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클리닉] 운동과 집중력

“집중력이 없어요. 30분 이상 엉덩이를 붙이고 공부를 하는 걸 보질 못했어요.”

수험생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공부량은 집중력과 공부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집중력이 부족하면 학습효율이 떨어질 것이고, 당연히 성적도 오를 수 없다.

최근에 어떤 칼럼에서 성적이 크게 오른 학생들을 살펴보니 가정사나 주변환경에서 심리적인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갑자기 아빠의 사업이 어려워져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쳤거나, 부모님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던 학생들이 공부에 몰두를 했다는 설명이었다.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공부에 전념했다는 것. 이런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자녀의 공부를 위해서 아빠의 사업을 표기할 수 없을 테니까.

부모시대에는 흔히 들었던 ‘헝그리 정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곱게 자란 학생들에게 잡초와 같은 끈기와 의지는 기대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배고파 본 경험 대신 부모님들이 밥을 들고 다니면서 먹여 준 기억만 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전부터 부모의 의지에 따라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했다. 이런 성장배경을 가진 학생들이게 강한 정신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이렇게 열을 조장하는 대표적인 요인이 인스턴트 음식이다. 입맛을 자극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강한 향신료와 육류, 지나치게 정제된 곡류들이 문제가 된다. 게다가 이런 음식들을 너무 많이 먹는 영양 과잉 문제도 생겨난다. 음식에서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옛말이 옳다는 것이다. 요즘 마이너스 건강법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다. 부족한 듯하게 먹어야 건강에도 좋고 정신건강에도 좋다.

몸에 좋으라고 먹는 건강식품도 필요 없는 열을 생기게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홍삼이다. 홍삼은 기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쓰는 보기약(補氣藥)으로 몸을 따뜻하게 만든다. 건강식품업자들은 홍삼은 누구나 먹어도 된다고 말하지만 한약의 전문가인 한의사들 중 누구도 홍삼은 체질을 불문하고 쓸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몸에 열이 많은 학생이 홍삼을 오래 먹으면 당연히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바로 몸이 필요이상 뜨거워지고 집중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게임이나 오락도 정신력을 약하게 만든다. 가상현실 속에서 너무 오래 있다 보니 현실감각이 없어지고 자아에 대한 개념이 상실되는 점은 자주 지적되어 왔다. 또 게임할 때 머리로 모든 신경이 집중되는 것도 문제다. 머리로 기혈이 몰리게 되면 상열(上熱) 증상이 나온다. 동서양 의학 모두 머리는 시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컴퓨터 게임의 자극적인 소리, 영상도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시청각적 자극들 역시 몸의 기운을 머리로 몰리게 해 한의학에서 말하는 정신작용 가운데 중요한 요소인 신(神)에 문제가 생긴다. 기(氣)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신의 기능이 안정되지 않는다. 신이 불안해지면 집중력과 기억력 등은 당연히 저하된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시끄러운 음악도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차분한 음악은 정신적인 안정을 주지만, 강한 비트의 빠른 음악은 정신을 흥분시킨다.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열을 조장하는 음식을 많이 먹고 기운을 위로 보내는 음악을 들으면 차분함을 잃게 된다. 한마디로 쉽게 열 받는 체질이 되는 것이다.

체력이 떨어진 점도 문제다. 요즘 학생들은 체격은 좋아졌지만 체력은 떨어지고 있다. 운동을 좀체 하지 않아 나타난 결과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깅이나 등산과 같이 지구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운동은 하체를 강화시키며 상체 특히 머리 쪽으로 기운이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어 머리가 맑아진다.

운동을 할 때에 머리로 몰린 혈류량이 하체로 내려가게 된다. 그래서 운동을 하면서는 초등학생 수준의 쉬운 연산도 어렵게 된다. 러닝머신에서 10분 이상 열심히 걷고 있는 사람에게 (3x7)+4와 같은 문제를 내도 쉽게 답을 하지 못한다. 편하게 앉아 있는 상태에선 1초도 되지 않아 25란 답을 하지만 하체로 혈류가 집중되어 머리로 가는 혈액이 적어진 상태에선 쉬운 연산도 해내기 힘들다.

운동을 하면 바보가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운동이 머리를 쉬게 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쉬지 않고 머리를 써서 머리 속에 열이 차는 것을 운동으로 뇌세포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뇌세포도 다른 근육세포와 마찬가지로 쉬어가며 일할 때에 효율이 좋아진다.

지속적인 운동을 한다면 체력이 보강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튼튼한 몸과 강한 체력은 강한 정신력을 갖게 하는 바탕이 된다. 등산할 때 숨차고 힘든 순간들을 겪으면 나름대로 의지력을 키울 수도 있다.

이 글을 보면서 요즘 청소년들이 부모세대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이해했기를 바란다. 집중력은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멍한 머리로 5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집중해 1시간 공부하공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공부를 오래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력이 높다는 것이다.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요인들을 피하고, 하체운동과 심폐지구력을 높이는 운동을 하면 공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한뜸 한의원 원장 (02)2052-7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