이 이해도가 높을수록 흥미를 붙이기 쉽다고 말한다. 개념부터 확실히 알아야 다양한 수학적 원리가 반영된 사례를 이해할 수 있다. 실력이 뒷받침되면 실생활과 관련한 문제와 심화된 내용을 다루는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게 된다. 수학이 현실에 적용되는 과정을 수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이해하는 것이 수학에서 재미를 느끼는 첫걸음이라고 김군은 말한다.

<또 다른 동인, 능동적 공부법>
김군은 남이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나서는 능동적 학습을 강조했다.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능동적인 공부는 어렵다. 겉핥기식 공부는 내용의 본질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능동적인 공부를 위해서는 기본 원리에 대한 이해로 돌아가야 한다. 그 동안 공부하면서 잘 모르고 넘어간 부분과 단순 암기로 메운 내용을 교과서부터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가정환경도 김군의 능동적 학습을 뒷받침했다. 부모님은 단 한 번도 김군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집에서 부모님은 항상 책을 읽고 계시는 등 면학 분위기를 조성했다. 스스로 원하지 않는 학습법은 전혀 강요하지 않았다. 강제적인 학습에 지친 김군이 도중에 학원에서 빠져 나와 집에 돌아와도 별 말씀을 하지 않았다. 학원에서 김군을 찾으러 집까지 쫓아왔을 때는 오히려 학원 강사를 돌려보내기까지 했다. 김군은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꾸역꾸역 하게 되면 나중에 위기가 왔을 때 무너져 버린다. 스스로 마음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군의 공부량은 고교 진학을 계기로 확대됐다. 중학교 시절에는 시험기간에만 집중적으로 공부를 했지만, 중3 마지막 겨울방학부터 매일 책상에 앉아 공부량을 늘렸다. 처음에는 공부습관을 바꾸는 것이 힘들지만 적응하기 시작하면 습관이 붙어 괜찮다는 것이 김군의 설명이다. 누군가의 강요 없이 스스로 마음먹은 일이기 때문에 남 탓이나 환경에 대한 변명도 하지 않게 된다.

공부에서 남 탓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시험을 망쳤다는 식의 변명을 하게 되면, ‘다음에는 더 낫겠지’ 하는 근거 없는 희망을 갖게 되고 핑계를 대는 습관이 생긴다. 자신이 받은 성적에 대해 기량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정하는 게 출발점이다. 김군은 기량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학습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원이든, 인터넷 강의든, 집에서 혼자 공부하든 두루 경험해 보고 적합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합격과정>
생각만큼 국어 성적이 나오지 않아 정시에서는 불리하다고 느꼈다. 수시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김군에게 학생부는 불안감을 안겨주는 부분이었다. 전과와 진로변경으로 일관적이지 못하고 독서량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름방학 짧은 기간 동안 자소서를 작성한 점도 마음에 걸렸다.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남은 부분에 집중했다. 자소서를 통해 수학을 통해 학습전반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는 데 신경을 썼다. 입시 제도에 무지했던 탓에 학교 선생님들을 붙잡아 자소서 첨삭을 구하기도 했고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했다.

서울대 자소서 1번 항목은 우수한 성적과 수상내용 위주로 작성했다가 선생님들의 조언을 받아 수정했다. 전국에서 최상위 학생들이 지원하는 서울대에 수상내역을 나열하는 자소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계기로 공부에 흥미를 가졌고, 어떤 경험으로 무엇을 느꼈는지 솔직하게 1번 항목을 작성했다. 2번도 전공 관련 활동과 본인이 좋아하는 수학 관련 활동을 중심으로 적었다. 독서 목록도 사회적 이슈에 관한 내용이 담긴 책과 수학/통계에 관련된 책을 적절히 섞어서 제출했다.

서울대 면접은 기출문제를 보면서 준비했다. 특히, 극강의 난도로 유명한 서울대 수리면접은 내신이나 수능과는 스타일이 확연히 달라 기출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1단계 합격 후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실력을 급격하게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군은 대비를 통해 실력상승을 꾀하기보다 자신감을 불어넣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면접에서도 평소 수학에 대한 관심으로 쌓아온 실력을 믿었다. 제일 마지막 차례로 면접 고사장에 입장한 탓에 면접관들이 빠른 진행을 원했지만 자신의 페이스를 놓치지 않았다. 수학 제시문은 처음부터 답을 구하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답을 풀어낸 사람이 거의 없다는 면접관의 말에 마음을 편하게 먹고 창의적으로 풀이과정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세 명의 노동자 중 누구를 고용할지를 묻는 사회과학 제시문은 흥미로웠다고 한다. 한 노동자가 몸이 아픈데도 다른 사람과 동등한 효율을 낸다는 제시문 내용에 착안해 사회 전체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답변했다. 면접관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면서 합격에 자신감이 들었다고 김군은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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