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면접 실질영향력 확대 예정.. ‘형식적 공정성 문제제기’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서울시립대가 2024학종 입결을 공개하면서 대입전형 자료 축소에 따른 평가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대입전형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블라인드 평가가 도입된 지 4년차에 접어든 데다 올해는 자기소개서까지 폐지되면서 실질적인 공정성을 갖춘 평가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시립대는 “기존 자소서가 학생부의 특정 내용을 수험생의 서술로 강조하거나 맥락상 부가적인 설명을 하는 역할을 했으나, 이러한 긍정적인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라며 “결국 학교와 교사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시립대의 고교 유형별 합격 현황을 살펴보면 일반고의 합격비율이 전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합격자 기준 일반고 출신의 비율은 2023학년 67%에서 2024학년 65.9%로 하락했고, 특목고는 28.7%에서 29.4%로 상승했다.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서류 블라인드가 되레 일반고 역풍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시립대는 “교과 편제를 통해 고교 유형 파악이 가능한 구조”라며 오히려 형식적 공정성의 위험성이 증대했다고 바라봤다. 수험생마다 상이한 교육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역차별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립대는 전형자료가 축소된 상황에서 실질적 공정성을 꾀하기 위한 방안으로 2025부터 면접의 영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학생부 자체의 변별력이 약화되면서 결국 면접평가를 통한 검증이 학종의 새로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2025수시부터 시립대는 학종Ⅰ(면접형)의 2단계 면접평가 비중을 40%에서 50%로 확대한다. 대신 서류평가의 비중은 60%에서 50%로 축소한다. 면접 질문은 활동의 진실성과 성과의 정도, 전공 관련 기초 학업 역량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강화할 예정이다. 면접을 진행하지 않는 서류형 전형에 대해서는 수능최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블라인드 평가 체제 하에 객관적인 평가 도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시립대가 2024 학종 입결을 공개하면서 대입 전형 자료 축소에 따른 평가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사진=시립대 제공
시립대가 2024 학종 입결을 공개하면서 대입 전형 자료 축소에 따른 평가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사진=시립대 제공

<시립대 2024학종 입결.. ‘일반고’ 인문 2.3등급, 자연 2.29등급>
시립대가 2024학년 학종 입시 결과를 공개했다. 고교 소재지별, 고교 유형별, 졸업 구분별 합격자 비중에 더해 일반고 자사고 특목고 등 고교 유형별 최초/최종 합격자의 평균 교과 등급까지 세부적으로 공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월 ‘2023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성과공유 세미나’를 통해 공개한 자료집의 일환으로 입학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학종은 교과전형과 달리 정성평가하는 전형이므로 교과 성적 입결은 참고용으로만 활용해야 한다. 

학종에서 비중이 가장 큰 학종Ⅰ의 입결을 살펴보면 최초합격자 기준 일반고의 평균 교과 등급은 인문이 2.3등급, 자연이 2.29등급이다. 최종합격자를 기준으로 하면 인문이 2.42등급, 자연이 2.34등급으로 내려간다. 

인문계에서 일반고 최초합격자 기준 평균 교과 등급이 가장 높았던 모집단위는 국제관계학과로 2.03등급이다. 이어 국제관계학-빅데이터분석 2.09등급, 행정 2.1등급, 도시사화 2.15등급, 경제 2.22등급 순으로 높았다. 최종합격자 기준으로는 행정이 2.2등급으로 가장 높았고, 국제관계학-빅데이터분석 2.23등급, 도시사회 2.24등급, 영문 2.27등급, 국문 2.34등급 순으로 높았다. 

자연계에서는 일반고 최초합격자 기준 공간정보가 1.9등급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화공 1.98등급, 기계정보공 환경공 각 2.03등급, 전자전기컴공 2.08등급 순으로 높았다. 최종합격자 기준으로는 환경공 전자전기컴공 인공지능이 각 2.09등급으로 가장 높았다. 

특목고의 학종Ⅰ 평균 등급은 인문이 최초합 4.1등급, 최종합 4.36등급이다. 자연은 최초합이 5.56등급, 최종합이 6.08등급이다. 자사고의 경우에는 인문이 최초합 3.16등급, 최종합 3.65등급이고, 자연이 최초합 4.23등급, 최종합 4.21등급이다. 

<‘최초합’ 일반고 65.9% ‘하락’>
시립대의 2024학종 지원자는 전년인 2023학년 대비 35.7% 증가했다. 자소서 폐지로 서류 준비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학종 지원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전형별 경쟁률은 학종Ⅰ 24.64대1(지원 9069명/모집 368명), 학종Ⅱ 18.2대1(1456명/80명), 기회균형Ⅰ 12.03대1(1720명/143명), 사회공헌/통합 32.05대1(1090명/34명)이었다. 

고교 유형별로는 최초합격자 기준 일반고(자공고 포함) 출신이 65.9%(412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특목고 29.4%(184명), 자사고 3.7%(23명), 특성화고와 검정고시 등 기타 1%(6명) 순이었다. 최근 추이를 살펴보면 일반고 출신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학년 71.5%에서 2023학년 67%, 2024학년 65.9%로 3년 연속 하락세다. 반면 특목고의 경우 3년 연속 상승세다. 2022학년 23.1%에서 2023학년 28.7%로 상승한 이후, 2024학년에는 29.4%로 상승했다. 특목고 비중의 증가는 서류 블라인드의 역효과라는 측면도 강하다. 학교명을 감추어도 학생부 자체가 두드러지는 특목고가 서류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득을 보고 일반고가 상대적으로 실을 본다는 얘기다.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분해보면 학종의 최초합격자는 대부분이 재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4 학종 최초합격자 중 재학생은 94.1%(588명), 졸업생은 5.9%(37명)였다. 최근 3년간 재학생의 비중은 2022학년 89%, 2023학년 90.7%, 2024학년 94.1%로 꾸준히 늘었고, 졸업생은 동기 11.1% 9.3% 5.9%로 줄었다. 전형별로 구분해보면 학종Ⅰ(면접)에서 재학생이 94%(346명), 졸업생이 6%(22명)였다. 학종Ⅱ(서류)에서는 합격자 전원이 재학생이었다. 최종합격자로 범위를 넓히면 졸업생의 비중이 늘어났다. 재학생이 90.4%(562명), 졸업생이 9.6%(60명)였다. 

<‘자소서 폐지 첫 서류 평가’.. 정량 정보에 과도한 의존 ‘우려’>
시립대는 학종 입결과 함께 올해 학종 평가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도 분석해 발표했다. 특히 블라인드 평가 도입 4년 차, 학생부 대입 미반영 항목 확대, 자소서 폐지에 따라 서류 평가가 어려워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류 평가 전에 영향을 주는 선입견들은 상당부분 사라졌으나, 학교마다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맥락적 요소를 파악하기가 곤란해졌다는 것이다. 맥락적 요소를 배제하고 평가하다 보니 구성원 집단의 교육과정 편성이나 정량 정보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자소서가 없는 첫 서류평가에서는 ‘학생부의 짜임새’가 중요해졌다고 시립대 측은 분석했다. 자소서가 기존에 학생부의 특정 내용을 수험생의 서술로 강조하거나 부가적인 설명을 돕는 역할을 했으나, 이 같은 긍정적인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류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학생부 자체로 내용의 연관성을 잇고 체계를 구축해야 하지만, 자소서가 폐지된 이후로는 학생부와 교차되는 학생의 주도적인 활동 파악도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시립대 측은 “결국 학교와 교사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며 “과연 이것이 공정한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결국 형식적 공정성의 위험성이 증대해졌다는 것이다. 교과 편제를 통해 고교 유형 파악이 가능하다 보니 오히려 고교 유형이 눈에 띄는 구조가 됐다는 점에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시립대는 “고교별 학업 환경 차이를 확인할 자료가 줄면서 실질적인 공정성을 갖춘 평가가 오히려 어려워졌다. 고교별 환경의 차이를 파악하며 평가할 수 있도록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커지는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 폐지 목소리.. 일반고 죽이는 역풍>
시립대가 한계를 지적한 대입전형 공정성 강화방안은 2019년 전 정부가 ‘조국 사태’를 수습하고자 도입했고, 2021대입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서류 블라인드 평가가 대표적이며, 자소서를 비롯해 정성평가를 가능케 하는 다양한 학생부 반영 요소가 줄어들었다. 학생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학종의 손발이 잘려버린 셈이다. 

유명무실해진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은 선발주체인 대학은 물론 고교 현장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일반고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고교별 학업 환경의 차이를 확인할 수 없게 되자, 오히려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고교가 불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립대뿐 아니라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대학에서도 서류 블라인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의 수시 최초합격자 가운데 2015학년 이후 계속해서 50% 이상을 유지하던 일반고 출신의 비율은 2023학년 49.2%로 9년 만에 절반 이하로 하락, 2024학년에는 49.6%로 소폭 올랐으나 여전히 50% 밑에 머물렀다. 일반고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내신에도 불구하고 특목/자사고와 벌어진 수시체제의 격차를 극복하기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고교 교사들은 블라인드 평가가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되려 약자인 일반고가 더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강조한다. 영재학교를 비롯한 특목고는 학생부 틀이 일반고 학생부와는 완전히 다를 뿐 아니라 과고 외고 역시 고교에서 수업하는 과목 자체가 달라 굳이 구별하려 노력하지 않더라도 이수 과목에서 구분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의 잠재력을 보는 학종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지방 소재 일반고의 한 교감은 “열악한 환경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이 이 정도 해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 열악한 환경을 보여줄 수가 없다. 기껏해야 일반 선택 과목의 표준 편차로밖에 볼 수 없다. 학종이라면 학생의 성장 가능성을 봐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차단되다 보니 성적만으로 학생을 가늠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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